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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화 〉file-04 닌자 사라지다 3 (15/66)



〈 15화 〉file-04 닌자 사라지다 3

한편. 혼닛츠 본사 근처에 위치한 혼닛츠 사의 심장. 복제 인간과 이식용 장기 생산시설 츠키치에서는 포격에 얻어맞아 박살 난 건물 잔해.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던 클론 소재들이 흘린 피와 살점 때문에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보복작전을 펴기 위해 투입된 로날드가 이끌던 붉은 어깨의 AP-16 소대가, 대규모의 시노비 부대 사이에 섞여 거의 사냥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무자비하게 박살 내고 있었다.

“뭐야 이 자식들. 순전히 디지털 위장이랑 기습으로만 먹고 사는 놈들이잖아.”

로날드의 AP-16은 빨갛게 칠한 어깨와, 손에 들고 있는 60mm 중기관포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것 같은 붉은 빛을 흘리면서 질주했다.

로날드의 기체가 요란한 롤러 마찰음을 내며 달려가는 길마다, 네다섯 대의 시노비 무리가 기관총에 조종석 장갑판이 뚫려 고철덩이가 되었다.

뒤이어 따라오는 AP-16의 확인사살용 화염방사기가 고철이  시노비의 몸을 뒤덮자, 바닥에 널브러진 기체들이 죄다 불꽃과 폭발에 집어 삼켜졌다.

“이예! 쪽발이새끼들 제로센이나 치하처럼 활활 잘 타는군. 예나 지금이나 종잇장이나 장작개비 같은 건 변함이 없다니까!”

디지털 미체 위장 탓에 장갑판이 얇은 것은 물론, 경량화 때문에 본체 출력까지 높지 않아. AP-16처럼 일대 다수를 상대하기 좋은 중장비나, 안정성을 높여줄 방어 장비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게다가 건물 위나 옥상에서 기습하는  기본 셋팅이라, 전면전  육상에서의 기동성 역시 뒤쳐졌다.

물론 조종사들의 실력이 비등비등하다면, 기습으로 인한 선제공격과 유리한 고지를 아무 손실 없이 점령한다는 것만으로 크게 우위를 점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로날드의 정찰대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은 모양이다. 로날드는 등 뒤에 뭔가바늘로 찌르는 감각이 느껴지자마자, 발바닥 측면을 조작해 고정 말뚝으로 질주를 멈추고 뒤로 급선회했다.

그다음 붉게 칠한 오른쪽 어깨 장갑으로, 등 뒤를기습하려던 시노비를 들이받았다.

“그따위로 숨어 있으면 디지털 미체 할아버지가와도 다 들킨다 이놈들아! 마리아나 때처럼 칠면조 구이로 만들어줄까?!”

AP-16의 묵직한 어깨 장갑판에 얻어맞은 시노비는 상반신이 분리된 채 멀리 날아가 버렸다. 로날드는 남아있는 하반신을 기관포로 후려쳐 날린 뒤, 바닥에 드러누운 상반신을 기관포로 쏴서 짓이겨버렸다.

다른 정찰대원들도 시노비 부대의 예상 기습로를 먼저 읽고, 그들이 돌격해오기도 전에 나이프로 조종석을   내거나. 가연성의 동력 용액이 가득한 엔진 부위, 또는 조종석이 있는 흉부 안쪽을 소이탄으로 폭발시켰다.

“이것 참 쉽게 쓰러트리는 건 좋은데 뭔가 이상하단 말이야.”

로날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공장 굴뚝에 매달린 시노비를 기관포로 쏴서 새처럼 떨어트렸다. 그리고 그의  뒤에서는 다른 정찰팀원의 AP-16이, 거대한 말뚝이 붙은 방패로 짧은 칼을 들고 달려들던 시노비의 흉부를 꿰뚫었다.

말뚝에 관통당한 시노비는 마치 시체처럼 팔다리를 움찔거리며, 흉부에서 갈색 액체를 쏟아냈다. 쇠말뚝은 피라도 묻은 것처럼 지저분하게 바뀌어 있었다.

“뭐가 이상하다는 겁니까? 애초에 저 녀석들 기습만 아니라면 워커 B타입보다 성능이 저조한  같습니다만?”

로날드가 머리를 긁적이며 찝찝한 표정을 짓자, 파일 벙커로 적기를 한대 박살 낸 정찰팀원이 교신을 보내왔다. 이에 로날드는 크게 화를 내면서 소리를 질렀다.

“멍청한 놈! 시리즈 H의 성능만으로 전투가 끝나는 게 아니라고  번이나 말했어? 그렇게 치면 회장님은 벌써 몇백 번은 넘게 죽었다 이놈아!”

“그러면 이 상황은 대체 뭡니까? 아무리 혼닛츠가 인간 복제나 의체 기술의 일인자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사람을 마구잡이로 내다 버릴 것 같진 않습니다만.”

부하의 교신에, 로날드는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휘둥그레 뜨며 곧바로 바닥에 드러누운 시노비 한 대를 골라 장갑판을 뜯어냈다.

“가만!”

장갑판 안은 조종석이라고 부르기도 힘들 정도로 좁아터진 빈 공간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공간 안에는 대머리에 비쩍 마른 인간이, 애초부터 팔 다리가 없는 상태로 시노비의 신경선 케이블에 연결되어 있었다.

“속았어. 여긴 미끼….”

로날드가 말을 마치자마자, 그들의 머리 위로 시커먼 먹구름이 뒤덮이며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폭음이 무수히 터져 나왔다.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진홍색 폭발이 일어나며, 아직 제법 많은 수가 남아 있던 시노비 무리와 AP-16소대가 불꽃과 후폭풍에 휩쓸려 버렸다.

대규모의 폭격이 휩쓸고 지나간 츠키치 클론 생산시설. 로날드의 소대는 팔다리가 뜯겨 나가거나,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파손된 채 생산시설의 쓰레기더미와 한데 뒤섞여버렸다.
시노비 역시 남은 기체가  대도 없이, 폭격에 엉망진창이 된 건물 잔해 사이사이에 널브러진 상태다.

“생존자가 있다면 응답해라! 응답해라! 이런 젠장! 또 나만?”

로날드의 기체 역시, 고간부를 제외하면 그냥 고철쪼가리로 보일 만큼 처참하게 박살 나 있었다. 고간부 역시 크게 찌그러지고 조종석 해치가 구겨져 있어, 자동 개패 장치도 제대로 작동할지 알  없는 상태다.

그 상황에서 두 어 발의 총성이 조종석 안에서 터져 나왔다. 총성이 터질 때마다 조종석에서는 불꽃이 튀었고, 결국 세 발째의 총성이 나오는 것과 동시에 조종석 해치에 구멍이 뚫렸다.

뒤이어 로날드의 기합소리와 함께 조종석 문이 뜯겨져 날아갔고, 로날드의 팔과 다리가 먼저 밖으로 나왔다.

“이런 빌어먹을! 몸이 크다는 게 이런 데에선 정말 불편하군.”

하지만 워낙 몸이 큰 탓에, 찌그러진 조종석에 몸이 껴 버려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몇 발의 로켓탄과 포탄이 자신을 향해 날아 들어왔고, 로날드는 눈을 휘둥그레  채 황급히 몸을 밖으로  조종석을 벗어나 바닥을 한참 동안 굴러다녔다.

“이런 씨발!  까졌잖아!”

그리고 로날드가 한탄하면서 담배에 불을 붙이려는 그때. 포탄과 로켓탄이 정확히 로날드가 탑승한 AP-16에 직격했고, 그의 기체는 폭발에 휩쓸려 고철쪼가리가 되어 버렸다.

로날드는 다행히 길게 몸을 굴린 덕분에, 사방으로 날아가는 기체와 로켓탄의 파편을 얻어맞지 않고 무사히 건물 잔해 틈에 몸을 숨길  있었다.

다만 잔해 조각 몇 개가 그의  근처와 이마 등을 스쳤고, 팔과 다리는 억지로 구겨 탄 조종석에서 급히 내린 탓에 살갗이 죄다 벗겨졌다. 게다가 벗겨진 살갗에는 재와 흙먼지가 덮여 있어, 더 고통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로날드는 아픈 기색 한 번 드러내지 않았다.

“어떻게 잘 살아남긴 했지만 이대로 가는 건 친구들에 대한 의리가 아니지.”

로날드는 포탄과 기관총탄. 로켓런처와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와중에도, 아직 조종석이 남아있는 AP-16들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리고 조종석이 멀쩡한 몇 대의 기체를 뒤져, 그 안에 들어있는 블랙박스 서너 개를 챙겨 달아났다. 그의  뒤에는 마치 옛날이야기나 괴수 영화에나 나올법한 고층빌딩 크기의 거인이 천천히 쫓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거인의 몸 곳곳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오며, 로날드의 등 뒤로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폭발이 끊이지 않았다. 시커먼 밤하늘에 붉은 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로켓탄과 고폭탄은, 바닥에 닿을 때마다 크고 화려한 주황색 꽃을 피웠다.

“그것 참  뿌리듯 뿌려대는군, 하긴 본사 건물 자체를 요새로 만들 정도니 저렇게 쏟아부어도 끝이 안 보이겠지.”

로날드는 시리즈 H의 총성과 폭발음에 대비해 미리 귀마개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개골을 붙잡고 직접 흔들어대는 것 같은 굉음에 인상을 확 구겼다. 그 와중에도 로날드는 폭발에 집어 삼켜져 잔해 한 조각도 남기지 않는 동료들의 AP-16을 힐끗 쳐다봤다.

“미안하다 친구들. 너희들이 한계라고. 그러니까 억울하더라도 꿈에는 나오지 말라고.”

그렇게 말한 뒤, 로날드는 그나마 조종석이 남은 기체 잔해에 몰래 접근했다.

그 다음 조종석 내부에 남은 블랙박스를 전부  챙긴 다음. 로날드는 그것을 짊어지고, 철골과 유리 파편이 마치 믹서 칼날처럼 돋아나 있는 건물 잔해 안으로 들어갔다.

날카롭게 끊어진 철골. 뾰족하게 깨진 유리 조각이 그의 피부를 사정없이 찢어발기고, 피를 듬뿍 머금은 채 붉게 번득였다.

로날드는 습관적으로 시가를 꺼내 불을 붙이려 했지만, 연기  모금으로도 자신의 위치가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가자 그냥 담배를 씹어 먹을 뿐이었다.

“역시 돈 많은 녀석들 생각은 다 거기서 거기 같다니까 것 참. 어떻게 본사 건물 자체를 저딴 식으로 만들 수 있지?!”

로날드는 마치 산이 걸어 다니는 것 같은 거대한 시리즈 H의 모습에, 코웃음 치며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괴물 같은 요새를 우습게 보는 것 치고는 여기저기 많이 다친 상태였다. 특히 좁아터진 조종석에서 간신히 빠져나가다가 다친 부분이 가장 컸다.

그는 건물 잔해 틈새에 깊숙이 박힌 다음, 벨트 버클의 버튼을 조작해 자신이 들어왔던 입구를 홀로그램으로 막아버렸다.

개선형 디지털 위장 중 하나인 렙타일-3로 카메라와 레이더에 주변 풍경을 비춰 보여주는 것은 물론, 열 감지 기능마저 차단해주는 부가 기능이 추가된 사설 경찰용 보조 장비였다.

“이걸 쓰더라도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군.”

로날드는 잔뜩 부풀어 오른 허벅지 주머니를뒤져, 손바닥 크기의 쥐 모양 기계를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잔해  밖으로 보낸 다음 허공에 모니터를 띄웠다. 모니터에는 거대한 고층 빌딩 하나가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띄워져 있었다.

다만 그것은 자세히 보면 건물이라고 부를 수 없는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건물 윗부분에는 큼직한 레이더와 다양한 탐지장비가 붙어 있는 머리가 있고, 외벽에는 마치 핀헤드처럼 빼곡하게 솟아나 있는 대공포의 포신과, 다련장 미사일 포트.

대구경포와 기관포. 서치라이트 등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었다. 게다가 건물 바닥에는 크고 널찍한 무한궤도와 제트 엔진이 붙어있어, 70미터가 넘는 크고 무거운 덩어리가 느릿느릿하게나마 앞으로 움직이는 중이다.

심지어 외벽 양옆에 붙어있는 공사용 중장비 같은 한 쌍의 팔로, 주변 건물들을 마구 헤집으며 길을 만들면서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이건 이미 건물이 아니라 건물처럼 보이는 거대한 시리즈 H나 다름없었다.

“미친놈. 자기 본사 건물 자체를 이런 이동요새로 만들다니. 우리 회장도 또라이지만, 저 새끼도 완전 쌍벽을 이루는 정신병자잖아. 옛날 혼닛츠 놈들이 핵을  맞기 전에 지랄하던 그 뭐더라…. 넷 우익인가 하는 놈들이 생각나는군 그래.”

 정신병자가 안에 있을 건물 모양의 시리즈 H는, 워커-B타입 크기와 맞먹는 카메라 타워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분명 느린 속도는 아니지만, 지나치게 거대한 크기 때문에 굼뜨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 로날드는 그 모습에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모니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래. 이대로 가라고 이대로 가. 나 혼자 죽는 건 상관없지만, 내 등에는 네 명의 동료도 같이 업혀있다고. 그러니까 곱게 물러나란 말이다 이 공룡 같은 놈아.”

그렇게 한참 동안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중. 드디어 건물 모양의 시리즈 H가 멀어져가고, 모니터 오른쪽 구석에 녹색으로 ‘사거리 밖. 안전지대-이동 가능’이라는 마크가 떠올랐다.

“뭔 놈의 무기들이 사거리가 다 길어! 분명 멕시코 조약 내용으로는 본사 건물에는 방어용 무기만 가져다 놓는 게 정상인데 이런 공격요새라니?!”

로날드가 투덜거리면서도 천천히 일어나, 아직 위험이 전부 다 가시지 않은 전장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러나그 때….

“들리나 로날드? 로날드? 나는 회장이다. 정찰팀 중에 살아남은 놈들은 없는 거냐?”

혼닛츠 본사를 정찰하고 돌아오던 회장의 통신이 들어왔다. 로날드는 순간 머리 위의 피가  빠져나가는  같은 한기를 느꼈다.

“이런 젠장! 통신 회선을 끊어놓지 않았어!”

로날드는 황급히 통신을 끊어버리려 했으나, 그 때 모니터에서 붉은색 경고 알람 메시지가 떠오르며 혼닛츠 본사 건물이 멈춰 서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뒤이어 혼닛츠 본사 건물의 윗부분이 뒤로꺾이면서 바닥에 내려앉았다. 겉보기에는 기형적인 몸집의 거인이 절반으로 갈라져 누워있는 형상이지만, 워낙 거대한 건물인지라 그래도 모니터 전체를 덮을 정도로 크게 보였다.

잠시 후. 모니터에서 높이 치솟은 검은 그림자에서, 십 수 발의 미사일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 그대로 로날드에게 전달되었다. 잠시 후. 로날드가 숨어 있던 곳은 미사일이 터지면서 피어오른 불꽃에 집어 삼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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