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화 〉file-03 kill jap kill jap kill more jap 2 (12/66)



〈 12화 〉file-03 kill jap kill jap kill more jap 2

“아 그렇군요. 대체 장기 배양 팩이 훼이첸 거리 전체에 흩뿌려지고, 실직자들이 그 장기 배양 팩으로 쓰던 여자애들을 많이 꼬불쳐서 보통 난리가 아니었지. 다들 잊어버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세 사람은 분명 그 일을 아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첫 번째 반란 때. 혼닛츠 사에서 열악한 급여와 작업 환경. 악질적인 근무 조건 등에 반발한 노동자들이, 도조 회장의 딸을 몰래 납치해서 장기 이식용 클론 생산라인에 처넣었다.

그리고 이식 장기 배양용 클론들을 전부 도조 회장 딸과 똑같이 만들어, 진짜 회장 딸과 구분하지 못하게 만든 적이 있었다. 이건 혼닛츠 그룹 내부에서 끝나버려,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전혀 나아지지 않아, 살아남은 노동자 절반이 시리즈 H를 탈취 혹은 노획 후. 본사와 각 지점의 공장을 부수고  안에서 생산중인 대체 장기 배양 팩을 훼이첸 주 전역에 풀어버린 대사건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사건이 벌어진 뒤, 노동자들을 전원 살처분한 이후. 혼닛츠 사는 회장 본인을 제외하고 ‘순수한 인간’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물론 사우스 스네이크 사의 조사에 의하면 그게 단순히 ‘소문’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게 큰 문제였을 뿐이다.

“그래 그때. 우리 쪽 사설 경찰들도 노동자들을 진압하는  투입 시켰지. 그래서 노조는 다 박살 내고 배양 팩은 약탈자들한테 겁탈당해 죽거나 이미 장기가 다 뽑혀 나간 거 빼면, 거의 다 혼닛츠 사에 제대로 돌려줬으니까.”

잭슨이 모니터를 띄워 과거 자료들을 뒤적이던 중. 한 화면에 손가락을 갖다 대면서 유심히 살펴봤다. 사라는 혀를 차며 마치 바닥에 가래침이라도 뱉는 태도로 한마디 던졌다.

“그다음. 혼닛츠 그 수전노 새끼들 입  씻고 우리 측 손실과 지출에는 한 푼도 보상이 없었으니까 더더욱 잘 기억나겠죠.”

하지만 잭슨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특히 로날드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고. 잭슨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쉰 다음, 장기 배양  살포사건의 자료만 뒤지고 있었다.

그때 잭슨이 뭔가 발견했다는  눈을깜박이며 모니터 한 구석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아니 가만 잠깐. 저 아이 분명어디서 본 것 같은데?! 설마 혼닛츠 사의 그 장기 배양 팩 중 하나 인가?”

잭슨이 모니터에서 한 소녀의 사진을 찾아내, 지금 이곳에 있는 상처투성이 여자아이와 서로 비교해보기 시작했다.

사진과 실물이 일치하는 걸 다시 확인한 잭슨은 한숨을 내 쉬었고, 사라는 잭슨의 표정을 보며 어딘가 불편한 것 같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로날드는 씩 웃으면서 소녀의 등을 떠미는 것처럼 손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감촉도 느끼지 못하는지, 홀로그램으로 비춰지는 로날드의 손은 그대로 소녀의 배를 뚫고 나왔다.

소녀는 자신의 몸 밖으로 나온 손의 모습에 겁을 집어먹고, 딱딱하게 굳은 채 몇 발자국 앞으로 걸어갔다.

“정답. 그러니까 사라는  아이의 몸 구석구석 빠지는 곳 없이 샅샅이 검사해보라고. 분명 일반인들과 어딘가 다른 구석이 있을 게 분명하니까.”

로날드가 ‘내 할 일은 다 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마치고 홀로그램을 꺼 버리자, 회의실에는 잭슨과 사라. 그리고 소녀만 남았다. 잭슨은 아쉬워하는 기색을 드러내면서도, 다시 한  소녀를 보며 한마디 던졌다.

“과연 그렇군. 회장님도 슬슬 예비용 소체가 필요할 때가 되었으니까. 그때의 비밀 통화는 그것 때문이라는 건가?”

그러자 사라는 처음으로 얼굴에 활기를 띠면서 소녀를 쳐다봤다. 그때 사라의 시선은 마치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를 보는  같은 백정처럼 보였다. 그리고 소녀 역시 사라와 눈이 마주치자 겁에 질려 조금씩 뒷걸음질 치며 벽에 등을 바짝 붙였다.

“그래. 입만 열면 항상 얘기하잖아. 기계는 이제 질렸다고. 피와 살이 움직이는 소체를 갖고 싶다고 했으니  된  아닐까?”

그러자 잭슨은 한숨을 내 쉬면서, 영상 전송 종료 버튼을 띄웠다. 그와 동시에 소녀는 놀라면서 잭슨 쪽을 빤히 쳐다봤고, 사라는 소녀를 노려보며 입맛을 다셨다.

잭슨은 또 어깨를 늘어트리며 종료 버튼을 눌렀고, 잭슨은 그대로 문을 통하지 않고 곧장 회의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사라는 모두 다 회의실 밖으로 나가자, 냉기 서린 미소를 지으며 소녀 쪽으로 걸어갔다.

“자 그러면 전부 다 나갔겠다. 우리 귀여운 아기 고양이.  언니가 보살펴줄 테니까 겁먹지 말라고. 우선 어디 아픈 곳이 없는지 살펴볼 테니까 거기 가만히 있으라고.”

사라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회의실 문이 열리며 허수아비 같은 기계 인형 네 대가 들어왔다.

그것들은 마치 사람의 몸에서 살과 내장을 전부  발라내고, 은을 입혀 도금한 것 같은 모양에 두개골에는 여러 개의 렌즈가 뭉쳐진 한 쌍의 눈만 보였다.

게다가 새의 날개 뼈 같은 가느다란 다관절의 팔이 어깨에 두 쌍씩 더 붙어있어, 마치 인간이라기보다 곤충 같은 느낌마저 주는 기괴한 모습이었다. 원격조작이 가능한 의료용 휴머로이드 MAD-07 통칭 ‘이시이 시로’ 였다.

사라는 손가락을 거미 다리처럼 이리저리 복잡하게 움직이면서,의료용 휴머로이드를 조작해 소녀의 팔과 다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어깨에 들러붙은 가느다란 팔이 흉부에서 작은 주사기 하나를 꺼내, 소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목덜미에 꽂고 피스톤을 꾹 눌렀다.

“걱정은 말라고. 해체한다거나 어딜 째거나 하지 않을 거니까.”

소녀의 몸 안에 약이 퍼지면서, 눈이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다. 그때 사라는 일부러 그녀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어디까지나 지금은 말이야 지금은.”

사라가 그렇게 한마디 하자, 소녀는 갑자기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사라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손을 뻗기도 전에 눈을 감아버리게 되었고, 사라는 씩 웃으며 영상 전송을 종료해 회의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한편. 같은 시각. 회의를 마친 로날드는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는 두 명의 여성을 쳐다봤다. 그리고 입술을 언덕 모양으로 일그러트리며, 한 여자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아무 표정 변화 없이, 세탁기에 넣을 옷가지처럼 그녀를 밖으로  던졌다. 뒤이어 다른 한 명의 발목을 잡고 방금 던진 여성과 겹쳐지도록 던졌다.

하지만 두 여성은 비명소리 한 번 지르지 않고, 조용히 일어났다. 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진 옷을 기계적으로 주워 입은 뒤, 문 앞에 서서 잘 훈련된 태도로 로날드에게 인사했다.

“오늘도 저희 서비스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서비스로 다시 찾아뵐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두 사람의 인사는 마치 지하철이나 버스 등의 안내방송처럼 억양 변화도 거의 없고 미리 준비한 대본을  번이고 반복적으로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이에 로날드는 얼굴을 확 구기면서 담배를 거칠게 비벼 껐다.

“아 시끄럽게 하지 말고 적당히 꺼져!”

로날드는 큰 소리로 웃어대며 그녀의 발밑을 향해 재떨이를 힘껏 던졌다. 아직 담배꽁초와 재를 치우지도 않은 재떨이는 두 사람의 바로 발밑에 떨어졌다.

불이 꺼지지 않은 꽁초와 불똥이 그 여성들의 발에도 튀었다. 하지만 두 여성은 아무런표정변화도 없이 인사말을 마무리 지었다.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1&2 마스터베이션 서비스를 다시 이용해주세요.”

두 여성은 곧바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로날드는 푹 삶은 가지처럼 늘어진 다리 사이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역시 매춘업소의 고무 인형 갖고는 서지 않잖아!  발도 못 쌌다고!”

방금  로날드가 쫓아 보낸 여성은, 출장 매춘 여성 1명을 살 돈으로 2명을  수 있다는 캐치프라이즈를 걸고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인 인조 매춘업소였다.

상류층이 쓰다 버리는 1회성 자위용 안드로이드를 폐기처분 비용을 받고 회수하는 걸로 물량을 공급하고, 몇 번 쓰다가 파손되면 그대로 황무지에 버리기 때문에 거의 손실 없는 장사가 된 것이다.

최상류층을 제외하면 어느 계층에서라도 제법 인기 있는 여성형 모델들이었지만, 로날드는 그걸로 전혀 만족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진짜 여자가 아니면 영 기분이 안 난단 말이야. 이거 어쩔  없이 다음에 회장한테 한 번 더 부탁해야겠어. 물론 회장도 ‘완전한진짜’ 여자는 아니지만 말이야 헛 참.”

그는 바닥에 대충 던져놓은 위장복을 주워 입은 다음. 오른손 중지를 튕겨서 모니터를 띄웠다. 모니터는 바둑판처럼 빼곡하게 여러 사람의 얼굴이 떠올라 있었다.

그들의 옷에는 목덜미나 어깨. 왼쪽 가슴 등에, 사우스 스네이크 사의 로고인 전갈을 입에 문 뱀 머리 마크가 붙어 있었다.

“전부 기상! 술 마시고 뻗은 놈들은 토해내서라도 일어나라고!”

 중 절반은 졸린 눈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아직 팔팔하게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졸린 쪽이나 기운이 넘치는  전부 다들 한바탕 즐기고 왔다는 표정이었다. 로날드는 자신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정찰팀 인원들에게 가볍게 경례했다.

“그동안 푹 쉬었나 정찰반 친구들?”

“소식은 들었겠지? 구역을 순찰하던 전우들이 전부 몰살당했다.”

순간 정찰반 인원들의 표정에 먹구름 같은 어둠이 가라앉았다. 로날드 역시 담배 연기로 표정을 가리고 있지만, 그의 얼굴 역시 그늘진 것처럼 보였다. 정확히는 생존자가 몇 명 있었지만, 회장의 명령에 의해 자폭 당했다.

하지만 로날드는 일부러 그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좋아. 그러면 모두에게 유서 써 놓고 자기 몸뚱아리 일부. 머리카락이나 손톱 조각이라도 유서에 끼워 넣어서 각자 집에 보내라고  둬. 아무리 보험처리를 잘 해주는 회사라고 해도, 계약에 충실할 때에나 가능한 거라고.”

로날드는 왼손 검지손톱을 눌렀다. 그러자 방구석에 있는 냉장고 문이 열렸다. 냉장고 안에는 하얀 크림 같은 액체가 들어있는 시험관이 가득 쌓여 있었다. 로날드는 그 중 두 개를 꺼내 작은 아이스박스 팩에 넣었다.

“자 그러면 나도 이걸 회장에게 보내야겠지. 우리네들이야 다들 언제 끝장날지 모르니까. 뒤는 잘 부탁한다고. 회장 나으리.”

로날드는 아이스박스가 든 상자를 문 앞에 놔둔  밖으로 나섰다. 밖에는 주저앉은 채 마치 발기한 것처럼 고간부의 장갑판이 열려 있는 AP-16 여러 대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로날드는  중에서 오른쪽 어깨를 빨갛게 칠한 기체의 고간부에 올라탔다. 로날드가 한 사람 간신히 꽉 껴서 앉을 정도의 좌석에 앉자, AP-16의 고간 장갑판이 닫히며 머리에 달린 카메라 렌즈에 불이 들어왔다.

“자 그러면 가장 의심스러운 곳부터 가 볼까. 혼닛츠 놈들의 소굴로 바로 직행한다. 기업 연합 법은 저쪽이 먼저 어겼으니까, 우리는 아무 문제없다 이상!”

로날드가 탑승한 AP-16이 본체를 일으키자,  주변에서 롤러와 호버링 소음이 울려 퍼지며 여러 대의 AP-16이 로날드의빨간 어깨 기체 주변에 몰려들었다.

그들의 기체 역시 하나같이 오른쪽 어깨가 붉게 도장되어 있어, 마치 상징적인 계급장을 붙인 특수부대처럼 보였다. 특히 로날드의 기체는 피보다 진한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어, 지휘관이라는 게 더욱 돋보일 정도였다.

로날드의 기체가 앞장서서 질주하자, 붉은 어깨의 AP-16부대가 마치 피가 흐르는 것 같은 잔상을 남기며 그 뒤를 따라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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