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타지아◀ 제2부 No.7 (25/28)

                       ▶환타지아◀ 제2부 No.7 

        2-11. [[  데이트 신청  ]]

    

    << 영화배우 초희씨를 납치한 범인이 보낸 인터넷 메일이 일본에서 보낸 것

    으로 밝혀져, 경찰은 일본 경시청에 수사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

    데 일본으로 수사진을 급파했다는 소식입니다. 이 시간 현재 수사의 큰 진

    척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가운데 영화배우 초희씨를 목격했다는 시민들의 

    제보전화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화는 신빙성이 장난전화

    로 밝혀져 수사에 큰 혼란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간절히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 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납치범의 두 번째 요구를 담은 전자메일이 도

    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경찰은 사실의 확인을 거부하고 있습니

    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에 따르면 범인은 요구사항을 빠른 시간 내에 들

    어줄 것을 강도 높게 요구했다고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 급파된 수

    사진과 일본 경시청의 수사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계

    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영신은 한 여자의 납치소식으로 나라 전체가 들썩이는 사실이 신기했다. 하

    긴 한남자의 바람기로 큰 몸살을 앓고 있는 나라도 있기는 했다. 물론 그 

    남자의 직업이 대통령이라는 것이 문제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만약 내가 납치되어도 저렇게 난리법석일까? 아니 남편은 자신을 찾기 위

    해 저렇게 힘들여 뛰어다니기는 할까? 

    

    그럴까?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영신은 뭐라 곧바로 단정지을 수가 없었다. 

    그 남자와의 섹스 때문이었을까? 오래 전에 포기했던 남편이었지만, 그 사

    건이 있은 후로는 남편의 그림자조차도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영신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것은 그 남자의 모습이었

    다.

    

    -싫어, 내가 왜 이러지....?

    

    일부러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를 써봐도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영

    신이었다. 

    

    -실수였어. 남편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랬던 거야...

    -정말 실수였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직도 그를 생각하고 있잖아.

    

    그녀의 내부에서 두 명의 영신이 싸우고 있었다.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어. 다시는 그러고 싶지 않아...

    -아직도 그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잖아..

    -아니야. 결코 그렇지 않아..

    -그 말은 너조차 믿지 않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잖아. 좀 솔직해 질 수

    는 없는 거니?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영신의 내부분열을 멈추게 한 것은 전화벨 소리였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지금 통화할 수 있어요?"

    

    그였다. 자신을 큰 혼란에 빠트린 그 남자. 예기치 않게 자신의 빈 공간으

    로 비집고 들어와서는 어느새 커다랗게 자신의 영토를 만들어놓은 그 사람. 

    그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혼란에 빠져있는 것을 아는지.

    

    ".....네..."

    

    영신은 간신히 대답을 했다. 자신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은 그의 목소

    리 때문일까?

    

    "보고싶어서 전화했어요..."

    "...아 네...."

    "전화 받기 불편해요?"

    "아니요 그건..."

    "목소리가 이상해서요, 아니면 됐구요.."

    "...."

    "무슨 일 있어요? 계속 말이 없는 게..."

    "....아니요..."

    "제 전화가 불편한가요? 그럼 끊구요..."

    "아니에요, 끊지마요."

    

    자신의 귀에도 터무니없이 큰 목소리였고, 강경한 말투였다. 영신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간 말이 쑥스러워 얼굴이 화끈했다.

    

    -거봐. 넌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던 거라고...

    

    "어디 불편한가봐요, 계속 목소리가 안 좋은데..."

    "딴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래요. 머리가 조금 아플 뿐이에요. 괜찮아요.."

    "그럼 다행이군요.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요."

    "뭔데요?"

    "여자니까 여자의 마음을 잘 알 것 같아서요...조언 좀 구하려고요.."

    ".....애인하고... 싸웠나보죠?"

    

    영신은 그에게서 여자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말투가 날

    카로워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지금 질투를 하는 걸까?

    

    "아직 애인은 아니고... 제가 조금 있다가 하얀호수라는 여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려고 하는데, 그 여자가 제 데이트 신청을 받아줄지 그게 궁금해

    서 그래요. 어떤 식으로 말을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고. 지난번에 만났을 때 

    제가 큰 실수를 한 것 같거든요. 그래서 한동안 망설이고 생각을 해봤는데 

    결론이 나지 않아서 이렇게 조언을 구하는 겁니다. 전 그 여자가 굉장히 좋

    은데..받아줄까요?"

    

    -이 남자....지금 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 있는 거야?

    

    영신은 꽂꽂하게 서있던 신경이 느슨해지며 웃음이 나오는 것을 겨우 참았

    다. 

    

    "무슨 실수를 하셨는데요?"

    "스타킹을 못쓰게 만들었어요. 팬티도 그렇게 된 것 같은데....그걸 사주고 

    싶은데 사이즈를 몰라요. 아무거나 살 수도 없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이 남자. 사람을 감동시키는 재주를 타고난 사람인 것 같아.

    

    "만나서 같이 사러 가면 되잖아요.."

    "그 여자가 만나줄까요?"

    "제 생각엔 아주 기뻐할 것 같은데요.."

    "전 지금 당장 만나고 싶거든요. 전화를 해볼까요?"

    "용기를 갖고 해보세요.."

    "고마워요. 다음에 보답할께요. 안녕."

    "네. 안녕.."

    

    영신은 전화를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전화기를 보며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서...

    

    다섯을 채 세기도 전에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김영신씨 부탁합니다."

    "제가 김영신인데요.."

    "영신씨, 지금 만나고 싶은데 나와주시겠습니까?"

    "어디로요?"

    "제가 아파트 앞으로 가죠. 그래도 되죠?"

    "언제까지 올 수 있는데요?"

    "음...십오분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제가 왜 나가야 하죠?"

    "제가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신도 절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딱 3분을 기다리지요. 그 이상은 안돼요."

    "그럼 십오분 뒤에 뵙지요."

    "그때 봬요. 그럼."

    

    갑자기 영신은 바빠졌다. 몸보다 마음이 앞서며 옷장 문을 열고 이것저것 

    꺼내어 몸에 대고 거울을 비춰보기 시작했다.

    

    십오분 뒤. 영신은 잘못된 곳이 없는가 다시 한번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고

    는 급한 걸음으로 아파트를 나섰다. 아파트 정문까지 뛰듯이 걸어가는 영신

    의 가슴은 다시 흥분으로 뛰고 있었다.

    

    "여깁니다.."

    

    남자의 말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예의 그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가 그곳에 

    서있었다.  

    

       2-12.  [[  두사람의 두려움  ]]

    

    <<사건 당일 현장에 촬영을 하던 것으로 알려진 P. D나 카메라맨은 W-NET에

    는 근무하지 않는 유령인물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이들의 신원을 

    파악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일 현장에 있었던 외국인

    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외국인과 같이 있었던 여자의 신원은 밝혀졌

    습니다. 모여대 대학원생이라고 밝혀진 그 여성은 그와 자신은 이태원에서 

    만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으며, 그날 약속이 있다며 그 여성과 함께 사건

    장소로 같이 가줄 것을 요구했으며, 사건 이튿날 호텔로 가보니 이미 사라

    지고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스트라이드란 외국인이 

    이미 국내를 벗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그의 신원과 국적을 파악하기 위해 

    인터폴의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세한 소식은 경찰청에 나가

    있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며 T. V를 보고 있던 그들은 점점 확대되고 

    있는 듯한 뉴스를 보며 가슴 한구석으로  불안이 스미는 것을 감출 수 없었

    다. 

    

    "사건이 너무 커지는 것이 아닐까?...."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미동도 하지 않는 초희를 보며 승환이 말을 걸었

    다.

    

    "응?...뭐라고요?..."

    "사건이 너무 커지는 것이 아니냐고? 불안해지는데..."

    "............."

    

    초희는 말이 없었다.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파장이 너무나 크

    게 번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무사히 돌아갈 수는 있는 걸까?

    

    "무슨 생각하고 있어?..."

    

    여전히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말이 없는 초희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

    던 승환이 재차 물었다.

    

    "............"

    "당신....괜찮아?"

    "헉...."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는 있지만 무척이나 불안했던지 초희는 승환이 팔을 

    만지자 소스라치게 놀라 자신도 모르게 신음 비슷한 바람소리를 냈다.

    

    "어...깜짝이야...."

    

    초희의 반응에 승환 역시 무척이나 놀랐다. 불안감은 이미 두사람을 옭아매

    고 있었다.

    

    "어머....미안해요...."

    "당신...괜찮겠어?..."

    

    눈에 띄게 불안해하는 초희의 모습을 보고있는 승환의 눈길이 조금은 슬퍼 

    보였다.

    

    "내가 왜 이러지? 나도 모르게....."

    "일찍 좀 쉬지 그래?..."

    "승환씨......."

    

    승환을 바라보는 초희의 눈길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래....."

    "나 무서워요....돌아갈 수 있을까요?.."

    

    떨고 있는 초희를 승환은 가볍게 안아 주었다. 그의 가슴속에서 파들파들 

    떨고 있는 초희에게서, 무대가 좁다며 온갖 매체를 주름잡던 당차 보이던 

    스타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잘 될 거야....그는 그만한 능력이 있으니까, 자신이 있으니까 장담을 했

    던 것일 거야. 사건이 크게 될 수도 있다고 미리 얘기했다며? 그 정도의 안

    목이 있으니까 충분히 돌아갈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두고 했을 거야. 믿고 

    기다리자고...."

    

    승환은 초희를 안고 있는 팔에 힘을 주었다.

    

    "나 더 꼭 안아 줘요..."

    

    승환은 온 힘을 팔로 모아서 그녀를 안으며 이마에 키스를 했다. 방금 전 

    자신이 했던 말을 자신조차 믿을 수가 없었다. 초희는 두 팔로 승환의 목을 

    감싸며 입술을 부딪혀 왔다. 그녀의 입에선 비릿한 눈물 맛이 났다. 초희는 

    승환의 품을 파고들며 그의 입술을 더 세게 빨았다. 승환은 초희의 기세에 

    조금은 놀라고 있었다. 초희의 손길이 더 분주해지며 승환의 옷을 벗기고 

    있었다. 

    

    "아....나 좀...더 꼭 안아 줘요..."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평소와는 달리 더 큰 강도의 성욕이 두 사람의 의식

    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둘은 기꺼이 그 성욕에 몸을 맡기고 있었

    다. 마치 섹스를 하면서 공포를, 두려움을 잊어보겠다는 듯이. 승환은 거칠

    게 초희의 옷을 벗겨 나갔다. 초희 역시 승환의 거칠음에 뒤지지 않았다. 

    속옷이 찢겨나갈 정도로 상대방의 옷을 벗기는 손에 의해 둘의 모습은 순식

    간에 알몸이 되었다. 

    

    "헉...허억..."

    "음...으......하아..."

    

    서로의 몸을 미칠 듯이 탐하는 그 둘의 몸은 이내 땀으로 뒤덮이기 시작했

    다. 비릿하면서 짭짜름한 서로의 땀을 핥는 둘의 입에선 짐승 같은 신음

    이 새어나왔다.

    

    "음..허억.....음..."

    "헙.....아아....헉..헉..."

    

    승환은 언젠가 읽었던 이차대전 당시 아우슈비츠의 독가스실에서 죽어가며 

    섹스를 했던 유태인들의 기사가 생각났다. 죽음의 공포를 이기기 위해서 그

    들이 섹스에 몰입하던 것처럼, 지금 그 둘이 섹스에 함몰하고 있었다. 아주 

    쉽게 젖어버린 초희의 비부를 승환은 거침없이 뚫고 들어갔다. 

    

    "헉....헉....하웃...."

    

    몸이 활처럼 휘어지며 승환의 몸을 감싸는 초희의 입에선 진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더...헉...더..더....아악..."

    

    초희의 몸부림이 거세질수록 승환의 마음은 어두워만 가고, 그것을 뿌리치

    기 위한 몸부림인 듯 승환의 몸짓이 점점더 거세지고 있었다.

    

                          ♣♣ 계속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