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타지아◀ 제2부 No.5
2-8. [[ 호숫가 - 다섯 개의 달 ]]
이십분 쯤 뒤.
둘은 호수에 도착했다. 수면 위에는 하얗게 달빛이 덮여 있었고 이따금 바
람에 살랑이는 물결을 따라 흔들리며 반짝였다. 초희는 호수를 보며 탄성을
질렀다.
"와아...너무 좋다. 환상적이야..."
승환은 겉옷을 벗어 바닥에 깔고는 넣어온 와인잔을 꺼내려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아야..."
주머니 속에 손을 넣던 승환은 작게 소리를 내며 화들짝 손을 뺐다.
"왜 그래요?"
"아까 넘어질 때 유리잔이 깨진 모양이야. 유리조각에 찔린 것 같은데.."
"어디 봐요.."
초희는 랜턴을 비추며 승환의 손을 잡고 살펴보기 시작했다. 불빛에 드러난
초희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
"조심하지 않고선...유리조각은 안 박힌 것 같은데...아파요?"
만난 지 얼마되지 않은 여자가 자신의 상처를 보며 얼굴을 찡그리는 것을
보고 승환은 묘한 성정을 느꼈다.
-이 여자...남들에게 보여주던 인상과는 너무 달라...
"괜찮아..."
핏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는 승환의 손을 보던 초희는 자신의 입으로 손가
락을 가져갔다. 그리고 처음 두어 번은 혹시 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조
각이 있을까 강하게 빨아 뱉어내고는 다시 입에 손가락을 물고 가볍게 빨
아주었다. 손가락에 그녀의 부드러운 혀가 느껴졌다. 피가 어느 정도 멈추
자 그제서야 초희는 물고 있던 손가락을 빼내었다.
"이젠 됐어요...안 아프죠?"
아플 리가 있나, 이렇게 사랑스럽게 피가 흐르는 자신의 상처를 입으로 빨
아주는 사람이 있는데. 승환은 자신을 올려보는 초희의 얼굴을 감싸안고 대
답 대신 키스를 해주었다. 사랑스러워 어쩌지 못하겠다는 듯이. 주머니 속
의 유리조각들을 깨끗이 털어 버리고 승환은 사파리를 바닥에 깔았다.
"이리 앉아..."
초희는 승환의 곁에 다소곳하게 앉았다.
"잔이 없으니 어쩌지? 그냥 입으로 마셔야겠네.."
"그럼 어때요? 그게 더 맛있을 것 같아요."
승환은 와인병을 기울여 입안 가득 와인을 물고는 초희의 입술 속으로 흘려
주었다.
"음...부드러워요, 당신의 입술처럼.."
"고마워.."
"잔은 돌려야 맛이라지요?"
초희는 승환의 손에 들려진 병을 빼앗더니 자신이 승환에게 받은 것처럼 자
신의 입으로 와인을 머금어 승환의 입 속으로 흘려주었다.
"으음...꿀맛인데..."
승환은 초희의 눈에 가득 고인 달빛을 보았다.
"잔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군.."
"뭐가요? 잔이 없으니까 더 로맨틱하게 마실 수 있잖아요.."
"그건 그렇지만....강릉 경포호에서는 다섯 개의 달이 뜬대. 하늘에 뜬 달,
술잔 속에 뜬 달, 호수 속에 뜬 달, 당신의 눈 속에 뜬 달, 그리고 내 마음
속에 뜬 달.."
"어쩜...시 같아..."
초희는 승환의 어깨에 턱을 고인 채 승환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잔이 없어서 아직 네 개의 달밖에 보지 못했잖아."
초희는 승환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래서...."
"그래서요?.."
"그래서 또하나의 달을 찾아 다섯 개의 달이 환하게 뜨는걸 보고 싶어."
"또하나의 달?...그건 어디 있는데요?"
"지금부터 찾아야지. 그러기 위해서는 초희,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데..."
"제가요? 어떻게요?"
"당신의 몸 속에서 떠오르는 달을 찾아내야지."
승환은 말을 마치자마자 초희를 안은 팔에 힘을 주어 바닥에 눕히고는 그녀
에게로 입술을 가져갔다.
"허-ㅂ..."
달을 찾아내기 위한 승환의 집요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얼음사탕 같은 초
희의 입술을 가볍게 물어보고는 아주 쉽게 열리는 입술 속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매끈한 치아 너머 수줍은 듯 뜨겁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그의 짝을
찾아서. 한번 교접이 시작되면 일주일간 뒤엉킨 몸을 풀지 않는다는 두 마
리의 뱀처럼 두사람의 혀는 뒤엉킨 채 혹시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끝없이 서
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더 단단한 매듭을 짖고 있었다.
"으음...음..."
초희의 입술 사이로 희열의 소리가 신음처럼 새어나오자 승환의 손이 아주
익숙하게 물뱀처럼 초희의 옷 속으로 파고들었다. 자신의 가슴을 노리며 파
고드는 물뱀의, 차가운 그러나 싫지 않은 몸짓에 초희는 뱀의 유혹을 거절
하지 못한 이브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당신의 입술 속에는 달이 없군...."
초희의 귓볼에 나직하게 속삭이며 토해내는 승환의 뜨거운 숨결은 초희에게
암뱀의 몸짓을 하게 했다. 초희는 승환의 목에 두 팔을 두르고 힘주어 안았
다. 그러나 매끄러운 피부의 물뱀은 그런 그녀의 팔을 가벼운 몸짓으로 빠
져나가 아래로 향했다.
"아아....음...."
그의 두손에 의해 목까지 걷어올려진 셔츠 아래로 두 개의 둥그런 달덩이가
둥실 솟아올랐다.
"여기 비슷하게 생긴게 두 개나 있는데....어느 것이 맞을까 모르겠어.."
물뱀이 또아리를 틀고 앉아있는 달덩이의 맞은 편에 있는 또하나의 달덩이
로, 모든 것을 태울 듯한 뜨거운 숨결을 뿜어대며 불뱀의 혀가 날름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초희는 자신의 가슴에 있는 물뱀과 불뱀이 동시에 뿜어대
는 차가움과 뜨거움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아...음....아아..."
불뱀의 뜨거운 숨결이 초희 가슴 양쪽을 번갈아 가며 태우고 있었다. 그리
고 그 뜨거움에 물뱀도 체온을 잃은 듯 점차 따뜻해지며 자신의 두가슴을
유린하고 있었다. 물뱀이 자신의 젖가슴을 휘감고는 강하게 옥죄이자 자신
의 몸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솟아올랐다. 연신 먹이를 찾는 듯 분주하
던 불뱀이 드디어 잃어버린 여의주를 되찾은 듯 울부짖으며 힘껏 깨물자 목
안쪽에서 다급한 신음이 터져나오며 초희의 몸이 둥실 떠올랐다.
"헉...허억...아...음..."
"여기에도 달은 없는 것 같아.."
초희는 가슴 언저리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끈적한 타액을 몸에 묻히며 아
래로 더듬어내려 가는 것을 느끼며 진저리를 쳤다.
-좀더...좀더 빨리....
승환은 초희의 배꼽 어림에서 잠시 머물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우묵하게 들
어간 배꼽노리가 초승달처럼 빛나고 있었다. 다시 천천히 하강을 하던 승환
은 초희의 바지를 이빨로 천천히 풀어냈다. 벨트를 하지 않은 청바지의 단
추를 풀고 지퍼고리를 이빨로 단단히 물고서는 천천히 아래로 끌어내렸다.
"앗...아아..."
승환의 입김이 아랫배에 느껴지자 초희는 기대감에 몸이 떨렸다. 초희는 승
환이 힘들지 않게 살짝 히프를 들어주었다. 그때까지 가슴에 머무르고 있던
승환의 두손은 초희의 신호에 재빨리 응답을 해왔다. 가볍게 벗겨진 청바지
가 풀밭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온몸이 싸늘한 밤공기에 노출되었지만 초희는 추운 줄을 몰랐다. 이미 그녀
의 몸 안쪽에서 더 뜨거운 열기가 솟아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승환은
미끈하게 뻗어있는 초희의 두다리를 감상하다가 아직 팬티에 쌓여있는 불두
덩을 덥석 한입 베어 물었다.
"헉...허억...ㅇ.."
그리고는 초희의 팬티자락을 물고 아래로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팬티를 입
으로 물어 벗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초희가 계속 히프를 들어주었지
만 쉽게 벗겨지지가 않았다. 그래도 승환은 끈질기게 좌우를 번갈아 물면서
조금씩 끌어내리고 있었다. 초희는 쉽고 빠르게 손으로 벗겨주지 않는 승환
이 야속했다. 자신의 하체에 승환의 입김이 느껴질 때마다 초희는 몸을 뒤
틀며 신음을 흘려야 했다.
"아아.....음....으음..."
초희의 애를 태우면서 천천히 끌려 내려지던 팬티가 드디어 다리를 벗어나
자 초희는 이제야 자신을 감싸고 있던 모든 것들이 사라졌음을 깨닫고 기대
감에 부풀어올랐다. 하지만 아직은 너무 성급한 기대감이었다. 승환은 아직
도 바닥에 깔려있는 사파리를 제외한 모든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은 완강한 갑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초희는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는 승환의 옷을 찢을 듯 거칠게 벗겨내었다. 승환의
몸을 가리고 있던 옷가지들이 모두 사라지자 그의 페니스가 달빛을 찢으며
힘차게 솟구쳐 올랐다.
"아음..승환씨...음?...빨리..."
"아직 답사가 다 끝나지 않았는데...."
승환의 얼굴은 얄미운 웃음을 남기고 그녀의 다리 사이로 미끄러지듯 사라
져갔다.
"아까 여기에서 반짝이는 초생달을 본 것 같거든..."
승환의 목소리가 다리 사이에서 새어나왔다.
"헉...하웃...."
강한 전기가 초희의 몸을 찢을 듯 울려대고 있었다. 승환의 혀는 거침없이
자신의 비부 속으로 파고들어 강하게 흡입하며 뜨거운 숨을 불어넣고 있었
다. 초희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찔함에 손을 뻗어 허우적거렸다.
-날 좀...누가 날 좀 붙잡아 줘...
"승환씨..승환...하웃...."
승환은 초희의 간절한 부름에도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초희의 울부짖음을
즐기려는 듯 그녀의 엉덩이를 두손으로 단단히 움켜쥐고 더 세고 격렬하게
흡입을 계속 하였다.
"헉..헉...승..승환씨....악..."
초희는 승환에게서 도망가려 엉덩이를 들고 이리저리 흔들어봤지만 거대한
문어의 빨판처럼 그녀의 비부에 고정된 승환의 입술을 떼어낼 수는 없었다.
아찔함이 다시 한번 초희를 휩쓸고 지나갔다. 허우적거리는 초희의 손에 뭔
가가 잡혔다. 초희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물뱀. 불뱀. 나는 암뱀이야, 암뱀.
초희의 입술이 열리자 단숨에 깊숙이 파고들어 목젖까지 찌르는 불뱀의 기
세는 사나웠다. 초희는 숨이 턱 막혔다. 그러나 그 질식의 아픔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자신의 비부 속을 파고드는 승환의 혀와
입속에서 숨도 쉬지 못하게 거칠게 요동치고 있는 불뱀의 몸짓에 초희의 전
신은 발갛게 달아올랐고, 그런 그녀의 몸을 달빛이 감싸안아 주었다.
"읍..읍..."
자신의 비부에서 승환의 입술이 떨어졌다고 느낀 순간, 자신의 숨을 막고
있던 불뱀이 쑤욱 입 밖으로 빠져나갔다. 숨을 쉴 수 있다는 기쁨보다는 허
전함이 밀려왔다. 자신의 몸 위로 승환의 무게가 실렸왔다.
"눈으로 찾아지는 달이 아닌 것 같아..."
승환의 몸이 아래로 쑤욱 가라안았다. 그리고 동시에 방금 전까지 자신의
입 속에 있었던 불뱀이 비부 속으로 거칠게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헉...헉..승환씨....하웃..."
게슴츠레하게 뜬 초희의 눈에 달빛이 출렁이는 것이 보였다. 달빛이 출렁이
고, 호수가 출렁이고, 숲이 출렁이고, 이제 막 수면 위로 피어오르기 시작
하는 안개가 출렁이고, 출렁이고, 출렁이고...입술을 사려 물고 도리짓을
해보았지만 터져나오는 신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헙...하아...승환씨....나..나...하웃...."
온몸으로 승환의 사지를 휘감고 있는 자신이 암뱀같다고 초희는 생각했다.
"하아..아아..악..."
한없이 거센 폭풍처럼 초희를 몰아가던 승환의 입에서 거친 신음이 새어나
오더니 움직임이 뚝 멈췄다. 그리고 초희도 자신의 몸 속에서 거센 소용돌
이가 돌고 있음을 알았다.
"헉...."
초희는 자신의 몸 위에 온전히 몸을 싣고는 가늘게 떨고있는 승환을 꼭 안
아 주었다.
"...하아...찾았어요?...."
"..휴우...음...."
"...어디 있었어요?..."
"호숫가에 누워있는...달빛에 빛나고 있는 당신의 나신이...마지막 달이었
어..."
초희는 승환에게 긴 키스를 선물했다. 언제고 들어보지 못한 찬사였다. 아
직도 뒤엉킨 몸을 풀지 못하고 있는 두사람의 몸 위로 밤안개가 너울거리며
덮여갔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