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타지아◀ 제2부 No.3
2-5. [[ 호출.2 - 청조 ]]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스위트룸까지 걸어가면서 청조는 그대로 돌아가
고 싶다는,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하지만 도망갈 수
없었다. 방문 앞에서 입술을 한번 질끈 사려 물고 깊게 숨을 들여 마
신 뒤 청조는 천천히 노크를 했다.
"어서와. 한참 기다렸잖아.."
방문을 열어주는 주사장의 눈길은 이미 자신의 벗은 몸이 가져다 줄
열락을 기대하는 듯 음탕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뭐하나? 들어가지 않고서"
자신의 등을 밀며 주사장은 문을 닫았다.
찰칵-. 문에 자물쇠가 걸리는 소리를 듣고 청조는 다시 한번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벗겨줄까?"
등에 손을 대며 묻는 주사장의 목소리에 청조는 소름이 돋았다.
"제가 벗을께요.."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며 청조는 제발 오늘만은 자신의 오감이 마
비되어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으면 좋겠다는 부질없는 생각을 했다. 스
타킹을 벗으려 허리를 숙였을 때 의자에 앉아 흐뭇하게 자신을 보고있
는 주사장의 모습에 청조는 다시 한번 소름이 돋는걸 느꼈다.
실오라기 하나 남은 것 없이 알몸이 된 그녀는 핸드백을 들고 화장실
로 들어갔다. 문을 잠근 뒤 변기에 걸터앉아 백을 뒤져 콤팩트 안에
숨겨놓은 마리화나를 꺼내 피우며 마취제를 마시듯 연기를 깊이깊이
들이마셨다.
"뭐해? 멀었어?"
"곧 나갈께요.."
주사장의 목소리에 청조는 아쉬운 듯 마리화나 연기를 한번더 깊숙이
빨아들이고는 젤튜브를 꺼내 그녀의 꽃잎 안쪽과 항문 속으로 잔뜩 짜
넣었다. 젤 한 통을 다 넣은 뒤 입구에 묻은 젤을 휴지로 닦아낸 뒤
전쟁터로 나가듯 청조는 문을 열었다.
침대 위에는 주사장이 준비한 소도구들이 잔뜩 널려 있었다. 딜도, 바
이브레이터, 집게, 수갑, 로프등.
"오늘은 이걸 입어봐. 널 위해 암스텔담에서 구입했지."
주사장은 검은색 가죽 속옷을 들어 보였다. 차갑게 빛나는 스틸장식이
붙어있는 속옷이었다.
"입는걸 도와주지. 아주 마음에 들꺼야."
뱀처럼 소름끼치는 주사장의 손길이 닿는 건 싫었지만 청조는 그걸 어
떻게 입어야할지 알 수 없었기에 주사장의 손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어때? 촉감이 아주 좋지?"
가죽은 최고급으로 만들었는지 실크처럼 얇고 부드러웠다. 이런 상황
만 아니라면 그녀도 그런 옷을 가끔 입어보고 싶을 정도로 몸에 달라
붙는 가죽의 느낌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가죽의 부드러움에 대비되
어 스틸장식이 주는 차가운 느낌도 색다른 흥분을 주기에 알맞았고.
"자. 한번 거울을 봐. 아주 잘 어울리는데."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낯설었다. 목에 두른 가죽밴드와 허리
의 밴드에 연결된 스틸장식이 박힌 여섯 개의 가죽끈이 가슴 앞에서
교차되고, 교차점에서 등뒤로 돌아간 또하나의 가죽끈이 가슴을 팽팽
하게 돌출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허리밴드에 연결되어 있는 가죽팬티
는 아래에서 열 수 있게끔 단추가 달려있었다. 목과 허리의 밴드 뒤쪽
으로는 스틸고리가 달려 반짝였다.
"이걸 쓰면 더욱 섹시한 모습이 될 꺼야."
주사장은 가방에서 수녀들이 쓰는 두건을 꺼내 그녀의 머리에 씌어주
었다. 얼굴 쪽으로 하얀 띠를 보이고 그 위로 길게 머리 뒤로 어깨까
지 늘어지는 수녀들의 검은색 두건.
"그 립스틱은 지우고 이걸 발라"
주사장은 검은색의 립스틱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검은색 망사스타킹.
이것 역시 외국에서 사온 것이겠지. 거울 속에서는 묘하게 색정적인
여자가 탄생하고 있었다. 온몸을 온통 검은색으로 장식한 채 이따금
가죽옷의 스틸장식이 조명을 받아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아주 맘에 들어.."
주사장은 그녀의 손을 뒤로 돌려 가죽으로 된 수갑을 채워 허리밴드에
있는 고리에 걸었다. 발목도 일미터쯤 되는 체인이 달린 가죽수갑으로
단단하게 채워두었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제 파티시간이야.."
2-6. [[ 호출. 3 - 청조 ]]
"이렇게 아름다운 네 모습을 담아두지 않으면 아마 평생을 후회하며
지내게 될 꺼야"
카메라를 들이대는 주사장을 피해 달아나고 싶었지만 첫발을 떼자마자
청조는 바닥으로 넘어져 굴렀다. 발목수갑에 달린 체인의 길이를 생각
지 않고 무조건 발을 넓게 벌려 뛴 탓이었다. 바닥에 넘어져 뒹굴고
있는 청조의 알몸을 카메라의 스트로보가 번쩍이며 핥고 있었다.
"그렇게 뒹굴고 있는 모습이 더 아름다워. 고개좀 돌려줄래?"
음탕한 목소리로 말을 하며 주사장은 쉴새없이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
다. 얼굴을 찍히지 않으려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청조는 심한 굴욕감
과 분노로 치를 떨었다.
등뒤로 묶여있는 손 때문에 청조는 바닥을 짚을 수도 없어 무릎과 어
깨로 기어다녀야만 했다. 그 자세로 기어다니는 것은 엉덩이를 높게
치켜들게 되어 더 음탕하고 노골적인 자세가 되었지만 청조는 그런 것
을 알아차릴 겨를도 없었다.
울상이 되어 기어다니는 청조의 뒤를 음탕한 웃음을 흘리며 주사장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쫓아다니고, 그때마다 번쩍이는 스트로
보 불빛은 화살처럼 청조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고 있었다. 사진을 찍
으려는 주사장과 얼굴만은 찍히지 않으려는 청조와의 추격전이 대낮의
호텔 스위트룸 안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찍지마....제발..."
바닥에 깔려있는 두툼한 카페트가 아니었다면 청조의 무릎은 벌써 피
투성이가 되었을 것이었다. 카페트 위를 기어다니면서도 검은색 스타
킹 속의 무릎은 이미 붉게 변하고 있었다.
죽을힘을 다해 도망 다니며 얼굴을 가리는 청조의 기세에 제대로 얼굴
을 카메라 앵글에 담아내지 못하게 되자 주사장은 카메라를 두고 또하
나의 가죽끈을 가져왔다.
"앙칼진 매력이 너무 강하군. 하지만 조금 더 순종적으로 만들어줘야
겠어..."
청조의 눈앞에 가죽끈을 흔들어대던 주사장은 억센 손으로 청조의 머
리를 잡고 그녀의 몸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 가죽끈을 목에 두른 밴드
의 뒤쪽 고리에 걸고서는 다른 한쪽은 허리밴드의 뒤쪽 고리에 단단하
게 묶어버렸다. 목이 뒤로 잔뜩 젖혀져 묶이는 바람에 청조는 숨을 쉬
기가 곤란할 정도였다. 숨을 쉬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고개를 더 뒤로
젖혀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만큼 청조의 활동성을 일시에 뺏어버
렸다.
"아주 좋아. 흐흐....그리고 아름다워..."
주사장은 이제 빨리 도망칠 수 없게된 청조를 향해 여유롭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제발 그러지 마요...제발.."
잔뜩 뒤로 젖혀진 청조의 목에서 평소의 목소리가 아닌 짓눌린 쇳소리
가 났다.
"애원해봐. 풀어달라고....어서..어서..."
악마처럼 웃고있는 주사장에게 어떤 말도 건네기는 싫었지만 숨을 쉬
기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풀어줘요...제발....풀어줘요..."
"주인님이라고 해야지, 사랑한다는 말도 빠졌어..."
사랑한다니? 그런 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차라
리 혀를 깨물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잔뜩 젖혀진 입으로도 자신
의 혀를 힘주어 무는 것조차 힘겹고 숨이 찼다.
숨을 쉴 때마다 잔뜩 졸려진 가슴이 아프고 목에서는 도저히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쇳소리만 나고 있었다. 청
조는 자신이 짐승 같다라는 생각을 했다. 옛날 노예들이 이랬을까?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자 가슴이 터질 듯 아파 왔다. 그 고통에 못 이
겨 청조는 마음과는 달리 주사장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주인님...사랑해요..제발...저를 풀어줘요..."
눈물을 흘리며 청조는 그렇게 마음과는 다르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청조가 눈물까지 흘리자 주사장의 태도가 갑자기 변했다.
"나도 널 사랑해. 네가 울면 내 가슴도 아파..."
주사장은 너무도 다정하게 청조의 머리를 안고서는 울먹이며 미칠 듯
키스를 퍼부어 댔다. 청조는 입속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그의 역겨운
혀를 온전히 감당해야만 했다. 가뜩이나 숨을 쉬기 곤란한 처지에 입
을 전부 덮으며 키스를 하는 통에 청조는 더 고통스러웠다.
-제발 이 끈이나 풀어 줘. 이 변태새끼야...
주사장의 키스가 오랫동안 계속되자 청조는 점점 정신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산소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치는 그녀의 작은 폐는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아픔의 한계에 접근하며 그녀의 의식을
흐리고 있었다.
-살려줘...제발, 이 끈좀 풀어 줘...그럼 뭐든지 할게...
그녀의 억죄인 가슴이 터지기 바로 직전 그녀의 입과 코로는 그토록
갈구했던 공기가 갑자기 흘러 들어왔다. 어느 새인가 자신의 목에 걸
렸던 끈이 풀어졌던 것이다. 달콤하게까지 느껴지는 공기는 그러나 청
조에게 밭은 기침을 하게 만들었다.
"콜록 콜록..커억 컥..."
밭은 기침이 경련처럼 그녀의 여린 몸을 휩쓸고 지나가자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감에, 청조는 뺨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주르
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다시 주사장이 거칠게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며 키스를 해왔다. 몸에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청조는 그저 주사장의 손에 무기력한 자신
의 몸을 맡기고 있었다.
"사랑해, 로리타...."
그는 자신을 로리타라고 부르며 한껏 다정하게 말을 했다. 지옥에서
들려오는 듯한 목소리였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