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타지아◀ 제2부 No.1 (19/28)

                      ▶환타지아◀ 제2부 No.1 

       23.   [[  두려움 - 승환  ]]

     

     잠에서 깨자 낯선 풍경의 집구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여기가 어딜까?

     

     낯선 집과 낯선 침대. 고개를 돌리니 어깨를 드러낸 채 자고 있는 여

     자의 벗은 몸이 보였다. 아 !

     

     -이미지클럽의 여자와 같이 하룻밤을 보냈었지. 콘테이너 안에 갇혀서 

     여기까지 왔었고..

     

     그제서야 어젯밤의 사건과 함께 영화배우 초희를 쏙 빼어 닮은 여자와

     의 정사가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아직까지 알몸인 채로 였다. 침대 

     머리맡에 두었던 담배를 찾아 불을 붙이고 옷을 찾아 입었다. 바닥에 

     제멋대로 떨어져있는 옷을 보니 간밤에 참 많이도 흥분했었구나라는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고였다.

     

     여자의 어깨 위로 이불을 덮어주고 승환은 침실을 빠져 나왔다. 통나

     무집에 자서 그런지, 아니면 와이프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흥분으로 질

     퍽한 정사를 나눠서인지 몸이 가뿐했다. 거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아래서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보고 주방으로 갔다. 

     

     -이런 아침에 마시는 모닝커피는 일품이지...

     

     커피물이 끓기를 기다려 T. V를 켰다. 그가 서울을 벗어나 있어도 변

     함없이 잘 돌아가고 있는 세상. 커피가 끓자 그는 혹시 파트너가 깨었

     을까 싶어 침실 안을 힐끔 쳐다봤지만 여전히 깊은 잠에서 깨어날 기

     미는 보이지 않았다.

     

     -정말이지 어쩜 저렇게 닮았을까? 꼭 진짜 같잖아..

     

     잔을 기울여 짙은 커피 향을 음미하며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TV에서 나오는 뉴스에 그는 몸이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어제 오후 장흥에서 납치된 여배우 초희씨의 행방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시민제보에 큰 기대를 걸고 있으며.......]

     

     -세상에.....진짜였어. 

     

     그는 다시 한번 아직도 잠에서 깨지 않은 침대 속의 여자를 바라보았

     다.

     

     통나무집 뒤로 길게 이어진 오솔길 위로는 화사하게 햇살이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길 위를 걸어가는 승환의 얼굴은 짙은 그림자가 드

     리워져 있었다.

     

     -어떻게...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일부 여자 연예인들의 매매춘 기사를 가십성 신문에서 더러 보아오기

     는 했지만 자신이 그 기사의 주인공이 될 줄은 몰랐었다. 그저 연예인

     과 아주 닮은 여자들을 구해다 매춘을 하는 이미지클럽이라고만 생각

     했었는데...

     

     자신이 원했고 또 그(환타지아)가 진짜라는 말을 했지만 긴가민가 했

     었다. 솔직히 지난밤 두 번의 정사를 하고 나서 아침에 뉴스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승환은 그녀가 진짜 초희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

     다. 간밤에 자신의 허리짓에 신음하고 매달리던 그녀가 그토록 자신이 

     원하던 배우였지만 환상이 이루어졌다는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제자리로 돌아갈 수는 있을까?...

     

     밉상일 때가 점점 더 많아지던 아내와 자신이 부속품처럼 느껴지던 은

     행이 갑자기 소중하게 여겨졌다. 머리를 가득 메운 생각에 정신없이 

     걷다보니 이마에 땀이 맺힌 줄도 몰랐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위로만 뻗어있던 길이 끝나고 고지에 올라있음

     을 알았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작

     은 호수가 보였다. 어젯밤 환상처럼 그들을 감싸던 안개의 근원지였

     다. 그들을 데려왔을 도로는 너무도 가느다란 실처럼 산 속으로 스며

     들어 있었고 그 끝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어디쯤일까? 

     

     바위에 앉아 담배를 두 대나 태우고서야 승환은 통나무집을 향해 내려

     왔다. 오랫동안 생각을 해봤지만 결국 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

     제는 아니었다.

     

     -환타지아....그에게 연락을 해야 할텐데....

     

     통나무집 앞에서 승환은 깊게 심호흡을 한번하고서 손잡이를 돌렸다.

     

     --------

     

       24.   [[  호출 -청조  ]]

     

     따르릉 따르릉-

     

     잠 속으로 파고드는 전화벨소리는 집요했다.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귀

     를 막아봤지만 허사였다. 머리맡으로 손을 뻗어 전화기를 잡았다.

     

     "....여보세요..."

     

     잠이 덜 깨서인지 자신의 말소리가 불안정하게 들렸다.

     

     "아직도 자니? 지정이야, 빨리 준비해서 나와."

     

     마담이었다. 눈을 뜨고 시계를 보니 시침이 1자 근처에 있었다.

     

     "누군데?"

     "빨리 나오기나 해. 끊는다."

     

     찰칵-.

     

     매번 그런 식이었다, 자신이 곤란할 땐. 자신이 할말만 하고 찰칵 끊

     어버리는 버릇. 하지만 손님들에게는 예외였다. 자신들에게는 이따금 

     매정할 정도로 야멸차게 굴었지만 고객들에게는 철저하게 부드러웠다.

     

     -누굴까?

     

     그녀는 샤워를 하며 오늘 자기를 부른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을 해봤

     다. 하지만 이내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누구면 어때? 어차피 밖에서는 모르는 사이인걸..

     

     그랬다. 이따금 자신을 지정해서 불러주는 고객들이 있었지만 그들이 

     그녀에게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는 건 방 안에서 만이었다. 철저하게.

     타인의 눈이 하나라도 보일 때면 그녀의 고객들은 철저하게 그녀를 외

     면했다. 호텔 방을 나서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까지만 그들은 연인이었

     다. 

     

     처음 이 생활을 시작할 때에는 쑥스러움과 죄책감으로 그녀가 먼저 고

     개를 돌렸지만, 그녀가 외면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을 때에는 그들이 

     외면을 하고 있었다. 봉투에 넣어 건네주는, 또는 마담의 구좌를 경유

     해서 그녀의 통장으로 입금되는 돈을 통해서만 그녀의 고객들은 감정

     을 표현했다.

     

     "늦었다. 빨리 샹그리라호텔 스위트로 가라."

     

     그녀가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마담은 속사포처럼 말을 했다.

     

     "누군데요?"

     "응..지난번에 한번 만났었지? 주사장님..."

     "주사장?..."

     

     그 변태? 라는 소리가 입밖으로 나올뻔 했다.

     

     "응...네가 아주 맘에 든다고 오늘 다시 널 찾더라. 뭐해 빨리 가지 

     않고?"

     "안가면 안돼요?"

     "얘가 지금 무슨 소리야? 그 양반에게 실수하면 영업에 얼마나 타격이 

     큰지 네가 잘 알면서.."

     

     그녀는 마담의 말을 들으면서 울상이 되었다. 

     

     "지난번에 나 오랫동안 고생한거 잘 알잖아....?"

     "고생한 만큼 대가가 있잖니? "

     

     그건 그랬다. 그녀가 열번 정도 영업을 나갔을 때 벌어들일 만한 금액

     을 그는 가볍게 던져 주었었다. 그러나 지난번 그에게 처음 갔을 때 

     밤새 시달린 생각을 하면 치가 떨렸다. 하지만 마담은 그가 건네주는 

     큰 액수의 유혹을 물리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소개해주는 손

     님들도 꽤 많은 눈치였다.

     

     "언니...."

     

     그녀가 아직도 내켜하지 않자 마담의 태도는 돌변했다.

     

     "청조야. 너 자꾸 이럴래? 네가 자꾸 이러면 나도 생각이 있어."

     

     그녀는 마담의 표독스럽게 변한 표정에 어쩔 수 없다고 체념을 했다. 

     그녀의 눈에 벗어나 사라진 친구들의 소문을 그녀도 들어서 알고 있었

     다. 그리고 계약기간동안 그녀의 눈에 살갑게 굴어서 유학을 가거나 

     꽤 괜찮은 집으로 시집을 간 친구들도 여럿 보았었다. 그녀는 자신에

     게 다른 선택의 길이 없음을 알았다.

     

     "어디라고요?..."

     

     마담에게 다시 한번 장소를 묻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

     다. 사무실을 나서며 그녀는 핸드백을 열어보았다.

     

     -젤이 많이 있어야할텐데...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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