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타지아◀ 제16화 그녀의 호수 속으로
영신은 입술에 와 닿는 그의 입술의 감촉을 몸서리치며 느끼고 있었
다. 굉장한 흥분과 설레임이 전신을 휩쓸고 있었다. 단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타인과의 관계. 촉촉하고 부드러운 그의 혀가 입안으로
들어오자 영신은 머뭇거리면서도 마중을 나갔다. 조심스럽게 치아 하
나하나를 확인하며 들어오다 자신을 마중 나온 영신의 것에 부드럽게
감겨드는 그의 혀는 그러나 무엇보다 강한 흡착력으로 영신을 꽁꽁 묶
어두고 있었다.
"으음...."
아찔하게 전신을 쓸고 지나가는 흥분에 영신은 자신도 모르게 비릿한
신음을 흘렸다. 집요하게 그녀의 입술을 탐하던 그의 움직임이 작아지
더니 그의 손이 영신의 머리 아래로 들어와서 그녀의 머리를 받쳐들고
옆으로 옮겨 베개를 받쳐주었다.
자신의 다리를 베고 있던 영신의 머리를 옮기면서도 그는 한번도 입술
을 떼지 않았다. 하반신이 자유로워진 그는 그녀의 옆으로 길게 누웠
다. 그의 얼굴이 떨어지며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영신은 가만히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섹스를 할 때의 남편의 눈처럼 붉게 충혈
된 기도 보이지 않고 그저 잔잔한 물 이랑이 일고있는 눈이었다.
"당신...누구죠?"
나는 누굴까. 영신은 자신도 그것이 궁금했다.
"기억나지 않아요?"
"제 기억력이 좋다면 삼생(三生)쯤 전에 당신과 함께 했던 추억을 기
억할텐데..."
영신은 그의 말에 가볍게 입맞춤을 해주었다. 그이 손이 가볍게 그녀
의 얼굴을 감쌌다. 그토록 만져주기를 원했던 귓볼을 손가락 끝으로
만지작거리며 다시 그의 얼굴이 그녀에게로 쏠려왔다. 아직도 마음 깊
은 곳에 남아있는 두려움을 떨쳐버리려는 듯 영신은 그의 목을 힘껏
감싸 안았다.
"으음...."
얼굴을 감싸고 있던 손이 가슴으로 내려가자 영신은 훅-하며 숨을 들
이 마셨다. 얇은 블라우스 위로 느껴지는 그의 손안에서 자신의 가슴
이 뛰고 있었다. 그이 손이 단추를 하나씩 열고 브레이저를 위로 올렸
다. 옷 밖으로 드러난 그녀의 가슴으로 그의 입술이 옮겨졌다.
"으음..하아.."
그녀의 유두를 부드럽게 핥으며 그의 손은 천천히 그러나 거침없이 그
녀의 아래로 옮겨지고 있었다. 스커트 자락을 위로 말아 올리며 그의
손은 그녀의 허벅지 위를 종횡무진 휩쓸고 있었다. 그러다 그의 손이
멈춘 그곳. 스타킹 위였지만 그의 손가락이 멈춘 그곳은 달랐다. 흥분
으로 예민해진 그녀의 허벅지 안쪽에서는 그의 손가락의 느낌이 고스
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작은 구멍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갑자
기 자신이 칠칠맞게 보일까봐 얼굴이 붉어졌다.
"아..음.."
작은 수치심이 그녀를 감쌌다. 영신은 다리를 오므리고 싶었다. 그러
나 그의 입술은 두 가슴을 전전하면서 쉼없이 그녀를 달구면서도 그의
손은 집요하게 우연히 발견한 그 구멍에서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그
구멍을 넓히려 애를 쓰고 있었다. 구멍난 스타킹을 신고있다는 수치심
과 두 가슴에서 느껴지는 그의 부드러운 입술이 만들어내는 뜨거움이
섞여 더욱더 그녀를 흥분시키고 있었다.
"으음...아..."
그의 손가락은 구멍의 크기를 점점 넓히고 있었다. 처음 손가락 끝만
느껴지던 그곳이 이미 손가락 세 개가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의 집요함은 그치질 않고 있었다. 그것은 묘한 자극이었다. 처음 남
자의 손이 그녀의 꽃잎을 파고들던 느낌이었다. 수치심과 여자가 되어
간다는 설레이던 흥분.
한 손으로 그녀의 옷을 벗기면서도 쉬지 않던 집요함으로 결국 그의
손 전체가 그곳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가 한 손으로 힘들게 옷을 벗길
때 영신은 허벅지에서 손을 빼서 빨리 자신을 벗겨주기를 갈망하면서
도 어느새 자신조차 온통 허벅지로 온 신경이 쏠려있음을 알았다.
상의는 모두 풀어헤쳐진 채 허리 근처까지 말려 올라간 치마 아래로
팬티스타킹이 조금씩 찢어지고 있었다.
"아..으음.."
그의 손은 이제 팔목까지 들어와 천천히 스타킹을 찢으며 그녀의 중심
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스타킹이 툭툭 튿어지는 느낌이 짜릿했다.
영신은 차라리 그가 거칠게 스타킹을 찢어버리고 들어와 주었으면 하
고 바랬다. 남편이 거칠게 그녀를 다루는 것이 고통이었건만 지금은
차라리 그가 자신을 조금은 거칠게 다뤄주었으면 하는 이율배반적인
생각을 했다. 조금씩 자신 속으로 침범해 들어오는 그가 오히려 입안
이 바싹 타들어가도록 야속했던 것이다.
-난 지금 이 갈증을 한번에 씻어줄 것이 필요해요..
그녀의 생각을 읽은 것일까. 그의 손이 갑자기 허벅지 앞쪽으로 오더
니 스타킹을 부욱 찢으며 그녀의 둔덕을 점령해 버렸다.
"허억....하아....."
순간적으로 온몸을 휘감는 전율에 영신은 엉덩이를 뒤로 뺐다. 하지만
기분만 그럴 뿐 침대 위에 반듯이 누운 그녀의 몸이 도망갈 곳은 없었
다. 퇴로가 막힌 그녀를 보며 그의 공격은 쉼없이 몰아쳤다. 그녀의
스타킹을 반대편까지 찢어낸 그의 손은 팬티 속으로 거침없이 들어왔
다.
"하아....아...."
흥건히 젖어있는 그녀의 몸 속으로 그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들어왔다.
어느새 이렇게 젖어 있었을까. 영신은 자신이 이렇듯 젖을 수 있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느새 수치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뜨거운 욕망만이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신의 몸 속에 들어와 유영하고 있는 그의 손가락들을 느끼며 영신은
상체를 세워 그의 입술을 찾았다. 그의 입술 속에는 자신의 갈증을 달
래줄 샘이 있을 것 같았다. 그의 입술을 탐하며 영신은 자신의 상체에
매달린 오들을 성급히 벗어 던졌다. 이미 모든 단추는 풀어져있는 상
태라 그저 벗어버리기만 하면 되었다.
자신의 웃옷을 모두 벗고나자 영신은 그의 옷으로 손을 가져가 서둘러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는 조용히 미소
를 띠며 말했다.
"천천히.."
"제발..."
영신은 애원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그녀는 빨리 자신의 불길을 잡아줄
소방수가 필요했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셔츠를 벗었다. 느릿
한 그의 행동에 영신은 입안이 더 바짝 타옴을 느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옷을 벗은 그는 영신의 허리에 걸려있는 치마를
아래로 벗겨 내렸다. 그의 손이 치마 뒤쪽에 있는 단추를 풀 때 영신
은 자신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곧 그의 손이 스타킹도 벗길 거
야..그러나 그의 행동은 영신의 기대와는 달랐다. 그는 영신의 스타킹
을 벗기는 대신 찢어진 틈으로 다시 손을 넣어 팬티를 옆으로 젖힌 채
다시 영신의 꽃잎을 쫙 벌렸다. 그의 몸이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흐윽.."
영신의 기대감에 몸을 떨었다. 그녀의 입속에서 유영하던 그의 입술
이, 혀가 그녀의 꽃잎에 스스럼없이 부딪히며 깊숙히 파고 들어왔다.
"으음....."
영신은 두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잡아 좀더 강하게 자신의 하복부로
끌어당겼다. 나비가 꿀을 따듯 꽃잎 깊숙히 박혀있던 그의 혀가 빠져
나오더니 갑자기 그녀의 무릎 안쪽에서부터 꽃잎까지를 강하고 빠르게
핥아왔다.
"허억...."
영신은 등줄기를 훑고 지나가는 전율에 몸을 떨며 활처럼 몸을 휘었
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을 만지고 있는 그의 손을 두손으로 세게 움켜
잡고 가늘게 몸을 떨었다. 어느새 자신이 한 고개를 넘어서고 있음을
그녀는 알았다. 그리고 그녀가 계속 넘어야할 고개들이 눈앞에 즐비하
게 펼쳐져 있는 것 같은 환각을 보았다.
-맙소사...그는 아직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그랬다. 그는 아직 그녀의 몸 속으로 들어올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
다. 거추장스러운 스타킹과 팬티가 아직 자신의 몸 위에 남아있었다.
"호수가 어디 있는지 알 것 같은데요.."
자신의 다리 사이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말뜻이 무엇을
뜻하고 있는지 알아차린 그녀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부끄러움에 그
녀는 다리에 힘을 주어 오므렸다. 그러나 이미 굳건하게 그녀의 꽃잎
에 강력한 흡착판을 붙이고 있는 그는 오히려 그녀의 다리를 옆으로
벌리고 있었다.
"나쁜 사람...."
"그런데 하얀 호수는 아닌 것 같아요.."
그가 자신을 놀리고 있었다. 하지만 기분 나쁘기보다는 비로소 여자가
된 것 같은 뿌듯함이 생겼다. 쑥스러움은 감출 수 없었지만..
"싫어요 그런 말...으음..."
그녀는 하고픈 말을 끝맺질 못했다.
그는 철저하게 자신을 연주하고 있었다. 한 손은 가슴을, 다른 한 손
은 무릎 안쪽을 그리고 혀와 입술은 그녀의 소중한 곳에서 그녀 스스
로도 알지 못했던 느낌들을 하나씩 일깨우고 있었다.
어느때 부터인가 형식적인 애무와 성급한 인터코스만이 전부라고 생각
하는 남편에게서 이렇듯 몸 곳곳에 숨어있는 감각을 일깨워달라고 하
는 것은 무리였다. 그리고 그녀 스스로도 그런 것에 익숙해지며 점차
메말라가고 있었다.
거미가 걸어가듯 그의 손가락은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듯 손가락 끝으
로 그녀의 몸 전체를 기어다니고 있었다. 허벅지 위쪽에서부터 아래쪽
으로. 그의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뛰어놀때는 혀로 애무할 때와는 다
른 느낌이 들었다. 간지러운 듯 아쉬운 느낌이었다. 그렇게 발목까지
내려간 그의 손은 그러나 올라올 때는 아까 그의 입술처럼 손바닥 전
체로 그녀의 다리를 휘감으며 빠르게 올라왔다.
"여..여보..."
어느새 그녀의 입에선 남편에게도 잘 쓰지 않던 호칭이 튀어나왔다.
"들어와요...제발..애원하게 만들지 말아요.."
그의 머리가 천천히 그녀의 말에 호응하듯 가슴 위쪽으로 올라오고 있
었다. 그가 가슴을 한입 크게 베어 물자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페니
스를 움켜쥐었다. 실핏줄마저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는 그의 것은 따뜻
했다. 그녀는 페니스를 자신의 중심으로 가져갔다. 손에 힘을 주어 페
니스를 집어넣으려 하자 그는 몸을 뒤로 뺐다.
"싫어....제발.."
그녀는 다급하게 그의 허리를 안고 하복부를 그에게 밀착시켰다. 다시
한번 그의 페니스를 잡아 삽입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그는 몸을 뺐
다.
"여보...아아..제발..."
"천천히..."
그는 그녀의 팬티를 초대한 옆으로 젖힌 후 상체를 그녀에게 붙이고
자신이 잡아 천천히 그녀의 꽃잎 주변에 문지르며 애액을 묻혔다. 자
신의 꽃잎 아래위로 부딪혀오는 그의 페니스는 너무도 뜨거웠다. 그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로 다가오자 그녀는 허겁지겁 그의 입술을 삼켰다.
그때였다. 한없이 기다리던 그의 페니스가 자신의 몸 속으로 뚫고 들
어온 것은.
"헉...."
그녀는 강한 번개가 자신을 뚫고 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본능적으로 그
의 허리를 감싸안고 경련을 일으키듯 가볍게 부르르 떨었다.
"아아.....아..."
자신의 몸 어디선가 수축이 계속 일고 있었다. 파도가 한차례 지나가
자 서핑을 하듯 그의 몸이 둥실 떠올랐다. 이제 시작이었다. 남편과는
전혀 다른 박자의 율동을 보이는 그를 쫓아가기에 그녀는 급급했다.
끝없이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그를 따라 끝없이 가고 있었다. 그의 박
자를 따라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빠르게 몰아치다가도 어느 순간 한
없이 느려지는 변주에 몸을 맞기는 수밖에는 없어 보였다.
"아아.....음...아...."
그가 거친 파도처럼 휘몰아칠 때면 휩쓸려나가지 않으려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었고, 그가 천천히 움직일 때는 그를 높이 띄워 올리려 애
를 썼다. 그는 자신이 띄워 올리면 올릴수록 그만큼의 높이에서 아래
로 매처럼 내려꽂히며 자신을 몰아갔다.
"하아....아...여보, 여....아.."
또다른 봉우리에서 다급하게 그를 부르자 그도 화답하듯 강하고 빠르
게 그녀에게 응답해 왔다. 그의 입에서도 신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아...."
"여보...아아...."
영신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렇게 강한 느낌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가능하다면 그의 온몸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자신의 몸 속으로.
"얼마나 됐어요, 끝난지?.."
아득해지는 그녀의 귓전으로 거친 숨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뜻
인지 알 것 같았다. 임신가능성을 물어오는 것이었다. 언제였더라..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니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의
몸이 자신을 빠져나간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
"괜찮아요..아아...괜차....아.."
"아........아..."
영신은 뜨거운 것이 세차게 자신의 질 벽을 두드리는 것을 느꼈다. 이
것이었던가. 오늘 이곳까지 자신을 이끌었던 호기심과 두려움의 정체
가....
"합.......음...아.."
자신의 몸속으로 분출된 용암은 분출될 때의 운동성을 이기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녀의 내부에서 여진을 일으키고 있었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진동에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숨이 턱 막혔다.
"휴우...."
한숨을 길게 내쉬며 그가 그녀의 몸 위로 쓰러지듯 포개졌다. 비로소
그의 무게감이 온전히 느껴졌다. 언제까지고 견뎌내고픈 무게였다.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는 이마를 훔쳐주고 영신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길고 긴 키스였다.
"음..아..."
아직도 몸 속 어디선가 용암이 질 벽을 두드리는 느낌에 영신은 다시
한번 몸을 떨었다. 땀에 젖어 몸에 찰싹 달라붙어있는 팬티와 스타킹
의 낯선 느낌이 그녀가 헤쳐나온 세찬 폭풍우를 상기시키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