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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타지아◀ 제12화 [승환의 환상] (12/28)

                   ▶환타지아◀ 제12화 [승환의 환상]

      "민승환씨? 환타지아입니다"

      

      그의 전화가 온 것은 퇴근을 하기 직전 커피를 마시며 내일 할 일

      을 다이어리에 적고 있을 때였다.

      

      "꽤 근사한 환상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그의 목소리는 듣기 좋은 저음이었다. 30대 중반쯤?

      

      "누구나 할 수 있는 환상 아닌가요?"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의 전화를 받자 승환은 업무에 밀려 잊고 있었던 욕망이 되살아

      나며 사타구니가 뿌듯해짐을 알았다.

      

      "비슷한 여자가 있나요?"

      "비슷한 여자라니요?.."

      "이미지클럽이 아니던가요?"

      "그런 오해를 많이 사고 있습니다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저희는 

      고객의 환상을 그대로 옮겨드리고 있습니다.."

      

      그의 말투는 서두르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승환 자신이 조

      금씩 흥분해가고 있었다.

      

      "그런게 가능한가요?"

      "아마도 가능할 겁니다..그게 저희의 장점이니까요.."

      "무척 비싸겠죠?"

      

      승환은 말을 하면서 머리 속으로 계산을 해봤다. 룸싸롱 한번 갈 

      정도일까?

      

      "가격은..미리 말씀해 드릴 수가 없군요..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는 여러 가지 준비를 해야하는데 생각보다 저렴할 수도 있고 반대

      로 비싸질 수도 있습니다..유동적이지요.."

      "그래도 대충이라도 알아야...."

      

      유동적이라는 말에 승환은 계산을 다시 해야했다. 

      

      "환상이라는 게 돈으로 환산되기는 쉽지 않죠..저희는 보통 일이 

      성사된 후에 청구를 하지요..자세한 내역과 함께요.."

      "아..그렇습니까?"

      

      일이 끝난 후라....어쩌면 적당히 값을 깎을 수도 있으리라 여겨졌

      다.

      

      "여배우와의 사랑을 원한다고 하셨는데....어떤 배우를 원하십니까

      ?.."

      "글쎄요. 초희 정도면 어떨까 싶군요? 요즘 제일 인기가 좋던데.."

      "아 네..직업이 은행원이시라구요?.."

      "네."

      "대충 환상이 지속되는 시간은 어느 정도를 생각하십니까?.. 휴가

      를 내셔도 될 테고, 아니면 하루 정도를 즐기셔도 됩니다만.."

      "글쎄요.. 제 환상이 이루어진다면 길수록 좋겠지요..?"

      "그래도 직장 생활을 하시려면 너무 오랫동안 환상 속에 잠기는 것

      도 좋지는 않겠지요.."

      "한 삼사일 정도? 그런데 정말 가능한 겁니까?"

      "네.. 가급적 빨리 이루어 드리지요..그리고 필요하시다면 미리 휴

      가를 낼 수 있도록 이삼일 전에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좋구요. 기대가 큽니다."

      "그러실 겁니다. 다른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메일 주십시요..그럼" 

      

      전화를 끊고 보니 커피는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폐 속 깊숙이 들어오는 담배연기가 알싸한 게 

      기분이 좋았다. 

      

      -여배우와의 사랑이라...

      

      승환은 식은 커피를 털어넣듯 마시고는 종이컵을 꾸겨 휴지통에 버

      리고 일어섰다. 자꾸만 입가에 미소가 고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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