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타지아◀ 제7화 채팅 - 영신
[ FANTAZIA] 안녕하세요?
[ 하얀호수] 안녕?
[ FANTAZIA] 늦은 시간인데 안주무세요?
[ 하얀호수] 조금 우울해서요..
[ FANTAZIA] 저런..
[ 하얀호수] 말상대를 찾고 있었어요 수다라도 떨면 나아질까 해서..
[ FANTAZIA] 제가 도움이 될지...
[ 하얀호수] 무슨 뜻이죠? 아이디가?
[ FANTAZIA] 환상의 낙원. 몽환적인 곳....대충 그래요..컴이 그렇잖아
요..
[ 하얀호수] 환타지아... 가보고 싶군요..
[ FANTAZIA] 안내해 드릴수도 있죠..
[ 하얀호수] 후후....
[ FANTAZIA] 어디에 있습니까 하얀호수는?
[ 하얀호수] 글쎄요..
[ FANTAZIA] 가보고 싶군요. 길좀 가르쳐줘요..
[ 하얀호수] 후후..
[ 하얀호수] 나도 아직 잘 몰라요, 어쩜 내 자신일 수도 있고...
[ FANTAZIA] 아름다운 곳이겠군요 당신을 닮았다면...
[ 하얀호수] 후후..왜죠?
[ FANTAZIA] 아부입니다..
[ FANTAZIA] 그런데 아름다운만큼 미치도록 쓸쓸할 것 같군요..
[ FANTAZIA] 더러는 얼음도 얼어있을 것 같고....
[ 하얀호수] ..................
[ FANTAZIA] 긍정인 것 같군요 말이 없는게..
[ 하얀호수] 전혀..결코..
[ FANTAZIA] 보통 강하게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대부분 대답의 반
대더라구요..
[ 하얀호수] ..............
[ FANTAZIA] 미안해요 기분이 나빠졌다면..
[ 하얀호수] 괜찮아요..
[ FANTAZIA] ...................
[ 하얀호수] 지아님
[ FANTAZIA] 네..
[ 하얀호수] 왜 아무말이 없죠?
[ FANTAZIA] 어디선가 술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요..
[ 하얀호수] 어디서요?
[ FANTAZIA]컴에서.. 지금 술마시고 있지 않아요?
[ 하얀호수] 글쎄요..후후..
[ FANTAZIA] 뭐예요? 와인 아님..
[ 하얀호수] 보이세요?
[ FANTAZIA] 아니요 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 하얀호수] ...........위스키....
[ FANTAZIA] 얼음은 띄웠나요?
[ 하얀호수] 아뇨..
[ FANTAZIA] 가서 얼음 넣고 와요..빨리..
[ 하얀호수] 그럴게요..
[ FANTAZIA] 빨리요 대답하지 말고..
[ 하얀호수] 지아님
[ FANTAZIA] 네
[ 하얀호수] 얼음 넣었어요..
[ FANTAZIA] 착하군요....
[ 하얀호수] 후후..
[ FANTAZIA] 실례...나이도 모르고...전 32살입니다.
[ 하얀호수] 전 비밀..
[ FANTAZIA] 우울한 사람은 비밀이 많죠..
[ FANTAZIA] 정호승씨 시 중에 질투조차 삼켜버린 그녀의 우울 이란
싯귀가 있었는데..
[ 하얀호수] .......?
[ FANTAZIA] 참 사무치도록 잘 표현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 하얀호수] 그래요?
[ FANTAZIA] 전요..
[ 하얀호수] 네....
[ FANTAZIA] 혼자 술마시는 .....
[ 하얀호수] 네?
[ FANTAZIA] ........
[ 하얀호수] 지아님..
[ FANTAZIA] 아뇨..정정하죠.
[ 하얀호수] 뭘요?
[ FANTAZIA] 지금 당신이 곁에 있다면 아무 말없이 잠이 들 때까지 당
신의 머리를 매만져주고 싶군요..
[ 하얀호수] ...........
[ FANTAZIA] 가끔 힘들 때 누군가 머리를 만져주면 기분이 좋아지더라
구요..
[ FANTAZIA] 어릴 때 어머니가 쓸어주시던 생각도 나고..
[ 하얀호수] 그 말....머리를 만져준다는 말...
[ FANTAZIA] 네..
[ 하얀호수] 가슴에 와 닿는군요..
[ FANTAZIA] 진심입니다...그렇다고 플레이보이로 보지만 말아주세요..
[ 하얀호수] 그러지요..
[ 하얀호수] 계속 대화를 하고 싶어지네요
[ FANTAZIA] 하지만 자야겠죠?
[ 하얀호수] 네 내일 출근하려면..
[ FANTAZIA] 저 직업이?
[ 하얀호수] 교사예요..고등학교 국어교사....
[ FANTAZIA] 아....
[ 하얀호수] 지아님은요?
[ FANTAZIA] 전 환상을 팔고 있습니다.
[ 하얀호수] 환상을 팔다니요?
[ FANTAZIA] 사람들은 누구나 환상을 가지고 있잖아요..
[ FANTAZIA] 그래서 그런 환상이 이루어지도록 옆에서 보조해주는 직
업..
[ 하얀호수] 어렵다..
[ FANTAZIA] 그런게 있어요..
[ 하얀호수] 낭만적일 것 같군요..
[ FANTAZIA] 글쎄요..재미있기도 하고..
[ 하얀호수] 그리고?....
[ FANTAZIA] 위험하기도 하죠..
[ 하얀호수] 어떤 환상이 위험하죠?
[ FANTAZIA] 바로 지금 당신이 꿈꾸는 그런 환상도 위험하겠죠?
[ 하얀호수] 무슨 뜻이죠?
[ FANTAZIA] 숙제로 내드리죠 어쩜 자신이 가장 잘 알 수도 있고...
[ FANTAZIA] 자신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게 환상이니까..
[ 하얀호수] 어렵군요..
[ FANTAZIA] 네..
[ FANTAZIA] 당신이 숙제를 잘풀어오면 당신의 환상도 이루어드리죠.
[ 하얀호수] 고맙군요..
[ FANTAZIA] 공짜는 아닙니다. 제 밥줄이니까요..
[ 하얀호수] 후후..
[ FANTAZIA] 담에 봐요..
[ 하얀호수] 네 안녕히 주무세요..
[ FANTAZIA] 네 호수님도..
[ 하얀호수] 바이..
[ FANTAZIA] 안녕..
## FANTAZIA님이 퇴장하셨습니다 ##
영신은 그가 떠나간 텅빈 화면을 응시했다. 뭔가 아쉬움이 영신의 가슴에 남아있
었다.
그녀의 마음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것 같은 말투하며, 자신을 편하게 이끌며 대
화를 하던 것하며...
-내 머리를 만져준다고? 잠이 들때까지....
영신은 손을 뻗어 자신의 머리를 만져봤다.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그 남자가 만져준다면...
눈을 감은 영신의 손은 귓볼과 목덜미에 이르도록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남편의 거친 느낌과는 다르겠지?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영신은 천천히 컴퓨터를 껐다. 모니터의 빛이 한 점으로 변하여 사라질 때까지
영신의 시선은 모니터에 고정된 채 그를 생각하고 있었다.
-환타지아....
문득 영신은 오래도록 자신을 방치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비한 사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