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1/33)

Prologue

철컹, 쾅!

가차 없이 닫히는 철창을 나는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창살 너머로 경멸하는 듯한 눈동자가 번뜩거렸다.

“감히 마님을 독살하려 하다니. 산 채로 이 감옥을 걸어 나갈 일은 없을 줄 알아라, 은혜도 모르는 괘씸한 것.”

나를 이곳으로 끌고 온 보초병, 알베르트가 이를 갈며 말하고는 침을 뱉는 시늉을 했다. 다행히 실제로 침을 뱉지는 않은 채 돌아서긴 했으나, 이대로라면 그의 말대로 될 것이 분명했다. 정말 내가 독살을 시도했다고 결론 난다면 나는 살아서 이 감옥을 나서지 못하겠지. 천애 고아에다, 언제 사라져도 이상할 것 없는 평범한 하인에 불과하니까.

“알베르트, 알베르트! 저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백작님을 뵙게 해 주세요!”

나는 창살에 매달려 있는 힘껏 외쳤다.

“마님 찻잔에 독을 섞은 건 제가 아니에요! 제가 진짜 범인을 알고 있으니, 백작님을 뵙게 해 주세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독이 든 찻잎을 가져온 게 너인데, 네가 아니면 누구란 말이야? 그 죄를 누구에게 뒤집어씌우려고!”

그는 진심으로 화가 난 듯 침을 튀기며 손가락질했다.

“제가 아니에요. 진짜 범인은……!”

“진짜 범인이라니?”

진범의 이름을 말하려던 찰나, 조용한 목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반사적으로 혀가 굳었다. 그의 싸늘한 존재감은 피부로 스며들었다. 두근, 두근, 두근. 고막이 터지도록 심장 소리가 커졌다. 소름 끼치도록 규칙적인 발소리가 돌바닥을 차갑게 울린다.

그가 다가오고 있었다.

“아이고. 도련님, 이런 곳에 내려오시면 안 됩니다!”

손끝부터 얼어붙어 꼼짝도 못 하는 나와 달리 보초병은 그를 보고 호들갑을 떨었다. 보초병의 목소리는 작아지고, 내게로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그의 발소리만이 귀를 가득 메웠다. 마침내 그가 내 앞에 멈춰 서는 순간, 나는 도저히 그를 마주 볼 수 없었다.

“도련님, 이러시면 백작님께서 크게 경을 치실 겁니다.”

“괜찮아, 알베르트. 아버지껜 내가 잘 말씀드릴 테니까.”

“아이고, 도련님……. 정말 크게 혼나시면 어쩌시려고.”

알베르트는 어찌할 바 모르고 발만 동동 굴렀지만, 아드리안은 느긋하게 대꾸했다. 나와 알베르트뿐이라 그런지 평소 사람들 앞에서 보이던 천사 같은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내가 그에게서 느끼는 건 오로지, 머리를 짓누르는 위압감과 공포…….

“말해 봐. 네가 알고 있다는 진짜 범인은 누구지?”

그는 모두가 찬양해 대는 그 아름다운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꼼짝도 하지 못한 채 덜덜 떨고만 있었다. 작지만 이가 딱딱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흐음. 의아한 듯 그가 콧소리를 내며 나를 유심히 응시했다.

“역시 너는 달랐구나.”

“…….”

“알고 있었지? 내가 누구인지, 뭘 했는지까지.”

“…….”

“어떻게 알았지? 누구도 알 수 없게 잘 해 왔는데.”

그는 노여워하기보다 오히려 흥미로워하며 나를 구석구석 훑어보았다. 칼날에 찔리는 것처럼 몸이 절로 움찔거렸다. 내가 겁을 먹을수록 그의 미소가 짙어져 갔다. 감히 얼굴을 마주할 수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느껴졌다.

아드리안 카이사르 폰 데어 팔츠그라프.

팔츠그라프 가문의 후계자.

세상에서 천사라 칭송받는 그이지만, 나만은 알고 있었다. 요즘 이 일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 살인과 살인 미수가 전부 저 착해 보이는 도련님 짓이란 걸.

아니, 나밖에 알 수가 없었다.

이 말도 안 되는 공포게임 세계에 들어온 건 오로지 나뿐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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