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 12장 적인가 아군인가 -- >
"일단 먼저 이 지도를 봐주십시요"
펄럭!
회담을 시작하겠다는 말을 한 직후 잭은 옆에 하녀가 건내주는 커다란 종이를 받아들어 플레이어들 앞에 있는 큰 책상에 활작 펼쳐보였다. 그에 플레이어들은 자리에서 살짝씩 일어나 잭이 펼친 지도로 시선을 옮기는데 대충 보니 여기에 와있는 플레이어들의 마을을 대충 표시해놓은 지도 같았다.
"일단 이 정중앙을 보시면 붉은 원이 있는데 그 곳이 바로 현재 여러분들이 있는 제 마을 자스민 입니다."
언제 가져온 것인지 지휘봉 같이 살짝 길고 얇은 하얀색 막
대기로 지도를 집으며 설명을 해와 주었다.
"그리고 그 원의 남쪽에 있는 파란색 원이 여기 미스터 장의 마을이구요.... 여기 남동쪽에 있는 초록색 원이 미스 하시타카의 마을입니다. 보시다 싶이 산맥 두 개를 넘으면 만날 수 있는 거리입니다."
잭의 설명을 듣고 지도를 자세히 보니까 나의 마을과 하시타카 시오라의 마을에 거리는 그렇게 멀지도 않았고 어떻게 보면 가까운 거리였다. 잭의 설명처럼 산맥 두 개가 이 두 마을의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지도만 보고 있자면 그 산맥의 두께는 얇았다. 한 마디로 지금 이 회담에 참여하고 있는 플레이어들 중에서 제일 주의해야 하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하시타카 시오라라는 뜻이 되었다.
"다시 제 마을을 중심으로 북쪽을 보면있는 보라색 원이 미스터 토마스의 마을이구요.... 북서쪽에 있는 노란색 원이 미스터 반크의 마을이구요 마지막으로 동쪽에 회색 원이 미스 파티마의 마을입니다."
이렇게 해서 잭이 모든 플레이어의 마을 위치 설명을 마치었고 곧 자리에 앉았다. 그에 나를 포함한 다른 플레이어들도 자리에 다시 착석했다. 지도에는 산맥이라던지 강이라던지 호수라던지 여러가지 것들도 있는 듯 하였다.
"일단 여기서 저희가 힘을 합치어서 제일 먼저 파악해야 하는 것은 이 히어로 가챠 대륙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저희가 내륙인지 아니면 해변가인지를요"
확실히 잭의 말은 내가 판단했을 때에는 옳은 이야기였다. 내륙인지 해안가인지를 빨리 파악을 해야 앞으로의 마을 발전 방향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히어로를 더욱 강하게 키울지도 말이다.
스윽
"예, 미스터 토마스 말씀해 주시죠"
잭의 말이 끝나고 약 3 초 정도가 흐른 후 가만히 앉아 있던 토마스가 조용히 손을 들어 올렸고 그에 잭이 밝게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발언권을 넘겨주었다.
"아마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제 마을에서 더 북쪽으로 쭉 올라가다 보면 바다가 나올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만약 토마스의 말이 맞다면 여러가지로 번거로운 일을 미리 해결하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좋아해야 하겠지만 일단 말만 듣고 믿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나는 토마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유를 물었다. 그에 다른 플레이어들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의견에 동의를 해왔고 토마스는 곧 말을 이어갔다.
"여기 지도를 보시면 제 마을 옆에는 살짝 큰 크기의 강이 하나 흐릅니다"
"... 그렇네요"
"제가 얼마전 히어로들을 데리고 근처에 몬스터가 있는지 살펴보러 가다가 강에서 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연어로 보이는 물고기 몇 마리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연어요?"
순간 토마스의 입에서 연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놀라서 반문하였다. 분명 히어로 가챠에서 연어를 지역적 특산물로
지정하고 장사를 했던 몇몇 마을이 있었던 걸로 기억했다. 그 지역이 토마스가 당첨되다니.... 이미 닭을 가지고 있는 내가 보아도 부러운 일이였다.
"그렇습니다. 연어를 직접 본 경험은 없지만 살짝 언덕진 강을 거슬러 올라갈때 튀어오른 물고기의 배부분은 선명한 선분홍색....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이 선분홍색에 혼인색만 보아도 연어인 것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토마스의 발언이 끝났다. 확실히 토마스가 말한 것들로만 봐서는 내가 알던 연어가 맞았고 히어로 가챠에서 지역 특산물 연어가 있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그냥 연어가 맞았다. 아무튼 토마스의 방금 발언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북쪽에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좋습니다. 그러면 북쪽은 바다인 것을 알았으니 나머지 방향이 문제인데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토마스의 발언이 끝난 후 잭이 또 다시 입을 열었다.
"다름이 아니라 여기 계신 모든 플레이어가 각자 히어로 한 명을 시켜서 최대한 빠르게 5 일 정도를 한 방향으로 달리게 하는 것이죠. 현재 저희가 거리를 측정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무튼 이렇게 해서 바다가 있는지 아니면 계속 땅이 나오는지 보고를 듣고 이 지도를 조금 더 완성시킵시다. 일단 제 성의입니다. 지도들 받으시죠"
'음?'
잭의 말이 끝나자 잭의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녀가 구석에서 상자 하나를 들더니 책상에 펼쳐져 있는 지도와 똑 같은 지도를 플레이어들에게 나누어준다. 사람이 정말 좋은 것인지 아니면 우승에는 관심이 없는 것인지.... 판단이 잘 안되는 인간이였다. 잭은.....
"여기에 계신 모든 플레이어들이 서로를 조금씩은 의심을 하고 있겠죠. 하지만 여러분들이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여기에 있는 여러분들 그리고 저 말고도 천 몇 백명이 이 대륙에 있습니다. 아직 서로를 의심하기에는 이릅니다. 그러니 동맹을 맺죠. 깊은 동맹은 아니고 이렇게 모여서 회담을 세 달에 한 번 정도를 가지고 서로 공격하지 않는 정도로만.... 어떠신가요?"
잭이 말을 끝마치고 다른 플레이들과 눈을 마주치며 의견을 묻는다. 일단 나는 그에 고개를 선선히 끄덕여 보였다. 잭의 말 처럼 아직 상대해야할 플레이어들이 널리고 널렸는데 근처에 있는 플레이어들과 벌써부터 척을 지며 싸우기 싫었다.
"... 그러면 모두 다 동의를 하신 것으로 알겠습니다. 아직 문서를 준비하지는 못했지만 다음 회담에는 제가 상점에서 문서를 구해오겠습니다. 그러면 이번 회담은 여기까지 하는 것으로 하죠"
"좋습니다."
"아직 게임 초반이니 나눌 말이 없군요"
"조, 좋아요"
"그렇게 하죠"
"호호호 왠지 듬직하네요 여러분"
"그럼 이번 회담은 이렇게 끝난 것을 알려드리며 다음 회담 때에 또 히어로들을 보낼 터이니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것을 꼭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모든 플레이어들께서는 오늘, 내일로 귀환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이렇게 모든 플레이어들이 이만 회담을 마치는 것에 동의하게 되자 회담은 어떻게 보면 흐지부지하게 막을 내렸고 나는 잭의 말에 따라 점심을 먹은 후에 바로 마을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