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 12장 적인가 아군인가 -- >
다 같이 와인잔을 들고 건배를 한 후에 연회는 매우 순조롭게 이어져 나갔다. 잭의 주도에 건배를 2 번을 더 한 후에 각자 음식을 먹으면서 저녁식사를 하였다.
"으음.... 뭐를 먹을까나....."
건배 이후에 그릇을 챙겨 큰 그릇들에 담겨져 있는 음식들을 구경하는데 그 종류도 많을 뿐더러 하나 같이 맛있는 냄새를 풍기고 있어 쉽게 집게를 들지 못하고 있자 옆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여기서.... 이 음식이 제일... 맛있어요"
"음? 하시타카씨 였나요? 제게 무슨 일로?"
"그.... 이웃나라잖아요! 헤헤...."
옆에 다가온 사람은 일본인 하시타카 시오라라고 소개한 여자였다. 처음 소개할 때 보았던 소심한 성격으로 나에게 먼저 다가올지 몰랐기 때문에 살짝 당황하며 쳐다보는데 나를 올려다 보며 엘리급으로 귀엽게 웃어보인다..... 이 속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당장은 딱히 피해는 없을 거라 판단되었다.
"그렇죠, 이웃나라죠... 이 음식이 맛있다구요?"
"네!..... 그 준혁씨.... 오시기전에 먹어봤는데 맛있어요"
"그렇군요"
스윽내 대답에 초롱초롱한 눈을 하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그에 나는 사람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집게를 들어 하시타카 시오라가 가리켰던 고기음식을 그릇에 담았다. 그에 만족한 듯 하시타카 시오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방금 내가 담은 음식을 자신도 담았다.
"세리스 너는 뭐 먹을 거야?"
"......... 저는 되었습니다"
"풋.... 귀엽기는"
이렇게 하시타카 시오라와 대화를 하다가 옆에 가만히 서있는 세리스를 슬며시 돌아보니 삐진 듯 고개를 슬쩍 돌려 먼산을 바라보는 세리스의 엉덩이를 몇 번 토닥여준다. 그리고 그 옆에 키가 안 다서 집게를 못 집는 엘리의 접시에도 음식
을 조금조금씩 덜어주며 계속 음식을 골랐다.
"이것도! 맛있어요"
"그래요? 맛있어 보이네요"
그리고 그 후에도 하시타카 시오라는 자신의 히어로를 대동한채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참새처럼 쫑알쫑알 얘기를 해왔다. 처음 자기소개를 할 때에 보였던 그 성격은 어디로 간 것인지........ 지금 내 앞에는 정말 활발한 성격에 20 대 아가씨가 존재하고 있었다.
"처음에 여기 왔을 때에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막막 처음에는 울기만 하고......"
"그랬군요......"
"준혁씨는 어땠어요?"
"네? 저는.... 뭐 잠깐 혼란스러웠긴 했는데 정신 차리고 튜토리얼을 빠르게 진행했죠."
"우와.... 그 상황에서 그렇게 하시다니 대단해요!"
음식을 다 담은 후에는 식탁에 어쩌다 보니 마주앉게 되었는데 무엇을 그렇게 계속 얘기하고 싶은지 세리스나 엘리와 대화할 틈을 주지 않고 질문을 퍼부어 왔다. 나는 그에 무시는 못하겠고 최대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대답을 하는데 단단히 삐질 세리스가 걱정이였다.
"오늘 저녁 연회는 여기까지입니다! 내일 아침에 히어로들을 보낼터이니 따라서 마을회관으로 와주십시요!"
하시타카 시오라와 대화를 하며 식사를 시작한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다른 플레이어와 얘기를 하고 있던 잭이 모든 플레이어의 시선을 모으더니 해산을 외치었다. 나는 그에 하시타카 시오라를 향해 살짝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하시타카 시오라도 같이 일어나며 내게 인사를 해왔다.
"그, 그럼... 내일 또 봬요"
"예, 내일 봽죠"
그렇게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도 인사를 하며 나는 모든 히어로들을 데리고 연회장에서 나왔다. 다른 플레이어들 역시도 자신이 처음 배정받았던 여관으로 향했고 나 또한 곧 바로 여관으로 향했다.
"세리스"
".... 예 주군"
피곤한지 잠든 엘리를 업고 내 뒤를 따라오는 세리스를 향해 슬쩍 돌아보며 불러본다. 그러자 잠시 뜸을 들이다가 상당히 차가워진 목소리로 대답을 해온다. 아마도 아까 연회장에서 하시타카 시오라와만 대화를 해서 상당히 삐져있는 것 같았다.
"세리스, 삐졌어?"
"..... 제가 주군께 삐지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내 질문에 아까보다는 살짝 풀린 목소리로 내게 대답을 해오는 세리스에 살짝 미소지으며 엘리가 깨지 않을 정도로 세리스 옆에 붙는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위에 손을 올려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며 그냥 아무말 없이 여관으로 향했다. 딱히 무슨 말을 꺼내야 할 지도 몰랐고 그냥 이러고 싶었다.
'그럼...... 내일은 어떤 얘기가 나오려나.....'
혹시나 어떠한 일이 생길거라 예상했던 저녁 연회는 무사히 끝이 났다. 하지만 아직 까지 완전히 안심하기 이른 시간.... 내일 아침 마을회관에서 어떠한 마찰이 있을지 어떤 얘기가 오갈지 몰라 불안하기도 하고 겁이나기도 하고.... 하지만 왠지 설레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