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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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1장 튜토리얼  -- >

"끼이익!"

"어디보자.... 진짜 책이 있네?"

듣기 싫은 소리를 내는 문을 활짝 열며 집안으로 들어가 책상 위를 바라보자 그 곳에는 진짜로 책 한 권이 놓여져 있었다. 크기와 굵기는 대충 초등 교과서 정도랄까?

"제목이........."

책상에 다가가서 책을 집어 들어 제목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그 자리에서 딱딱하게 굳을 수밖에 없었다. 먼저 제목은 사랑스러운 그대의 품에서 그리고 그 옆에 작은 글씨로 써져있는 장르는..... 

"BL....... 씨팔!!"

"휙!"

장르를 보는 순간 내 손은 반사적으로 그 책을 힘껏 어디론가로 집어 던졌다. 손제 집고 있는 것만으로도 불결했다.

"으아아아! 이 퀘스트는 뭔데!! 그냥 평범하게 흥부와 놀부나 던져주지 BL 소설이라니!"

집안 한 구석에 박혀있는 BL 소설책을 보고 있자니 속에서 욕지거리가 마구마구 올라왔다. 지금 저 책을 들고 앉아서 읽고 있는 나 자신을 생각하면 정말 혐오 그 자체였다.

"아아아.... 튜토리얼이니 안 할 수도 없고.... 씨팔....."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BL 소설책이 떨어져있는 구석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집게손가락을 이용해 천천히 소설책을 들어올렸다.

".... 그래 튜토리얼이니까...... 지, 지금 이 순간에도 책을 읽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사람이 있을 거야...."

제국의 황제가 되어서 대륙통일을 이룩할 것이라고 이미 목표를 세워둔 시점에서 이따위 소설책 때문에 더 이상의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었다.

"마, 만지지마........ 지, 진우야 거기는...... 으아아아아아!!!! 못 읽겠어!!!!"

계속 읽고 있다 보니 점점 BL에 접촉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혐오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은 내 미래와 목표를 위한 일..... 결국 나는 소설책을 정독하게 되었다.

"하, 하얗게 불태웠다......."

몇 시간에 걸쳐서 읽었는지 잘 모르겠다. 도저히 움직이지 않는 눈을 굴려가며 소설을 읽었고 이 소설을 이해하지 않으려고 하는 

내 뇌에 억지로 BL을 각인시키며 이해했다. 정말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력 스탯 1이 증가합니다.

-튜토리얼 여섯 번째 단계 완료.

-특수 소환석 1개가 지급됩니다.

-튜토리얼 다음 단계의 퀘스트를 진행합니다.

-튜토리얼 그 일곱 번째 신전에 가자 난이도: F마을 출입구 근처에 있는 신전을 찾아가 사제와 얘기를 나누세요.

보상: 다음 단계의 튜토리얼 퀘스트-히어로 등급이 F에서 D로 상승합니다!

-히어로 등급이 D로 상승함에 따라 보너스 스탯 5가 주어집니다. 상태창에서 분배가 가능합니다.

여기서 잠깐! 히어로 등급은 세 개의 스탯을 합산한 수치로 계산합니다.

E등급 (0~29) D등급 (30~69) C등급 (70~119) B등급 (120~179) A등급 (180~249) S등급 (250~)툭!

"와.... D등급이라.... 일단 보너스 스탯은 아껴두고 신전으로 가볼까?"

보너스 스탯은 혹시나 모르니 아껴두는 것으로 결정을 하고 책상에 떨어져 있는 특수 소환석을 챙긴 뒤 아까 보았던 신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 벌써 밤이네 배고프다...."

집에서 나와 신전을 향해서 걷고 있자니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BL과 씨름을 상당히 오래 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해가 완전히 져서 주변이 어둠에 감싸져 있었고 간간히 보이는 횃불들이 길을 밝히고 있었다.

"우와 여기는 자체발광이구만"

열심히 걸어서 도착한 신전은 주변에 짙은 어둠에 저항이라도 하고 있는 것인지 자체발광하며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터벅, 터벅"

"계, 계세요?"

한 걸음 한 걸음 왠지 모를 신성함이 물씬 풍기고 있는 신전에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가 사제를 찾았다.

"오셨나요? 플레이어님"

"아......."

신전 안으로 들어와 몇 걸음이나 걸었을까 어느새 옆에 나타난 여사제가 나근나근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허리까지 닿는 진한 흑발, 작은 얼굴에 대비되는 큰 흑안, 오똑한 코, 앵두 같은 입술 그리고 한 160정도 되어 보이는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새하얀 사제복 위로 보이는 C컵 정도의 풍만한 가슴.... 한 마디로 신전의 여사제는 애니에서나 볼법한 미소녀 였다.

"환영해요 가챠 여신님의 신전에 오신 것을..... 보아 하니 특수 소환석 5개를 모아 오셨네요? 강한 히어로를 소환해 보겠어요?"

-튜토리얼 일곱 번째 단계 완료.

-튜토리얼 다음 단계의 퀘스트를 진행합니다.

-튜토리얼 그 여덟 번째 특수 소환석을 이용한 히어로 소환 난이도: F사제의 안내에 따라 특수 소환석을 이용해 히어로를 소환하여 봅시다.

보상: 일반 소환석 5개와 다음 단계의 튜토리얼 퀘스트여기서 잠깐! 밸런스 조정을 위하여 첫 특수 히어로 소환에서는 무조건 히어로 등급 B의 히어로가 소환됩니다.

"네, 넵"

"저를 따라와 주세요"

그렇게 여사제의 미모에 혼을 빼놓고 있다가 뒤돌아 사뿐사뿐 걸음을 옮기는 여사제의 뒤를 따라서 신전의 깊숙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 곳엔 새하얀 제단이 있었다.

"자 저 제단위에 특수 소환석 5개를 놓고 소환이라고 외쳐보세요"

"네"

"툭툭툭툭툭"

여사제의 말에 따라 특수 소환석을 한 개 한 개 정성스레 올려놓은 후 비록 무조건 B등급의 히어로가 나오겠지만 그 중에서도 좋은 히어로가 나오길 빌며 소환을 시작했다.

"제발..... 소, 소환!"

"파아아앗!"

"악!!!"

살짝 긴장한 탓인지 말을 더듬으며 소환을 외치자 제단위에 있던 

5개의 특수 소환석에서 엄청난 빛이 터져 나왔고 그에 깜짝 놀란 나는 꼴사납게 뒤로 엉덩방아를 찍으며 넘어지고 말았다.

"터벅, 터벅"

"아야야야...... 어?"

한 순간 밝게 퍼져나가던 빛은 어느새 완전히 사그라들었고 아픈 엉덩이를 살살 쓰다듬고 있자니 누군가가 내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서 그에 고개를 살짝 들어 다가오는 대상을 확인 하는데 한 순간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당신이"

"........"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아름다운 은발, 고요한 푸른 호수를 담아 놓은 듯 한 눈, 창백해 보일 정도로 새하얀 얼굴

과 그에 대비되는 붉고 작은 입술, 오똑하게 솟아 올라와 있는 코, 뒤에 모든 이목구비를 담고 있는 작은 얼굴... 그리고 키는 나와 비슷해 보이는 175정도 였고 전신을 덮고 있는 은색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허리에는 기다란 푸른색 검집의 장검을 차고 있었다.

"저의 주군입니까?"

"........."

내게 손을 내밀며 그렇게 묻는 그녀의 숨 막히는 아름다움에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주저앉아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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