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 (9/14)

“하하하!~~ 장 선생이 그렇게 우물쭈물한 모습을 보이니까 너무 재밌네요! 하하하!~~”

나의 비겁함 앞에서 경숙은 크게 웃어주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엔 너무나 추한 모습 같았는데, 오히려 경숙은 재밌어 하고 있었다. 도대체 경숙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좋아요...여기까지 왔으니 아주 손가락이 오그라드는 얘기를 해줄게요.”

“... ...”

“음...전 결혼을 두 번 했었어요. 첫 번째 결혼에서 수오를 얻었는데, 남편이 그만 교통사고로 하늘나라로 떠나버렸죠...그리고 장 선생이 이곳에 오기 전에 재혼을 했었어요...그 남자도 장 선생처럼 즉흥적으로 다가왔었죠...전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했고...앞 뒤 안 가리고 재혼을 했어요...”

경숙은 비극적인 얘기를 남 얘기처럼 하고 있었다. 난 아직까지 과거에 대한 일을 생각하면 심장이 떨릴 정도였는데 경숙은 너무나 침착했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자신을 객관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을 객관화시킨 만큼 성숙해 지는 것인가?

“근데...재혼이란 것이 쉽지가 않더군요...시댁에선 처음부터 저를 못 마땅해 했는데...당연 하죠 제가 나이가 많았으니까...근데, 수오에게도 그것이 전해지더군요...남편이 중간에서 모든 것을 막아줬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더군요...남편도 사람이니까 힘든 것이 당연한대도 ...나도 힘이 드니까 떼를 썼고...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는 매일 싸우게 됐고...결국, 이혼하고 말았어요...웃기죠?”

“...손가락은 오그라들지 않았습니다...”

내 말에 경숙이 피식 웃어버렸다. 뭔지 모르지만 나는 경숙에게 이해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엄마에게도 느껴 본적이 없던 느낌이었다.

“흠...이제 장 선생 얘기도 해봐요...알고 싶어요...”

나는 조금 고민하다가 경숙에게 인영과의 일을 얘기했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 한 적이 없었는데 경숙에게 모든 것을 얘기를 하고 말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었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속이 후련해졌다. 십년 묵은 체증이 쑤욱 내려간다는 말은 바로 이런 느낌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장 선생 얘기는 손가락이 오그라들어요...하하하!~~”

하긴 경숙의 말이 맞았다. 첫사랑에 실패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 같았다. 너 아니면 여자가 없냐? ...라고 단순하게 넘어 갈 수도 있는 문제였지만 이상하게도 난 인영에게 집착을 하고 말았다. 서로 육체관계를 갖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인영에 대한 나의 집착은 사랑을 놓친 안타까움이 아니라 남성들의 속물적인 근성인가?

“이제 돌아가요, 장 선생님. 수오녀석이 징징댈 것 같아요...”

경숙이 그렇게 말하고 벤치에서 일어섰다. 나는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경숙이 의아하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핑계를 댈게요...결혼을 생각하고 그런 것 아닙니다...그냥...그냥!...사무장님 몸을 보고... 하고 싶었어요...너무나 만지고 싶었고...그래서 키스를 했고...그랬습니다...!”

내 말에 경숙이 얼굴을 붉히고 주변을 살폈다. 가게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우리를 보지 않았고 모두들 주차장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경숙의 어깨를 잡고 돌려서 나를 바라보게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어요...사무장님과 하고 싶습니다...제가 너무 이기적인가요?” 

경숙은 얼굴을 붉히고 있었지만 표정은 차분했다. 

“...사랑 안 할 자신이 있어요?”

그녀의 말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남녀간의 사랑은 항상, 집착을 동반할 수 밖에는 없었다. 나는 인영에게 그랬고, 남편이 있는 상인에게도 그랬다. 경숙의 말대로 완벽하게 서로를 객체화 시킨 만남을 할 수 있을까?

“...전 할 수 있지만...장 선생은 절대로 할 수 없을 거예요...그때는 또 어떤 핑계를 댈 거죠?” 

“... ...”

“두 번째 결혼을 할 때도 ...전 ...사랑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었어요...하지만...현실은 다르더군요...제 집착으로 수오가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장 선생 한 테만 수오가 그런 것이 아니에요...녀석은 젊은 남자만 보면 아빠라고 달려들죠...새 아빠를 좋아했었으니까...전...녀석이 클 때까지 절대로 사랑을 하지 않을 거예요...”

나는 돌아서는 경숙의 손을 붙잡았다. 경숙은 이제 돌아서지 않은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절대로...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당신에게 키스했던 날 ...전 다른 여자를 강간하려 했습니다...술에 취했다는 핑계를 대죠...전...이런 놈입니다...사무장님이나 다른 분들이 생각하는 그런 고상한 사람이 아니라...태어날 때부터 쓰레기였고, 이기적인데다가 짐승 같은 놈입니다...!...”

경숙은 내 말에 돌아서지 않은 채 여전히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쿵쿵 뛰는 내 심장의 소리가 크게 들려왔고, 움직임까지 보이는 것 같았다. 약간 떨리는 손으로 잡고 있던 경숙의 손을 놓자, 그녀가 천천히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말을 하고 말았다. 한달도 안 된 사이에 나는 엄청난 일을 겪었고, 또 생각지도 못 할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 경숙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경숙을 ?아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차의 문을 열자 경숙이 조수석에 올랐고, 나는 운전석에 올랐다. 차를 몰아 경숙의 아파트 쪽을 향해 달려가는데 그녀는 말이 없었다. 창 밖을 바라보기만 할 뿐 어떤 표정도 없었다. 괜한 말을 한 것인가? 하지만 핑계를 대고 싶었다. 경숙이 어떤 심정일지 모르겠지만 난 너무나 후련했다. 그리고 어쩌면 주인여자에게도 핑계를 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한마디 말도 없었다. 경숙의 아파트까지는 20분이 걸리지 않았는데 마치 두 시간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나는 아파트로 들어가려 했지만 경숙은 비로써 입을 떼며 내려달라는 말을 했다. 그녀가 원하는 곳에 차를 세우자, 경숙은 나를 보지도 않고 차에서 내렸다. 전면으로 경숙의 아파트가 보이기는 했지만 이곳에서 걸어가려면 4거리의 횡단보도를 건너야 했고, 그곳을 건너고도 꽤 걸어야하는 거리였다. 그렇게 터벅터벅 아파트 쪽으로 걸어가는 경숙의 모습을 보니 불안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반응들이 겹쳐서 머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알 수 없는 경숙의 반응이었다. 괜한 얘기를 꺼낸 것인가? 사람들 사이에서 관계를 맺고, 또 한 발짝 다가설 때마다 나는 너무나 피곤하고 힘이 들었다. 이렇게 힘이 드는 것을 종석은 너무나 쉽게 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것인지는 정말로 내겐 미스터리였다. 

경숙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며 나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로 인해 경숙의 머리가 복잡해진 것은 미안한 일이었지만, 나는 오히려 속이 후련할 정도로 기분이 차분해졌다.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관계들이 이도 저도 아닌 관계가 되어버리는 상황에서 경숙과 나 사이에 벌어진 일도 그런 과정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왠지 모르게 심장이 뛰면서 기분이 상승되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살면서 난 한번도 핑계를 댄 적이 없었다. 잘 한 것은 잘 한 것이고, 못 한 것은 못 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오직, 내 판단에 의지해서만 살아왔었다. 

<너를 사랑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엄마와 아버지는 나를 떠나면서 저런 핑계를 댔었다. 두 사람이 나를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너무나 끔찍한 것이었다. 그리고 더욱 끔찍했던 것은 나로 인해 엄마와 아버지의 사이가 나빠지는 것이었다. 어차피 두 사람이 나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와 엄마의 친자식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나의 친부는 한 가족을 끔찍스럽게 살해한 살인자로 국가에 의해서 죽음을 당한 사람이었다. 중학생이 되었을 때 친부의 일을 알게 된 나는 더욱 움츠려 들게 됐고, 나 자신에 대해 부정하기 시작했고, 누구도 내게 가깝게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그런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그림이었지만 이상하게 엄마와 아버지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져만 갔다. 

엄마와 아버지의 싸움이 치열해지는 것이 내가 그림에 미쳐서 공부를 등한시했기 때문이 아니라 살인자의 자식이라는 원죄를 받고 태어난 쓰레기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난 가출을 해버렸다. 하지만 가출을 해서 만난 나와 비슷한 애들의 사연은 나보다 더 참혹해 보였다. 세상의 모든 불행은 나에게만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았다.

공부하라는 잔소리 때문에 가출한 애들은 너무나 귀여웠고, 또 그런 애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친아버지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여자애들이나 아버지에게 구타당했던 아이들은 이미 독립적인 기질이 있었기 때문에 가출한 상태에서도 잘 버텼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비행을 저지르면서도 자책감이 없었다. 녀석들은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웠고, 술을 마셨고, 약한 녀석들에게 폭행을 저질렀고, 그리고 꼴리면 언제든 섹스를 했다. 

여자애들은 본능적으로 반항했지만 남자애들은 본능적으로 때리고 또 때리다가 여자애들이 기절한 상태에서도 자지를 쑤셔댔다. 내가 그렇게도 끔찍스럽게 생각하는 그런 짐승 같은 짓을 나도 주인여자에게 하려고 했었다. 녀석들을 기절할 정도로 패고 또 팼던 나는 결국, 경찰에 끌려가게 됐고, 주인여자를 강간하려던 나 자신을 죽이려 했었다. 

나는 가출을 통해 엄마와 아버지에게 느꼈던 벽 보다 훨씬 큰 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갔을 때 엄마가 내 뺨을 때린 것은 엄마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한 것이라고 느꼈고, 앞으로 내게 일어나는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간 다음날부터 나는 다시 범생이의 모습으로 살면서 친자식이 아닌 나를 가슴으로 품어준 아버지와 엄마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사형수의 자식을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 애 써 준 것에 대해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두 사람이 내게 원하는 것이 그렇게 극과 극처럼 달랐냐는 것이었다. 엄마의 뜻대로 내가 상위 1프로로 성장해가는 것을 아버지는 왜 부담스러워 했을까? 엄마는 또 내가 왜 아버지를 닮아가는 것을 두려워했을까? 정말로 억울한 것은 이 모든 것이 내가 원했던 일이 아니고 내가 저지른 일이 아니란 사실이었다. 

나는 그때 아버지와 엄마처럼 핑계를 대고 싶었다. 나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핑계를 대면 나 자신이 친부모처럼 하찮고 천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핑계를 대고 후련해하고 있었다. 나의 짐승 같은 행동에 대해 남에게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핑계를 대는 것이 이렇게까지 쉬울 줄은 몰랐고, 또 상쾌함까지 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경숙에게 나의 친부처럼 나도 쓰레기라고 인정을 해버리자 너무나 편해졌고, 이제는 주인여자를 강간하려 했었던 일에 대해서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핑계를 댈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룸으로 들어와 쓰러지듯 침대에 누우니 한 없이 편해졌다. 전과는 다르게 머릿속이 복잡하지 않았고, 내 몸이 침대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다가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낯선 공간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시각적인 자료를 끊임없이 뇌로 전달하자 겨우, 이 공간이 상인의 아파트 거실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상인의 집에 왔나?]

욕실 문이 열리며 여자가 나왔다. 그런데 그 여자는 상인이 아니었다. 테니스 코치 보연이었다. 어떻게 그녀가 이 아파트에 있는 것인지 알 수 가 없었다. 더군다나 알몸을 한 채로 나오며 나를 보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건...꿈 인가?...]

보연이 내게 안기며 뭔가를 말했지만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마치, 소음이 제거된 영상처럼 느껴졌고, 귀가 먹먹할 정도로 고요했다. 그녀가 내게 안겨 알몸을 비벼대자 내 자지가 보연의 다리 사이에 들어가 그녀의 보지 살과 비벼지며 발기하기 시작했다. 옷을 입고 있다고 느꼈는데, 어떻게 된 게 금방 또 내 몸이 알몸이었다. 그리고 꿈속이었지만 촉감도 그렇고 느낌도 너무나 실제와 다름없었다. 

내 젖꼭지를 빨아대던 보연이 점점 밑으로 내려가 내 자지를 입에 물고 포르노 속의 여자처럼 익숙한 동작으로 빨기 시작했다. 미칠 것 같은 황홀감이 밀려왔고, 상대가 보연이어서 그런지 흥분감은 더욱 컸다. 지금까지 2년이 넘는 기간동안 보연의 들어난 신체는 얼굴과 손이 전부였다. 심할 정도로 보연은 신체부위를 들어내지 않아서 그녀의 몸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자세하게 그려냈는지 신기했다.

꿈이란 것은 내가 실제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뇌가 꼴리는 대로 조합하는 것으로 알 고 있었다. 그런데 보연의 대한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나의 뇌는 지금 어떻게 이렇게 자세하게 보연의 알몸을 그려냈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보연의 몸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그래서 내 자지를 빨고 있는 보연을 일어나게 했다. 그녀의 얼굴은 분명 보연이었고, 피부의 색은 상인보다도 더 까무잡잡했다. 젖가슴은 무척이나 컸고, 배에는 식스 팩이 확연했고, 허리는 잘록했다. 그리고 큼직한 엉덩이와 보지에는 털이 상인처럼 수북하게 나있었다.

검은 피부색이 돌아 굵고 긴 허벅지와 함께 밑으로 쭉 뻗어 내린 종아리는 황홀할 정도였고, 한 마리 검은 색 말처럼 건강하면서도 섹시했다. 눈이 뒤집힐 정도로 황홀한 보연의 몸을 더듬던 나는 그녀를 안아들고 소파로 걸어갔다. 소파에 보연을 내려놓고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가 키스를 했다. 보연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 입에 혀를 집어넣고는 미친 듯이 빨아댔다.

나는 보연의 입을 빨아대며 몸을 비벼댔고, 뇌가 마비될 정도의 새큰함을 즐겼다. 발기된 내 자지는 보연의 보지 살과 비벼지며 금방이라도 안으로 들어갈 것 같았다. 한 참을 그렇게 키스를 하며 몸을 비벼대다가 입을 떼고 큼직한 보연의 젖가슴을 빨았다. 그러자 보연이 입을 벌리고 뭐라고 말했지만 역시,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물컹하면서 탄력이 있는 보연의 젖가슴을 빨다가 근육이 잡힌 배를 빨고 점점 밑으로 내려가 그녀의 두 다리를 들고, 허벅지를 앞으로 밀었다. 그러자 수북한 털에 감싸인 보연의 보지와 똥구멍이 들어났다. 정말로 털이 많았다. 나는 얼굴을 그곳에 들이밀며 코로 털을 헤쳤다. 그러자 보지 살이 점점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눈이 뒤집힌 나는 얼굴을 처박고 미친 듯이 보연의 보지를 빨아댔다.

엄청나게 많은 액체가 보연의 보지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그 액체를 마시며 혀로 계속 찔러댔고, 그럴수록 보연은 엉덩이를 계속 내 쪽으로 밀어왔다. 미친 듯이 보연의 보지 살을 빨아대다가 나는 반대로 몸을 돌려 그녀의 얼굴 쪽으로 내 하체를 올렸다. 그러자 보연이 내 자지를 입으로 물었고, 엄청난 압박감과 함께 새큰함이 밀려왔다. 

다시 보연의 보지를 빨다가 그녀의 튼실한 허벅지를 빨았고, 손을 뻗어 종아리를 만져댔다. 자지로부터 전해져오는 새큰함에 죽을 것 같은 쾌감이 계속 전해져 올라왔다. 나와 보연은 한 참 동안 그렇게 서로의 몸을 빨았고, 몸을 비벼대다가 다시 내가 몸을 돌려 그녀의 두 다리를 들고 사이로 들어가 앉았다. 보연은 달아오른 얼굴로 숨을 몰아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터질 듯 발기한 자지를 잡고 수북한 털을 헤쳤다. 들어난 보연의 보지 살은 실룩거렸고, 제발 안으로 들어와 달라는 것 같았다. 내 자지 대가리가 보지 살을 가르고 점점 안으로 들어갔고, 엄청난 조임과 함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느낌이 들면서 보연의 보지는 내 자지 모두를 삼켜버리고 말았다.

엉덩이를 서서히 움직이던 나는 점점 속도를 높였고, 보연은 눈을 감고 입을 벌린 채 뭐라고 계속 소리를 질렀지만 역시, 소리가 들지는 않았다. 감촉은 실제와 다름이 없는데 왜 소리는 들리지 않을까? 

미친 듯이 좆 질을 하면서 나는 보연의 발을 잡고 복사뼈를 빨았고, 발가락을 빨아댔다. 혀로 발가락 사이사이를 움직이다가 다시, 입으로 머금고 빨고 또 빨았다. 그러자 보연의 보지 살이 더욱 내 자지를 조여 왔고, 엄청난 쾌감이 전해져왔다. 황홀감에 취해 몽롱한 상태에서 이제 어깨로 보연의 두 다리를 밀면서 내려찍듯이 좆 질을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가 더욱 미친 듯이 발광을 했고, 나는 보연이 흥분할수록 더욱 큰 쾌감을 느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좆 질을 하던 나는 보연의 다리를 내려주고 그녀의 상체에 몸을 포개면서 보연의 입을 빨았다. 그녀도 혀를 내 입에 넣고 빨았고, 나도 타액을 주고받으며 보연의 입을 빨면서 좆 질을 계속했다. 서로의 입을 미친 듯이 빨다가 머리를 들고 보연을 내려다보니 다른 여자가 있었다. 바로 주인여자였다. 보연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주인여자가 내 밑에 깔려서 내 자지를 자기 보지에 끼운 채로 벌개 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신이 없었지만 흥분감은 더욱 커져버리고 말았다. 엄청난 흥분으로 내 자지엔 더욱 많은 량의 피가 몰려서 터질 것 같았고, 조금 전 보연의 보지 조임보다 더욱 강하게 조여 오고 있었다. 나는 주인여자의 두 다리를 잡아들고 좆 질을 하면서 종아리를 빨아댔다. 내 자지가 드나드는 곳을 보니 주인 여자의 보지에도 수북한 보지 털이 있었고, 액체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가 좆 질을 하다가 발을 잡고 발가락 사이사이를 빨아대자 주인여자의 눈이 뒤집혀진 채 입을 벌리고 괴성을 질렀지만 역시, 소리는 들리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꿈속이었지만 제발, 이 꿈이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주인여자의 발가락을 빨다가 내려놓고 그녀의 몸을 옆으로 틀게 한 뒤, 다리 사이로 들어가 허리를 잡고 좆 질을 시작했다. 미칠 것 같은 쾌감이 자지로 전해졌고, 복부와 사타구니 부분에 닿은 주인여자의 엉덩이의 느낌이 너무나 황홀해서 기절할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괴성을 지르며 손을 뻗어 출렁이는 주인여자의 젖가슴을 움켜잡고 주물러댔다. 

안타까웠다. 주인여자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너무나... 너무나 안타까웠다. 나는 상체를 주인여자의 등 쪽으로 누이고 좆 질을 계속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잡고 내 쪽으로 돌려 미친 듯이 키스를 했다. 주인여자의 혀와 내 혀가 뒤엉켜서 움직이자 머리가 타 버리는 것 같은 쾌감이 계속 뇌를 자극하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빨아대다가 입을 떼고 주인여자를 바라보니 또다시 여자가 바뀌어 있었다. 

경숙이었다. 새벽에 나와 섹스를 해서 그런지 느낌이 어색하지 않았고, 경숙도 뒤에서 내 좆 질을 받으며 입을 벌리고 소리를 내 질렀지만 역시,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나는 다시 경숙을 바로 누이고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가 두 다리를 어깨로 밀면서 좆 질을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엉덩이 양쪽을 누군가 뒤에서 잡는 것이 느껴지더니 똥구멍이 화끈거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놀랍게도 경숙의 엄마였다. 경숙의 엄마도 알몸이었는데 피부가 20대처럼 고왔고, 탱탱해서 너무나 신기했다. 그녀는 머리를 들고 나를 보며 미소를 짓다가 다시 머리를 숙였다. 경숙의 엄마가 내 불알을 빠는지 기분 좋은 따뜻함이 느껴졌고, 똥구멍을 빨다가 혀로 찔러서 나도 모르게 희한한 소리를 내 뱉고 말았다. 내 눈은 계속 감기는 것 같았고, 머리는 하얗게 변해버렸다.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에 나는 미친 듯이 좆 질을 했고, 다시 정신을 차려서 내려다보니 이젠 경숙이 사라지고 나리엄마가 입을 벌린 채 소리를 지르고 있어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내 자지는 나리엄마의 보지에 물려 가만히 있었고, 허연 액체로 번들거리는 나리엄마의 보지 조임은 더욱 강해져서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오직 본능만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미친 듯이 좆 질을 하는데 엉덩이 쪽이 허전하다 싶더니 누군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유정이었다. 잔뜩 붉어진 얼굴로 엉덩이를 나리엄마 얼굴 쪽으로 향하게 하고 상체는 내 쪽을 향한 채로 다가와 내 머리를 잡고 내 입 속으로 자기 혀를 집어넣고 유정이 내 입을 빨아대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머리로 생각할 겨를이 없어서 나리엄마의 두 다리를 잡고 허리를 움직여 좆 질을 하면서 유정의 입을 빨았다. 나리엄마는 유정의 엉덩이를 잡고 그녀의 보지와 똥구멍을 빨아댔다.

유정이 입을 떼자 그녀의 입에서 침이 흘러내렸다. 벌개 진 얼굴로 미소를 짓던 유정은 몸을 일으켜 세워 뒤로 돌아 엉덩이를 내 쪽으로 내 밀고 나리엄마를 안았다. 유정과 나리엄마는 서로의 입을 빨아댔고, 유정의 보지는 나리엄마에게 빨려서 액체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나는 나리엄마의 보지 속에서 자지를 빼고 유정의 보지 속에 찔러 넣었다. 그러자 유정이 고개를 들고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를 내 질렀지만 역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유정의 허리를 잡고 다시 미친 듯이 좆 질을 시작했고, 두 여자는 껴안은 채로 서로의 입을 빨아대고 있었다. 좆 질을 하던 나는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단전으로 뭔가 묵직한 것이 주욱, 하고 내려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나는 미친 듯이 좆 질을 했고, 엄청난 비명을 내 지르며 나는 유정의 보지 속에 왈칵! 사정을 하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나리엄마와 유정은 껴안고 서로의 입을 빨았고, 유정의 보지 살이 내 자지를 물고 오물거리면서 마지막 정액 한 방울까지 받아내려 하고 있었다. 

사정의 쾌감을 느끼면서 유정을 보자, 벌개 진 얼굴로 쾌감에 취한 얼굴의 초희가 고개를 돌리고 나를 보고 있었다. 깜짝 놀란 내가 상체를 뒤로 빼고 앉았다. 그러자 초희의 보지에서 내 자지가 빠져나왔고, 그녀의 보지에서 정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초희가 웃으며 거실 바닥으로 내려섰고, 밑에는 초희엄마가 누워서 나를 보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당황한 내가 몸을 세우려는데 누군가 뒤에서 내 몸을 안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알몸의 유정이었다. 뿐만 아니라 소파 앞에는 주인여자와 경숙, 경숙 모, 그리고 베르디움 여자들이 알몸을 한 채로 술을 마시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화들짝 놀라 눈을 번쩍 떠버리고 말았다. 혼란스러운 시선은 점차 정리가 되면서 내 원룸 곳곳의 정보를 뇌로 전해주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 침대에 누운 상태였고, 창 밖을 보자 어느 새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다. 옷은 아직 입은 채였고, 온몸은 땀으로 젖어있었다. 그리고 사타구니가 이상해서 보니 난 바지를 입은 채로 사정을 한 상태였다. 혈기 왕성했던 십대 시절에도 해 본적이 없는 몽정을 28살의 나이에 해버리다니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허탈하고 찝찝한 기분에 난 티를 벗고, 청바지를 벗었다. 헐렁한 사각팬티는 흥건하게 젖어있었고, 그것을 벗자 허연 정액이 털에 묻어서 범벅이 되어있었다. 황홀한 꿈이었지만 상태는 무척이나 찝찝했다. 벗은 옷을 빨래바구니에 넣은 뒤 욕실로 들어갔다. 떨어지는 물줄기를 받으며 머리와 얼굴을 씻다가 사타구니를 씻기 시작했다. 몸에 묻은 정액을 닦아내며 꿈속을 떠올리자 보연과 주인여자 그리고 유정등 다른 여자들의 알몸이 떠오르며 또 다시 내 자지가 발기하기 시작했는데, 무엇보다 나를 흥분하게 만드는 것은 초희엄마와 초희였다. 아무리 꿈속이었어도 모녀와 함께 섹스를 했다는 것은 너무나 놀랍고도 흥분되는 일이었다. 

어이없는 일이었지만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비록 꿈이었지만 보연의 알몸을 봤고, 주인여자의 알몸과 유정의 알몸을 봤다. 초희와 K 키스를 했고, 그녀의 보지 속에 사정을 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사정을 참고 다른 여자들과도 섹스를 해 볼걸...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하는데 왜 꿈속에선 당황하고 놀랬을까?

인디언들은 꿈속에서 여자를 만나게 되면 상대방이 누구이던 간에 꼭 섹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꿈속에서 상대방과 섹스를 해야 현실에서 그 상대와의 사이가 좋아진다고 생각했고, 만약, 꿈속에서의 여자와 섹스를 하지 않으면 현실에서는 사이가 나빠진다고 믿는 인디언들의 얘기를 어디선가 본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난 보연과 주인여자와 사이가 좋아지는 것인가? 초희와 그녀의 엄마와도 좋아지는 것인가? 특별히 나빠질 것도 없는 상황에서 그런 생각이 들자 괜히 웃음이 나왔다. 꿈과 현실은 엄연히 달랐다. 주인여자의 말대로 현실 속에서는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르게 어긋나는 일의 연속이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땐 옷을 입은 채로 사정을 해서 찝찝했지만 지금은 몽정을 한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현실에서 그런 경험을 할 수 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과연 보연이 꿈속에서처럼 보지에 털이 수북할 것인가에 대해 무척이나 궁금해졌고, 다른 여자들의 보지를 자세하게 보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안타깝게 여겨지면서 계속 웃음이 나왔다.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이상하게 홀가분했다.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기분이었다. 내 몸을 감싸고 있던 단단한 철제 갑옷이 저절로 부서져 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반팔 티에 트레이닝복을 입고 원룸을 나와 산책을 했다. 그런데 몸이 너무나 가볍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뛰기 시작했고, 점점 더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미, 어둑해진 인도를 나는 미친 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내 심장은 엄청난 속도로 뛰었지만 하나도 숨이 차지 않았다. 마치, 그 동안 두 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던 불구의 장애인에서 새로운 다리를 얻기라도 한 거처럼 달리고 또 달렸다. 치타처럼 달려가는 내 모습에 놀라서 인도를 걷던 사람들이 놀라서 옆으로 피했고, 여자들은 비명까지 지르기도 했다.

어디가 어딘지 판단하지 않은 채로 무작정 뛰다보니 이 지역 대학의 후문 근처였고, 경찰서도 보였다. 나는 달리는 것을 멈추고 숨을 몰아쉬었다. 온 몸엔 땀이 흥건했고, 심장 소리가 들릴 정도로 뛰었지만 역시, 하나도 힘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웃음이 절로 나왔다. 

“태복씨, 아닙니까? ...”

숨을 몰아쉬며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니 한국이었다. 

“아, 태복씨가 맞네! 하하하!~ 난 또 웬 미친 사람인가 했잖아요. 왜 그렇게 뛰었어요?”

한국이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왔고, 나는 한껏 반가운 얼굴로 그에게 인사를 했다.

“후우!~ 새벽에 뛰는 것 보다...하아!~~ 이렇게 밤에 뛰는 것이 편해서요.”

“운동 하신 겁니까? 집에서 여기까지요? 와!~~젊긴 젊으시군요!~~하하!”

땀을 뻘뻘 흘리는 내 모습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 한국이 말했다. 

“저녁 드셨어요? ...안 드셨으면 저랑 같이합시다. 혼자 먹으려니 심심하기도 하고...”

한국의 손엔 비닐 봉투가 들려있었는데 보니, 라면이었다. 제법 먼 거리를 미친 듯이 달려서 그런지 배가 고팠다. 나는 흔쾌히 한국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는 나를 데리고 자기 원룸으로 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후끈 열기가 달아올랐다. 한국은 냄비에 물을 받으며 나보고 샤워를 하라고 해서 나는 욕실로 들어가 간단하게 땀을 씻어내고 밖으로 다시 나왔다. 어느새 방 중간엔 상이 펴져있었고, 수저와 함께 김치가 놓여있었다. 한국은 다 익은 라면을 들고 와 상 중간에 냄비를 내려놓고는 옆에 있는 선풍기의 스위치를 눌렀다.

선풍기 바람에 의지한 채 한국이 떠 준 라면을 먹으니 너무나 맛있었다. 군에 있을 때 먹은 뽀글이나 반합에 끓인 라면보다 더 맛있는 것 같았다. 어떤 영화에서 보니 라면을 가장 맛있게 끓이는 방법은, 가장 배가 고플 때 끓이는 것이라고 했었다. 지금 한국이 끓여준 라면이 어떤 음식보다 맛있는 이유는 배가 고프기 때문인가? 아니면 한국과 함께 먹기 때문인가?

“후루룩!~~저녁은 혼자 드세요? 후룩!~~하아!~~”

“예~ 사랑인 새벽에나 일이 끝나요!~후루룩, 후룩!~ 갈비 집에서 일을 하거든요. 하아!~”

“후룩!~ 형님은 일 안 하세요?”

내 말에 한국이 라면을 먹다말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가 나를 쳐다봐서 나도 그를 쳐다봤고 난 멋쩍어서 미소를 지었다. 

“저 보다 위시잖아요? ...그럼, 형님이죠 뭐...이상해요?”

“아, 아뇨...조금 ...제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것 같아서요...”

“이제부터 말 놓으세요. 제가 불편하잖아요?”

한국은 그렇게 나를 바라보다가 역시, 기분 좋게 웃었다. 나와 한국은 맛있게 라면을 먹었고, 밥까지 말아서 함께 먹었다. 살아오면서 이렇게 맛있는 라면은 먹은 적이 없는 것 같았고, 너무나 기분 좋은 저녁식사였다.

밥을 다 먹고 나는 한국이 만류하는 것을 뿌리치고 설거지를 했다. 그리고 좁은 원룸을 나와 한국과 함께 산책을 했다. 낮에는 무척이나 더웠지만 밤에는 아직도 조금 쌀쌀한 날씨였다. 그래도 좁은 방에서 더운 음식을 먹다가 나와서 그런지 너무나 시원했고 상쾌했다. 2백 미터쯤 걷다보니 속에서 가스가 올라왔다. 그래서 나는 걸쭉하게 트림을 했고, 방구까지 시원하게 뀌었다. 그러자 한국도 걸쭉하게 트림을 길게 내 뱉었다. 우리는 깔깔대고 웃으며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

6살 때 입양 된 나는 밥을 먹으면 물을 입에 머금고 요란하게 입을 헹궜고, 동시에 트림을 했다. 그리고 수시로 방귀를 뀌어댔고, 화장실 문을 닫지도 않고 똥을 쌌다. 나의 이런 모습에 엄마는 진저리를 쳤고, 아버지는 웃으며 내게 그러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하나씩 설명을 해줬다. 하지만 나는 엄마의 태도에 반발심이 생겨서 한 달이 지난 뒤 복수를 했다. 

처음으로 아버지의 엄마인 할머니 댁에 가서 저녁을 먹은 나는 보란 듯이 물을 머금고 입을 헹궜고,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가면서 방귀를 연속해서 13번이나 껴댔다. 그 일로 나는 아버지의 가족들에게 이상한 놈으로 찍히고 말았다. 씨가 나쁘면 어쩔 수 없다는 소리를 들었던 나는 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영어와 일어를 한국어 못지않게 사용하고, 한자도 익숙하게 사용하자 조금 다른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비로써 외가 집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엄마가 나를 외가 집에 데려갔다는 것은 나를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런 평가를 받고 나서야 나는 트림과 방귀를 남 앞에서 끼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껄껄거리고 웃으며 산책을 하다가 투다리가 보여서 안으로 들어가 차가운 생맥주를 마셨다. 

“백수나 다름없지 뭐...”

한국은 중소기업을 다니다가 너무나 짜증이 나서 그만두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다고 했다. 친, 인척들로 구성된 간부란 사람들의 말도 안 되는 짓거리들을 보면서도 웬 만하면 참고 견디려고 했는데, 사장이란 놈이 경리부 여직원과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면서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 여직원은 한국보다 나이도 한 참이나 어렸고, 직급도 낮았음에도 점점 사장 마누라라도 된 듯이 굴었기 때문이었다. 

막상, 사표를 내고 회사를 나왔지만 공무원시험은 만만치 않다고 했다. 그동안 1점차이로 떨어졌던 것이 수십 번이었다고 했다. 나는 한국과 같은 고민을 해 본적이 없었지만 경숙과 사무 팀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이 지역 대학생들의 70프로가 공시를 준비했는데, 웬 만한 지방대학 친구들은 거의가 그렇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9급 공무원 시험도 경쟁률이 어마어마해서 고시수준이라고 했다. 

그런 경쟁률을 뚫고 뽑힌 공무원들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공무수행을 할까 싶었고, 또 그런 대단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사람들인데 왜 공무원 사회는 바뀌지 않는지도 궁금해졌다. 

“후우!~~ 이젠 많이 지쳐서 말이야...그냥 우유배달이라도 할 까 생각중이다....”

주인여자에게 발끈했던 한국의 모습과 지금, 밥벌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한국의 모습이 이제야 겹쳐져서 이해가 되었다. 35살의 나이에 사랑하는 여자에게 서포트를 받으면서 9급 공무원이라도 되려고 발버둥치는 한국의 모습은 너무나도 측은해보였다. 

나는 운이 좋게도 친부모에게서 폭력성은 빼고 영특함만을 물려받은 것 같았다. 그리고 능력이 좋은 양부모를 만나서 돈에 대한 부담 또한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나도 학업 스트레스는 피할 수가 없었다. 엄마의 욕심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기 때문이었다. 1등!...오직 1등이 아니면 다른 것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여자가 바로 엄마였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내가 맥주를 마시며 그렇게 외치자 한국이 피식 웃어버렸다.

“국가가 내게 해준 게 뭐가 있냐!~~~”

한국이 나를 따라서 그렇게 외쳤고, 우리는 웃으며 맥주잔을 부딪치고 남은 맥주를 모두 마셔버렸다. 초,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12년간을 대학입시에 치여서 살다가 대학에 가서 숨 좀 쉬려고 하면 그마져도 취업준비 때문에 할 수가 없었다. 종석이나 나처럼 운이 좋아서 부모 잘 만난 녀석들은 그렇다 치고 한국 같은 남자들은 지금의 세상에서는 가정을 꾸리고 살기가 쉽지 않아보였다. 

생맥주를 마시다가 취기가 오른 나는 한국을 끌고 근처 노래방으로 들어갔다. 엄청난 음치에 고음 불가인 노래 실력이었지만 나는 들어가자마자 노래를 선택했고, 심장을 울리는 전주가 나오자 한국도 탬버린을 들고 일어나 쳐대기 시작했다. 노래가 시작되고 나는 최선을 다해서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살다보면 그런 거지!~ 우후~ 말은 되지!~ 

모두들의 잘못인가!~난 모두 다 알고 있지!~

닥쳐!!!~

돼지 멱따는 내 노래 소리에 맥주를 들고 들어오던 여주인이 깜짝 놀라다가 웃으며 테이블에 놓고는 밖으로 나갔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웃겼다. 나는 도저히 혼자 부르기가 힘들어서 마이크를 한국에 들려주고는 함께 부르자고 했고, 한국은 마이크를 받아들자마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실력이 장난 아니었다.

노래하면 잊혀지나!~ 사랑하면 사랑받나!~ 

돈 많으면 성공하나!~ 차있으면 빨리 가지!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치고 내말 들어!!!~

우리는 달려야해!~ 바보 놈이 될 순 없어!~

말~달~리~자아!!!!!!!!!~~

말 달리자!~ 말달리자!~ 말 달리자! 말달리자!~

이러다가 늙는 거지!~ 그땔 위해 일해 야해!~

모든 것은 막혀있어!~ 우리에겐 힘이 없지!~ 

닥쳐!!!~~

사랑은 어려운거야!~ 복잡하고 예쁜 거지!~

잊으려면 잊혀질까!~ 상처받기 쉬운 거야!~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치고 내말들어!~~~~

우리는 달려야해!~ 거짓에 싸워야해!~

말~달~리~자!!!!~~~~~~~~

말 달리자!~ 말 달리자!~라고 외쳐대는 한국의 목소리가 노래방안을 울렸고, 어설프지만 따라 부르는 내 소리도 섞였다. 우리는 미친 말처럼 뛰면서 탬버린을 부러뜨릴 것처럼 쳐대며 소리를 지르고 또 질러댔다. 28년을 살면서 이렇게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선 적이 없었고, 내 모든 것을 열고 함께 어울려본 적이 없었다. 한국도 답답했겠지만 나도 답답했었다. 나는 물에 뜬 기름처럼 둥둥 뜬 채로 표류하는 삶을 살아서 답답했고, 한국은 거대한 물줄기를 거스를 힘이 없어서 답답했다. 

능력과는 상관없이 표류하는 삶이긴 나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너무나 달리고 싶었다. 비록, 노래방에서였지만 나와 한국은 그 어떤 명마 못지않게 달리고 또 달려가고 있었다. 

필름이 끊겨버렸다. 노래방에서 나온 내가 한국을 잡아끌고 삼겹살 집에서 다시, 소주를 마신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엔 어떻게 된 것인지 기억이 없었다. 머리가 아픈 것은 아니었지만 몽롱한 느낌과 함께 입이 타들어가는 것 같은 심한 갈증이 느껴져 눈을 떠보니 내 방이 아니었다. 

방 안이 어두워 한 동안 주변을 둘러보다가 조금씩 어둠에 익숙해지면서 한국의 원룸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창문이 열려있었지만 방 안은 너무나 더웠고, 갈증과 함께 온몸으로 열기가 올라왔다. 팬티만 입고 있는 내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너무나 끈적끈적했고, 입안은 프라그가 잔뜩 낀 채로 텁텁해서 미칠 것 같았다. 

상체를 일으켜 세우는데 내 옆에서는 한국이 역시, 팬티만 입은 채로 대자로 누워서 코를 골고 있었고, 그 옆 싱크대 앞쪽에는 누군가 쪼그려 앉은 채로 고개를 묻고 있었다. 사랑이었다.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분간할 수는 없었지만 사랑을 보자 너무나 미안해서 몸 둘 바를 몰랐다. 황망한 마음에 나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펴서 내 티와 트레이닝복을 찾았다. 밖에서 들어오는 빛에 의지해서 옷을 찾으려니 쉽지 않았는데, 다행스럽게도 바로 내가 베고 있던 베개 밑에 깔려 있었다. 되도록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조심하면서 옷을 입고 있는데, 쪼그리고 자고 있던 사랑이 그만 깨어나고 말았다.

“이, 일어나셨어요?...”

몸을 일으켜 세우는 사랑을 보자 너무나 미안해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불을 끄고 있는 것이 다행스럽게 생각될 정도로 미안했지만 그녀는 피곤한 얼굴에도 전혀 싫은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내가 걱정스러운지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 컵에다 따라주기까지 했다. 

“천천히 드세요, 태복씨...” 

황망한 마음이었지만 타는 듯한 갈증이 먼저라 나는 염치없이 벌컥 벌컥 들이키고는 한 잔을 더 달라고 했다. 밖에서 들어오는 은은한 빛으로 들어난 사랑의 얼굴은 많이 피곤해 보였지만 그렇다고 짜증스런 얼굴은 아니었다.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며 다시, 물을 따라주었고, 난 그것마저도 모두 마셔버렸다. 시원한 물이 몸속으로 들어가자 정신을 차릴 수 있었지만 사랑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죄책감은 더욱 커지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형수님...제가 너무 큰 실례를 저질렀네요...”

“아이~ 아니에요...호호...이이가 이런 것도 너무 오랜만이어서...다행이에요...태복씨가 있어서...”

술에 떡이 된 채로 자신의 공간을 침해한 나에게 오히려 고맙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궐 같은 집에서 이런 짓을 해도 여자들이 싫어할 텐데 이 좁은 원룸에 찾아와 피곤한 몸을 쉬지도 못하게 했음에도 사랑은 다행이라고 했다. 고기 집에서 일한다고 하더니 사랑의 몸에서는 고기 냄새가 풍겨왔다. 나 때문에 제대로 씻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 숨고 싶을 정도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형수님...”

나는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미안해서 그렇게 말하고 인사를 한 뒤 문으로 향했다.

“방이 좁아서 너무 불편했죠?...많이 뒤척이시던데...”

“아, 아닙니다...괜찮습니다, 형수님...”

신발을 신으며 나는 뒤따라오는 사랑에게 그렇게 말했다. 이 와중에도 한국은 코를 골면서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북북 긁어대고 있었다. 사랑에게 미안한 마음에 나는 서둘러서 나가려고 문을 열려는데, 좀 채로 열리지가 않았다. 구조는 내 원룸하고 비슷했는데 웬 일인지 문을 열수가 없었다. 요즘 들어서 내가 왜 이렇게 고문관 짓을 하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잠금장치 이것저것을 만졌지만 문은 열리지 않고 있었다. 사랑은 나를 보고 피식 웃으면서 다가와 잠금장치를 돌리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문이 열렸고, 나는 머쓱함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끼면서 얼굴이 더욱 붉어지고 말았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태복씨는 의외로 빈틈이 많은 것 같아요...호호...!...”

“그, 그런가요?...하하...!...”

사랑의 말에 내가 머리를 긁적이면 대답했다. 나도 모르던 나의 또 다른 모습이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점점 들어나고 있었다. 어떤 것이 진짜로 나인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한국도 그랬고, 상인도 그랬고, 경숙도 그랬다. 좀 더 가까워지게 되니 의외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이런 의외의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들과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형수님...조금 만 참으세요. 형이 금방 자리를 잡을 겁니다...”

쓸데없는 말을 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머리가 어지러워서 평상시처럼 내 입을 통제하기가 어려운 것 같았다. 

“그래요, 고마워요 태복씨. 오늘은 이렇게 보내서 미안해요. 다음엔 꼭 해장국을 끓여드릴 테니 꼭 드시고 가야 해요, 알았죠?”

사랑은 차분한 인상과 큰 덩치만큼이나 배려심이 많은 것 같았다. 확실히 한국은 여자를 잘 만났다. 방송에서는 한국의 여자들 모두가 된장녀인 듯 그려대지만 현실에서는 이렇게 사랑 같은 여자들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사랑에게 몇 번이고 인사를 하고는 도망치듯 그곳을 나왔다. 주머니엔 핸드폰도 없었고 오직, 지갑뿐이었다. 기억이 가물가물 했지만 어제 집에서 나올 때 핸드폰을 갖고 오지 않은 것 같았다. 핸드폰이 없으니 시간을 확인할 수 가 없어서 답답했지만 그런 것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아직 어두운 길을 걸어서 도로 쪽으로 나왔지만 개미새끼 한 마리보이지 않았다.

걸어가기엔 너무 멀었고, 택시는커녕 사람조차 보이지 않아서 너무나 적막했다. 아무래도 가장 애매한 시간인 새벽 4시쯤 인 것 같았다. 고민하던 내 시야에 건너편에 있는 공중전화 박스가 들어왔다. 그것을 보자 나는 며칠 전에 여자운전기사에게 명함을 받은 것이 떠올라 지갑을 뒤져보니 아직도 그것이 있었다.

전화박스로 달려가며 주머니를 뒤져보니 다행스럽게도 동전이 있었다. 술에 취해 발버둥을 쳤을 텐데 어떻게 동전이 그대로 트레이닝 주머니에 있었는지 너무나 신기했다. 하지만 지금 그런 것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박스 안으로 들어간 나는 동전을 넣은 뒤 명함에 찍힌 번호를 눌렀다. 몇 번 시간이 가기도 전에 여자 운전기사가 전화를 받았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올 수 있다고 했다. 전화박스...동전...여기사...우연처럼 한 치에 오차도 없이 착착 들어맞는 모든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끊은 나는 밖으로 나와 길바닥에 앉아 숨을 고르며 택시를 기다렸다. 어느 순간부터는 공중전화박스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는데 상황이 다급해지자 비로소 아직까지 공중전화박스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필요하면 필요한 만큼 존재의 가치는 올라간다. 사람도 그럴 것이었다. 그래서 내 또래 친구들은 자신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스펙 쌓기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자기 존재 자체를 부정한 채로 새 옷을 장만하듯이 쌓고 또 쌓는다.

하지만 그런다고 가치가 올라갈까?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쌓기만 하는 스펙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더 나은 스펙을 갖은 사람들에 의해 또 다시 부정당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인간으로 태어나 존재하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어떤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사람이란 존재의 가치는 길가에 우두커니 서서 누군가 자신을 찾아주기를 기다리는 공중전화박스와 같은 것일 뿐이었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니 머리도 어지럽고,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도대체 술을 얼마나 먹었기에 이렇게 몸을 가누기가 어려운 것일까? 지금까지 살면서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마셔 본적은 없었는데, 본의 아니게 한국과는 그렇게 되고 말았다. 더군다나 놀라운 것은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 볼 때, 한국이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더 마시자고 떼를 썼다는 것이었다. 

“아이고!~ 어제 심하게 달리신 모양이네요, 하하하!~~ 괜찮으세요? 어디, 해장국 집으로라도 모셔드릴까요, 손님?”

“아, 아닙니다...그냥 집으로 가겠습니다. %%동으로 가주세요...”

여자운전기사는 환한 얼굴로 나를 보다가 차를 몰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오늘도 옷을 거꾸로 입고 계시네요?...”

거짓말처럼 난 또 티를 거꾸로 입고 있었다. 아무래도 서둘러서 옷을 입다보니 그런 것 같았다. 정말 희한한 일이었다. 이 아줌마와 내가 무슨 운명이기에 만날 때마다 이렇게 옷을 거꾸로 입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것이 우연일까, 아니면 필연일까?

“요즘 유행하는 옷차림입니다...”

“어머나? 정말이었군요...와!~ 참, 젊은 사람들은 신기해요! 호호호!~”

나의 거짓말에 여기사는 정말이라고 믿고 말았다. 머리도 어지럽고, 뱃속도 허했지만 갑자기 웃음이 밀려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이런 시간에도 일을 하시나요? ...”

“아니요. 새벽엔 일을 하지 않아요. 무섭거든요, 호호...!... 오늘은 어쩌다보니 장거리 손님이 계셔서 이렇게 된 거에요.”

“흐음...제가 운이 좋았군요...”

여기사는 약간 피곤한 얼굴에도 기분 좋게 웃으면서 익숙하게 차를 몰고 내 원룸 쪽으로 달려갔다. 나는 요금보다 만원을 더 주려했지만 그녀가 또 거절을 했고, 어쩔 수 없이 나는 그때처럼 창문으로 돈을 주고 줄행랑을 쳐버렸다. 사실, 지금 내 심정으론 만원도 모자란 액수였다. 그녀는 문을 열고 나와서 나를 불렀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나는 달려서 원룸으로 들어가 버렸다.

원룸으로 들어온 나는 옷을 모두 벗고 욕실로 들어갔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이를 닦는 일이었다. 입안이 너무 텁텁해서 미칠 것 같았다. 요란하게 이를 닦고 샤워기에 물을 틀었다. 끈적거리던 몸에 따듯한 물이 떨어져 내리자 기분이 나아졌고, 텁텁한 입을 헹구자 한결 개운해졌다. 하지만 사랑에게 미안한 마음은 좀처럼 가시지가 않았다. 

노래방에서 한국은 활기를 찾는 것 같았지만 그 좁은 원룸에서 깨어나게 되면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지독스런 벽들에 또 다시 막막할 것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도와 줄 수 있는 일도 없었다. 미술학원에서 한국이 할 일은 경비나 운전기사 밖에는 없었다. 더군다나 박기사처럼 봉고차를 갖고 있지도 않았다. 

어른들은 대학에만 가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고 말했지만, 소위 말하는 일류대에 갈 학생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소수의 학생들은 현재 이 사회의 모든 것을 움켜쥐고 있는 자들에게 빌붙어서, 그들과 이익을 나눌 것이었다. 그런 파워게임에서 떨어져 나간 자들은 나처럼 독점 세력들이 던져준 부스러기를 차지하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갈 것이었고, 한국 같은 자들과 그 보다 더 못한 계층의 사람들은 패배자라는 딱지를 평생 안고 자식들에게까지 대물림 한 채로 세상을 저주하면서 살아갈 것이었다. 

운이 좋게도 난 좋은 양부모를 만나서 좋은 교육을 받고, 돈 걱정 없이 지내면서 좋은 대학을 나왔다. 하지만 나와 정반대로 똥구멍이 찢어져라 가난한 집구석에서 태어나 어렵게 지방대학을 졸업한 한국과 내가 다른 것이 뭔지 그 차이를 알 수가 없었다. 사람의 인생이 운에 달려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인가? 

빌게이츠의 말대로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많은 것을 가진 나는 한국보다 행복해야 하는데 왜 그렇지 못한 것인가? 적게 가진 한국이나, 많이 가진 나나 인생의 파도에 휩쓸려서 표류하는 삶을 살아가긴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벽들 앞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한국과 사랑은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까? 

밥벌이는 철저하게 개인적인 일이어야 했고, 그래서 처절할 수밖엔 없었다. 

샤워를 하고 나온 나는 나른한 몸을 침대에 뉘였다. 침대에 누운 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나는 또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니가 그렇게 잘났냐!] 

꿈은 언제나 비현실적이었고, 엉뚱했다. 내 주변의 여자들과 광란의 섹스를 하는 꿈을 꾸더니 오늘은 뜬금없이 정 원장이 꿈속에 등장해서 험악한 얼굴로 내게 외쳐대 너무나 황당했다. 나는 정 원장에게 무슨 일인가에 대해 물어보려 했지만 내 의지대로 몸은 움직이지 않았고, 오직 그가 내게 하는 말만을 들어야 했다. 내 몸은 자유로웠지만 입술조차, 손가락조차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난 비로소 꿈이라는 것을 느끼고 정 원장이 하는 말을 계속 듣기만 했다.

[어린 노무 새끼가...!... 니가 살면 얼마나 살았다고 그렇게 잘난 척이야!]

아무리 꿈이라고 해도 이해할 수 없이 내게 따지고 드는 정 원장의 말을 더 이상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꿈에서 깨어나야 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꿈을 지속하고 싶을 때는 저절로 깨어나더니, 꿈에서 깨어나려 하니까 그게 뜻대로 되지가 않았다. 정 원장은 계속 내게 뭐라고 욕을 해댔고, 난 꿈에서 깨어날 생각만 하다가 어떤 행동을 했더니 드디어 꿈에서 깨어나고 말았다. 

눈을 뜨고 숨을 몰아쉬면서 혼란스런 머리를 정리하다가 또 다시 심한 갈증이 밀려와서 난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들고 벌컥 벌컥 마셔버렸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게도 내가 꿈에서 깨어나게 된 어떠한 행동은 거짓말처럼 기억에 없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머리는 무거웠고, 뱃속은 쓰리진 않았지만 무척이나 허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대변이 밖으로 밀려 나오려고 해서 엉덩이 근육을 조였다. 하지만 엉덩이 근육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그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후다닥 알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변기에 앉자마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대변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오는 양을 봐서는 보통이 아니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이 먹었기에 이렇게 밀려 나오는 것인가?

똥을 싸면서 이렇게 땀을 뻘뻘 흘려보긴 처음이었지만, 몽롱한 느낌 속에서도 진한 배설의 쾌감이 밀려왔다. 겨우 겨우 대변을 다 보고 물을 내리니 똥 덩어리들이 빙글빙글 돌다가 밑으로 사라져 버렸다. 빠져나간 것만큼 뱃속은 허했지만 불편한 느낌은 더 이상 들지 않았다. 샤워기 물을 틀고 대충 샤워를 했다. 그리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거울속의 내 얼굴을 보니 많이 부어있었다. 이런 몰골로 밖으로 나간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지금은 그딴 것이 신경 쓰이지 않았다. 남에게 내가 어떻게 보여 지건, 그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던 이제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핸드폰을 열어보니 누구도 나를 찾은 흔적이 없었다. 상인에게 연락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상인은 내 생각처럼 자신의 일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서운한 감정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인영과 수많은 시간을 함께했지만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되었었다. 상인과도 특별한 관계를 맺으면서 애틋함까지 느꼈었지만 거짓말처럼 되어버렸다. 그동안 일어났던 상인과의 일은 꿈이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꿈에서 깨어난 것인가, 아니면 아직도 꿈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인가? 뱃속이 허한 만큼 머릿속도 허했다. 뭔가를 채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그런 허한 감정이 나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었다. 

어제 입었던 반팔 티와 트레이닝복을 다시 입고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광호가 가게를 옮겨서 하얀 짬뽕을 먹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다행스럽게도 원룸 근처엔 꽤 유명한 선짓국 집이 있었다. 걸어가면서 내리쬐는 햇빛에 조금 어찔한 기분이 들었다. 어제 술을 엄청나게 마신 모양인지 머리가 흔들거렸고, 또 다시 갈증이 밀려왔다. 

10분 정도를 걸어 선짓국 집, 안으로 들어가니 점심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손님이 거의 없었다. 나는 아줌마의 인사를 받으며 홀 안으로 올라가 창 문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메뉴판과 함께 물통을 내려놓는 아줌마에게 선짓국을 시키고 나는 물을 따라 조금씩 마셨다. 그러다가 ‘어서 오세요’라는 아줌마의 소리를 듣고 무심코 입구 쪽을 바라보니 선 그라스를 낀 여자가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제법 육감적인 몸매의 그녀는 흰색 줄무늬 셔츠에 검은색 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더운 날임에도 흰색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도도한 걸음걸이로 내 앞쪽의 테이블에 앉은 그녀는 역시, 아줌마에게 선짓국을 시키고는 선 그라스를 벗었다. 체형도 그렇고 얼굴 윤곽도 그렇고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여자 같았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물을 따라 마시며 나와 시선이 마주친 그녀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려버렸다. 저 여자...나를 아나? 모르는 여자와 시선을 주고받는 짓 따위는 한 적이 없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여자에게 집중하고 말았다. 어차피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을 꿈이라고 생각한 나는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계속 그녀를 쳐다봤고, 결국 여자도 내 시선을 받고 말았다. 분명히 그녀는 나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한 것 같았다. 한동안 그렇게 시선을 주고받던 그녀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내 쪽으로 걸어와 앉았다. 우아한 걸음걸이로 내 앞에 앉은 여자는 아줌마에게 이쪽으로 달라고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