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홍다분교 여 교사 K 6 (6/7)

홍다분교 여 교사 K 6                 

[순이야 안 나올거여?]

말봉이 목소리였다. 

여기가 어디라고 말봉은 순이의 방문앞에서 변성된 저음으로 순이를 불렀다.

[안 나오면 내가 들어간다. 나, 지금 단단히 열나서 눈에 뵈는게 없은께]

말봉의 목소리를 들으며 순이는 긴장의 힘줄이 허벅지를 관통함을 느낀다. 더 이상 말봉에 밀

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은 이미 말봉의 목소리가 앗아갔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벗어나는냐 

하는 생각만이 온 뇌를 괴롭혔다. 더 이상의 이상한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나, 니 아버지한테 불어버릴거여. 너 그럼 어떻게 되는지 알지? 니 아버지한테 들어간다.]

옆방의 식구들이 있는지 알면서도 이미 순이는 자신이 혼자서 풀어야할 숙제임을 느꼈다. 결

코 자유스럽지 못한 일이었기에, 여자 아이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이었기에 그리고 아무에

게도 말 할수 없는 수치스러움으로 순이는 결국 말봉의 말을 따를 것이다.순이는 정말로 문고

리를 잡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주눅을 주는 말봉의 목소리가 순이를 문 열게 만들었다.순이

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말봉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뭔 일인디.....]

순이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를 억지로 끌어냈다.

[잠깐이면 돼.... 따라 와.]

말봉이 순이의 의사도 묻지 않고 앞장서 나갔다. 쭈빗쭈빗 말봉을 따라 사릿문을 나서며 순이

는 속절없는 두려움이 자신의 뒤꽁무니를 잡아 당김을 느꼈다.

[너, 이제 가도 돼]

석충을 보며 말봉이 말했다. 석충은 말봉과 순이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발길을 돌렸다.

말봉은 아무 말없이 걷기 시작했다. 순이는 말봉을 따라 갔다. 어디가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

었다. 이미 정해졌을 것이다.말봉은 정말 말 한마디 없이, 잘 따라오는지 뒤 돌아 보지도 않

으면서 익숙하게 담배를 피워 물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 나갔다.

주인을 따라 가는 충실한 개마냥 순이는 말봉의 담배불을 조명삼아 어둑한 길을 헤아리며 길

을 걸었다.멀리 물레방앗간이 보이자 순이는 또 다시 긴장의 힘줄이 허벅지를 뻣뻣하게 잡아 

옴을 느꼈다.아니, 오늘은 정말로 도망가야 한다. 그래 여기서 돌아 도망가자. 순이는 걸어온 

길을 뒤 돌아 보았다. 칠흑같은 어둠이 걸어온 길을 가로 막고 있었다. 

[너, 말 안들으면 나한테 혼난다.]

물레방앗간이 가까이 오자 말봉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뇌까렸다.

[내, 오늘은 처음이니깐 봐 주는거여.]

물레 방앗간으로 들어가며 순이는 말봉의 뒷통수를 쳐다보았다. 말봉만 보면 알 수 없는 두려

움과 긴장감이 전신을 적셨다.물레방앗간에 들어서자 메스꺼운 냄새가 코끝을 고문했다. 늘 

그랬다는 듯 말봉은 들어서자마자 자신의 자리에 벌러덩 누웠다. 짚단이 풍성히 쌓여 있었다.

순이는 어디에 몸을 둘지 몰라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이미 어렸을 때부터 보아온 곳이지만 

요즈음의 물레방앗간은 나설었다.

[앉져. 뭣하냐.]

순이는 어정쩡하게 거리를 두고 말봉의 발끝에 앉았다.

k는 잠이 오질 않았다.

이장네는 분명 이 마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집안임은 분명했다. 한 섬을 독재로 치장하는 이

장네, 채 만덕이야말로 이 섬의 주적임이 분명했다. 채 만덕의 위세에 가위눌려 말을 하지 않

을뿐이지 섬사람들은 그를 증오하고 있으리라. 이미 강간(强姦)의 순간까지 몰렸던 k에게 채 

만덕은 어떻게 해서든 복수를 하고야 말 그런 능구렁이였다.

하지만, 햇병아리 시골 교사인 k에게는 채만덕을 이길 힘이 없었다. 채만덕이 오히려 자신을 

헤꼬지 할까봐 그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감싸는 자신의 주제에 어떻게 이장을 제거할 수 있

단 말인가? 

채 만덕의 말 한마디면 마을은 충실한 머슴마냥 그대로 움직일 것이다. 

자신 하나쯤 채 만덕의 손가락 하나면 충분하리라. 

채 만덕이 자신의 몸을 더듬으며 뇌까리던 음흉한 말이 머리속을 맴돌았다.

" 이 섬에서 얼굴 반반한 년은 사내 있는 놈이건 없는 놈이건 다 내꺼여..."

채 만덕의 성징으로 자신도 무사하질 못할 것이다. k에게 있어 이 섬을 나갈때까지 자신의 몸

을 온전히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주 관심사가 될 것이다. 

[야, 넌 아직 어리지만 죽인다야. 통통한 기 더 죽이는구만]

말봉이 순이의 몸위에서 헐떡거리며 침을 질질 흘렸다. 허리의 요동질이 점점 거칠어져 갔다. 

순이는 멀리 물떨어지는 소리를 애써 들으며 말봉의 체취를 멀리했다.자신의 하체를 묵직히 

채우는 말봉의 몸이 점점 소름으로 다가왔다. 이제 울먹이는 어린 아이의 치기는 더이상 않하

기로 작정한 순이였다. 물 밀듯 올라올려는 울화를 억지로 쓸어 넣으며 말봉이 빨리 자신의 

찌꺼기를 뱉어내기만을 기다렸다.아싸하게 아려오는 육체의 통증도 이제는 잊기로 했다. 정신

적 고통에 비하면 그것은 사치의 고통일 것이다.

[야, 너도 몸좀 이렇게 움직여 봐. 송장이냐?]

말봉이 아직 영글지도 않은 순이의 가슴을 주물럭 거리며   허리를 슬슬 마찰시켰다.

말봉의 체모가 사타구니를 까칠하게 했다.이제 나기 시작한 순이의 음모가 짖이겨졌다.멀리서 

쥐가 찌직 거렸다. 부엉이한테 잡힌 모양이었다.

[여러분 자유당 정권은 무능과 부패로 성난 국민에게 굴복하여 정권을 내 놓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국민의 정서에 부응해 제 2 공화국이 생겨났지만, 역시 무능과 소신 부족으로 많은 문

제점만 부각시킨 정치 실험에 불과한 거예요. 해서 지금의 박정희 장군이 우리나라를 잘 살게 

하기 위해 어려운 결단으로 혁명을 일으키고 이렇듯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불철 

주야 열심히 일 하고 계십니다. 따라서....]

아이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 얼굴로 각자의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길선은 k를 바라보고 있다가 k가 눈길을 주자 얼른 책으로 머리를 숙였다.

애숙은 열심히 k의 입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 아이에게 공부는 거부하기 어려운 삶의 도피처

럼 보였다. 이미 서울서부터 애숙은 여기 있기 아까울 정도로 공부에 전념했다.순이는 꾸벅거

리며 졸고 있었다. 말순은 멍하니 창밖을 쳐다 보고 있었다.

충석과 석충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딱 붙어 앉아 히히덕 거렸다. 말봉는 여느때 처럼 팔짱을 

낀채 k를 주시하고 있었다. 태도가 하도 딱딱해 항상 그러한대도 건방지게 보였다. k는 말봉

을 한번 더 째려 보고 말을 이었다.

[.... 우리나라는 이제 보릿고개가 없는 잘 먹고 잘 사는 나라가 되어야 하고, 박 정희 장군

의 영도로 그렇게 꼭 될 거라고 교과서에 나와있죠?]

[예!]

아이들은 아무 관심이 없었다가도 k의 물음에는 이구동성으로 마치 로봇마냥 합창을 했다.

[선생님, 하지만 쿠데타는 나쁘지 않나요?]

애숙이 갑자기 당돌하게 질문했다. 

[너, 그거 어디서 들은거니?]

아직 어린 국민학생에게 나올 질문이 아니기에 k는 순간 당황했다.

[아버지가 그러시던데요....남을 억압하고 남의 피로 일어선 놈은 다시 그 피로 멸망할 것이

다, 뭐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k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아직 가치관이 정립되 있지 않은 아이에게 자칫 잘못 설

명했다가는 크나큰 오해를 불러 일으킬 것이다. 특히나 애숙처럼 탐구심이 강한 아이에게 섣

불리 대답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군사정부의 구미에 맞는 답을 해야 할 것이다.k 자신의 소

신을 얘기하기엔 너무 세상이 험난해졌다. 이곳이 아무리 외딴섬이지만 아이들이 부모에게 k

의 말을 얘기하고 부모들이 목포장에라도 나가 그 말을 다른 사람에게 전한다면 k는 자칫 살

벌한 사람들의 방문을 받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애숙양. 박정희 장군님은 우리나라를 보릿고개와 같은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시고자 생명을 

내 던지시고 거사를 일으키셨습니다. 교과서에 나와 있지요?.....하지만 다른 사람을 억압하

고 다른 사람의 피 눈물을 빨아 먹는 놈들은 반드시 자신의 눈에서도 피눈물이 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처음 생각과는 달리 k의 눈이 힘이 들어가며 자신이 평소하고 싶은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자

신을 능욕하고 섬 전체를 능욕하고 있는 채 만덕에 대한 평소 감정이 자신도 컨트롤 할 수 없

는 상황까지 몰고갔다.

k의 눈이 저절로 말봉에게 꽂혔다.채 만덕이 거기 음흉하게 웃고 있었다.

[뭣때매 또 이장님이 모이리야?]

[글씨 내가 알것소.좀 기다려 봅시다.]

[일이 바쁜디잉.....]

마을 사람들이 선착장에 모여 우물거릴때 채만덕이 뒷짐을 지며 나타났다. 피둥거리는 얼굴에 

중절모를 쓰고 하이얀 모시 한복을 걸친 모습이 채 만덕의 욕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이장의 출현에 모든 사람들이 그를 주시했다.

[자, 내가 오늘 이렇게 바쁜디도 여러 분을 모이라고 한것은 다름이 아니고..... 저 왕서방 

그것좀 줘 봐]

채 만덕 몸종인 왕 서방이 종이를 품에서 꺼냈다.

[에.... 요새 영 고기 잡는 거도 그렇고.... 들어 가는 거는 많고.....에 또.... 해서.....경

기(經氣)는 아직 올라올 기미는 않보이고, 새로 들어선 군사정부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 주어야 할 일도 많고..... 아따 보고 하려니 환장허것구만잉.... 치워라! 단도 

직입적으로다 말 헐것 같으면 뱃값허고 소작가격허고 좀 올려야 것다 이거여. 많이는 안 올릴

텐게 걱정들은 말들라고. 자세헌 얘기는 왕서방이 헐 것이고...]

사람들이 웅성거렸다.저마다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니. 지금도 벅찬디 또 올린다고라우?]

한 사람이 채 만덕에게 투덜 거렸다. 채 만덕이 그를 보며 못 마땅한듯 입맛을 다셨다. 왕서

방이 거둘었다.

[아따. 박난돌! 너 왜 그랴?   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 마당에서 저 마당으로 뛰는 마

당에 더 많은 힘을 정부에 보태줄라고 그런다고 안 그러냐. 아 그거이 이장님만 잘 먹고 잘 

살라꼬 그런거냐? 다 마을이 좋아지는 거여.]

마을 사람들이 입을 쭈빗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아, 정부한테 돈 퍼다주는 것이 우리한티 뭔 이득이 되것소. 우리야 밥만 먹으면 되는거 아

니여?]

채 만덕이 주절거리는 박 난돌을 돌 씹은듯 찌려 보았다. 그리고 뒤돌아서 갔다.

돌아서는 채 만덕의 뒷모습을 보며 동네사람들은 저마다 쩍쩍 거리며 마른 입술에 침을 발랐

다. 그렇다고 포도청인 목구멍에 먹을것을 주지 않을수 없는 자신들의 입장이 난처해짐을 아

는 사람들인지라 함부로 채 만덕의 비위를 거스르지는 못했다.그것을 너무도 잘아는 채 만덕

이기에 섬 마을을 머슴다루듯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 그래 몇칠 생활해 보니, 처음 생각과는 다르지요?]

박선생이  계란 부침 반찬을 k 옆으로 밀며 넌즈시 말을 붙였다.

[참 힘든 사람들이 사는 섬이란게 어렴풋이 느껴지는군요.]

[그렇지요? 무론 육지도 보릿고개의 삶이란건 마찬가지지겠지만, 이 섬 사람들..... 결코 쉽

게 사는 사람들은 아니지요.]

[박선생님은 이 섬사람들의 삶이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아따, 찬도 시원찮을건디 선상님들한테 민망하구마잉]

길선 어머니가 미역무침을 상에 내려 놓으며 반찬없음을 미안해 했다.

[그만 가져 오시오.아짐씨. 얻어먹는 제가 민망하구만. 이미 배는 남산이디....]

박 선생이 한 젓가락 가득 미역무침을 움켜 쥐며 배를 톡톡 두르렸다.

박 선생의 소탈함에 길선어머니가 입안가득 미소를 머금으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최 애숙. 좀 보자는데 뭐가 그리 비싸냐? ]

[난 보고싶지 않다는데 왜 자꾸 집쩍거려?]

[아따 이 년, 말 하는 싸가지한번 보드라고? 한번 만나자는 것이 그리 너한테 힘든 일이냐?]

말봉이 가슴을 탕탕치며 나에게 억지를 부렸다. 이 아이가 왜 나를 보자고 하는지 나는 모른

다. 나에게 공부를 가르쳐 달라는 것인지,아님 친구하자는 것인지 나는 이 아이의 요구사항을 

아직 모른다. 하지만 어렴풋하게 생각되는건 있다. 본능적인 거부감이 내 가슴속을 가득매운

다.

[애정]홍다분교 여교사 K----7 

***읽다보시면 이야기전개가 급하고 시간설정의 애매함으로 애를 먹으실 것 같아 잠시 정리하

겠습니다. 물론 제가 이같이 쓰는 것은 빠르게 전개하여 자칫 지루함에 빠지기 쉬운 이야기에 

양념역할을 하게 하기 위한 얄팍한 술수입니다만.... 인물이 많이 등장한 관계로 인물에 대한 

정리부터 하겠습니다.엑스트라는 뺍니다.

여교사 K (여주인공. 24세)

박 선생(홍다분교 남자교사 30대 후반으로 노총각)

채 만덕(풍채좋은 홍다도 이장. 50대 중후반)

채 말봉(채만덕의 아들, 홍다분교 6학년생. 16세)

박말순(홍다분교학생. 19세. 말봉과의 관계가 있슴)

김순이(역시 홍다분교학생.14세. 5학년생)

석충이, 박충석(홍다분교 학생. 채 말봉 똘마니)

김 순이(홍다분교 학생.14세.서울서 전학온 아이.)

김 길선( k선생이 하숙하는 집 아이. 15세. 홍다분교 6년생)

차순(채만덕의 처이자 채 말봉의 양어머니.)

이상이 여기까지 전개된 이야기에 주요인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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