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렘 드럭 제 2장―18
「근데, 코이치」
「뭐죠, 사츠키씨」
「그 외국인···괜찮아?」
「외국인? ···오오! 완전히 잊고 있었다!」
「고토···너말야···」
사츠키와 시노미야가 어이없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이야, 이거 나도 어이없다는 걸 알긴 하지만···.
최근 일어난 좋고도 부끄러운 소동을 한 번 생각해 보라구, 나로서도, 이제까지의 인생관이 완전히 뒤집히는 일 뿐이었잖아.
「지금은 다시 습격해 올 기색은 없지만···. 담번엔 빨리 도망쳐서 경찰서에라도 뛰어들어야지」
「정말 그렇지? 싸우니 어쩌니 하는 생각은 하지도 말아」
「아아, 알았어, 하지만, 시노미야···네가 나를 걱정해 주다니,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떳나?」
「흥, 바보, 사츠키, 가자」
시노미야는 홱 반대쪽을 향해 몸을 돌려 그대로 자기 가방을 들고 교실을 나가려고 한다.
조금 볼이 붉어진 것처럼 보였지만···기분탓이겠지.
「그럼 코이치, 우린 먼저 돌아갈게···. 아소우완 확실하게 해, 나랑 할 때 처, 갑자기 하드하게 하면 안돼?」
「···아니, 그건 소프트한 편이었다고 생각하는 데···」
「시끄러! 나는 힘들었단 말야!」
베에, 혀를 내밀고 부끄러워하면서 교실을 나가는 사츠키와 시노미야.
「자, 고토군. 오늘도 찾아오셨다네,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이」
쿠와타가 재미있다는 듯 이죽이죽 웃으면 내게 말했다.
알고 있다구, 복도에서부터 살기가 안개처럼 깔리며 교실로 흘러들어오고 있다.
으음, 육체만 강화된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기척까지도 알 수 있게 된 것 같다.
하지만, 머리쪽은 변화가 없다. 오늘 수학 수업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적어도 기억력 정도는 나아지면 좋겠는데.
···하고, 한가히 있을 시간이 아니지.
「그럼- -!」
「좋아, 잡히지 말라구-」
「그래, 고토, 내 500엔을 위해 도망쳐-」
「『붙잡혀 엉덩이의 정조를 빼앗긴다 』에 천 엔 건 나를 위해, 붇잡히길 추천한다」
또 내 도주가 성공할지 어떨지, 쿠와타, 카네시로, 타카하라 세명이서 내기를 걸었다.
훗, 미안하지만 붇잡힐 일은 없어.
「우오옷!」
나는 교실의 출입구에서, 인간사슬을 만들고 있던 유도부원들을 럭비 태클같은 몸통박치기로 무너뜨리고, 그래도 전력질주 했다.
육상부 녀석들이 쫓아 오지만, 지금의 나를 따라 잡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간격을 벌려놓고 현관에서 신발을 서둘러 갈아신고는, 교정에서 기다리고 있던 농구부와 배구부 혼성팀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사방에서 볼을 퍼부을 작정이었겠지만, 제대로 거리도 잡지 않고 밀집해 있으면서 뭘하겠다는 건지.
생각한 대로, 혼란한 일당은 우왕좌왕해 볼을 던지지만 내겐 스치지도 않고, 다른 멤버끼리 서로를 때리기 연발이었다.
결국에서 화가나 진심으로 서로에게 볼을 던지는 내분이 일어났다.
그것을 곁눈질로 보며 나는 유유히 학교를 뒤로 했다.
다음엔 우수한 지휘관부터 준비하고 쳐들어 오길 권유하지.
아르바이트의 쪽도 별일 없이 끝나고, 시미즈씨와 다른 점원들에게 인사하고 돌아가려 했다.
시미즈씨는, 『어머, 고토군, 오늘도 싸가지고 안가? 하∼앙, 어제 그 애인이 오늘도 만들어 주는 거야? 좋겠다∼』 라면서 놀려댔지만, 대충 웃음으로 넘겼다.
···말할 수 없잖아, 매일 다른 여자가 식사를 만들어 주려 찾아고, 그대로 H한다는 이야기를···.
이런 일을 들키면, 아무리 다정한 시미즈씨라도 나를 싫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이 아르바이트도 계속하기 어렵게 되고.
가까운데서 조달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여기밖에 없었다. 여기를 그만두면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결정, 절대 비밀이다.
빨리 돌아가려고, 사츠키를 도와준 예의 그 공원을 가로질러 가기로 했다.
우리들이 치한을 잡은 이후 황량했던 공원을 개수해 가로등도 늘어나 못알아볼 정도로 깨끗해졌다.
낡은 공중화장실도 고쳐, 근처의 평판도 제일 좋아졌다.
키리야마 도장의 문하생으로 검찰의 높은 분이 된 인물이 이런저런 교섭을 한 듯 하다.
검도 스승의 무남독녀가 습격당한 때문 인 것 같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했으면 아예 치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공무원이란게 다 그렇지 뭐.
그런 일을 생각하면서 공원 중간정도까지 걸어 왔을 때였다.
어디선가 좋은 향기가 났다.
무슨 향기지,···꽃인가.
자신의 존재를 가만히 가르쳐 주는 듯한, 조심스럽고 다정한 향기였다.
향기가 나는 곳을 찾아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수풀 안에 자란 한 나무에 바싹 달라붙은 듯이, 그녀가 서 있었다.
노랗고 붉은 꽃이 그려진 진한 감색 기모노를 입고, 어두운 가군데 서 있었다.
이상하다던가 무섭다던가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가면처럼 희고, 무표정한 그 얼굴에서 감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아니요, 그것보다.
내 눈을 고정시킨 것은, 어깻죽지언저리에서 깨끗하게 정돈된 머리칼과 눈동자였다.
머리칼도 눈동자도, 월광을 반사되어 하얀 은색으로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머리칼은 물들인 건가? 눈동자는 칼라 콘택트?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곧 자신의 생각을 부정했다.
아냐, 저건 인공으로는 결코 만들어 낼 수 없는 빛이야 ···라고.
나는 그녀를 응시하고, 완전히 움직임을 멈춰 버렸다.
은색의 소녀가 천천이 걸어나와 내 눈 앞에 멈춰섰다.
「···코이치님···. 고토, 코이치님입니다?」
「에, 아, 아아, 그렇습니다만···?」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나는, 운명개변약과 비전서, 다시말해 개변앾을 마신 분의 수호를 명받은 사람입니다.···당신의 선조, 고토 분지로님께 만들어졌습니다」
「마, 만들어져?」
「예」
전혀 변화가 없는 그 표정과 개변약과 선조라는 단어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에, 내 몸은 어째선지 딱딱하게 굳어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