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3화 〉남해검문 3 (113/148)



〈 113화 〉남해검문 3

3.

남해검문에는 모두 스무 명의 제자가 있었다. 원래 남해검문은 제자를 많이 두는 문파가 아니라서 문파의 중진이 되면 대부분 한두 명 정도의 제자를 거두었고 많아도 네 명을 넘기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한교운이 남해검문의 문주가 되었을 때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십이혈마의 난리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남해검문의 인물들이 한교운 한 명을 남기고 전부 사망해 버린 것이었다.

이후 남해검문의 문주 한교운은 십이혈마의 난이 끝나자 자기 혼자서 사문을 재건해야 하는 중책을 자각하고 조금 많은 제자를 받아 들였다.

사도백천에 의해 십이혈마가 전부 죽어 사라지자 한교운은 그해부터 바로 여섯 명의 제자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도 다시 일곱 명의 제자를 받아 들여 열세 명이 되었다.

한교운은  년에 걸쳐 열세 명이나 되는 제자를 받아들이자 아무래도 혼자서 열세 명이나 되는 가르치는 일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이 년 간 제자를 받아들이지 않다가 다시 네 명의 제자를 받아들이고 그 이후  년이 지나서 다시  명의 제자를 받아들였다.

때문에 남해검문에서는 나이가 열다섯이나 열여섯이 되는 제자 열세 명에 열서너 살까지 제자 네 명, 그리고  살과 열한 살짜리 어린 제자 세 명이 있었다.

지금 그들 중 열일곱 명의 제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남해검문의 대청은 다른 문파에 비해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열일곱 명이 모이기에는 충분히 넓었고 대청 가운데의 큰 탁자 또한 스무 명 정도가 앉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그  앞에용아가 처음 보는 소녀  명과 함께 앉아 있었다.

남해검문의 제자들 중에 가장 어린 제자는 민아였다. 한교운이 두 해 전에 거둔 제자로 이제 겨우 열 살에 불과했다.

남해검문은 오랫동안 여자들만의 문파로 이어져왔기 때문에 제자들의 서열을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았고 지금처럼 모여도 서열에 따라 앉지 않고 아무렇게나 앉았고 서로 간에 말투도 사부 한교운을 대할 때 외에는 서로 간에 격의가 없었다.

민아가 탁자의 맞은편에서 용아에게 물었다.

“용아사저, 사부님은  지난번에 편지를 남기고 떠나신 후  달이나 소식이 없는 거야? 그리고 전아 대사저와 선아 이사저는 어디 있어? 다들 보고 싶다고.”

남해검문의 셋째 제자인 기아가 마시던 차를 탁자에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가 전아 사저, 선아 사저와 놀러간 뒤로 전아사저나 선아 사저의 연락도 없고 도대체 뭘 한 거야. 그리고 사부가 정말  시켜서 우리를 모이게 했다면서 사부님은 어디계신 거야? 그리고  손님들은 누구시고?”

기아는 전아, 선아와 함께 제일 먼저 남해검문의 제자 된 소녀로 생일 순에 따라 셋째가 되기는 했지만 전아, 선아와 동갑에다 입문도 같은 날에 입문했는지라 제자들 가운데서도 발언권이 꽤 강했다.

남해검문에서 사부인 한교운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 전아, 선아. 기아 셋이서 모든 일을 처리했다.

그런데 한 전 사부 한교운이  오래 자리를 비울 거 같다는 편지를 남기고 사라지고 그 뒤에 전아와 선아, 용아가 어딘가로 놀러간다고 사라진 후 한 달 간 기아 혼자서 여러 가지 일을 관리하고 세 명의 어린 사매들을 돌보고 무공을 가르쳤다.

물론 나이 많은 다른 사매들이 도와 줬지만 그래도 전아와 선아가 놀러가서 돌아오지 않은일로 약간 화가  상태였는데 갑자기 용아가 두 명의 소녀와 함께 나타나서 사부의 명령이라면서 제자들을 모으자 도대체 사부와 전아, 선아가 전부  하고 있는 건지 궁금했다.

용아가 말했다.

“사부랑 전아 사저, 선아 사저는 함께 있어. 조금 있다가 올 거야. 우리 남해검문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라서 전부 모여야 한다고 해서 사부가 오기 전에 미리 모은 거야. 그리고 여기 손님들을 소개할게. 이쪽은 홍아, 이쪽은 녹아. 그 동안 사부님과 전아 사저, 선아 사저와 함께 있었어.”

홍아와 녹아는 용아가 소개를 시켜주자 포권하면서 인사했고 다른 남해검문의 제자들도 일제히 일어나서 포권하며 예를 갖췄다.

기아뿐만 아니라 다른 나이 많은 제자들 모두가 의아했다.

기아가 물었다.

“남해검문의 미래라니 그게 무슨 얘기야? 우리 남해검문에 무슨급한 일이라도 생긴 거야?”

용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사부에게도 일이 생기고, 전아 사저와 선아 사저에게도 일이 생겼어. 아 나쁜 일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세 사람 다 아주  있어. 다만 여기 오는 게 조금 어려워서 내가 먼저 온 것뿐이야.”

원아라는 용아와 동갑내기 소녀가 말했다.

“도대체 뭔데 그래 변죽만 울리지 말고 빨리 말해 줘.”

“이거 정말 설명이 어려운 거라서 말하기가 어렵네. 그러니까 우리 남해검문이 혈신문이라는 문파와 힘을 합치기로 했다는 이야기야. 사부랑 전아 사저, 선아사저는 그 혈신문과 힘을 합치는 문제 때문에 조금 늦는 거고.”

기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강호에 무슨 큰일이라도 생겼어? 우리가 혈신문이라는 문파와 힘을 합친다니 정말 무슨 일이야?”

“그러니까 혈신문이라는 문파가 새로 강호에진출할 건데 우리가 도와주기로 한 거야. 그리고 여기 홍아와 녹아가 바로 혈신문 사람들이야.”

기아가 뭔가 말하려고   문밖에서 딸랑거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대청에 들어올  인기척을 내기 위해 달아  종소리였다.

문밖에서 종소리가 들리자 용아가 말했다.

“아, 전아 사저와 선아 사저가 왔나보네.”

대청에 있던 모든 사람의 눈이 대청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대청 문이 열리고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전아와 선아가 들어왔다.

탁자 앞에 앉아있던 모든 남해검문의 제자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해검문은 무림의 문파라 남해검문의 제자들은 매일 무공을 수련하고 나면 반드시 땀이 차는데다 남해검문이있는 남해 지역은 겨울이 없고 항상 여름인 지역이었다. 때문에 남해검문에서는 무공 수련을 마치고 나면 거의 반드시 목욕을 해야 했고 그럴 때면 사부 한교운을 제외한 다른 제자들은 같이 목욕을 하는 일이 많았다.

때문에 서로의 알몸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알몸을 본다고 특별히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비록 사부이자 문주인 한교운이 없다고 하더라고 엄연히 남해검문의 회의 자리였다. 이런 자리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남해검문의 대제자와 둘째제자가 함께 발가벗은 알몸으로 나타나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남해검문의셋째제자인 기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전아사저, 선아사저 도대체 무슨 짓이야. 지금 여기가 사문의 대청이고 회의를 하고 있다는 걸 잊었어? 왜 이런 자리에 발가벗고 나온 거야?”

전아가 약간 쑥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게 어쩔 수가 없어. 지금 나랑 선아의 상태가 옷을 입을 수가 없어.”

“옷을 입을 수 없다니 무슨 소리야? 어디 놀러가더니 한 달이나 소식이 없는 것도 화나는데 이런 자리에 갑자기 발가벗고나와서는 옷을 입을 수 없다니, 정말 뭐하는 짓이야?”

선아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말 그대로야. 대사저와 난 지금 옷을 입을 수 없는 상태야. 기아 네가 보기에도 우리가  이상하지 않아?”

선아의 말에 놀라서 지켜보고만 있던 남해검문의 모든 제자들이 전아와 선아의 알몸을 살펴보았다. 이상한 점은 바로 발견되었다.

열두세 살가량 되어 보이는 소녀 하나가 선아의 보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둘째사저 거, 거기 털이……?”

선아가 웃으며 가랑이를 살짝 벌리고 보지를 앞으로 쑥 내밀며 말했다.

“어때 보지털이 하나도 없으니까 뭔가 새롭게 보이지 않아?”

선아가 대담하게 보지를 앞으로  내밀며 보지털이라는 조야한 단어를 내뱉자 남해검문의 모든 제자가 너무 놀라 대부분 손으로 입을 가리고 뭐라고 말을 꺼내지 못했다.

침묵을 깬 것은 이번에도 기아였다.

“지금 도대체 뭐하는 짓이야? 행동도 그렇고 말투도 그렇고 사부님을 뵈면 어쩌려고 그런 시정잡배 같은 짓을 하는 거야?”

선아가 킥킥 웃으며 말했다.

“그거야 내가 시정잡배보다 못한 존재가 되었으니 그런 거지. 이번에 대사저와 내가 거기 있는 용아선자님과 홍아선자님 그리고 녹아선자님의 노예가 되었어. 그래서 이렇게 옷도  입고 항상 빨가벗은  있게 되었어.”

남해검문의 제자들 전부가 안쪽에 앉아있는 용아와 홍아, 녹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때쯤에는 아주 어린 제자  명을 제외한 모두가 지금 상황이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기아가 일어선 자세에서 등에 매고 있던 장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남해검문에서 가장 나이 많은 제자인 지아, 해아, 원아도 동시에 검을 뽑아 들었다.

전아와 선아에다 검을 뽑아든 네 명은 모두 열여섯살로 남해검문에 가장 일찍 입문했고 또 나이도 많은 제자들이었다.

기아가 장검으로 용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용아 지금 상황을 설명해봐. 그리고 그 두 명이 누구인지도 말해 줘.”

용아는 기아와 다른 사저들이 장검을 뽑아 들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의자에 앉은 채로 말했다.

“아까 우리가혈신문과 협력하게 되었다고 말했잖아. 그런데 혈신문에 협력하려면 하나는 나처럼 그들의 동료로 들어가는 거고 다른 하나는 전아 사저와 선아 사저처럼 노예로 들어가는 건데 노예로 들어가려면 지금 전아 사저와 선아 사저처럼 빨가벗어야 해. 그래서 두 사람 다 빨가벗고 있는 거야.”

용아가 그런 식으로 설명을 해줘도 기아나 다른 제자들이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기아가 살기가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혈신문이 어떤 문파인지도 모르겠고 네가 말하는 것도 알아 들을 수는 없지만 네가 사문을 배신하고 전아와 선아 사저를 팔아 넘겼다는 건 알겠어. 네가 지금 우리 남해검문을 배신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겠지? 너는 감히 사문을 배신하는 이런 짓을 하고도 살아남기를 바라는 거야?”

기아의 장검이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기아뿐만 아니라 다른 제자들의 표정도 전부 살기를 띠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몰라하는  가장 나이 어린 세 명의 제자뿐이었고 그들 옆에 서 있던 해아와 원아가 그 세 명을자신들의 뒤에 숨게 했다.

용아가 웃으며 말했다.

“난 사저들을 팔아넘긴 적 없어. 저건 전부 사저들이 스스로 원해서 한 거야. 그렇지 전아 사저, 선아 사저?”

전아가 말했다.

“네, 물론이죠. 용아선자님은 우리를 팔아넘기지 않으셨어요. 단지 우리가 스스로 빨가벗고 노예가 되기를 갈망하는 걸 아시고 우리가 원하는 걸 해주신 것 뿐인 걸요.”

전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선아도 말했다.

“그래요. 용아선자님은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를 아시고 저희를 그렇게 만들어주셨을 뿐이에요. 다른 사매들도  저희들과 같은 걸 경험하게 되면 저희가 왜 스스로 빨가벗고 노예가 되려고 했는지 알게 될 거예요.”

이때는 이미 가장 나이 어린 제자 셋을 제외한 전원이 장검을 뽑아들고 있었다. 기아가 전아와 선아 옆에 서 있는 사매들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과연 남해검문의 제자들답다고 해야 할지 기아의 신호를 받자마자 전아와 선아 옆에 서 있던 제자 여덟 명이 동시에 각각 네 명씩 짝을 이뤄 전아와 선아의 요혈을 장검으로 겨눴다. 여덟 개의 날카로운 장검이 전아와 선아의 몸에서 치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멈췄다.

두 사람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짓을 하면 바로 장검으로 요혈을 찔러버릴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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