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3화 〉한교운 5 (93/148)



〈 93화 〉한교운 5

5.

녹아가 회초리를 휘둘러 한교운의 엉덩이를 때리며 말했다.

“달리지 않겠다면 강제로 계속 달리게 만들어 줄게.”

찰싹!

“히이이익”

한교운은 회초리에 맞은 엉덩이를 마구 문지르며 다시 서쪽 길로 달렸다.

그리고 달리면서 계속 애원했다.

“엉엉, 제발 그만 때리세요. 시키시는 건 뭐든지 다 할게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보지년 제발 용서해 주세요. 정말 너무 아파요. 엉엉.”

녹아가 뒤쪽에서 비웃으며 말했다.

“뭐든지 한다고? 웃기지 마. 진짜 뭐든지 한다는 건 이보다 열 배나 백 배 쯤 더 맞아야 하게 돼.”

“엉엉, 아니에요. 진짜 뭐든지 할게요. 제발 그만 때려주세요. 사람들 앞에서 빨가벗고 달릴 게요. 엉엉.”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게 사람들 앞에서 빨가벗고 달리기인데 그게 뭐가 대단해.”

“엉엉, 아니에요. 대도시로 나가서 거리에서 빨가벗고 달릴 게요. 제발 그만 때려주세요.”

“흥, 대도시라고 해봤자 사람이 많을 뿐이지 뭐가 달라. 넌 더 맞아야 해.”

한교운은 주루에서 적당히 달렸다 싶은 지점에서 바로 뒤로 돌아 달렸다.

찰싹!

“꺄아아악!”

이번에도 예외없이 녹아의 회초리가 엉덩이 밑살에 떨어졌다.

“아아아악. 아파요, 아파요. 정말 너무 아파요. 엉엉. 제발, 제발 시키는 건 뭐든지 할 테니까 제발 그만 때려주세요.”

“우리가 시키는 건 뭐든지 한다고? 그럼 수캐랑 흘레붙는 것도 할 수 있어? 물론 멍멍 짖는 진짜 수캐.”

한교운은 갑자기 말을 멈췄다.

한교운은 일시적으로 녹아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수캐랑 흘레붙인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사람이 개랑 흘레붙는다고?’

주루 앞에 도착하자 이번에는 홍아의 회초리가허벅지 맷 윗살에 떨어졌다.

찰싹!

“꺄아아악!”

한교운은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구르고 사람들 눈에 보지가 활짝드러나 보일 정도로 허리를 앞뒤로 마구 흔들며 말했다.

“할게요. 제발 시켜주세요. 수캐랑 흘레붙을 게요. 제발 그만 때려주세요.”

한교운이 마침내 수캐와 흘레붙겠다는 말을 뱉어내자 홍아와 녹아가 제자리에 멈춰서 손에  회초리로 다른 쪽 손바닥을 탁탁 때리면서 말했다.

홍아가 말했다.

“흐응, 그러니까 수캐랑 흘레붙겠단 말이지?”

녹아도 말했다.

“수캐랑 흘레붙인 다는 말은 절대 농담이나  골리려고 하는 장난이 아니야. 우린 진짜 널 수캐랑 흘레붙일 건데 할 수 있어? 아니면 좀 더 매를 맞고.”

마지막이 너무나 위협적이었다. 한교운은 허벅지를 문지르던 손을 앞으로 돌려 싹싹 비비며 말했다.

“박을 게요. 수캐랑 박을 게요. 제발 수캐랑 흘레붙여주세요. 선자님들이 시키는 건 뭐든지 할게요.”

홍아가 회초리로 한교운의 젖무덤과 젖꼭지 그리고 보지를 톡톡 건드리면서 말했다.

“네 말은 아직 믿기 어려워. 네가 진짜 얼마나 복종심이 생겼는지 시험해 봐야겠어. 물론 이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넌 다시 매를 맞을 거야. 물론 이번에는 애원도 안 통하게 아혈을 짚은 뒤에 정말 지독하게 때려줄 거야.”

한교운이 발을 동동 구르면서 말했다.

“제발 뭐든지 시켜주세요. 시키는 건 뭐든지 다 할게요.”

홍아가 한교운이 마을로 찾아온 남쪽 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서 육십 리 정도 되는 곳에  정자나무가 있고 그 옆에 낡은 사당이 있는 걸 봤지?”

한교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로 오면서 본 특이하게 생긴 정자나무와 산신을 모신 걸로 보이는 낡은 사당이 생각났다.

“지금부터 거기로 뛰어가서 사당 안에 있는 소상을  혓바닥으로 깨끗이 닦은 뒤에 소상의 발이나 무릎에 대고 보지를 스무  문지르고 돌아와.”

옆에서 녹아가 끼어들었다.

“우린 따라가지 않을 거야. 어차피 우리가 안 볼 거니까 혓바닥으로 안 닦아도 되고 보지 안 문질러도 돼. 어차피 우리가 따라가지 않을 거니 그대로 도망치려면 도망쳐도 좋아. 넌 경공술이 제법 뛰어나니까 육십 리 거리면 우리를 따돌리고 도망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물론 우리는 적당한 시간이 지나도 네가 돌아오지 않으면 널 잡으러 갈 거고 다시 잡으면 그때는 지금보다 더 심하게 때려주겠어.”

한교운은 홍아와 녹아의 명령이 떨어지자 바로 남쪽 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경공을 사용해서 달리는 것이라 바람이 한교운의 젖무덤과 보지에 닿는 게 그대로 느껴졌지만 발가벗고 사람이 다니는 길을 달리자니 무척 부끄러웠지만 홍아와 녹아의 허락을 받지 못해 감히 손바닥으로 몸뚱이를 가릴 수도 없었다.

한교운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홍아가 말했다.

“그 계집애 그대로 도망칠까? 아니면 돌아올까? 그 동안은 도망치는 애, 돌아오는 애 반반이었지?”

녹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글쎄, 이번에는 좀 어중간해서 나도 확신을 못하겠어. 때리는 게 심하지 않아서 그대로도망칠것 같기도 하고 그 뒤에 막 애원하던 거 생각해보면 돌아올 거 같기도 하고.”

녹아가 여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너희들 생각은 어때?”

여인들이 저마다 지껄이기 시작했다.

“글쎄, 돌아오지 않을 거 같아. 육십 리나 떨어져있으면 걔도 그대로 도망칠 생각이 날  같아.”

“왠지 몰라도 난 돌아올 거 같아. 이미 겁을 너무 먹어서 도망칠 용기도  생길 거 같아. 저런 애들은 꼭 돌아오더라고.”

“하지만 지지난번  계집애는 진짜 겁을 엄청 먹어놓고도 잘만 도망갔잖아.”

여인들은 저마다 그대로 도망친다 혹은 돌아온다고 분분히 떠들기 시작했다.

대체적으로 나이가   여인들은 그대로 도망칠 거라고 말하는 쪽이 많았고 나이가 어린 쪽은 돌아올 거라고 말하는 쪽이 많았다.

한교운은 경공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육십 리 거리를 달리는 것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홍아와 녹아에게 맞을 때마다 내공이 막히던 것도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다.

주루가 있던경치 좋은 마을 자체는 상당히 한적한 곳이고 외부와의 교통이 거의 단절되다시피  곳이었지만 거기서 육십 리나 떨어지면 이미  마을과는 상관없이 다른 마을과 많이 연결된 장소였고 사람들의 왕래도 아주 없는 곳이 아니었다.

한교운은 길을 달리며교차로가 나오자 이미 거기서 부터는 자신이  마을과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의 왕래가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한교운이 발가벗은 채로 관계없는 사람과 마주칠지 몰라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이 사람과 마주치지 않고 정자나무가 있는 곳까지 올 수 있었다.

한교운은 홍아와 녹아가 따라오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에 그대로 도망치고 싶은 유혹을 느꼈지만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홍아와 녹아의 무공은 자신이 처음보는 놀라운 것이었고 이전에는 상상조차 못해봤던 이상한 수법이기도 했다. 한교운은 자신이 도망쳐도 두 소녀로부터 절대 도망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자신에게 남은 길은 두 소녀의 명령에 따라 행동해서 매를 덜 맞는 방법뿐이었다.

정자나무는 길이 여러 방향으로 교차하는 곳에 있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사당또한 무척 낡기는 했지만 그건 오래되어서 그런 것일 뿐 사람들이 전혀 돌아보지 않아 완전히 폐가가 된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자주는 아니라고 해도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이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사당 같았다.

한교운은 여러 갈래 길이 교차하는 곳인데도 사람이 없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쉬면서 사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누구를 모시는 사당이라고 이름이 적혀 있지도 않은 사당이라 한교운은 처음에는 산신이나 토지신의 사당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뜻밖에도 사당에 모셔진 소상은손에 장검을 든 여자 신선이었다.

남해에서는 여자 신선이라면 마조(媽祖)를 가장 많이 섬기지만 여기는 바닷가도 아니고 또 소상의 모양도 마조와는 달랐다.

아마도 질병을 치료하거나 여러 이적을 일으키는 낭랑신의 한 명인 모양인데 적혀 있는 이름이 없어 누구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한교운은 여신선의 소상으로 다가가 혀를 내밀고 핥기 시작했다.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사당이라고 해도 사용한지 좀 지난 것인지 소상에는 먼지가 제법 덮여있었다.

한교운은 혀로  먼지를 깨끗이 닦아 나갔다. 홍아와 녹아는 자신들이 확인하러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한교운은  사람의 회초리질이 너무 두려워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교운은 거의 반 시진이나 걸려 여신선의 소상을 깨끗이 닦아내고 소상의 정강이에다 대고 보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남해검문도 원래 이런 여신선을 모시는 문파라서 소상의 주인이 누군지는 몰라도 미안하고 부끄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홍아와 녹아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용기 따위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한교운은 홍아와 녹아의 명령을 다 수행하고 나자 사당을 나와 다시 마을로 달렸다.

한교운은 홍아와 녹아가 자신을 위협했던 대로 진짜 수캐와 흘레붙일 것인지 아니면 그냥 위협에 불과했는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자신은 수캐와 흘레붙으면 붙었지 더 이상 홍아와 녹아의 매를 맞고싶지는 않았다.

한교운은 마을로 돌아가는 중간에  때와는 달리 네 번이나 사람들과 마주쳤지만 그때마다 재빨리 몸을 숨길  있어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마을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한교운이 마을로 돌아오자 홍아와 녹아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도 놀라서 한교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머나 쟤 그대로 돌아왔네.”

“도망  줄 알았는데 정말 의외야.”

“하긴 저게 똑똑한 거긴 하지. 도망가 봤자 바로 잡혀왔을거니까.”

“바보 쟤에게는 똑똑한 걸지 몰라도 대신 우리는 구경거리 하나가 사라졌다고.”

홍아와 녹아도 의외인 듯이 말했다.

홍아가 말했다.

“우린 네가 도망갈 거라고 생각하고 잡아와서 어떤 벌을 줄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용케 도망가지 않았구나.”

녹아도 말했다.

“네가 도망가 봤자 우리에게 도로 잡혀 올 건 뻔했지만 그래도 그런 생각도 못하고 도망칠줄 알았거던.”

한교운이 말했다.

“보지년은 이제 선자님의 충실한 종이에요. 보지년은 절대 도망 안  거예요.”

홍아와 녹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녹아가 말했다.

“그럼 여기서 정식으로 목소리 크게 해서 네 소개를  봐. ‘남해보지 한교운은 혈신문의 충성스런 암캐입니다.’ 이런 식으로 네가 알아서 적당히 말해 봐.”

한교운은 홍아와 녹아가 스스로를 혈신문이라고 말하자 혈신문이라는 이름에서 바로 십이혈마가 연상되었지만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어 바로 가랑이를 적당히 벌려 마을 사람들에게 보지를 훤히 보이면서 내공을 실어 크게 소리쳤다.

‘남해보지 한교운은 혈신문의 충성스런 암캐입니다. 남해보지 한교운은 홍아선자님과 녹아선자님의 충성스런 암캐보지입니다. 저 남해보지 한교운은 앞으로 선자님들의 허락 없이는 절대 옷을 입지 않고 항상 빨가벗은 채로 두 분 선자님을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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