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초산사효 5
5.
초산사효가 혈신문에 협력할 것을 약속하자 혈신문의 소녀들이 대청에 그들의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것도 상당히 정중하게 대우해서 자신들이 앉아 있던 자리보다 상석에 그들의 자리를 마련해 주고 다른 사람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초산사효는 그제야 대청에 있는 모두가 혈신문은 아니고 일부는 남해검문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잠시 뒤 발가벗은 알몸의 유월련과 단명선이 각기 쟁반을 들고 다가와서 그들 앞에 술잔과 안주 등을 놓고술잔에 술을 따랐다.
초산사효는 자신들을 상석에 앉혀주고 갑자기 양세현처럼 완전히 발가벗은 미인 둘이 나타나 자신들을 시중들자 어안이 벙벙한 듯 했다.
유아가 옆으로 다가와 유월련과 단명선의 젖꼭지를 꽉 잡고 커다란 젖무덤을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앞으로 우리 혈신문의 협력자가 되어 주실 대협들이시니 잘 대접해 드려조금만 소홀하면 회초리로 때려줄 거야.”
그리고는 초산사효를 향해 말했다.
“이 아이들은 저희 혈신문에 새로 들어온 암캐들이랍니다. 이쪽 암캐는 곤륜파의 장문부인 출신이고 이쪽은 점창파의 여장문인이었답니다. 물론 지금은 우리 혈신문의 암캐일 뿐이죠.자 강아지들아 대협들께 인사드려.”
두 여인이 그들 앞에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조아렸다.
“곤륜보지 혈신문의 암캐 유월련이 대협들께 인사드립니다.”
“점창보지 혈신문의 암캐단명선이 대협들께 인사드립니다.”
초산사효는 두 여인의 신분을 알게 되자 다들 입을 벌리고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사도백천의 아내 양세현이 발가벗고 관도를 달리는데 곤륜파 장문부인과 점창파 여장문이 발가벗고 남의 시중을 든다고 해서 특별히 이상할 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두 사람의 입에서 스스로를 보지라고 부르게 만들 수 있다는 건 이전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었다.
초산사효의 첫째가 약간 더듬거리며 말했다.
“귀문의 힘은 사람을 정말 놀라게 하는군요. 점창파의 여장문이 대리성내를 발가벗겨진 채 끌려 다녔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만 사실인지 의심스러웠는데 오늘 보니 사실이었던 거 같군요.”
유아가 깔깔 웃으며 말했다.
“그건 저기 당아의 작품이죠. 흑사방 사람들을 이용해서 점창파에 시비를 걸게 한 뒤에 저 계집애가 열 받아서 흑사방 사람들과 싸우는 걸 몰래 뒤에서 공격해서 기절시키고는 홀딱 벗긴뒤에 매를 몇 대 때려줬나 봐요. 그 뒤엔 저렇게 고분고분해졌죠. 게다가 아직 훈련도 안 된 강아지를 그대로 홀딱 벗겨서 자기네 안마당인 대리성 안을 끌고 다녔으니 당아가 요 귀여운 강아지를 얼마나 심하게 울렸는지 몰라요.”
청아가말했다.
“어머나 난 심하게 때리지 않았어요. 겨우 세 대 때렸을 뿐이라고요. 게다가 대리성 안을 데리고 다녔지만 그건 훈련의 하나였을 뿐이에요. 그 뒤로 우리 강아지가 얼마나 얌전해졌는데요.”
들을수록 놀라운 이야기였다. 강호에 소문난 점창파의 여장문인을 단지 매 세 대를 때려 발가벗고 수많은 사람이 거주하는 큰 성내를 돌아다니게 하고 또 이렇게 다른 사람 시중을 들게 만들다니 정말 눈으로 결과를 이렇게 보고 있지 못했다면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첫째가 궁금한 점을 물었다.
“점창의 일이 귀문의 작품인 건 이제 알겠는데 화산과 종남의 일도 귀문의 작품입니까?”
그가 화산과 종남을 거론하자 구양선을 비롯해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구양선이 물었다.
“화산과 종남의 일이 무엇이죠? 화산파와 종남파에무슨 일이 생겼나요?”
초산사효의 첫째는 혈신문에서도 화산과 종남의 소문을 아직 듣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첫째가 말했다.
“화산파와 종남파가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의 손에 당한 것 같습니다. 장안성 성문에 화산파 장문인과 종남파 장문인의 머리가 사흘이나 걸려 있었다고 합니다. 장안이면 화산과 종남의 코앞인데 그들 장문의 머리가 사흘씩이나 걸려 있는데도 아무도 그걸 내리는 사람이 없었다니 화산과 종남이 크게 당한 게 분명할 듯싶습니다. 그리고 화산과 종남 장문의 머리가 성문에 걸렸다는 건 제가 소문을 들은 것이 아니고 직접 본 사람으로부터 들은 얘기라 틀리진 않을 겁니다.”
“누가 그랬다는 얘기는 없던가요?”
“그게 노란색 장삼에 알록달록한 용이 수놓인 가사를 입은 자들이었는데 장삼과 가사도 중원의 것과 모양이 달라 장삼과 가사가 맞는지 확실할 수 없었고 머리를 깍지 않아서 중이 맞는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다만 언뜻 보기에 장삼과 가사처럼 보여 그렇게 짐작할 뿐이었다고 하는데 머리에 금으로 만든 고리 비슷한 것을 두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자들이 몰려들어 머리를 성문에 걸고 큰 글씨로 화산과 종남의 장문이라고 적은 깃발을 달아 두어 화산과 종남 장문인 걸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자들이 사흘이나 그렇게 머리 주위를 지키고 있다가 사흘 째 되는 날 머리를 가지고 다시 사라졌다고 합니다.”
“다른 건 특별한 게 없었다고 하던 가요? 그리고 그건 언제얘기죠.”
“저희도 소식을 전해준 자에게 들은 얘기라 더 이상자세히는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일어난 날은 지난 달 보름이었다고 하니 벌써 스무날 가까이 지났군요.”
구양선이 잠시 생각에 잠기자 옆에서 청아가 물었다.
“누군지 짐작되는 자들은 없나요?”
구양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행색으로 보아 짐작되는 자들이 있긴 하다만 조금 이상하구나. 전조(前朝:이전 왕조)가 망하면서 같이 사라졌었고 벌써 백 년 이상 강호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아 이미 명맥이 끊어진 줄 알았는데 다시 나타나다니 신기하구나.”
“그들이 누구인데 그러세요?”
“그자들의 행색은 전조에 소문났던 강룡사(降龍寺)의 무리와 비슷하다. 그런데 이미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한 무리들인데 다시 나타나다니 정말 이상하구나.”
“아니 강룡사라면 전조에 지독한 난행을 일삼다가 전조가 망한 원인을 만들었다고 알려진 놈들 아니에요?”
구양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정의 권위를 등에 업고 온갖 패악을 일삼았고 또 백성들을 너무 심하게 수탈하여 민란이 도처에서 일어나게 만든 원인을 제공한 놈들이다. 다만 그자들의 무공은 기이한 점이 있어서 결코 얕볼 수 없다. 다만 제약이 많아 높은 수준으로 익히는 게 쉽지 않은데 화산과 종남의 장문인들을 제압했다고 하면 그들의 무공이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구나.”
“그들의 무공이 그렇게 강해요?”
“강하기도 하지만 그 수법이 극도로 기이해서 대비가 없으면 그에 맞춰 대비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특이한 약물이나 수법들이많은데 이것이 또 무서운 수준이다. 과거 십이혈마가 강호여인들에게 실시한 대법도 애초에 그들의 수법에서 변화되어 나온 것이다.”
구양선이 단명선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하자 다들 깜짝 놀랐다. 심지어 혈신문의 제자들도 모두 처음 듣는 얘기인 듯 똑같이 놀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청아가 물었다.
“그들이 어떤 자들이고 또 어떤 수법을 주로 사용하지요?”
“강룡사는 이름에서 보이듯이 특이한 종교인데 바로 환희불을 섬긴다. 그래서 그들의 수행에는 반드시 여자가 필요한데상대하는 여인의 무공이 높을수록 그 무공을 수행자의 무공도 강해질 수 있다. 그래서 여인을 제압하는 특이한 수법이 여러 가지 개발되었는데 그것들 중의 하나가 바로 과거 십이혈마가 사용한 비약들이다. 물론 본문의 비약은 과거 그들이 사용한 수준을 뛰어넘지만 그들도 과연 과거 그대로인지 아니면 더욱 발전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우리가 강호에 나오자 말자 십이혈마와 같은 수법을 사용하는 그들도 다시 나타나다니 무척 이상하구나.”
그때 그들 앞에서 무릎 꿇고 있던 양세현이 갑자기 달려 나와 구양선 앞에서 오체투지 하듯이 바닥에 배를 대고 엎드려 구양선에게 애원했다.
“문주님, 제발, 제발, 제 아들을 좀 살려주세요.”
구양선이 놀라서 물었다.
“뭐냐? 사도공자에게 무슨 변고라도 있단 말이냐?”
“제 아들이, 남궁부인 이하란과 함께 지난 달 화산파로 떠났다고 했습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남궁부인 이하란은 화산파 출신이에요. 이하란이나 제 아들은 화산파에 그런 변고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떠났으니 지금쯤 무슨 일을 당했을지 모르겠어요. 문주님 제발 제 아들을 좀 살려주세요.”
구양선은 양세현의 말을 듣자 다급하게 혈신문의 소녀들 중 나이 든 둘에게 명령을 내렸다.
“진아, 경아 너희 둘은 지금 바로 화산파로 가서 사도공자가 무슨 변고를 당하지 않았는지 알아보아라. 그리고 혹시 사도공자가 그들에게 잡혀 있다면 너희들이 구할 자신이 있으면 바로 구하고 구하기 어려울 듯 싶으면 바로 연락을 보내 거라. 가장 중요한 것은 사도공자의 신변 안전이니 거기에 맞춰서 알아서 행동하면 된다.”
혈신문의 소녀들 중 열여덟이나 아홉쯤 돼 보이는 비교적 나이든 소녀 둘이 일어나 구양선에게 허리를 숙이고 포권하며 대답했다.
“속하들이 문주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둘은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번개처럼 재빠르게 움직여 성무장의 담과 지붕을 뛰어넘어 사라졌다. 단지 숨 한 번 쉴 정도의 시간도 되지 않아서 그들의 모습은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초산사효는 아직 스무 살도 안 된 소녀들이 생전 처음 보는 놀라운 수준의 경공을 구사해서 사라지자깜짝 놀라며 혈신문의 놀라운 무공에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양세현 또한 두 여인의 높은 무공을 보자 한결 안심되었다.
구양선이 말했다.
“진아와 경아를 보냈으니 머지않아 소식을 가져 올 거다. 그리고 강룡사가 포악하기는 해도 사도공자의 신분을 알게 되면 절대 해치지 않을 것이니 안심해도 된다. 사도공자는 나이는 어리지만 사도대협의 아들이니 그 가치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초산사효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우리는 새로본문에 협력해 주기로 하신 네 분과 같이 주연을 계속해 볼까요.”
구양선의 말이 떨어지자 유월련과 단명선이 분주히 움직이며 술과 음식을 날랐다.
구양선이 말했다.
“유아 저 아이가 네 분을 모셔 와서 우리 혈신문에 새로운 협력자가 생기게 되었으니 저 아이에게 아까 말했던 상을 주도록 하렴.”
유아가 마당으로 내려가 무릎 꿇고 앉아있던 양세현을 일으키고는 두 손을 뒤로 묶으며 말했다.
“우리 꿀꿀돼지가 오늘 착한 일을 했으니 상을 줄게.”
양세현은 유아가 자신에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몰라 잔뜩 겁을 먹었다.
유아가 손바닥으로 양세현의 보지를 슬슬 문지르며 말했다.
“우리 귀여운 꿀꿀돼지 걱정하지 말렴. 오늘은 어제처럼 무서운 게 전혀 아니고 진짜 좋은 거란다.”
잠시 뒤 건장한 성무장의 하인 둘이 뭔가를 힘겹게 밀고 와서 마당에다 놓았다.
양세현이 바라보니 흰색의 도자기로 만든 의자였다. 항아리와 비슷한 모양의 가운데가 불룩한 원통형의 물건이지만 항아리와 달리 뭔가를 담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고 사람이 앉도록 만든 중국식 의자였다.
유아가 의자 옆으로 가서 어딘가를 툭 건드리자 의자 한 가운데에 여덟 치 정도 길이의 남근이 불룩 솟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