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려한 정사(情事) 2 (2/6)

화려한 정사(情事) 2

이젠 이 해운대 바닷가 주위엔 그야말로 타락할 대로 타락한 인 

생들만이 득실거리고 불쌍하고 앳된 청춘들이 바다 한가운데에서 

넘실대는 바닷물만큼이나 범람하고 있으며 하유미 역시 그런 불 

쌍한 인간들 중의 한 사람이 되어 있는 것이다. 

[이제 나의 운명은 비극이다.] 

투명하고 흰 가운을 걸친 채 창가에 기대어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던 하유미의 입에서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 하유미는 창가에서 

한참 동안 사색에 빠져있다가 침대 위에 벌거벗은 채 코를 드르 

렁거리며 자고 있는 히데오를 돌아다보았다. 

그런 히데오를 보면서 하유미는 슬리퍼를 방바닥에 끌며 다가가 

서 침대 위에 앉았다. 히데오의 털북숭이 몸 한 가운데엔 아직 

도 금방 손만 대면 터져버릴 것 같은 그의 실체가 그리스 신전을 

떠받치고 있는 크고 둥근 전주처럼 우뚝 솟아 있었다. 

하유미는 그것을 노려보다가 손을 뻗어 그것을 움켜쥐어 보았다. 

히데오는 아직도 잠결인지 꿈결인지 몸을 잠시 뒤척였지만 하유 

미는 히데오의 실체를 움켜 쥔 손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발기한 

남성을 보며 언젠가 그녀가 보았었던 뉴스의 한 대목을 떠올렸 

다. 

그것은 바람기 많은 남편이 더 이상 다른 여자들에게 헛지랄 못 

하도록 남편이 잠든 사이 그의 심벌을 짤라 버린 센세이셔널한 

사건이었다. 하유미는 히데오의 남성을 보면서 불현듯 자신도 그 

렇게 해 볼까 하고 생각했다. 이걸 그냥 콱 물어 버려? 아님 씹 

어서 잘라 버릴까? 그럼 이 빌어먹을 일본놈은 아랫도릴 죽으라 

고 잡고 피를 낭자하게 흘리면서 죽어 버리겠지? 

그런 생각이 하유미의 머릿속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하유미는 

정말 히데오의 발기한 실체를 콱 물어 버리고 싶어졌다. 하유미 

는 천천히 히데오를 살피며 상체를 숙였다. 그리고 그의 발기한 

남성을 입안 깊숙이 넣었다. 

하지만 아직도 히데오는 꿈속에서 사경을 헤매는지 웅얼거리며 

큰 대자로 누워 있을 뿐이었다. 히데오의 남성을 목젖이 아프도 

록 입안에 넣자 그녀의 입이 벅찼다. 그래, 이 정도에서 씹어 버 

리면…… 하유미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녀의 마음속의 외침이었지 더 이상은 

아니었다. 발기한 히데오의 실체를 물고 있다가 그런 생각을 떨 

쳐 버리고 하유미는 그의 남성을 힘껏 빨아 댔다. 그제야 히데오 

는 잠에서 깨어나 자신의 허리 아래에서 자신의 남성을 힘껏 빨 

아 대고 있는 하유미를 내려다보았다. 

[아니, 하유미상?……] 

히데오가 상체를 일으키려 하자 하유미는 그의 상체를 힘껏 눌 

러 버렸다. 히데오는 점점 자신의 남성을 자극해 오는 하유미의 

돌연한 행동에 한편으론 놀라면서도 또 한편으론 다시금 욕정을 

느끼며 흥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하유미가 자신을 자극시킬 때마다 그녀의 머리채를 

끌어당기며 허리를 들어올리곤 했다. 잠시 후 히데오는 그의 정 

액을 고스란히 하유미의 입안으로 분출시켰다. 하유미는 고개를 

들어 히데오를 보며 미소를 지어 보인 후 정액을 입안에 머금은 

채 화장실로 뛰어갔다. 그리고 물로 입안을 행궈냈다. 

그날 저녁. 하유미가 핸들을 잡은 검은색 그랜저는 파라다이스 

호텔 근처 한 룸싸롱 앞에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하유미는 모 

피 코트를 입고 있었고 히데오는 무스탕에다 검은색 썬그래스를 

착용했는데 그럴 듯 해 보였다. 

그들이 차를 댄 곳은 '로즈'란 룸싸롱이었다. '로즈'의 종업원이 

차에서 내리는 하유미와 히데오를 발견하고 허리를 구십 도로 꺾 

어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들을 룸싸롱 안으로 안내했다. 

[어머, 히데오상! 이랏샤이!] 

로즈의 마담인 유연실이 붉은 카펫이 깔린 계단을 통해 하유미 

와 나란히 업소 안으로 들어서는 히데오를 보면서 눈웃음을 살살 

치면서 다가왔다. 마담 유연실은 어둠침침하고 그로테스크하게 

꾸며 놓은 실내에서 히데오의 팔짱을 끼고는 곧바로 그를 특실 

룸으로 안내했다. 잠시 후에 그와 나란히 특실 룸으로 들어간 하 

유미가 밖으로 나왔다. 

[야, 어땠어? 서비스 잘 해줬니?] 

마담 유연실이 소파에 몸을 던져 앉은 하유미에게 가까이 다가 

가서 귀엣말로 물었다. 

[걱정마슈, 이 일 한 두 번 하우? 끝내 줬지 뭐.] 

하유미가 귀찮다는 듯, 그리고 더 이상 아무 것도 묻지 말라는 

듯 말했다. 그러자 유연실이 그녀의 말에 안심한 듯 하얗게 이를 

드러내여 웃었다. 

[다 너만 믿어, 너 아님 저 난쟁이 히데오를 누가 구슬리겠니? 

호호.] 

마담 유연실이 그녀를 토닥거린 후 일어섰다. 

[기왕 끝내 주는 거, 오늘 하룻밤만 더 수고해. 화끈하게! 응? 

알겠지?] 

유연실이 간곡한 어조로 그렇게 말한 후 카운터로 또박또박 걸 

어갔다. 하유미는 마담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특실로 다시 들어갔다. 

히데오는 커다란 룸 안에서 썬그래스를 낀 채 팔을 벌려 소파에 

얹어 놓고 두 다리를 포개어 거만하게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는 

담배를 물고 있었다. 하유미는 환하게 웃으면서 마치 잘 조련시 

킨 애완용 동물처럼 그의 가슴 안으로 파고들었다. 

[오늘처럼 기분 좋은 날은 두 번 다신 없을 거야. 하유미……] 

[어머, 그래요? 사실 저도 그래요. 호호호.] 

[이럴 게 아니라, 이참에 이 히데오와 함께 도쿄로 가는 게 어 

때? 응?] 

하유미가 그의 말에 가슴에서 얼굴을 떼어 냈다. 

[도쿄에요?……] 

[그래. 도쿄 말이야. 그곳에서 나랑 오붓하게 지내자구.] 

[하지만 히데오상은 나랑 만난 지 겨우 며칠밖엔 안됐는데……] 

[그래서 싫단 말인가?] 

[그건 아니지만, 너무 진도가 빨라서.] 

하유미가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서 불안한 기색이 어리다가 흩 

어졌다. 

특실 룸으로 종업원이 양주와 갖은 안주를 테이블 위로 차려 놓 

고 돌아갈 때 마담 유연실이 들어왔다. 

평소 짙은 화장으로 인해 그녀의 피부가 많이 상해 있었지만 유 

연실의 얼굴은 특실 룸에 드리운 흐린 조명 불빛 때문에 잘 위장 

되어 있었다. 오히려 그 조명 불빛은 마담 유연실의 풍만한 몸매 

가 잘 드러나도록 분명한 명암을 그리고 있었다. 

[아이싯데루, 히데오상!] 

마담 유연실이 두 팔을 벌리며 다가와 히데오의 가슴에 안겼다. 

그리고는 유흥업소에서 십여 년 굴러먹은 노장답게 눈치챌 수 없 

는 애교로 히데오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히데오의 한 

손바닥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엉덩이 위를 쓰다듬고 있었다. 

[하하하. 연실상은 언제 봐도 매력 덩어리란 말야, 안 그래 유 

미쨩?] 

[호호. 물론예요. 언닌 매력 그 자체죠. 파라오의 여왕처럼 언 

제나 생기가 넘치고 말이죠.] 

유연실이 하유미의 말에 기분이 좋은 듯 눈을 찡긋하며 

[오호호. 오늘 우리 연실이가 날 비행길 태우니, 정말 기분이 

좋은 걸! 히데오상, 우리 유미 어때요? 쓸만해요?] 

유연실이 히데오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쓸어 내리며 물었다. 

[그으럼! 나 이때까지 유미쨩처럼 화끈한 여잔 처음이야. 아직 

도 이곳이 얼얼하다니깐! 하하하.] 

하유미는 히데오의 그 말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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