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군 -->
"별건 아니고."
무심한 듯한 말투와 달리 음부에 꽂힌 양물은 이미 다시 발기해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 가득한 욕정이 전혀 줄어들지 않은 채 화연을 훑었다.
"이번에 황은을 입지 않은 후궁은 출궁시키기로 하였지 않느냐."
"하아... 네...."
"아주 예전에 한번 황은을 입은 후궁인데, 자기도 제발 출궁시켜 달라며 찾아왔더군."
"그건 나한테 말해야죠."
"너를 볼 낯이 없다던데."
"무슨 소리예요, 그게."
"사냥 갔을 때."
현이 갑자기 말을 끊고는 화연의 양 다리를 잡아 번쩍 접어올렸다. 적나라하게 벌어진 음부에 들어가 있는 제 물건이 흡족스러웠다.
"예까지만 말하지. 하지만 벌은 받아야겠다."
퍽퍽대는 소리와 함께 아까만큼이나 커진 양물이 아까보다 더 깊고 빠르게 내벽을 쑤셔대자 참을 수 없는 교성이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아흑, 폐하, 그만, 아랫것들이, 아흑!"
"아직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있나 보지?"
화연의 몸 위로 겹쳐진 현이 탐스러운 젖꼭지를 입에 물었다. 입안 가득 빨아들이며 혀끝으로 튕기다가 유륜 주변을 빙글빙글 돌리고 치아로 가볍게 깨물었다. 작정한 듯 딱 붙은 사타구니는 위아래로 움직여 내벽과 음핵을 함께 가지고 놀았다.
"폐하, 아아, 폐하!"
현이 의도한 바대로 모든 생각이 화연의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오직 쾌락만이 남았다. 그녀가 단단한 어깨에 손톱을 박아넣으며 처음보다 더 크게 절정하였으나 현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이다가 파들파들 떠는 몸을 번쩍 안아올렸다. 그 바람에 간신히 걸쳐있던 환관복이 스르륵 흘러내리며 바닥을 풀빛으로 뒤덮었다.
"폐하, 폐하아...."
자신을 부르는 것인지, 신음을 하는 것인지. 어느 쪽이라도 좋았다. 잠시 완전히 나신이 된 그녀를 힘주어 안고 있던 현은 뒤에 아무렇게나 밀쳐져 있던 의자에 앉았다. 수축한 내벽에 꽉 물린 양물은 그 동안에도 빠지지 않았다.
"잠깐 쉬어라. 다시 해야 하니까."
화연은 자신을 완전히 채우고 하나로 연결된 현의 몸을 느끼며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손가락으로 아직까지 흐트러지지 않은 흑룡포의 매듭을 풀었다. 검은 비단이 허리 아래로 떨어져 아름답게 조각된 몸이 드러났다. 넓게 각진 어깨도, 땀에 젖은 가슴도, 마른 듯 도랑이 패인 아랫배까지.
누군가 여인의 음심을 동하게 만들 생각으로 그림을 그린다면 이런 모습일까. 그를 뜨겁게 바라보는 시선에 현이 긴장한 듯 입술을 할짝였다. 그 붉은 혀끝은 다시 입안으로 사라지기 전에 화연에게 삼켜졌다.
"하...."
자그마한 주제에 정신을 차릴 수 없게 휘감아오던 혀가 잠시 떨어진 사이 현이 눈을 감고 탄식하듯 한숨을 쉬었다. 그것도 잠시, 아까보다 더욱 적극적인 혀놀림과 함께 늘씬한 허리가 앞뒤로 움직이자 이제 한 손은 체액에 미끄러워진 엉덩이를, 한 손은 팔걸이에 조각된 용을 꽉 잡았다.
"하아, 폐하, 하아...."
입술을 떼어낸 화연이 그의 어깨를 꽉 붙들고 앞뒤로 움직이던 허리로 부드럽게 원을 그렸다.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이는 내벽의 근육이 양물을 제멋대로 조이고 풀기를 반복한다. 그러면서도 화연은 흐릿하게 달뜬 눈으로 그를 똑바로 응시했다.
"아, 윽, 잠깐. 잠깐만."
"하아, 왜요."
딱 좋았는데. 현이 허리를 꽉 잡아 멈춰세우자 화연은 원망스럽게 반문하면서도 그의 귓볼에 달린 작은 금귀걸이를 입에 넣었다. 달각달각, 금속과 치아가 부딪히는 소리마저 음란하게 들린다. 현이 팔걸이 대신 제 몸에 맞닿은 젖가슴을 움켜쥐고 힘주어 주무르자 그 소리에는 가쁜 신음이 섞여들었다.
"나 미치겠어, 폐하. 빨리."
내가 더 미치겠다. 속에 있는 말을 삼킨 현이 허리를 잡고 있던 손으로 화연의 뒷목을 잡고 촉촉히 젖은 입술을 핥았다. 화연은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단단한 어깨를 꽉 잡은 채 엉덩이를 앞뒤로 움직였다.
"읏... 화연아, 하아."
현이 점점 뒤로 젖혀지는 화연의 몸을 한 손으로 지탱하며 눈앞에서 출렁이는 젖가슴을 입에 넣었다. 혀끝으로 유두를 문지르고 한 손으로는 다른 쪽 가슴을 제멋대로 반죽했다.
쾌락의 정점을 향해 빠르게 내달리던 화연이 어느 순간 그의 허벅지를 꽉 잡고 교성을 내뱉았다. 아프도록 꽉 조인 내벽이 현에게서 마지막까지 씨물을 쥐어짜 삼켰다. 흘러내린 체액이 의자 위에 흥건하게 고여 철벅거렸다.
"제 명에 못 죽겠구나."
하아, 거친 숨을 내쉰 현이 화연을 꽉 끌어안고 탄식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아직도 열기를 간직한 두 입술이 끈적하게 얽혀들다 긴 은사를 늘이고는 떨어졌다.
"그래서 싫어요?"
화연이 동그란 눈을 초승달마냥 휘며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 요사스러운 몸짓에 홀린 듯 몽롱한 속삭임이 되돌아왔다.
"... 한번 더 할까?"
***
"화, 황제 폐하를 뵈옵니다!"
새벽 일찍 집무실을 소제하러 오던 궁녀들이 화들짝 놀라 허리를 깊숙히 수그렸다. 예상치 못하게 황제와 마주쳐서 놀랐다기보다는 단정하지 못한 흑룡포 안에 소중히 안긴 환관 때문에 놀란 것이었다. 잠든 것인지, 정신을 잃은 것인지. 그는 축 늘어진 몸을 황제의 두 팔 안에 완전히 의지한 채 품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놀라움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게... 뭐야?"
소반 위에 차곡차곡 쌓여 있어야 할 서류는 엉망으로 바닥에 흩어졌고, 서안마저 원래 있던 위치에서 조금 밀려나 있었다. 게다가 황제 폐하만이 앉으시는 의자에 끈적하게 고인 액체는 또 무엇인가. 잠시 망연자실 집무실을 바라보던 궁녀 중 하나가 몸을 숙여 새하얀 물건을 집어올렸다.
"속의대 아냐?"
두 손으로 펼쳐든 그것은 틀림없이 관복 안에 받쳐입는 속의대였다. 그것도 사내의. 크기가 무척이나 작고 무명으로 만들어졌으니 폐하의 것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세상에!"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 두 궁녀는 자신들이 같은 생각을 했음을 깨달았다. 망극하여라, 신성한 집무실에서 남색이라니. 몇해 전 황궁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소문이 사실로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여기 이름 써 있어!"
호들갑을 떨면서도 호기심에 가득 차 속의대를 이리저리 뒤집어 보던 궁녀가 한구석에 삐뚤빼뚤 놓아진 자수를 가리켰다. 그것을 들여다본 다른 궁녀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동료의 등을 방정맞게 두드렸다.
"어머머. 나 이 사람 누군지 알아!"
"진짜?"
"곱상하게 생겨서 오다가다 눈요기나 했는데... 어머, 망측해라!"
길 가다 상궁마마님께 잡혀서 옷을 빼앗겼던 가엾은 환관은 아침이 거의 다 되어서야 새 옷을 직접 가져다주신 환관장님 덕에 제 처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 뒤로 영문도 모른 채 그가 지나갈 때마다 은근한 눈길로 훑어보는 궁녀들의 시선에 몇 달이나 시달렸다.
환관장께선 무언가 아는 것처럼 고생하거라, 한 마디 던져주었으나 그 높으신 분께 무어라 여쭐 수도 없는 일. 그나마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진 곳으로 근무처를 옮겨주신 배려에 감사할 뿐이었다.
***
늘 모란마냥 화려하게 차려입었던 후궁들이 음전한 규수로 되돌아가 황후께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 황은을 입지 않았던 여인은 재가가 허락되었고, 한 번이라도 황은을 입은 여인에게는 수절하는 대신 평생 먹고 살 재물이 내려졌다.
기실 그 쪽이 더 이득인지도 모른다. 야밤에 뒷문으로 들어가는 자가 심부름꾼인지 기둥서방인지, 사람들이 알게 뭐람. 화연은 그 속에서 유난히 익숙한 얼굴을 찾아내었다.
"기 재인."
"예... 예, 마마."
죽은 윤씨의 사주를 받았던 두 후궁 중 한 명이었다. 유난히도 고개를 잔뜩 수그리고 있던 그녀는 화연이 부르기만 했는데도 가늘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보름 전 환관복을 입고 집무실에 찾아갔을 때 안에서 나온 여인이 바로 기 재인이리라. 현이 사냥터 이야기를 꺼내다 입을 다물지 않았나.
"이 사람은 다 잊었네. 조심히 가시게."
잠시 고개를 들고 황후마마를 올려다보던 기 재인은 눈을 몇 번 깜빡이다 다시 깊숙히 절을 올렸다. 부푼 마음을 안고 입궐하여 짓밟히듯 입었던 단 한 번의 황은과 가문의 안녕을 위해 저질렀던 과오, 그것들이 평생 자신을 가두어 놓을 줄만 알았다.
허나 용기를 내어 찾아간 집무실에서 황제께서는 선선히 출궁하라 해 주시었고 황후께선 잊었노라 하셨다. 응어리진 마음이 녹아 입가에 기쁨으로 번진다. 곧 기 재인을 비롯한 후궁들은 황궁에서의 삶을 버린다는 의미로 시구문을 통해 한 사람씩 자유로운 세상으로 떠나고, 서른이 훌쩍 넘던 후궁들은 열댓 명 남짓으로 줄어들었다.
"좋으냐?"
종일 싱글벙글인 화연을 본 현이 피식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요. 후궁이 이만큼이나 줄면 내탕금이 얼마나 확보되는데요!"
쓰다듬던 손이 딱 멈추었다.
"그것 때문에 좋은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