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죄 -->
새침하던 눈매가 드디어 현을 똑바로 향했다. 그 눈빛이 빨리 둘 사이를 갈라놓고 있는 이불을 걷어내고 안에 들어가고 싶은 현의 마음에 불을 질렀으나, 빨리 말해보라며 보채는 그에게 돌아온 것은 아주 뜻밖의 청이었다.
"궁 하나 주세요."
"궁? 궁을 달라고?"
짙은 눈썹이 살짝 찌푸려지며 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패물도 아니고, 그 좋아하는 잠행도 아니고 궁이라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일까.
"예. 궁 하나 갖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전각이 갖고 싶다, 이 말이더냐?"
"안 되나요?"
계속 딱딱하기만 하던 그녀의 말투가 약간 부드러워진 것 같다. 게다가 샐쭉하던 눈꼬리가 약간 휘어지기까지 하니, 현은 화연이 황궁을 통째로 달라 하여도 고개를 끄덕였으리라.
"되지, 왜 안되겠느냐. 그래, 어느 궁을 줄까?"
다 왔다. 화연의 입가에 자그마한 미소가 머금어졌다.
"월화궁요. 월화궁, 저 주세요."
"하필이면 왜 그걸."
잘생긴 미간이 약간의 곤란함을 머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금세 눈꼬리를 내리고 다시 시선을 돌려버리는 화연에게 어찌 그건 못주겠다 하겠는가.
"아니, 안 주겠다는 것이 아니고. 당연히 주는데, 그 궁을 어디다 쓰냐... 이 말이지."
"주시겠다는거 맞죠? 허면 어찰 한통 써주세요."
"어찰?"
"월화궁을 화연에게 넘긴다, 이거. 나중에 딴말하면 안 되니까."
어느 틈에 선명한 수결까지 남은 종이 한 장이 화연에게 건너갔다. 그것을 꼼꼼하게 확인한 화연이 다시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자 현의 가슴속에 남은 한 가닥 의구심은 바람을 만난 깃털마냥 훅 날아가 흔적도 남지 않았다. 당장 그 어여쁜 입술에 혀를 밀어넣어 달콤한 타액을 빨아먹기도 바쁜 까닭이었다.
"그만. 저리 가요."
현의 손길이 끈적하게 침의를 벗겨내림에도 화연은 여전히 냉랭하기만 하다. 그냥 힘으로 해버릴까, 쉬운 방법이 현을 유혹하였으나 열락에 들뜬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화연이 보고 싶었다. 그의 손길 하나하나에 음란하게 반응하는 몸을 구석구석 맛본 다음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절정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현은 서두르는 대신 다시 침의를 끌어올려 몸을 가려주고 자그마한 머리통을 품에 끌어당겼다.
"이리 안고만 있으마. 아무것도 안 할 터이니 밀어내지만 말아다오."
쿵, 쿵, 튼튼한 심장이 아래위로 움직이며 화연의 귀를 간지럽힌다. 옷을 사이에 두고 맞닿은 사내의 분신이 힘차게 일어서서 들어갈 곳을 찾고 있다는 사실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슬쩍슬쩍 귓볼을 스치는 손길에 조금씩 이상해진 기분은 그 손가락이 귓볼을 타고 내려와 목덜미를 쓸어내렸을 때 드디어 화연이 아랫입술을 깨물게 만들었다.
현 또한 조금씩 몸을 비비며 파고드는 화연을 느꼈으나 짐짓 모르는 체 옷고름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기방에 간 것은 정말 미안하게 되었다. 장난이 좀 지나쳤던 것도 인정하마. 허나 네게 당당하지 못할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
달콤하게 속삭이며 목덜미에서부터 등허리까지 악기를 연주하듯 타고 내려간 손이 엉덩이에 닿을 듯 말 듯 언저리에서 맴돌았다. 조금 더 내려와 주었으면 좋겠는데. 어느 틈에 현의 다리 한쪽이 화연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와 음부를 압박하자 그 갈망은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폐하."
"반성하는 의미에서 오늘부터 금욕하마. 털끝 하나 건들지 않고 안고만 자겠다."
털끝 하나 건들지 않겠다니. 언제까지? 속으로 흠칫하는 화연과 다르게, 유난히 낮고 색정적인 목소리는 그보다 더 색정적인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내었다.
"마음 같아서는 내 정인 입술 헤쳐다가 실컷 입맞추고 달큰한 맛 나는 유실도 따먹고 싶은데. 그럴 적에 네 얼굴이 정말 어여뻐 보이거든. 그러고 나서는 고 매끈한 종아리를 한입씩 깨물 것이다. 그리 한입한입 맛보면서 올라오다 보면 내 가장 좋아하는 곳이 나오는데, 어디인지 아느냐?"
노골적인 단어라고는 하나도 없건만, 그 내용이라는 것이 웬만한 패설책 저리가라다. 허나 듣고 있는 화연의 머릿속에서는 그 상황이 하나하나 그려지며 이미 다리 사이에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기까지 하니, 이미 이 사내의 몸이 얼마나 큰 쾌락을 선사하는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리라.
"폐하아...."
음부가 서서히 젖어들기 시작한 시점에서 이미 졌다. 화연은 더 날을 세우는 것을 포기하고 당장의 쾌락으로 방향을 틀었다.
"왜? 무어 필요한 것이 있느냐?"
"나... 그거요."
승기를 잡았다. 네 도망쳐 봐야 손바닥 안이지. 허나 지금까지 애태운 것을 생각하면 아주 앙큼하고 괘씸한지라, 현은 기왕 참은 것 조금 더 인내심을 발휘하기로 했다.
"그거? 아, 맞다. 그거."
"어디 가요!"
"오늘까지 처리해야 할 안건이 있었는데, 네 덕분에 생각났구나."
벌떡 일어난 현이 거침없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조금 전까지 꽉 찼던 침상에는 화연만이 홀로 남았다. 그가 완전히 나간 척 하기 위해 침전의 문을 열었다 닫고는 까치발로 돌아온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금방 오겠지, 하고 이불을 돌돌 말아 감싸안으니 먹과 난이 섞인 현의 체취가 은은하게 올라온다. 다정하게 속삭이는 목소리, 민감한 부분을 속속들이 파고드는 손길, 제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가 다시 들어올렸을 때 촉촉히 젖은 입술. 한번 뜨거워진 몸은 시간이 지나 잦아들기는커녕, 온갖 상상력과 기억을 동원해 그를 떠올리며 점점 더 달아오르기만 했다.
"하아...."
결국 망설이던 손가락이 침의를 헤치고 소담한 젖가슴에 닿았다. 이곳을 유난히 좋아하여 틈만 나면 주무르고 여린 살에 흔적을 새기던 현이 떠올랐다.
눈을 감으니 정염에 들뜬 눈동자가 이글대며 자신을 내려다본다. 보기 좋게 근육이 잡힌 넓은 가슴이 가쁜 숨에 힘차게 오르내린다. 조금 전 색정적인 말을 내뱉던 입술이 젖꼭지를 물고 빨아당긴다.
눈을 감고 유실을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제 가슴을 주무르던 화연의 한손이 결국 속곳 위까지 슬금슬금 내려와 원을 그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 하읏... 폐하아...."
밖으로 나간 척 했던 현은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조심, 아주 조금 문을 열어 들여다보는 순간 인내심의 한계를 경험해야만 했다. 한쪽 젖가슴을 드러낸 채 다리를 약간 벌리고 누운 화연이, 색에 들뜬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며 비부를 만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을 더 보고싶은 마음과 당장 옥문에 제 분신을 밀어넣고 싶은 마음이 싸우는 동안 문틈으로 들어온 찬바람을 느낀 화연이 화들짝 눈을 뜨고 그를 보았다.
"폐하!"
민망한 모습을 들켜버린 수치심에 얼굴이 능금빛으로 물들었으나, 그것도 오래 가지 않았다. 사납게 옷을 벗어던지며 다가온 현이 아무 말 없이 다리를 벌려 속곳을 이로 벗겨내고는 그 안에 성난 양물부터 밀어넣었으므로.
이미 애타게 그를 원하고 있던 옥문은 별다른 전희 없이도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며 커다란 사내를 받아들였다.
"아흐윽!"
처음부터 정신을 차릴 수 없이 강하게 쑤셔오는 양물이 눈앞이 새하얘지는 쾌감을 선사하자 화연은 교성도 지르지 못하고 현의 어깨를 잡아 간신히 버티었다. 그것이 움직이는데 조금 거슬린다고 생각한 현이 화연을 모로 눕히고 한쪽 다리를 들어올림과 동시에 다시 빠르게 추삽질을 시작했다.
양물은 조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깊이 들어와 계속해서 자궁 입구까지 찔렀다 나가기를 반복하고, 어느 순간 가장 깊은 곳에 푹 박아와 멈추었다. 그제서야 현은 화연에게 몸을 숙여 새하얀 뺨에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이런데도 나를 밀어내겠다고?"
"아, 몰라요."
화연이 부끄러움에 얼굴을 가리려 하였으나 그러라고 둘 현이 아니었다. 계속 얼굴을 가리려는 화연과 손을 치우려는 현 사이에 작은 몸싸움이 벌어지고, 그 동안 방금 안에서 빠져나온 양물은 부드럽게 줄어들었다가 다시 점점 몸집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이제 하루에 다섯 번은 해야겠다."
어느 틈에 뽀얀 젖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며 화연의 입 안을 휘젓던 현이 문득 입술을 떼고 중얼거렸다. 두 번도, 세 번도 아니고 다섯 번이라니. 화연은 흠칫하며 슬쩍 그의 손을 밀어내었다.
"빨리 회임해야지. 회임해서 네 세력 만들고, 서 대감 벼슬도 올리고."
"... 회임 못하면요?"
"하도록 만들테니 걱정 말거라."
그 말을 왜 이리 음탕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옆에 누워 귓가에 입을 바싹 가져다 대고 속삭이며 유실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 작게 흔드는 현의 행동에 화연은 또다시 아랫배가 뜨거워짐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 다섯 번은 해야겠다, 라고 했을 적에 조금 기대한 것 같기도 하고.
"폐하, 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