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안에, 다른 사내가 들어갔었느냐. -->
"황궁에 가서는 또 그때고. 나는 지금 당장 너를 안고 싶다."
조심스럽게 들락거리던 양물이 별안간 쾅 박혀 들어왔다. 살이 부딪히는 소리와 현이 호흡이 함께 빨라지며 양물이 가득 찔러오는 내벽 깊숙한 곳에서 주체할 수 없는 쾌감이 화연을 덮쳤다.
떨리는 손으로 입을 막아보려 애를 썼으나 현은 그조차 싫다는 듯 화연의 몸을 가볍게 돌려 엎드리게 하고 양 손목을 한꺼번에 뒤로 잡아당겨 고정했다.
"괜찮다. 밖에 있는 자들은 아무도 아니니까."
바닥에 손을 짚을 수 없으니 체중은 자연스럽게 다리에 실린다. 질벽이 양물을 단단히 조여오는 느낌에 현이 낮게 신음했다. 거칠게 이어지는 추삽질에 화연의 입에서 비명과도 같은 교성이 쉴새없이 터져나왔으나 몸을 빼낼 수도, 현을 거부할 수도 없었다.
"아, 아, 아흑, 폐하, 아아, 앗!"
터질 듯 부풀어오른 양물이 계속해서 쑤셔온 그 부근에서 찌릿한 기운이 온몸을 뒤덮으며 화연이 눈을 꼭 감고 파르르 떨었다.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아플 정도로 조여들어 양물을 주무르는 내벽이 현 또한 더 버티지 못하게 만들었다.
크읏, 가득 차 있던 씨물이 한꺼번에 터져나간다. 아득해진 정신이 돌아왔을 때, 현은 침상에 엎드려 숨을 할딱이는 화연을 단단히 끌어안은 채 새하얀 어깨를 꽉 물고 있었다.
"화연아...."
현이 갈라지는 목소리로 정인을 찾으며 가느다란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묵직한 체중에 눌려 바르작대던 화연은 현이 잠시 옆으로 몸을 튼 사이 간신히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뿌옇게 흐려지는 눈앞에 채 가시지 않은 열락에 거친 숨을 내쉬는 현의 얼굴이 있었다.
"왜, 왜 우느냐."
당황한 손길이 서툴게 그 눈물을 닦아내었으나 울음소리는 그치기는커녕 점점 더 높아져만 간다. 현은 왜 우냐고 물었으나 울고 있는 화연도 자신이 왜 우는지를 몰랐다. 그저 너른 품에 얼굴을 묻고 그 동안 그녀를 괴롭힌 온갖 감정들을 두서없이 죄다 꺼내어 놓을 뿐.
"폐하, 내가, 흐어엉... 얼마나 무섭고... 흐끅...."
"그래 그래, 무서웠느냐."
"보고 싶었어요... 흑, 흐윽...."
"나 또한 네가 많이 보고 싶었다."
"저는, 폐하께서, 절 잊으신 줄 알았어요, 흐끅, 흐끅."
"말 같은 소리를 해야지."
어이없다는 듯 피식 흘리는 웃음소리도 좋다. 언제부터였을까. 이 미친놈을 마음에 담았던 것이. 그래, 아마 그 날인 것 같다. 처음으로 그의 침상에서 함께 누워 잠들던 날.
"꽃 같은... 흑, 후궁마마들이, 흐끅, 많으시니까... 저는... 으흐흑...."
"내 눈에 꽃은 너 하나다."
현은 알아듣기도 힘들게 웅얼거리는 화연의 말을 용케도 알아듣고 하나하나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그러는 사이 잦아들던 울음은 흐끅대는 소리로 변했다가 다시 멈추었다. 실컷 투정을 내뱉고 나니 이번에는 창피하다.
계속해서 제 품에 얼굴을 묻은 채 고개를 들지 않는 화연을 보듬어주던 현은 큭큭, 웃음을 터뜨리며 땀에 젖은 이마에 살그머니 입을 맞추었다.
"늦어서 미안하다. 내 첫정아."
***
"아직도 소식이 없느냐?"
태후가 안절부절 침소를 맴돌며 바깥에 선 상궁에게 조금 전 물었던 말을 다시 반복했다.
"예... 아직....."
이상하다. 선황제가 붕어한 이후 절대 하루 이상 제 곁을 비운 적 없던 제운이 나타나지 않은 지 벌써 사흘 째. 무슨 일이 나도 단단히 난 것이라, 허나 대체 무슨 일인가. 귀신같은 그림자보다 더욱 귀신같은 자다.
그가 기척을 숨기면 바로 곁에 있는 이조차 존재를 알아챌 수 없고, 무심한 듯 내딛는 걸음에 소리 하나 나지 않는. 태후는 제운을 잡아낼 수 있는 단 한 사람의 존재를 애써 부정하며 머리를 감싸쥐고 침상에 털썩 걸터앉았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어마마마?"
"황상! 어찌 이리 무례하시오!"
인기척도, 고하는 말도 없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현의 모습에 소스라친 태후가 소리쳤다. 그러나 그는 들어올린 한쪽 입꼬리에서 여유를 뚝뚝 떨어뜨리며 의자에 앉아 턱을 괸 채 그녀를 아래위로 훑었다.
"무례까지야. 피 한방울 섞이지 아니하였어도, 부모자식이 아닙니까."
초조함을 애써 감추는 새하얀 얼굴이 가증스러운 한편, 잠시 후 그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잠시 걸으시지요."
"산보를 하시자구요?"
"예. 참으로 걷기 좋은 날이 아닙니까. 마마께 보여드릴 이도 있고 말입니다."
틀림없는 이죽거림이 가득 묻어나는 말투와 여유로운 태도에 불안감이 스멀스멀 번져가는 가운데, 태후는 떨리는 걸음을 바깥으로 내딛었다. 앞서 나가는 현의 걸음이 향하는 곳은 후원도, 연못도 아니다. 산보를 하기에는 너무도 외진 곳. 불안함이 실체로 다가오자 태후가 발을 멈추어 서고, 현 또한 멈추었으나 그녀를 데려가지 않기 위함은 아니었다.
"너희는 예서 기다리거라."
현이 돌아보지도 않고 던진 말에 궁인들이 허리를 숙이며 뒤로 약간 물러났다. 태후는 그들과 현을 번갈아 한 차례씩 바라보고는 심호흡을 했다. 지금 향하는 곳은 틀림없이 저 멀리 보이는 을씨년스러운 전각. 잠시 마음을 가다듬은 그녀는 현의 뒤를 따라 그 안으로 발을 디뎠다. 궁인들을 줄줄이 딸리고 왔으니, 이 안에 저를 억압하지는 못하리라.
"이 흉한 곳에 어찌 이 사람을 데려오셨습니까, 황상?"
그리 말하는 태후의 눈이 튼튼한 창살 안쪽에 놓인 의자를 훑었다. 그녀가 그리 기다리던 사람이 바로 그 곳에 있었으나 눈빛에는 변화가 없었다.
"자세히 보십시오. 아는 이가 아니신지."
"전혀 모르는 자입니다, 설마 이 자를 보여주시고자 예까지 오신 것입니까?"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제운은 씁쓸하게 웃으며 태후를 보지 않으려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피도 눈물도 없는 차가운 여인이라는 점이 이리도 다행일 수가.
"묶어라."
현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사방에서 튀어나온 그림자들이 태후를 포박했다. 정체 모를 핏자국으로 가득한 의자에 강제로 앉혀진 태후가 악을 쓰며 반항했으나 먹혀들 리 없다. 시팔, 그 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제운이 낮은 욕설을 흘렸다.
"기억 나십니까, 이 약으로 내게 어찌 하시었는지?"
그림자 하나가 내미는 그릇을 자은 현이 부드럽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미약. 태후가 제 침소로 현을 숱하게 불러내어 억지로 마시기를 종용하던 바로 그 약이었다. 그러나 그 때마다 황명을 받든 흑운이 어둠 속에서 나타나 목적을 이루지 못하였던.
"옥체에 해는 없습니다, 태후마마."
선홍빛 액체가 억지로 벌린 입으로 남김없이 쏟아져 들어간다. 약효는 곧 온몸에 돌았다. 태후의 동공이 풀리며 가쁜 숨을 내쉬기 시작하자 현은 만족스러운 듯 빈 그릇을 땅에 떨어뜨렸다.
"너 또한 알지 못한단 말이지?"
현이 제운을 돌아보며 차갑게 비웃었다. 은애, 그 빌어먹을 은애지정. 그것이 제운과 태후의 관계에 대해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흑운이 화연에게 감정을 품었던 것 처럼, 제운 또한 선황제의 흑운이던 시절 황후에게 감정을 품었으리라.
흑운의 마지막 임무는 황제가 붕어한 직후 모든 그림자가 맹독을 삼켜 숨이 끊어지는 것을 확인하여 시신을 태운 뒤, 자신 또한 그 독을 삼키고 심장에 칼을 찔러넣는 것이다. 그 때 흑운이 가지는 이름이 바로 제운(祭雲).
그러나 그림자에게 허락되지 않은 은애를 품었으니 그리할 수 없었겠지. 현은 그 지독한 은애지정으로 제운에게 자신과 같은 고통을 안겨 줄 작정이었다.
"아... 흐윽....."
얼마 지나지 않아 주체할 수 없는 욕정이 태후의 온 몸을 달군다. 그러나 누구도 채워주지 않는 욕정은 차라리 고통이었다. 벌린 입에서 타액을 줄줄 흘리며 괴로운 신음을 내지르던 태후는 그 동안 수없이 살을 섞었던 사내를 기억해 내고 그를 부르기 시작했다.
"제운. 빨리. 아흑, 빨리!"
"서로 모른다더니, 아주 잘 아는 것 같은데. 제운?"
그녀를 흥미롭게 관찰하던 현이 곁에서 날이 선 단도를 꺼내어 희미하게 흔들리는 횃불에 이리저리 비춰 보았다.
"그거 내려놔."
제운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거친 목소리에서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흘렀으나 그 뿐, 몇 겹의 포승줄로 단단히 감긴 몸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내 당해보아 아는데, 어마어마하게 괴롭지. 저 약에서 깨어날 수 있는 방법은 약보다 더 강한 고통을 주거나... 아니면 본능이 다 채워질 때까지 몇 번이나 교접하거나. 어느 쪽이 마음에 드나?"
그림자 하나가 현에게 건네받은 단도를 태후의 몸에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제운이 소리를 지르기 직전 솜씨 좋게 태후의 옷을 슥슥 잘라내고 횃불 아래 드러난 풍만한 젖가슴을 걸레 짜듯 함부로 쥐어짰다. 폭력에 가까운 손길이었으나 태후는 눈을 감고 덜덜 떨며 쾌감에 가득 찬 교성을 내질렀다.
"네 계집이니 네가 선택해라. 눈 앞에서 다른 사내와 교접시킬 것인지, 살을 베어낼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