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친놈이었다. -->
“여기… 서…?”
또 지 듣고싶은 부분만 들었다. 정염에 가득 찬 눈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화연의 상체도 서서히 난간 뒤로 기울어지고, 이내 균형을 잃어버리고 비틀대었다.
“어어!”
발이 땅에서 떨어지려는 순간 허우적대던 화연의 팔이 현의 어깨를 잡음과 동시에 현의 팔은 화연의 허리를 감싸 당겼다. 그대로 맞부딪힌 두 입술에서 하아, 안도인지 무엇인지 모를 숨결이 빠져나와 주홍빛 공기 사이로 흩어진다. 서로의 몸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흔적을 아로새긴 후로 처음으로 닿은 혀는 이내 뜨겁게, 그러나 부드럽게 마치 애초부터 한 몸인마냥 엉켜들었다.
“하아....”
어느 새 상의를 벗어 탄탄한 상체를 드러낸 현이 뒷목에서부터 곧게 이어진 척추를 따라 손끝으로 꾹꾹 눌러가며 내려오자 화연은 밭은 숨을 토해냈다. 조금 전까지 또렷하게 빛나던 눈동자는 점점 힘이 풀리면서도 눈 앞에 있는 사내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네가 좋다. 눈을 감지 아니하여 더욱 좋다.”
작고 귀여운 귓바퀴를 살살 핥으며 녹아내릴 듯 달콤한 목소리가 한숨처럼 읊조렸다. 그 낮은 울림은 화연의 심장까지 전해져 아주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이 미친놈이, 진정으로 저를 은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일이다. 그리 생각하니 어쩐지 심장이 쿵쿵 뛰고 얼굴에 열이 오르지 않는가.
이제 현의 입술은 귓볼을 조금 세게 빨아 이로 잘근 씹고는 그대로 가녀린 목선을 따라 내려오기 시작했다. 맨 처음 그녀를 안기로 결심했던 그 날처럼, 아주 조심스럽고도 은밀하게.
“여기… 추운데.”
사내의 단단한 몸이 주는 쾌락을 낱낱이 기억하는 머리란, 고작 생각해낸다는 핑계가 이것이다.
“여긴 뜨거운데.”
장난스러운 말투와 함께 다리 사이로 손이 파고들자 화연이 작게 몸서리쳤다. 현의 어깨 뒤로 저물어가는 해가 마지막 빛을 쏟아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현 또한 그것을 보았다. 달뜬 눈동자에 온전히 비친 마지막 노을빛을.
아름답다. 현은 지금까지 본 노을 중 가장 아름답다 생각하며 화연의 앞섶을 풀어 동그란 어깨 위로 반쯤 내렸다. 시리도록 희고 봉긋한 가슴 위에 긴장으로 잔뜩 올라붙은 유실과 선명하게 새겨진 제 이름자가 노을빛에 젖어들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눈은 깜빡임도 잊고선 뽀얀 살결을 천천히 쓰다듬는 제 손을, 그 손에 잡혀 비틀리는 고운 유실을 바라보았다.
“어찌 그리 보세요.”
“어여뻐서.”
허리를 약간 숙인 현의 입술이 윗가슴에 새겨진 현(賢)위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곳을 시작으로 조금씩 젖가슴 위를 돌아다니며 약하게 빨아들이다가 핥기를 반복했다. 화연의 가슴이 부풀었다 다시 내려앉는 주기가 점점 불규칙해지고, 이윽고 그 입술이 유실을 물고 혀로 쓰다듬었을 때 화들짝 멈추었다.
“으흣….”
혀로 감아 핥다가 세차게 빨아당기며 유두를 실컷 맛본 입술이 다른 쪽 젖가슴으로 옮겨가 조금 전 했던 행동을 되풀이했다. 한 손은 민감하게 일어선 유두를 비비다가 슬쩍슬쩍 꼬집어 비틀고, 한 손은 어느 새 흠뻑 젖어든 속곳 위에 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화연은 세 곳에서 한꺼번에 밀려드는 쾌감에 계속해서 풀리는 다리를 지탱하느라 난간을 짚고 힘겹게 떨었다. 어느덧 유실을 희롱하던 손이 낭창한 세류요를 감싸쥐는가 하였더니 가슴께에 있던 검은 머리가 쑥, 아래로 내려갔다.
“안 돼요, 폐하!”
난생 처음 무릎을 꿇었으나 응당 느껴야 할 굴욕감 대신 들뜬 욕정과 기대감이 현을 가득 채운다. 그는 망설임없이 치마폭을 걷어올려 속곳 위에 얼굴을 묻고 그 끝자락을 화연의 손에 쥐어주었다.
“떨어뜨리면 안 된다.”
“폐하… 안 된다니까요… 아흑….”
현이 후우, 비부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자 화연의 아랫배도 함께 뜨거워졌다. 얇디얇은 비단 속곳 위로 혀가 어지러이 돌아다니다 그녀가 가장 잘 느끼는 부분을 찾아내어 꾹 누르고 다시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그 때마다 화연의 손도 치맛자락을 찢어버릴 듯 꽉 그러쥐었다.
“폐하.... 아….”
“말 걸지 말아라. 바쁘니까.”
대답을 하면서도 현은 입을 벌려 흠뻑 젖은 속곳을 아프지 않게 잘근 깨물었다. 흐윽, 앓는 소리가 기분좋게 귀를 간질였으나 그 또한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 드디어 떨리는 손가락이 가느다란 끈을 풀어냄과 동시에 화연의 속으로 파고들었다.
“아… 으흣!”
풀리는 다리를 더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몸을 현의 왼손이 재빨리 받쳐들었다. 그러면서도 내벽의 주름 하나하나를 깊숙히 자극하는 손가락은 멈추지 않고 더욱 격렬하게 움직인다. 미칠 것 같은데, 무언가 모자라다. 화연이 본능적으로 그 모자란 것을 채우려 현의 단정한 뒷머리를 자신 쪽으로 눌러 당기자, 기다렸다는 듯 뜨거운 입술이 수줍게 고개를 내민 분홍빛 음핵을 물고 살며시 빨아들였다.
“아흑, 폐하… 폐하… 하… 하응….”
할딱거리는 숨소리 사이로 앓는 듯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무척이나 듣기 좋다. 현은 혀 전체로 속살을 구석구석 자극하다가 윗입술로 음액을 삼켰다. 하윽! 끊어지는 신음과 함께 화연의 내벽이 깊숙히 침입해온 손가락을 꽉 물고 파르르 경련했다. 한꺼번에 쏟아진 음액이 현의 손을 타고 흘러내려 팔꿈치까지 적셔왔다.
“아….”
완전히 풀린 눈동자가 아래를 내려다보다 제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은 현의 눈과 마주쳤다. 그녀를 응시하며 긴 손가락을 하나씩 입에 넣어 핥아먹는 현의 얼굴이 지나치게 색정적이다.
화연은 그의 무릎에 털썩 주저앉아 현이 핥고 있는 약지에 입술을 대고 함께 핥다가 곧 그 색정적인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입 안으로 혀를 밀어넣었다. 한껏 달아오른 비부 아래 터질 듯 팽팽하게 부풀어오른 남근이 쉴 새 없이 꿈틀거렸다. 하아, 낮은 신음을 흘리며 제 입 안에 들어온 혀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던 현이 갑자기 그녀를 무릎에서 내려놓고 벌떡 일어섰다.
“네가 벗겨 주어야지.”
잠시 위를 바라보던 화연이 바지를 풀어내고 그 안에 답답하게 갇힌 남근을 꺼내 쥐었다. 그 와중에도 여전히 검은 눈동자는 현의 얼굴을 똑바로 향한다. 저를 바라보는 눈동자 아래 매혹적인 입술에서 쏙 나온 혀가 번들거리는 선단을 핥자 현이 크윽, 꽉 다문 이 사이로 신음을 흘리며 아래에 있는 풍성한 머리채를 꽉 잡았다.
"천천히. 그래... 하아....”
자그마한 혀가 서툴게 움직일 적마다 몰려오는 쾌감이 그를 자꾸 때이른 파정으로 끌고 들어간다. 그리고 결국 화연이 목젖 부근까지 들어온 남근을 삼키려는 듯 꿀꺽 목울대를 움직이는 순간 그는 더 참지 못하고 머리채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울컥울컥 씨물을 토해냈다.
“아… 읍….”
머리채가 잡혀 양물을 입에서 빼낼 수 없는 화연이 원망스레 그를 올려다보았으나 현은 손에 힘을 풀기는커녕, 양물이 울컥거림을 멈출 때까지 더욱 깊이 그것을 밀어넣었다. 주르륵, 화연의 턱으로 미처 삼키지 못한 씨물이 뿌옇게 흘러내렸다. 현은 멍하니 그것을 제 손으로 닦아내며 화연을 일으켜 난간을 향해 돌려세웠다.
“아읏!”
난간을 짚고 반쯤 허리를 숙인 화연의 옥문으로 파정을 했음에도 가라앉지 않은 남근이 쑥 밀려들어왔다. 이미 부드럽게 열린 몸은 아무런 저항 없이 그것을 뿌리까지 삼키고, 현이 물결처럼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하자 쾌감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본능적으로 질구를 꽉 조였다.
“아, 아흐흑… 폐하, 폐하….”
“현.”
현이 커다란 손으로 화연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유두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 희롱하며 속삭였다.
“내 이름. 너만이 부를 수 있는.”
철썩 철썩, 한껏 들어올린 치맛자락 아래 탐스럽게 드러난 엉덩이에 근육이 선명한 치골 아래가 부딪히며 더없이 음탕한 소리를 내었다. 늦가을 풀벌레도, 아직 긴 잠에 빠지지 않은 개구리도 숨을 죽이며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가운데 화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천자의 이름을 불렀다.
“현… 아읏, 현, 현, 현….”
점점 빨라지는 추삽질에 맞추어 현을 부르는 갸냘픈 목소리 또한 다급해졌다. 어쩔 수 없이 난간 밖으로 숙여지던 화연의 목이 현의 커다란 손에 잡혀 다시 위로 올라왔다. 다른 손에 잡힌 젖가슴의 형태가 멋대로 일그러지며 딱딱해진 유두는 더 큰 고통과 그 뒤를 따르는 쾌감을 받아 삼켰다.
“아… 아아… 아앗!”
“아… 윽….”
눈앞이 새하얘지며 화연의 시선에 담겨있던 해질녘의 후원이 그 뒤편으로 사라졌다. 다급한 교성과 함께 다시 한 번 음액을 쏟아낸 내벽이 세차게 꿈틀대며 남근을 아프도록 꽉 쥐어짜는 순간, 아까보다 더 많은 씨물이 터져나와 화연의 아랫배를 뜨끈하게 채웠다. 하아, 두 사람이 내쉬는 가쁜 숨소리가 잦아져 갈 즈음 땀에 젖은 팔이 쾌락의 여운으로 가늘게 떨고 있는 조그마한 몸을 힘껏 끌어안았다.
“은애한다. 내 진정으로, 화연아. 너를.”
넓은 가슴과 딱 달라붙은 등으로 전해지는 세찬 쿵쿵거림이, 황제가 한낱 색욕으로 은애를 입에 담지 아니하였음을 화연에게 여실히 전해준다. 난간을 짚고 있던 조그마한 손이 제 어깨를 감싼 손등 위에 살며시 놓였다. 현은 더없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밤처럼 새카만 머리칼에 입을 맞추었다.
“허니 조금만 기다려 다오. 내가 혜국의 태양이라면, 너는 달이 될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