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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두 얼굴-34화 (34/152)

<-- 도망치려 하였더냐. -->

“이보시오, 괜찮소?”

거칠게 몸을 흔들어대는 손길에 은호가 부스스 눈을 떴다. 어찌 된 일이지? 분명 뒤에 종복 하나를 딸리고 시전에 나왔고, 그 한가운데가 패싸움으로 막히는 바람에 눈살을 찌푸리며 곁길로 빙 돌았다.

헌데 이 종복놈은 그 싸움구경에 넋이 나가 따라오질 않는 모양이라, 모처럼 홀로 바람이나 쏘일까 하고 걷던 것까지 기억이 난다. 아마 오래간 움직이지 않은 몸이 급작스런 나들이에 어지럼증을 일으켜 쓰러진 모양이었다.

“아… 잠시 정신을 잃은 모양입니다. 감사합니다.”

“다행입니다. 저는 길이 급하여 가 보아야 하니 어여 몸 추스리십시오.”

길 한구석에 쓰러진 그를 부축하여 일으킨 조그만 사내는 뭐가 그리 급한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언가를 찾아 두리번대는 모습이 어지간히도 다급해 보이니, 은호는 아직 어지러운 와중에 궁금증이 일어 그네 하는 양을 지켜보다 조심스레 물었다.

“무어 찾는 것이 있습니까?”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헌데 아무것도 아니라 말한 그 사내는 이내 저쪽에 굴러다니는 빈 궤짝더미를 발견하고는 그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대놓고 나 수상한 자요, 하는 그 태도에 은호는 어이가 없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허리를 숙였다.

“이보시오. 왜….”

“쉿!”

어둠 속에서도 유난히 빛나는 눈동자가 화들짝 커지며 은호를 끌어당겼다. 그와 거의 동시에 요란스런 외침과 함께 여러 사람이 함께 내달리는 발자국 소리가 앞을 지나갔다. 졸지에 함께 숨은 신세가 된 은호는 벌떡 일어서려 하였으나 그럴 수 없었다. 때마침 구름 뒤에서 머리를 내민 반달에서 순간적으로 뿌려진 빛이, 눈 앞의 사내를 환히 비추었기 때문에.

“... 화연… 소저?”

“무… 무슨 소리요? 사람 잘못 보셨소!”

화연의 동공이 크게 확장되며 냉큼 섬섬옥수 뒤편으로 얼굴을 숨겼다. 사내가 아님을 알아챈 것도 모자라 성명을 정확히 대다니, 대체 이 약골은 누구란 말인가? 허나 거짓말에는 영 재주가 없는 그녀의 반응은 은호에게 더 큰 확신을 심어 줄 따름이었다.

“소저… 어떻게… 이런….”

화연은 빠르게 거짓말을 포기하고 한숨을 폭 내쉬었다. 이왕 이리 된 것, 도주를 도와달라 하면… 안 되지. 애꿎은 약골을 찢어 죽일수야 없지.

“어찌 알았는지는 모르나, 빨리 나가세요. 함께 있다 들키면…!”

약골을 밀쳐내던 화연이 말을 채 끝맺지 못하고 그의 품에 와락 안겨들었다. 비리비리해 보이는 사내가 무슨 힘이 이리 센지, 아직 채 빠지지 않은 멍들이 구석구석 쑤셔오는 느낌이었다.

“나요. 여 은호. 그대와 혼례를 올리기로 한….”

힘겹게 끌어올린 목소리에 화연의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 친영날, 가마에 오르기 직전 아주 잠깐 보았던 그 새신랑. 찰나의 순간이었으나 분명 아주 늠름하고 훤칠하던 그이가 대체 그간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리 약골이 되었는가. 허나 지금 중요한 것은 그의 앞뒤 사정을 캐는 것이 아니었다.

“허면 더욱 더 도망치셔야 합니다. 잡히면 공자께서는 죽습니다. 빨리요.”

“쫓기는 것이오? 내가 숨겨주겠소.”

“빨리요! 나가요!”

그를 억지로 밀쳐내던 화연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화연 님.”

틀렸다. 들켰다. 사내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낮았으나 그렇기에 더욱 소름끼치게 들려왔다.

“폐하께서 기다리십니다. 가시지요.”

창백하게 질린 옆얼굴이 은호의 눈에 아프게 박혔다. 천천히 떨어져 나가는 작은 몸을 붙잡아 보지만 그 손에는 힘이 없었다. 폐하라니. 그녀를 훔쳐간 도둑이 그 누구도 아닌 혜국의 태양이었다니. 빼앗긴 신부를 찾아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돌려받을 수 없었다. 은호는 손 안에서 빠져나간 체온을 그러쥔 채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

“정녕, 도망치려, 하였느냐?”

한 단어 한 단어 씹어 뱉는 현의 목소리가 유난히도 섬뜩하다. 포기한 듯 그저 넋을 놓고 발치에 주저앉은 화연의 모습이 그의 분노를 더욱 부추겼다. 잘해주려 하였는데. 이제 아프게는 아니할 작정이었는데. 널 위해 태후를 쳐내고 당당히 모든 이 앞에 내 것이라 공표하려 하였는데.

현은 깨닫지 못하였으나, 지금 그의 감정은 분노가 아닌 슬픔에 가까웠다.

“대답할 생각이 없구나.”

“... 제가 무슨 대답을 하길 바라세요?”

오해다. 도망치려 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 납치하려 했었다. 그래, 현은 그런 대답을 원했으나 화연은 끝끝내 그 말을 내어놓지 않았다. 토끼를 잡는 맹금류의 발톱이 화연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푹신한 융단 위로 넘어뜨렸다.

“네가 겁대가리를 상실한게지.”

소매 안에서 나온 시퍼런 단도가 값비싼 비단을 갈기갈기 찢어 걸레짝으로 만들었다. 화연이 어젯밤 그의 손목에 묶인 끈을 잘라내는 데 사용했던 바로 그것. 현은 눈앞에 보이는 새하얀 목덜미에 칼끝을 박아넣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침상 위로 칼을 던졌다.

"입 벌려."

짐승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이번에 칼 대신 쥔 것은 자그마한 약병이다. 독일까. 새파랗게 질린 화연이 입을 꽉 다물고 더듬더듬 뒤로 물러났으나 현은 우악스럽게 화연의 볼을 잡아 억지로 입을 열리고는 그 안에 든 것을 쏟아 부었다.

"삼켜."

화연의 입에서 타액과 섞인 약이 뚝뚝 떨어지자 현이 자그마한 입과 코를 한 손으로 막았다. 숨이 막히니 어쩔 수 없이 반 정도 되는 약은 목 안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는 화연이 약을 삼킨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싸늘하게 웃으며 손을 떼어냈다. 완전히 떼어낸 것은 아니었다. 그 손은 곧장 다른 곳으로 옮겨갔으니.

“흐읍!”

예고도 없이 거칠게 박혀온 손가락에 화연이 신음을 삼켰다. 굵고 긴 손가락 세 개가 한꺼번에 메마른 옥문을 힘껏 쑤셔박는 동안 조그마한 몸은 힘없이 위로 밀려올라갔으나 머리채를 꽉 누른 왼손에 의해 더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그 자리에서 갈대마냥 흔들렸다.

“다시. 정녕 도망치려 하였느냐.”

고집스럽게 앙다문 입에서는 끊어질 듯한 신음 말고는 나오지 않는다. 새하얀 한쪽 다리를 높이 들어올린 현은 이제 거의 손 전체를 질구에 처박은 채 탄력있는 속살을 무자비하게 헤집었다. 빠르게 돈 약기운이 그 무자비한 폭력에서 쾌감을 찾아내고 있었다.

“아, 아흑, 흣!”

찔걱찔걱, 찔걱찔걱. 음란한 소리에 섞인 신음소리가 비명처럼 침전을 가득 메우고, 내벽을 끊임없이 헤집는 손가락은 화연의 머릿속까지 헤집는 듯 정신을 아득하게 만든다.

손동작이 점점 빨라짐에 따라 작게 벌어져 할딱거리는 윗입에서는 타액이, 커다란 손을 꽉 물고 있는 아랫입에서는 음액이 질질 흘러나와 현의 입가에까지 튀었다. 혀를 내밀어 그것을 할짝 핥은 현은  가느다란 허리가 파들거리며 휘어지기 직전 손을 쑥 빼어 눈물에 젖은 조그마한 얼굴에 문질러 닦았다.

“네 아랫입은 도망칠 생각이 없다는데.”

할딱대던 숨이 사나운 혀에 막히었다. 이리저리 휘둘리는 혀를 통째로 집어삼키라도 하 듯 빨아들이던 입술이 아래로 내려가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른 유두를 입안 가득 집어넣고 혀끝으로 건드렸다. 화연이 밭은 숨을 내쉬며 목덜미를 뒤로 꺾었으나 현은 하나만으로 성이 차지 않는다는 듯 양손으로 젖가슴을 힘껏 쥐어 가운데로 모으고 양쪽 유두를 한꺼번에 혀로 핥았다.

가느다란 팔은 어느 새 현의 머리를 붙잡아 제 품으로 더욱 세게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화연의 입술 사이로 앓는 소리가 새어나오자 현이 고개를 들고 조그만 귓바퀴를 부드럽게 씹으며 속삭였다.

“어찌 해 줄까.”

“하아, 폐하….”

“말해라.”

거친 손가락이 타액으로 번들번들 빛나는 유두 주변에 원을 그리며 돌다가 정점을 톡톡 두드려 희롱했다. 아흑, 몸을 떨며 입술을 깨물어 보지만 더 버틸 수가 없었다. 어떻게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에 몸을 뒤틀던 화연은 결국 현의 손을 잡아 젖가슴 위에 올리고 제 힘으로 꽉 그러쥐었다.

“어찌 할지 말을 해야지.”

커다란 손이 매정하게 빠져나간 가슴이 서늘하다. 그 손은 이제 아래로 내려가 잔뜩 커진 구슬을 건드릴 듯 말 듯 애태우며 닿았다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빠… 빨아주세요.”

“어디를?”

“폐하, 제발….”

손가락 하나가 흥건하게 젖은 옥문에 반쯤 들어가 찌걱거렸다.

“어디를.”

“유두….”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뜨겁게 먹힌 유실에서 통증이 올라왔다. 허나 그것도 잠시, 곧 밀려오는 쾌감은 고통마저 삼키며 쉴새없이 교성을 뽑아내었다. 양쪽 유두를 욕심껏 빨아먹고 난 현은 화연을 모로 눕히고 한쪽 다리를 들어올려 그 사이에 시뻘건 양물을 박아넣었다.

“아흑!”

철썩 철썩, 두 개의 사타구니가 떨어졌다 금세 다시 만나는 순간마다 흐읏 흣, 자지러지는 교성이 울려퍼진다. 현의 허리가 빨라질수록 교성 또한 높아지고, 화연은 풀린 눈으로 화려한 융단을 꼭 모아쥐고 있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다가 곧 눈을 감고 격정적인 쾌락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쉴새없이 찔러진 내벽에서 올라온 뜨거운 기운이 그녀를 집어삼키기 직전, 양물은 다시 매몰차게 빠져나갔다.

“일어서.”

========== 작품 후기 ==========

짤린 앞부분 수정이 있었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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