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1화 〉에필로그
다임 상회의 왕도 관할 상인이자 각 지역 위원회 총장이었던 에테롬, 그는 국가의 체제에 불만을 품고 늦은 밤 시간에 벨카를 습격했다. 그의 병력은 상점가 거리에 화재를 일으켰고, 성을 급습해 근위병 22명을 죽였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먼저 파악한 요나 영주의 재빠른 대처 덕분에 시종들의 인명피해는 일어나지 않았으나, 집사 대리를 맡고 있던 글렌이 이 과정에서 영주를 지키다가 사망하고 만다.
성에 거주하던 소금부대의 일원이자 요나의 종자인 '참수자' 칼린과, 노모를 부양하다 절묘한 때에 돌아온 그녀의집사 알레프, 그리고 요나 셋이서 들어온 병력을 전부 제압해내는 데 성공한다. 그녀는 그대로 에테롬을 추적하려고 했으나, 에테롬은 이미 그 모습을 감춘 후였다.
다임상회는 전면적으로 요나의 수사를 지원했다. 실종된 에테롬의 장부 내역을 전면 공개하고, 그의 모반이 어디까지 손을 뻗었었는지 등을 상세하게 알아내어 발표했다.
요나는 이 공적을인정해 다임상회를 용서하고 각 위원장들을 다른 상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었다. 이로 인해 다임상회는 실질적으로 무너지고 뿔뿔이 분산되었다.
공개된 장부에는 에테롬과 8영지 바나루크의 영주 미쉘 사이의 거래 내역도 존재했다. 요나가 충족을 상대했을 때 벌어진 검은 거래였다. 이에 미쉘이 구금되어 있을 동안 임시영주를 맡고 있던 그녀의 남동생은 비나루크의 모든 거래장부 내역을 공개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나흘 후, 그는 자신의 주장을 전면으로 철회하며 누이의 죄를 인정했다. 누이의 책장 서랍 뒤에서 찾았다며 숨어있던 장부도 공개했다. 나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가 선택을 바꾸기 바로 전날 밤 그의 방으로 장신의 외팔이 남성이 들어왔다는 목격담만이 남아있다.
누이의 죄를 깨달은 죄책감 때문인지 그는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일주일 후 자살하고 만다. 이에 미쉘가의 가주이자 최 연장자였던 그의 어머니도 정신을 놓고 왕도의 귀족 전용 요양원으로 이송된다.
그녀는 근거 없는 음모론 만을 뱉어 대며 몇 번인가 탈출을 시도하다가, 요양원에 들어간 지 이주일만에 식중독으로 사망했다. 그녀를 담당하던 건강원은 틀림없이 완벽한 관리를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결국 오체분시(五體分屍) 형을 당한다.
이후 비나루크는 미쉘가의 6살 막내와 17살의 서자혈통 출신 둘이서 계승권을 두고 각자의 지지파벌들끼리 내부 분쟁을 벌이다가, 서자 측에서 막내측 세력을 습격해 몰살시키고 그가 영주로 즉위하게 된다. 요나 영주는 이 비극의 일부는 자신의 책임이라며 비나루크의 신탁통치를 제안했고, 서자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8영주는 공식적으로 미쉘의 자리를 공석으로 바꾼 뒤 요나를 즉위 시켰다. 그녀는 실종된 에테롬이 카산하크로 떠났을 가능성을 말하며 카산하크와의 무역상회를 오로아나 상회 독점으로 전환시켰다. 후에 칼타코 내란의 배후에도 다임상회가 있었다는 점을 짚어서 빅센마르크와 충족 영역 접점지는 클래프 상회 독점으로 자리를 전환시켰다.
그녀는 다음으로 에테롬을 지지했던 지방 귀족들을 숙청했다. 대규모 숙청이 일어났다. 강한 반발이 있었지만, 왕의 이름 아래에 일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시대를 대표하는 천재이자, 요나의성에서 식솔살이 중인 마레는 이번 사건을 연극으로 재구성해 퍼뜨렸다. 동시에, 열기구와 비행정의 동원 수를 늘려 윌레인 전역에 빠르게 소식을 전했다. 시대를 대표하는 영웅의 탄생에 전 대륙의 국민들이 제국의 무궁한 영광과 미래를 찬미했다.
사건이 일어난 후 부터 한달간, 세상에 알려진 이야기는 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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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카는 이제야 조금씩 8영주의 영지에 다가가고 있었다. 내리 깔린 철도는 빅센마르크 접점인 칼타코부터 라티아까지 이어졌으며, 이는 새로운 교역의 장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때문에 먼저 유동인구가 늘었다.
늘어난 유동인구는 벨카의점점 넓어지는 개간지에 관심을 가졌다. 여러가지 시도들이 이뤄지며, 거기서 아예 정착하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 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인재도 많아지는 법. 비록 영지 자체에서 수출 가능한 특산물 따위는 없었지만, 전쟁 후 급변하는 시대에 몰락한 기술자들이 두번째 기회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학의 규모는 점점 커져갔다. 학자들과 기술자들이 점점 모여들었고, 라티아와 연결되는 철로가 완성된 덕에 두 영지간 기술교환은 더 빠르게 이뤄졌다. 주로 다루는 조명기술만큼은 라티아를 상회할 정도의 기술력에 임박해서, 마침내 벨카는 '태양이 지지 않는 도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마레가 제안한 '조명간판'이라는 기술 덕분이었다.
공장구는 나날이 확장되었다. 칼타코의 '공장재'들을 데려와, 비나루크의 기술을 받아들여 위생품과 의약품목 공장 수를 늘렸다.
마레의 부탁으로 극장이 신설되었다. 꽤 큰 규모로 계획되었고, 디자인까지 마레가 직접 맡았다. 많은 귀족들의 관심을 받으며, 그 극장은 제대로 된 연극을 공연하기도 전에 벌써 귀족들의 명소가 되어 있었다.
이 모든 발전을 1년도 안되서 이뤄낸 요나는, 영주민들의 자랑거리 같은 것이 되어 있었다. 거리 광장에는 소금부대원들과 지휘관 요나의 동상이 들어섰다. 부대가 머물던 숙소도 명소같은 것이 되어서 중축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요나는, 거울 앞에서 뭔가 불만족스러운 듯 눈가를 찡그리고 있다.
"... 붉은 셔츠는 천박해 보이는 군요. 역시 하얀색으로 더 보여주시지 않으렵니까."
"알겠습니다."
주변에는 6명의 메이드와 14명의 제단사가 서서 요나의 옷을 보고 있다. 요나는 옷을 많이 모아두는 타입은 아니다. 다만, 옷 하나를 살 때에는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 사는 편이다. 한벌만 사더라도 오래 여러 장소에서 입을 만한 옷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사는 옷은, 앞으로 올 정치적으로 중요한 행사 때문이었다.
"블레이저는 검은색 기본에,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갈하고 세련된 걸로. 군복이나 정복을 베이스로 하지 말고 상복을 베이스로 해 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일주일 후, 사갈, 벨카, 라티아가 합동으로 만들어낸 비행선이 공개된다. 라드의 장례식부터 소금부대의 해산식, 업적 광고, 8영주 회의까지 전부 갖게 될 자리이다. 그 때를 위한 정장을 새로 맞추고 있는 것이다.
"... 요나?"
기다리던 목소리에 요나는 옷 벗던 것을 멈추고 탈의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거기에는, 그녀가 기다리던 사람이 있었다.
"정말 이게 괜찮은 건가요...?"
정장 세트뿐 아니라, 안에 입은 조끼와 셔츠까지 검은색으로 깔려 있는 복장. 단순한 검은색이 아닌, 두껍고 조금 무겁기까지 한 암막과 같은 재질의 칠흑색이었다. 칼린이 그런 옷을 입고 있으니 하얀 피부가 부각되어 창백해 보이는 수준이었다.
그는 옷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렇게 검은 옷을 입고 있으니 스스로가 시체 같았다. 굳이 거울을 보지 않아도 하얗게 드러난 손이 석고상처럼 보여서 깜짝 놀란 것이다. 그가 한 말은 일종의 항의가 섞여 있는 셈이었다.
그러나 요나는, 그 모습에 지나칠 정도로 만족하고 있었다.
"완벽하다는 말조차 부족하구나."
칼린은 그 반응에 다시한번 자신의 옷을 내려다보다가, 곧 어깨를 으쓱 하며 요나에게 다가왔다.
"뭐, 영주님이 괜찮으시다면야..."
"가면도 잊지 말거라. 무도회용으로 새로 하나를 맞췄단다. 주술도구가 아니라서 전에 쓰던 것에 비해 숨도 좀 막히고 시야도 제한되겠다만, 턱이 따로 움직여서 음식을 먹을 때나 담배를 필 때에 가면을 들어올릴 필요가 없지. 네 예전 가면도 수리가 끝나면 그런 식으로 개조해주마."
"네? 거기에서도 가면을 써야 하나요?"
8영주를 만날 때에도 가면을 벗으라고 했었다. 설마 귀족들의 사교자리에 가면을 쓰고 참가하라고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요나는 그의 말을 다르게 받아들인 듯 했다.
"... 가면을 쓰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하지만, 일단 사교의 장이고, 저보다 신분이 높으신 분들이 참가하실 테니..."
"나머지는 전부 쓰레기다. 내가 제일 신분이 높아. 내가 제일 강하다. 그런 내 명령이고, 가면을 벗으라고 명령하는 자가 있다면 그 자리에서 그 자의 눈알과 혓바닥을 뽑아버리겠다. 아니면 칼린..."
요나가 칼린을 향해 다가간다. 그리고 칼린의 넥타이를 잡아 끌어당긴다.
"이미 네 부대원들 앞에서 가면을 벗지는 않았겠지."
"... 영주님. 갤러한씨의 동료분들은 이미 제 얼굴을-"
"벗은 거냐?"
그녀의 눈이 일렁인다. 칼린은 그 모습에 주눅들어 그도 모르게 거짓말을 뱉어냈다.
"... 벗지 않았어요."
"벗지마라. 특히 그 미망인년 앞에서는 절대로."
그녀는 한음절씩 떼어서 말하며 확실하게 말을 전하고서, 그의 넥타이를 풀어주었다. 그리고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제단사들이 있는 자리까지 돌아간 뒤 흰색 셔츠를 받아 들었다.
"다 네 걱정때문에 그러는 거니까. 네 생김새는 눈에 띈다. 넌 그걸 자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 무슨 말 하는 지 이해하겠지."
"네. 죄송합니다."
"혹시 불편한 게 많아서 그런 거라면, 네 다음 가면은 최대한 더 수정을 많이 넣도록 하마. 뭐가 불편한지만 말해다오..."
그리고 그 셔츠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 보였다.
"이 셔츠는 어떠냐."
"... 전에 보여주셨던 검정색 셔츠보다는 좋아 보여요."
"그런가. 이걸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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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인가... 뭔가 시원섭섭한 걸."
소금부대의 숙소도 아침부터 상당히 부산스러웠다. 요나가 고용한 제봉사들이 부대원들에게 옷을 맞춰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소란 통 속에서, 릴로가 태평하게 그런 말을 꺼냈다.
"8개월 조금 넘게 복무한 것 치고는 꽤 포상이 커, 그렇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서 륑게를 쳐다보았다. 륑게는 무슨 말을 하냐는 듯 눈썹을 치켜 올렸다.
"무슨, 씹... 일들 하나하나가 워낙 지랄맞았어야지. 떠돌이경력 전부합친 것보다 힘들었어."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니었지. 난 개꿀직이었다고 본다. 맞냐, 소니아?"
"... 우리 이거, 라드의 장례식까지 포함하는 거지..."
"... 이런 날에는 기운 좀 차리자. 야, 거기 귀족 도련님들도 엄청 올거라닊? 거기서 그렇게 죽상으로 있으면 아무도 말 안 걸어 줄 걸?"
"필요없어."
"... 아, 그래."
릴로는 소니아를 바라보다가 곧 핀에게 고개를 돌렸다.
"핀.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건데,넌 그 배에서 옷 어떻게 갈아입을 거냐?"
"수행원이 한 분 따라와 주신다고 하네요. 조금 불편한데."
"뭐야, 옷 갈아 입혀주는 사람이 딸려온다고? 여자냐?"
"전 사귀는 사람 있어요. 괜히 엮지 마세요..."
"농담이잖아, 야... 너도 기운 좀 차려. 다들 비행정타는 건데 신나지도 않아?"
"네, 뭐..."
의외로, 그 분주한 분위기 속에서 조금이라도 들 뜬 사람은 릴로와 륑게 둘 뿐 이었다. 나머지는 평소와 다름없는, 반 쯤 죽었거나 만들어진 미소를 장착하고 있을 뿐이다.
"이리하! 넌 어때?"
"난 비행정이 싫어."
"아, 그래. 그러시겠지."
즉답으로 나온 말에 릴로는 대화할 가치도 없었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역시 지금 대화할 상태에 있는 건 륑게 뿐인가, 싶어 다시 륑게를 향해 고개를 돌릴 때 였다.
"이제 그런 걸로 일희일비 할 때는 지났다는 거야. 우린 이제 동상까지 생겼다고."
갤러한이 대화에 끼어들며 륑게와 릴로 사이로 들어온다. 릴로는 이미 정장을 착용중인 갤러한을 훑어보고서 쓴 웃음을 짓는다.
"왜."
"그 얼굴로 옷센스는 좋다 싶어서."
"내가 예술적인 재능이 조금 있거든."
"뭐, 옷을 골라준 건 저지만 말이예요."
갤러한의 뒤로 리쿠르트가 따라온다. 그녀는 소금부대원 모두에게 가볍게인사하고서 갤러한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미안, 이번에는 정말 같이 가고 싶었는데..."
"아뇨, 전 완전히 외부인이니까요. 이제 칼린의 가정교사조차 아니고... 륑게씨, 갤러한이 거기서 다른 여자랑 손만 잡아도 보고해 주세요."
"라져댓."
륑게가 가볍게 윙크한다. 갤러한은 그 모습에 얼굴을 조금 찡그렸다가, 다시 릴로를 향해 말한다.
"그래도 우리 넷은 무사히 전역하네. 결사대란 이름을 두번이나 받은 것 치고는 꽤 괜찮은 생존률이야."
"그러고 보니 우리 보험금은 얼마나 모였냐?"
"10000 생텀. 남은 7명이서 나눠 가지면 되니까..."
"1430생텀정도씩 나눠 가지시면 되겠네요."
리쿠르트가 즉답한다. 소니아와 핀이 조금 얼굴을 찡그린다.
"...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별로 받고 싶지도 않고..."
"기분은 알겠지만 일단 받아 둬. 그리고 모두들, 기운 좀 차리라고. 전역하면 모두 뿔뿔이 흩어질 테니까. 마지막에는 서로웃는 얼굴 보여야 하지 않겠어?"
핀은 고아원으로 돌아갈 것이고, 소니아는 술집을 차릴 돈이 차고 넘칠 정도로 모였다. 그리고 갤러한은 리쿠르트와 함께 살 집을 알아보고 있다.
"난 이미 적금 깼다고. 미안하지만, 내 모험은 여기서 끝이야. 다들 나한테 그렇게 우중충한 얼굴만 보이다가 떠날 거야?"
그는 웃으며 그렇게 말한다. 소니아와 핀이 조금 흔들리는 듯 고개를 떨군다. 그리고 륑게는, 뭔가를 알아챈 듯 고개를 기울인다.
"...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너도 석연찮은데 말이지."
륑게에게는 보였다. 갤러한이 표정만으로 숨길 수 없는 비장함을 흘려내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갤러한은 지금 상당한 고뇌를 하나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고뇌는 아마도 비행선 안에서 답이 나올 것이었다.
"결정해야 할 게 있거든. 꽤 큰 결정이야. 그래도 뭐, 그것 때문에 마지막 파티를 망치고 싶지는 않아."
"나한테도 못 말해 주는 거야?"
"... 미안. 아직은 못 말해 주지만, 언젠가 전부 말해 줄게."
"좆대로. 안 궁금해."
륑게는 조금 토라져 고개를 돌렸다. 갤러한은 그런 모습을 보고 웃으며 륑게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리고 모두를 향해 외쳤다.
"죽상 풀고, 마지막은 화려하게 가자고. 비행선에서는 무슨일 터지지도않을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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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님. 잠깐 괜찮겠습니까?'
프레데리카의 방 문 앞에서 무감정한 저음이 들려온다. 그녀는 읽고 있던 경전을 덮어놓고 그 목소리를 향해 말했다.
"들어오세요, 피로만."
문이 열리고, 무표정한 사내가 들어온다. 그는 힘겹게 입꼬리를 올리며 침을 흘리다가, 곧 소매로 입가를 닦아내고서 손을 모았다.
"허 단 디알테스타만. 알려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허 단 디알테스타만. 대학 관련인가요, 곧 있을 비행선 임무에 관한 건가요."
"전자입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서 소매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 건냈다. 프레데리카는 그 종이를 받아 바라보다가, 그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이건?"
"교주님이 지켜보라고 하셨던 선생이 전해 달라고 적은 편지입니다."
"... 어떻게요?"
"전 아무 말도 한 적 없었습니다... 아니, 애초에 다른 연구실을 사용했기에 대화할 틈도 별로 없었어요. 저 쪽에서 먼저 다가왔습니다. 교단의 정보를 어느 정도 파악했더군요."
프레데리카는 다시 한번 편지에 쓰인 내용을 읽어 본다. 그리고 편지를 테이블에 내려 놓는다.
"죽일까요?"
"리쿠르트... 제 예상보다 훨씬 유능한 인물이네요. 이 편지 내용을 읽어 보셨나요?"
"아니요."
"그러니까 그런 말을 하셨겠죠. 형제님, 그녀는 천재예요."
요나의 제한 아래에서, 몇 번 접하지도 않고서 꽤나 많은 것을 알아냈다. 분명 쓸데없는 이론연구에 혼자 격리되었다고 들었는데. 터무니없는 천재다.
"게다가 다행히도... 서로 어느정도 목적까지 같네요."
이런 게 적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라고. 그녀는 편지를 읽었을 때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편지를 집어 들어 양초에 갖다 댔다. 편지 끝부터 불이 옮겨 붙는다.
"전 이 분의 부탁을 들어 주렵니다. 피로만씨는 슬슬 신변정리를 하고 대학에서 나오세요."
"네."
"하나씩 퍼즐이 맞춰져 가네요. 그렇다면 제 역할은..."
편지가 활활 타오른다. 마침내 손 근처까지 올라왔을 때, 그녀는 가볍게 편지를 날려 완전히 불타는 것을 바라본다.
"무지한 성자를 각성시키는 게 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