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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화 〉참수자 (150/164)



〈 150화 〉참수자

긴박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느긋하고 익살스러운 노크 리듬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가볍게 넘기기에는 밖이 너무 조용했다.


송 윤이 고개를 조금 돌려 에테롬을 향해 작게 속삭인다.

"싸우려면 이 방이다."
"왜죠?"
"이 방에서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으니까."
그의 방에는, 침묵의 산 '다미스' 산맥의 수석이 비치되어 있다. 그의 방 정도의 범위는 완벽하게 마법을 차단시킬 수 있는 비장의 도구이다.


똑 똑 똑똑똑
다시 한 번 노크음이 울린다. 에테롬은 조금  몸을 뒤로 뺀다. 문 너머에 존재감이 무겁다. 정적속에서, 송윤은 한 걸음  문을 향해 다가갔다.


"마법 없이는 제리코도 날 이기지 못해. 돼지...  놈을  안으로 들어오게 해라."
"누군지 알고 이쪽에서 불러들입니까?"
"그럼 여기 숨어서 다 끝날 때까지 손가락이나 빨던가."
문 너머는 조용하다. 이쪽이 열어 주기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건가. 먼저  들어올 생각은 없는  같았다. 에테롬은 침을 한번 삼키고 입을 열었다.


"누구시죠?"
정적. 압도적인 존재감이 아니라면, 아마 벌써 떠나버린 거라고 착각해 버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하게 문 뒤에는 뭔가 있었다. 곧, 철이 긁히며 나는 듯한 목소리가 답했다.


'불합격.'
"예?"
'첫마디는 3점. 손님을 기다리게 하는  아니야.'
이 목소리를, 둘은 알고 있다. 송윤의 눈이 크게 뜨인다. 그녀는 즐거운 듯 뺨을 들어 올리며 답한다.


"들어와라, 망나니."
 말에 답하듯, 문의 문고리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무겁게 철컥 소리가 들려오고 나서, 문이 을씨년스러운 소리를 울려 대며 열린다.

열린  뒤에는, 추레한 몰골을 하고 있는 거구의 외팔이 남성이 서 있다. 그는 잔뜩 떡지고 헝클어진 머리를 한번 긁더니, 찢어질  하품하며 반쯤 감긴 눈을 끔뻑였다.

"빨리 끝내자고. 속 쓰리니까..."
제리코는 그렇게 말했다.

-

에테롬은 크게 당황해 연신 눈을 비벼 댔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설마 제리코가 자신을 직접 잡으러 오는 시나리오는 생각 못했다.


그의 어깨에는 두꺼운 사슬이 걸쳐져 있었다. 길게 늘어진 그 사슬의 끝에는 2미터에 조금 못 미치는 무쇠 관이 하나 있었다. 두께가 상당해 보였다.

"... 관?"
"긴말 안 해. 알아서 들어가."
제리코는 그렇게 말하고서 사슬을 조금 잡아당겼다. 무쇠 관이 방  틀을 부수며 방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윤의 검 손잡이를  손에 힘이 들어간다.

"어이. 날 기억하나."
"... 넌 뭐야."
"동방제일검. 송 윤이라고 한다. 전에 만난  있지."
제리코는 송 윤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도저히 기억이 안 난다는 듯 멍청하게 끔뻑인다.

"... 어우, 씨발... 숙취가... 뭐, 너가 동방제일검이라고?"
"그래."
"너처럼 쭉빵탱탱이 아니었는데... 조금 더 소름 끼치는 할마시야, 그건."
"실력으로 증명하지."
송 윤은 고양감을 숨길 수 없었다. 설마 이 남자와 다시 한번 싸우게 될 줄이야. 그걸 목표로 온 것이긴 했지만, 생각보다도 훨씬 빠르게 만나게  것이다.

저 제리코라는 남자는, 팔 한 짝을 잃었지만 과거와 바뀐 것이 없었다. 여전히 페인 같았고, 여전히 시궁창같은 꼬라지를 하고 있었으며, 여전히 오만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 방에서는 마법도 사용 못 해. 네가 마법사라는 걸 알고 있지. 마법 없이 검만으로  이길  있을 것 같아?"
송윤의 유창하게 나오는 윌레인 말에, 에테롬은 역시나, 라고 혼자 말하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송 윤은 신나서 제리코에게 검을 겨눴다.

"뭐야. 내가 마법사라는 걸 알고 있던 거냐... 너 말고 또 누가 알지?"
"추측해  건데 맞았군. 생각보다 멍청한 걸."
"아, 젠장. 입버릇 마음에 안 드네. 너도 불합격."
"무슨 마법인지나 들어 두도록 할까."
의기양양한 송 윤을, 제리코는 죽은 물고기같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잠깐 고민하던 그는 곧 눈을 긁으며 말했다.


"... 뭐, 어차피 둘 다 살려 보낼 계획도 없는데, 그냥 말해주지. 내 마법은 '물체의 색을 바꾸는' 거야."
"...뭐?"
송윤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제리코의 머리색이 천천히 바뀌기 시작한다. 마법이 무효화되고 있는 것이었다.


"싸우자, 그래."
건성으로 답하며 머리를 쓸어 넘기자, 드러난 것은 찬란할 정도의 은발이었다. 깎지 않아 듬성 하게  있는 수염까지도 은색이었다. 송윤과 에테롬이  앞에서 벌어진 모습에 당황해 움직이지 못하는 동안, 제리코는 관짝의 사슬을 끌어당겨 자신의 바로 옆까지 땡겼다. 그리고 철 관짝의 끝부분을 움켜쥐었다. 관짝이 오그라 들며 손잡이가 생겼다.


송윤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검을 뽑았다. 얇고 날이 한  뿐인 검. 그녀는 그것을 빠르게 검집에서 뽑아내는 것으로, 궤도가 없는 검격을 만들어낸다.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참격은 예측도 회피도 불가능하기에, 그녀의 발도는 이미 마법의 경지에 이른 것이었다.

그녀는 그 첫 거합을 제리코의 목을 노리며 날렸다. 설령 다른 곳으로 막더라도 어디 한 군데를 잘라내겠다는 생각을 하며 날린 참격이었다. 강자끼리의 싸움에 알량한 수읽기는 죽음을 부른다. 그걸 알고 있는 그녀였기에 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 초속의 검은, 육중한 관짝에 의해 막혔다.

"흡-"
 공격이 막힌 걸로 당황하지 않는다. 그녀는 부드럽게 검을 올려 올린 선 그대로 검을 다시 내린다. 오차도 없는 움직임은 상대의 눈을 현혹시킨다. 자연스럽기에 읽어낼 수 없는 것. 동방에서는 이 경지를 무위(無爲)라고 불렀다. 이 검에 베인 생물은 잠깐 동안 자신이 베였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다. 이것이 그녀의 '보이지 않는 검'에 대한 진실이었다.


그러나 제리코는 그것도 읽어낸다. 몸 전체를 가리는 거대한 관짝을 조금 기울이는 것으로 두번째 검격도 막아낸다. 다음은 그 관짝을 어깨로 거세게 밀어낸다. 송 윤의 몸이 관짝에 밀려 크게 튄다. 중심을 잃는다.

제리코는 그대로 어깨에 관짝을 얹어 팔힘으로 밀어낸다. 자세가 무너진 송윤의 얼굴에 100키로를 조금 넘기는 무쇠 관짝이 날아온다. 그녀의 시야를 가득 매운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철퍽. 습기가 가득 찬 소리가 방 안을 메운다. 무쇠 관의 끝부분에 끈적하게 잔해들이 엉겨 붙는다. 제리코는 무감각하게 관을 내리며, 송윤의 시체를 떼어낸다. 싸움은 1분도 이어지지 않았다.


에테롬은 싸움이 어떻게 흐르는 지 알아볼 수도 없었다. 공방이 너무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송윤의 얼굴이 사라진 시체를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현실감을 느끼며 식은땀을 흘려 대기 시작했다.

"끝. 알아서 들어와. 이 자리에서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제리코는 지루한 듯 그렇게 말하고서 관짝을 발로 차 뚜껑을 열어 보인다. 에테롬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테이블 뒤에서 몸을 낮춘다.


"... 제리코씨. 역시군요. 왕국의 무력이라고 불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군요."
"고맙다. 근데 우리가 덕담 나눌 상황은 아니잖아?"
"협상을 하죠."
제리코는  말에 피식 웃는다. 에테롬도 그 반응을 예상했다. 그러나 그는 앞뒤 분간없이 무리한 협상을 던져 대는 멍청이가 아니다.

"당신이 돈으로 움직이지 않는 걸 압니다. 하지만 들어보세요. 제가 죽어도 상회의 적폐는 멈추지 않을 겁니다. 다임상회의 위원회는 그대로 남아있으니까, 제가 죽는다고 뭐가 바뀌지 않을 거란 말입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절 살려 주신다면, 제가 다임상회를 해산시키겠습니다. 그러면, 그러면 적폐조직을 완벽하게 해체시킬 수 있어요!"
대답은 하지 않는다. 제리코는 그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에테롬은 한걸음 뒤로 물러나며 점점 목소리를 높인다.


"위원회의 반발이 걱정되시는 거라면, 간단합니다! 당신도 현장에 넣어드리겠습니다! 아무도 반발하지 못할거예요... 이 상황을 쉽게 끝낼 수 있다는 거예요. 모르시겠습니까, 제리코씨? 이게 나라를 위한 길입니다!"
제리코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뒤로 끌려오는 관짝을 따라 송 윤의 피가 길게 늘어진다. 에테롬은 땀에 흥건하게 젖어 열변하기 시작한다.


"지금은  풀어주는   나라를 위한 거란 말입니다! 당신은 윌레인의 힘이잖아!  알아먹지를 못하는 겁니까!"
"지진이 났었지."
"... 네?"
문맥을 벗어난 말이었다. 에테롬이 멍하게 서 있자, 제리코는 목을 풀면서  걸음  다가간다.

"윌레인 전역에, 지진이 났었다고. 기억하지?"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에테롬도 제리코가 특출 난 괴짜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상대가 자신과의 대화를 받아들인 것이었다. 일단 어떻게든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 네. 그랬죠.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그렇지. 지진이 일어나면 상회는  여러가지 제약이 생기니까.  일어나는 게 제일 좋을 거야. 그렇지?"
"네. 물론이죠. 하지만 다임상회는 당시 지진 피해자들을 도와-"
"그래서. 지진한테 멈춰 달라고 '협상'을 했던가?"
에테롬의 표정이 굳는다.

"나쁜 제안은 아니었어. 잘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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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테롬이 마지막으로  풍경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주먹이었다.  이후 그는 정신을 잃었었다. 다시 정신이 든 것은 깜깜한 어둠 속이었다.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조차 파악할  없는 어둠 속. 퀴퀴한 흙 냄새, 철 냄새. 탁한 공기. 그는 손가락 끝부터 천천히 몸을 움직여 보기 시작했다. 묶여 있지는 않았다.

몸을 일으켜 보려고 했지만 뭔가에 막혀 있다. 더듬더듬 쓰다듬어보니 금속의 질감이다. 그는 곧 자신이 있는 곳이 금속재질의 관짝 안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답답하다. 팔을 들어올릴 공간도 없다. 배가 살짝 끼여서 숨쉬는 것이 갑갑하다. 완벽한 어둠속에서, 그는 일단 침착하기 위해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려 한다. 그러나 제한된 공기 때문에 그것 조차 힘들다.

발가락 끝이 간지럽다. 뒤늦게 자각한 것이지만, 그는 알몸이었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려 보니, 타는 듯한 통증이 돌아온다. 기어가는 감각은 분명 지네같은 벌레이리라. 발가락의 고통에 그는 한번에 크게 숨을 뱉어 버린다. 곧 그 통증을 참아내며 어떻게든 이성으로 견딘다. 이런 곳에서 과호흡이 오면 진짜 죽는다. 살아 있다면 어떻게든 방법은 생긴다.


그는 개미들이 기어다니는 듯 한 등을 몇 번인가 꾸기적대며 움직여보고서, 몸을 적당한 리듬에 맞춰서 흔들었다. 그 나름의 벌레를 털어내려는 노력이었다. 어느새 눈이 어둠에 적응되어 천천히 시야가 생긴다.

그렇다고 크게 바뀌는 건 없다. 보이는 것은 산처럼 부풀어오른 그의 뱃살 뿐이었으니까. 그는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가급적이면 유쾌한 생각을 하려고 했다. 숨을 안정시킨 뒤,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해 보려 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어디에 묻혀 있는지 모른다. 얼마나 깊게 묻혀 있는지 모른다.  땅속에서 남은 것은 그와 잔벌레들 뿐. 공기는 갑갑하고, 이 좁은 공간 속에서는 자살조차 할 수 없다. 그래도.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고 절망할 수는 없었다.


벌레에게 물린 발을 앞으로 내밀어 본다. 천천히 무쇠 관짝을 밀어 본다. 꿈쩍도 하지 않는다. 당연한 거지만, 일단 이게 유일한 방법이다. 그는 악을 담아서 다른  발도 같이 내밀어 관짝을 밀려고 해 본다. 그리고 한 순간, 감각이 왔다.


밀리는 듯한 감각. 관짝 뚜껑에서 한순간 밀리는 감각이 났다. 어쩌면 그가 어둠속에서 미쳐버려서 그렇게 느낀  수도 있다. 하지만 멈출  없다. 그는 젖 먹던 힘까지 전부 짜내며 뚜껑을 다리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8분정도 지났을까. 환기되지 않는  속은 그의 땀으로 맨들맨들하고 습해졌다. 천장에서 물방울이 고여서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에테롬은 그 땀까지 게걸스럽게 햝아 대며 쉬지 않고 천장을 밀었다. 마침내, 확실하게 신호가 온다. 그의 다리가 터져 버리기 직전의 일이었다.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뚜껑이 밀렸다. 그는 팔까지 함께 동원해서 그것을 옆으로 치워냈다. 안쪽이 미끄러워서 계속 팔다리가 미끄러졌지만, 무쇠에 몸이 이리저리 박혀 멍이 들어도 멈추지 않고 밀어낸 결과였다. 처절하고 더럽게 그는  살아남았다. 흙이 관짝 안으로 밀려 들어온다.


아마 내가 관을  정도의 기운이 있을 거라고 판단하지 못했겠지. 그는 입에 들어온 흙을 뱉어대며 조금 더 자유로워진 팔로 수염을 털었다. 이제 그에게 부여된 것은 팔을 뻗을 수 있는 정도의 공간. 딱 그 정도였다. 하지만 관짝을 나온 것으로 충분했다.


허우적대며, 그는 자신에게 부여된 공간을 이리저리 필사적으로 긁어 댔다. 관 주변으로 약간의 공간이 남아 있다. 이건 자신을 묻은 자들이 자신이 나올 것이란 걸 예상하지 못했다는  뜻한다. 살아남을 길이 보였다.

그는 흙을 파낸다. 어둠속에서, 자신의 위치조차 모르는 그 좁은 곳에서, 겨우 몸이 들어갈 정도의 굴을 만들기 위해. 손톱이 빠지고도 멈추지 않고, 그저 흙을 파낸다. 빛이 보일 때 까지.

나오면 카산하크에서 새 시작을 하자. 내가 이룬 것. 난 바뀐 것이 없다.    이루면 된다. 다시 한번 성장해서, 그  부터 페이즈 2다. 마지막의 승자는 결국 나다.


그는 굴을 파낸다. 언제 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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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요나는 블레이저를 허리에 두르고 흰색 셔츠의 팔을 걷어 올리고 있다. 끼고 있는 선글라스가 상당히 잘 어울린다. 그녀는 굳이 동이 트기 시작한 광경을 바라보며, 선글라스의 효능을 확인해 보는 중이었다.


"다시 한번 말해주겠나, 마레.  관짝을 뒤집어 묻었는지 말이다."
이유는 알고 있다. 그저 다시 한번 듣고 싶었을 뿐. 그녀의 입가에 상쾌한 미소가 벌어진다.


"왜냐하면, 태양보다 아름다우신 분, 에테롬이란 인간은 분명히 쇠 관짝의 뚜껑을 여는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마레는 그 옆에서 요나에게 담배를 건내 준다. 요나는  담배를 건내 받고서 에테롬이 묻힌 자리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 무게가 얼마나 되든! 그 상인은 무조건 그 문을 열어낼 겁니다. 그의 의지는 철보다 무겁기 때문이죠. 그의 집념은  그대로, 죽음조차도 가둘 수 없으니까요! 그는 관짝을 열어버릴 사람입니다!
관짝이 열리고, 어느 정도 공간이 있는 걸 확인했다면? 그는 똑똑한 사람이예요! 다음 기회를 볼 거란 말입니다! 어둠속을 파헤치며, 언젠가 나올 빛을 위해!  집념을 무기로 전진할 겁니다!  과정에서 얼마나 상처입고, 깎여 나가고, 무너지든 신경 쓰지 않고요!
아아, 하지만... 그는 모르는 겁니다... 관짝이 처음부터 뒤집어  있었다는 걸 말이죠... 자신의 욕심으로 서서히, 서서히... 더 깊게! 자신을 점점 더 나락으로 밀어 넣겠죠. 마치 그의 인생처럼 말이예요!  얼마나 유쾌한 아이러니! 그는 자신이 살아간 방법으로 죽음을 택하게  겁니다!
이 얼마나 문학적으로 아름답고 예술적인 죽음입니까! 요나경, 당신의 최대의 적이었습니다! 에테롬이라는 소설의 마지막장은, 그에 걸맞는 카타르시스와, 예술성과, 펀치라인이 있어야 했어요! 그 소설의 끝은 속이 뒤틀릴 정도로 우습고도 잔혹한 아이러니란 말입니다! 전! 전 이 상황이 정말 미쳐버릴 정도로 만족스럽군요!"

마레는 말하는 도중에 뭔가를 다시 느낀 건지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요나는 그런 그를 향해 웃으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자신의 병사들을 향해 말했다.


"연장을 챙겨라. 슬슬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동이 트는구나."
에테롬의 관짝은, 벨카에서 마차로 4시간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이름없는 마을에 묻혔었다. 이름 없는 숲에, 어디 특별할 것도 없는 장소에서, 적당한 고지를 잡아서  묻었다.


"알레프. 위원회에게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전달해라. 슬슬 문서를 준비하라고 해."
그녀의 노집사가 정중하게 머리를 숙인다. 동이 트고 있다. 태양이 모두의 시야를 찬란하게 불태워낸다.


07시 12분, 다임상회 상인 총장 에테롬의 국가 반역, 상황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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