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2화 〉장송곡 (132/164)



〈 132화 〉장송곡

비나흐의 영주, 가레오는 마차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담배를 꺼냈다. 그는 약속 전날 벨카에 미리 도착할  있도록 왕도에서 머무르고 있다가 출발했다.

벨카의 거리에는 사람이 많은 데 비해 정적이 깔려 있었다. 도시는 되었지만 아직 그 활기는 찾지 못했다고, 가레오는 그렇게 생각하며 종자가 꺼낸 성냥불에 담배를 갖다 댔다.

서서히 담배가  들어가는 소리. 그는 담배를 든 손을 마차 밖으로 꺼냈다. 다시 봐도 사람이 거리에 많이 나와 있다.  뭔가 축제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도록 한다. 지금 신경  것은 그게 아니다.

계속해서 승승장구하고 있던 요나를 압박해야 한다. 다른 영주들 과도 서서히 관계를 만들고 있는 듯하고, 해괴한 홍보방식을 도입하더니 꽤 대성했다.

처음 그녀가 디알테스트그롬과 거래한 흔적을 찾았을 때는 분노 했었지만, 생각해보니 이것은 자신에게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을 끊임없이 생각하며, 바깥의 분위기에서 시선을 돌렸다. 그러던 중 어느새 요나의 성에 도착했다.

여전히 작고 오밀조밀한 성. 8영주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초라하지만,  조형 자체는  좋다. 그녀의 아버지는 꽤나 예술적인 조예가 깊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멍청한 폭군이었다만.

시종들이 다가와 그의 겉옷을 받아 간다. 그는 시종들을 돌아보다가 곧 요나도, 그 종자도, 집사마저도 현장에 없다는 것을 눈치챘다.

"... 성이 빈 건가?"
"영주님과 칼린님께서는 아직 왕도에서 돌아오시지 않으셨습니다. 도르베씨와 륑게씨를 데리고 같이 돌아오실 거라더군요."
도르베, 륑게... 분명 그녀가 이끄는 부대의 부대원 이름이었으리라.크게 흥미가 당기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전임 집사는 죽었느냐?"
"아직 현역이십니다...만, 지금은 요나님의 명령으로 다른 곳에 계십니다."
"그런가."
대략 설명을 듣고 나서 그는 천천히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다가, 곧 그 시종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둘은 오늘 돌아오기는 하느냐?"
"아마 금방 돌아오실 겁니다. 어쩌면 이미 왕도에서 출발했을 지도 모릅니다만... 지금 가레오경이 성에 도착했다고 연락을 드릴까요?"
"아니. 그런 거라면 되었다."
그는 대충 손을 휘젓고서 앞으로 나섰다.

"객실로 안내하게. 홀이 조금 춥군."

#

그 날 저녁은, 성에 돌아온 요나와 자리를 함께 하게 되었다. 여러가지로 기묘했는데, 작고 검소한 성에 비해서 식탁은 상당히 호화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먹는 자세를 보면 특출난 미식가는 아닌  했다.

"평소에도 이렇게 드시는 겁니까?"
요나는 빠르게 그의 말의 속뜻을 이해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뭐, 식사에는 조금 더 신경쓰기로 했습니다."
"그럴 바에 성을 조금 더 넓히는 것은 어떨까요. 위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사치도 필요한 법입니다."
가레오는 그렇게 말하고 냅킨으로 입가를 닦았다. 그리고 식사가 끝났음을 보이기 위해 접시 위로 그 냅킨을 얹었다.

"아니면... 정식으로 8영주가  자신은 없으신 겁니까? 요나경?"
아직 그들의 대화 주제가 꺼내지지는 않았지만, 신경전은 시작된 상황이었다. 요나는 조용히 그를 마주 보다가, 웃으며 냅킨을 접시 위로 올렸다.

"조언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곧 증축공사를 시작하려 했습니다."
"그렇다면 실례했군요."
식탁 아래에서는 전장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시종들이 다가와 접시를 치우자, 둘은 너나 먼저  것 없이 담배를 꺼내 들었다.

"오늘은 당신 부대원들을 데리고 왔다고 들었습니다만. 8영주 회의가 끝나고 바로 벨카로 돌아 가시지 않으셨었군요."
"네. 하룻밤 더 숙박하고 왕도에서 할 일 끝내고 돌아온 겁니다."
"영웅분들은 무사하십니까?"
"지금은 전부 진정됐습니다. 어찌 저찌 말이죠."
"어찌저찌... 말입니까."
성냥을 긁는 소리. 요나는 불붙은 성냥으로 자신의 담배에 불을붙이기 전에 가레오의 담배에 불을 붙인다.

"실례. 그렇다면... 진정시킬 필요가 있는, '아직 환자'들을 무리해서 데려온 이유는 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요나는 그 질문을 들으며 성냥을 흔들어 끈다. 그리고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들인 뒤 관자놀이 쪽을 한 두 번 정도 툭툭 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지요."
"말해주실 수 없는?"
"뭘. 거창한건 아닙니다. 내일이면 알게 되실 것 같군요."
요나는 오늘 그게 무엇인지 알려줄 생각이 없는  했다. 가레오도 내일 알 수 있다고 하니 굳이 캐묻지 않았다. 그들은 담배를 태우며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었다. 마치 서로간 아무 문제없다는 것처럼.

1시간정도의 대화가 끝나고, 그는 객실로 돌아왔다. 제 딴에는 신경  흔적이 많이 보이는 객실이었지만, 솔직히 초라하다. 너무 초라하다. 하지만 오히려 좋았다. 이 별볼일 없는 방을 보면 느낄 수 있었다.

요나는 아직 애송이다. 8영주의 그릇을 감당할 자가 아니다. 빈틈없어 보이지만 분명 무리하고 있는 거겠지. 결국 얼마 가 자멸할 것이다.

"있느냐."
'네.'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종자의 목소리. 그는 안심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다음 날을 위해 일찍 잠드는 것을 선택했다.

#

아침. 요나의 시종이나 그의 종자가 깨우러 들어오기도 전에, 가레오는 눈을 떴다. 그는 빠르게 화장실로 들어가 면도부터 시작했다. 수염은 그의 자랑이다. 관리하지 않아 멋없는 수염은 노숙자들이나 달고 다니는 것이다. 품위를 위해, 그는 매일 기상시간보다 일찍 일어나 수염을 다듬고는 했다.

단정하게 정돈된 수염을 몇 번 쓰다듬고서, 그는 착복을 마쳤다. 문이 곧 열리고 그의 충실한 종자가 그를 배웅한다.

"조식 준비가 끝났다고 합니다."
"... 빠르군."
"요나경은 아침훈련이 끝나면 지금 시간정도라는 군요. 자신의 시간에 맞추게하시고 싶지 않으시다고..."
"그런가."
군인 출신이라 그런  일까. 그녀의 아침은 일찍 시작되는 듯 했다. 어찌되었건, 일찍 일어나는 것으로는 뒤지지 않는 가레오다. 다행히도 그녀의 배려를 받을 필요는 없었다. 그는 식사자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종자를 다른 자리로 내보내고 식탁을 향해 걸어간 그가 목격한 것은, 요나와 그 종자였다. 둘은 같은 식탁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여전히 폭력적일 정도로 빼어난 외모. 8영주의 위치까지 올라온 자들은 아름다운 것에는 먼저 경계부터 한다. 말없이 칼린을 쳐다보고 있으면, 칼린이 뒤늦게 다른 손님이 왔음을 깨닫고 낯빛을 바꾼다.

"요- 영주님,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겠습니다."
"뭐? 갑자기 왜-"
요나는 당황과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는 표정으로  종자를 잡으려다가, 곧 가레오를 발견하고 동작을 멈추는 것이다. 칼린이 그에게 인사하고 자리를 뜨자, 요나는 어정쩡하게 서 있던 자세에서 천천히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리고 시종을 불러 칼린의 접시를 치웠다.

"... 일찍 일어나시는 군요."
"원래 종자와 같은 식탁을 사용하시는 겁니까?"
"가족같이 여기고 있기에."
"격식이라는 게 있습니다."
가레오는 그렇게 말하며 식탁 의자를 끌어당겼다. 그는 자리에 앉아 조용히 냅킨을 목에 둘렀다.

"군인출신에게는 너무 어려운 겁니까?"
한방. 요나는  말에 아무 답도 하지 않고 조용히 식사를 재개했다.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만이 울리며, 요나의 표정이 불쾌감에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모습에 가레오도 굳이  말을 꺼내지 않으며 식사를 진행했다.


조용한 식사가 끝나자, 요나는 담배도 꺼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가레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럼- 이제 슬슬 본론에 들어가보도록 하죠."
설마 먼저 그 이야기를 꺼낼 줄은. 분명 뭔가 믿고 있는 수가 있는  같다. 하지만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 그녀의 수가 어떤 것이든, 성이나 태도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녀는 가레오의 상대가 될 수 없다.

"어디에서 대화하시려고 일어나십니까?"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최상층에 조명이 좋은 곳이 있습니다."
대화를 위한 장소를 설정해 둔 건가. 나쁘지 않은 시도다. 가레오는 그녀의 속을 대충 읽고 그녀의 뒤를 따라 갔다.

6개층정도 올라갔을 까. 그녀가 말한 방에 도착하고서, 가레오는 눈을 약간 찌푸렸다. 조명이 좋다는 방의 창에 커튼이 어둡게 쳐져 있었다.

생각해 보면, 애초에 그렇게 높지도 않은 성이다. 고지에 있어서 영지의 풍경이 보이기야 하겠다만, 그럼에도 이 성은 작다. 애초에 뭔가 보일 생각이 없던 건가, 싶어서 그는 조금 실망해 버렸다.

"뭔가 드시겠습니까?"
"... 됐습니다."
그런 그의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간식거리를 제안하는 요나에게 거절의 말을 전하고서, 그는 자리에 앉았다. 요나도 근처 상자에서 뭔가를 꺼내 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뭘 가져온 겁니까?"
"가벼운 보드게임입니다. 저 멀리 동방에서 가져왔지요. 대화만 하면 적적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것은 전상민의 세계에서도 존재하는, 체커라는 보드게임이었다. 체스판 위에서 흑과 백의 말을 움직여 하는 간단한 게임. 다만 그녀의 취향인지, 말 하나하나가 상당히 세세하게 세공 되어 있었다.

"한번 해보시겠습니까?"
"... 좋지요."
"다행이군요. 할 상대가 없어서 버려야 되나 고민했었답니다."
요나는 미약하게 웃으며 룰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가레오는 그 설명을 들으며 요나의 의중을 파악해보려 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의 미숙함이 만들고 있는 실수의 연쇄라고 결론이 나왔다. 체커의 룰 설명이 끝났을 때 즈음에, 가레오의 정신상태는 이미 방심에 가까워져 있었다.

"전부 이해하셨습니까?"
"대충 이해한 것 같군요."
"그렇다면 처음 하시니... 저는 말을 두개 빼고 시작하겠습니다."
"요나경이 즐기실 수 있는 방법으로 하시죠."
둘은 천천히 체커 게임을 시작했다. 요나는 커튼을 치울 생각이 없는지 조금 어두운 방에서 말없이 게임을 진행하고 있었다.

"... 본론으로 가겠습니다만, 요나경. 비나흐에서 벌어진 비극을 아실 겁니다."
"물론입니다."
탁.

"지진만 일어 났어도 곤란했는데 말이죠, 열차가 펑. 터져버린 겁니다. 탈선한 열차가 전화국에 박아서 한동안 타 지역과 통신까지 못하게 되었었구요."
"그 때의 상황은 자세히 들었기에."
탁.

"제일 큰 손해는 역시, 제 영지민들이  타고 다니던 열차를 갑자기 두려워하게 되었다는 거죠. 아직 못 믿는 자들도 있지만... 충분히 배우신 요나경이라면 아실 겁니다. 그 폭발이 열차 결함이 아니라는 걸요."
"테러라고 들었습니다만."
"네. 그 혼란으로 경제적인 이익을 볼 사람은 없으니 사상범일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렇게 전제를 깔고 추적해보니, 나오더군요.  범죄자 놈들이."
요나는 상당히 공격적인 수를 쓰고 있었다. 가레오는 그 수를 하나하나 막아내며 치밀하게 수비진형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요?"
"그 조직은 사실 이번 칼타코 분쟁에서도 언급이 된 곳이죠. 아직 확실한 정보는 얻어내지 못했지만, 제정신 아닌 놈들의 집단이라는 것은 알게 되었습니다."
탁.

"요나경, 그들에게서 뭘 샀던 겁니까?"
이런 게임으로는  상대의 성격을 읽어낼 수 있다. 요나같은 경우에는, 그저 저돌적으로 덤벼들 뿐인 수. 노련한 가레오에게 그런 수는 읽기 너무 쉽다. 계속 수비해내고 견제한다면 상대를 소비없이 자멸시킬 수 있다. 이제 체커판 위가 아닌, 현실에서도 서서히 압박을 시작해야 한다.

"출처를 모르고 샀다고 한다면, 믿어 주시렵니까?"
"요나경. 우리는 아직 신뢰에 대해 이야기할 사이는 아닌 듯하군요."
"아쉽군요."
탁.

"돈의 흐름이 있었죠. 부각될 정도로 크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았지만, 범죄조직이 잡기에는 하염없이 큰 돈이라고   있는 액수였습니다."
"어머, 그 정도였나요?"
"그럼요. 마치, 지원이라도  주는 듯한 액수였죠."
탁.

"제 예상은 그렇습니다. 충족과 상대할 때 비나흐에 원한을 가지게 된 벨카의 영주가, 범죄 조직에게 뭔가를 사주한 것은 아닐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꽤 극단적으로 말씀하시는 군요."
"만약의 경우입니다. 다만, 잘 모르는 자들은 믿을 수도 있을  같은 가정이지요."
똬리를 튼다.  앞의 상대를 서서히 조여낸다. 저돌맹진을 거듭할 뿐인 상대는, 자신이 어디까지 와 있는 지 눈치채지 못하고 숨통이 조여온다.

"사실 말이죠, 요나경.  당신이 무엇을 샀는지는 궁금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저 또한 당신에게 떳떳한 일만은 하지 않았죠. 서로의 과거를 청산하자는 의미로, 새 시작을 위한 제안을 몇가지 하려 합니다."
요나는 다른 8영주들에게도 눈엣가시일터. 서로의 과거로 붙잡고 싸우려 한다면, 요나 스스로가 미쉘에게 덮어씌운 죄를 비나흐의 영주에게 따질 수는 없게 된다. 만약 그러려고 한다면 당시 가담했던 영주들도 합세해 요나를 묻을 것이다.

그녀에게 도망칠 곳은 없다.  체커판의 위처럼. 요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을 잡는다.

"... 경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예?"
"전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었고, 그것을 제공하는 자에게서 샀을 뿐이죠."
무슨 말을 하려나 했더니, 어린애도 하지 않을 법한 땡깡이다. 이유가 어찌되었건 그것을 구입할 때 판매처가 어딘지 모르고 샀을 리가 없다.

"그게 최선입니까, 요나? 조금 더 현명하실 줄 알았습니다만..."
"제가 처음으로 친목을 다진 것은, 네르바의 영주님이십니다. 충족과의 분쟁이 있던 영지의 소유권을 넘겨드렸죠. 그의 영지 소유권은 제 인정이 있었기에 생긴 것입니다."
요나가 가레오의 말을 끊어냈다. 그가 조금 불쾌한 듯 눈썹을 치켜 올렸으나, 요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옮겼다.

"두번째로 친해진 분은, 의외시겠지만 데버만의 영주님이십니다. 다임 상회를 대체할 상회를 제가 찾아 연결해 드렸죠. 거기서는 저도 조금 무리해서 소금부대의 명패를 지급했습니다. 새로 연결된 상회가적응을 끝마칠 때 까지, 데버만은 국가 어음까지 발급 받으며 원활한 경제활동을 유지할  있게 되었죠."
가레오는 요나의 말을 들으며 말을 옮겨 놓는다. 그러다가 조금씩, 위화감을 눈치챈다.

"세번째, 네번째로 친해지신 분은 순서대로 라티아와 사갈의 영주님이십니다. 비나루크의 공장을 옮기기 위해서는  두 분의 도움이 필수적인지라, 칼타코에서 얻게 될 공장재의 일부를 넘겨드리는 것으로 협상을 끝냈지요. 제가 정식으로 8영주 자리에 위임된다면 셋이서 합작으로 비행정을 만들 계획도 짰답니다."
잘 수비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가레오의 진형이 벼랑 끝에 있었다.

"즉- 가레오경의 말씀대로, 제가 범죄조직을 지원하는 개자식이라면 어떻게 되는  까요. 네르바는 얻었던 영지의 소유권에 대한 인정을 다시 받아야 하고, 데버만은 어음과 상회연줄이 위태로워지며, 라티아와 사갈은 하려던 작업과 소금부대 이름 하에 있는 공장재들을 놓치게 됩니다."
요나는 자신의 말을 두고 의자를 천천히 뒤로 끌며 일어났다. 가레오는  말을 잃고 그저 체커보드를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눈을 씻고 보아도, 그의 말들이 움직일 방법이 없었다. 체크메이트 상태가 되어 있었다.

"이 모든 게 가능한 이유. 제가 저들과 빠르게 친해질 수 있던 이유. 모든 게 소금부대 덕분이죠. 소금부대의 명성 덕분입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가 뭘까요?"
요나는 천천히 커튼이 쳐져 있는 창가로 다가가, 그 틈새로 흘러나오는 빛을 향해 눈을 갖다 대고 웃었다.

"품위와 격식을 중시 여기시는 가레오경의 맹점은 뭘까요? 바로 국민들입니다. 급이라는 것은 서로의 위치가 있음으로 만들어지는 것, 아래에 깔리는 자가 없다면 위로 서는 자도 없지요. 자처해서 깔리겠다고 와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자신의 위치도 올라가는 겁니다. 그게 소금부대가 지금  정도의 가치를 갖게 된 가장 큰 이유죠."
"... 도대체, 어디까지 생각한 겁니까, 요나...!"
"경은 시궁창을 헤매던 범죄자의 죽음을, 1년 정도만에 숭고한 것으로 만드실 수 있으십니까?"
요나는 매혹적으로 웃는다. 가레오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린다. 그는 지금 확실하게 그녀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전 해냈습니다."
요나는 그렇게 말하며 커튼을 펼쳐 열었다.  창 밖에는-

성벽의 밖부터 벨카 영지의 끝부분까지 빼곡하게, 상복을 입은 자들이 모여 있었다. 아스타 한 명의 장례식 때문에 타 지역에서까지 순례하듯 모여 온 것이었다. 가레오는 그 풍경에 할 말을 잃고 그저 떨었다. 눈 앞의 여자는 애송이가 아니었다. 터무니없는 낙관이었다. 눈 앞의 여자는오히려 괴물이었다.

요나는 강렬하게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등지며, 녹아 내릴 듯한 웃음을 걸치고 가레오에게 다가간다. 가레오는 미지의 생물을 앞에  듯한 두려움에 의자에서 의미 없는 뒷걸음질을 친다.

"저는 윌레인의 태양이 되겠습니다. 한걸음 한걸음, 착실하게 그 길을 밟으면서, 막는 모든 것들을 불태울 겁니다. 그게 제가 정한 패도입니다."
그녀는 가레오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 옆에 놓인 체커 보드판의 말을 잡는다. 그리고 그것을 천천히 들어 올리며 가레오에게 보여준다.

"체커는 수비적으로 하면 안되는 법이지요."
조롱이 섞인 웃음.  게임은 가레오의 완패였다. 어느 쪽의 게임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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