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화 〉여진(餘震)
지하 땅굴을 걸어가는 것은, 이바노프와 통신병, 대사, 그리고 몇명의 패전 병사들 뿐이었다.
대사의 흐느낌만이 조용한 땅굴 안에서 퍼지고 있었다. 오고 싶지 않았다느니, 자신은 빅센마르크 편이었다느니, 영웅들이 무능하다느니. 그런 말을 쉬지 않고 하면서 지치지도 않고 흐느꼈다. 그러나 그 자리의 누구도 거기에 대꾸할 수 있을 정도로 기운이 남아있지는 않았다.
그 대사가 마침내 빅센마르크의 군가를 열창하기 시작했을 때의 일이었다. 땅 속으로 울리는 진동, 그리고 굉음.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이 귀를 막을 정도의 큰 소리였다.
그 소리가 잠잠해지고 나서 울리는 것은 진동이었다. 모두가 발걸음을 멈추고 그 진동을 느꼈다. 멀리서 부터 울려오는 우르릉 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상황을 가장 빠르게 파악한 것은 이바노프였다.
"... 전부 코와 입을 막아라. 곧 흙먼지가 몰려올 거다."
그의 침통한 얼굴에서 생존자들은 전부 상황을 깨달을 수 있었다. 방금 그것으로, 대사관이 결국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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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흙먼지를 뒤집어써 하나같이 누런 꼴을 하고서 문을 열었다. 곧 깔끔한 전화국으로 생존자들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피로 흙이 뭉쳐 진흙처럼 되고, 옷은 찢어져 달라붙고, 그 와중에도 기절해 버린 자들을 부축하느라 못 볼 꼴을 하고 있다. 하나같이 거지꼴을 하고서 그들은 전화국 안쪽으로 발을 들인다.
"마키도. 부탁하오."
이바노프가 입가를 닦으며 먼지가 섞여 텁텁한 목소리로 말한다. 생존자 사이에 섞여 있던 마키도가 힘을 모았고, 곧 그를 중심으로 비눗방울 같은 결계가 퍼지기 시작했다.
"... 이딴 사기적인 결계 능력을 가진 게 그냥 마을 주민일리가 없지. 당신 교단 출신이지?"
통신병이 늑대처럼 웃으며 마키도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이바노프를 노려본다.
"근데 우리가 데려온 인원중에 이런 사람은 없었던 것 같소. 혹시 우리 몰래 교단원을 들였나?"
이바노프는 전화국 내부를 점령한 주민에게서 수건을 받아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
"그런 것까지 감안했기에 네가 한 짓을 눈감은 거다. 죽이고 싶지 않았던 자 하나가 죽었다. 이정도로 만족하시지."
통신병은 눈을 가늘게 떴다가, 곧 생각을 바꾼다. 상회가 죽인 자는 하나가 아니다. 바바라를 보냈으니, 라드 뿐 아니라 저들이 찬양해 마지 않는 칼린이라는 자도 이미 죽었을 것이다. 그런 것을 감안하면 딱히 손해볼 것은 없다.
"인정하겠소. 서로서로 이익관계에 맞춰서 놀아야지."
통신병이 흔쾌히 말할 때 즈음, 마키도의 결계가 완성되었다.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만 허락되는 완전무결의 결계. 그들의 전화국 요새화의 가장 핵심이 되어 줄 마법. 그 비누방울 형태의 결계가 전화국을 완전히 감쌌다.
"끝났습니다. 제가 끼니 잘 챙겨 먹는 다는 전제 하에 3일은 갈 겁니다."
"물자는 얼마나 비축되어 있지?"
"내부 인원 154명 전원이 한 3일정도 버티겠네."
"얼추 맞군."
세라의 말에 이바노프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천천히 전화실의 문을 잡았다. 그 문고리의 온기를 느끼듯 눈을 감은 이바노프는 조심스레 그 문을 돌려 열었다.
그 뒤에는 소냐가 앉아 있다.
"준비는 되셨습니까."
깍듯하게 존대말을 하며 고개를 숙이는 이바노프. 소냐는 익숙하게 그것을 받아 넘기며 고개를 돌린다. 그녀는 참 오랜만에 백색의 드레스를 입고 있다.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옷이었다.
"계획이 틀어진 게냐."
"... 그들 중 하나가 죽었습니다."
"그런가."
그녀는 담담히 답하고서 눈을 가린다. 그리고 찬란한 금발을 흐트러트리며 눈을 가린다.
"... 분명 큰 상처가 되겠지."
"...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었겠지. 하지만 사과할 기회가 생긴다면 꼭 사과하고 싶구나..."
그녀는 칼린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그 사람이 이번 일을 견딜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런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죄책감이 숨통을 눌러 온다.
"...우리가 죽인 자들도 누군가의 동료였습니다."
"알고 있다. 그냥..."
소냐는 거기까지 말하고서 강하게 마음 먹으려는 듯 숨을 들이 마셨다. 그리고 당당하게 일어나 고개를 돌렸다.
"대사는 도착했느냐?"
"일단 윌레인의 대사가 도착했습니다."
"빅센마르크 대사들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다고?"
"... 그렇습니다."
"이상하구나.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어차피 윌레인에 통보하면 빅센마르크도 알게 될 것이다."
그녀가 방을 나선다. 이바노프가 문을 붙잡고 그녀를 에스코트한다. 기품이 넘치는 발걸음. 망설임도 고뇌도 남지 않았다. 찬란한 드레스의 광채를 발하며, 그녀는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고고함을 두르고 있었다.
"네가 윌레인의 대사인가."
대사는 머리를 조아리고 그저 몸을 파르르 떨 뿐이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딱 봐도 귀족인 자에게 밉보여 이자리에서 죽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최대한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 맞습니다.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빅센마르크어. 소냐는 조금 눈살을 찌푸렸다가, 곧 전화기 앞에 서서 대사를 부른다.
"네 도움이 필요하다. 이리 오도록."
"네? 네!"
살 구멍을 찾은 것처럼, 대사는 바닥을 기며 전화기로 다가갔다. 몇번의 신호음 뒤,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린다. 소냐는 그것을 이바노프에게 넘겼다.
'왕도 전화국입니다. 요나경의 직속 부대 소금부대의 전화를 사용하고 계십니다. 무슨 일로 전화를 주셨죠?'
어딘가에 연락하며 거쳐 지나가는 것이 아닌, 전화국 자체에 걸어낸 전화. 이바노프는 목을 한번 풀고 입을 연다.
"칼타코를 점령했다. 대사를 납치했다. 이 전화를 최대한 많은 곳에 연결하도록."
'...네?'
"소금부대원들은 패배했다. 대사를 바꿔주겠다."
그는 일방적으로 말한 뒤 전화기를 끌어 대사에게 들이 밀었다.
"지, 진짜입니다... 일단 대화를-"
그가 말을 끝내기 전에 이바노프는 전화기를 빼앗아 다시 말했다.
"이 소식을 최대한 많은 곳에 동시 연결하도록. 전달사항이 있다."
'잠시만-'
그리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전화기를 내려놓은 이바노프는 어디론가 들어가 곧 의자를 가지고 왔다. 소냐는 그 의자에 앉아 가만히 종이 울리는 것을 기다린다. 곧 전화 종이 울려온다. 이바노프가 다시 그것을 받는다.
'벨카의 영주 요나경, 라티아의 영주 미로코경, 사갈의 영주 카뮈 경을 연결해 드렸습니다. 급하게 모은 분들입니다.'
"... 8영주중 셋인가. 나쁘지 않아. 전달사항을 전하겠다."
'영주님들이 먼저 물어보실 것이 있다고-'
"일방 전달만을 원한다. 저쪽에서 거절한다면 이 전화는 끊겠다."
잠깐의 침묵. 곧 전화국이 다시 말을 걸어온다.
'말씀하십시요.'
"빅센마르크가 윌레인에 양도한 영지, 칼타코는 오늘로 독립도시국가가 되는 것을 선포한다. 이는 빅센마르크나 윌레인, 양측의 도움이 없이 자주적으로 이뤄진 것임을 알린다."
다시 한번 침묵. 전화 너머는 조용하다. 이바노프는 그 침묵의 뜻을 알고 있다.
"우리의 자주국 선언을 윌레인에게 인정받고 싶다. 우리는 그 협상 조건으로... 실종되었던 빅센마르크 막내 황녀의 신분을 넘기겠다."
전화 너머가 떠들썩해지는 것이 들려온다. 이바노프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소냐를 바라본다. 소냐는 목을 가다듬고서 전화기에 다가가, 대사를 내려다본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그대로 전하세요."
"네? 네! 알겠습니다!"
그녀는 대사가 전화기를 잡은 것을 확인하고, 대사와 자신의 목소리가 둘 다 들릴 수 있도록 거리를 만들어 둔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버려진 땅을 버리지 못해, 나의 아버지가 저버린 백성들을 저버리지 못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나의 백성은 오만하게 사람을 사고파는 저들이 아닙니다. 나의 백성은 혁명의 불길 아래에서 가장 찬란히 춤추는 자들입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서 가슴골에서 펜던트를 꺼냈다. 여섯 가지 보옥이 주변을 감싸고, 금으로 틀을 짜낸 황가의 펜던트. 그 한가운데에는 직속 황족들만이 사용하는 인장의 인감이 눌려 박혀 있다.
"나의 앞에 서있는 당신들의 대사를 증인으로, 제가 눈과 철의 나라, 뜨거운 얼음의 나라 빅센마르크의 막내 황녀임을 엄숙히 밝힙니다."
대사는 펜던트의 인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숨을 참았다. 틀림없는 진품이다. 그는 그녀의 말을 번역하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무심코 말을 흘렸다.
"지... 진짜, 황녀..."
그런 대사를 보고서, 소냐는 펜던트를 벗었다, 그리고 전화기를 향해 서툰 윌레인어로 말했다.
"내 이름은 소보코비냐 아타락시아 예또요프스키 드라카. 독립국가 캄뷰로를 인정할지에 대해서는 내일 상오 9시까지 결단하십시요. 그 전까지 연락은 받지 않습니다."
그것으로 그녀는 전화기를 내려 놓았다. 대사는 혼절을 참아내며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전쟁 중 실종되었다고 알려진, 애초에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돌고 있던 전설의 막내황녀가 눈 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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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의 마차는 가는 중간에 멈췄다. 길목에 앉아있던 자신의 동료들을 보고 멈춘 것이었다.
모두가 만신창이였다. 기절한 자들이 누워있었고, 살아남은 자들은 그들을 부러운 듯 쳐다보고 있었다. 대사들과 소니아는 연신 흐느끼며 눈가를 닦아내고 있었다.
핀, 갤러한, 도르베는 기절해 있다. 이리하, 소니아, 릴로, 륑게는 참담하게 앉아있다. 라드는 지금 숲 한가운데에서 싸우고 있으리라.
아스타는 어디 있는가.
칼린은 조심스럽게 마차에서 내린다. 옆에 앉아있던 마부의 시체를 조심스럽게 넘어서고서, 그들을 향해 다가간다. 을씨년스럽게 타오르고 있는 모닥불 앞에서, 칼린은 왠지 참을 수 없는 불안감에 몸이 떨린다. 그는 천천히 가면을 벗고 이리하를 바라보았다.
"이, 이리하씨, 무슨 일이죠?"
떠듬대며 묻는 질문에 이리하는 대답하지 못한다. 눈을 피하다가 결국 고개를 떨군다. 표정이 어둡다. 그럴 이유가 없을 텐데. 일은 잘 풀리고 있었을 텐데.
"륑게, 무슨 일 인거죠? 폭음이 들렸었어요. 지진이라도 났었나요?"
다시 한번 조금 더 가볍게 물어보자. 너무 진지하게 정색함 물어봐서 답이 이상했던 것 같다. 그래. 륑게는 솔직히 답해줄 것이다.
"... 진짜 모르겠냐?"
기운조차 없는 듯 고개를 들어 올리는 륑게. 그의 한쪽 팔은 흐르는 피로 푹 젖어 있다.
"아니, 그..."
칼린은 약간 뒷걸음질 친다. 빌어먹을, 춥다. 추워지고 있다. 그는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자신의 코트를 더 세게 붙잡는다.
"대사관을 기습당했어. 칼타코 놈들이 우리를 위아래로 감싸며 기습해왔지. 당한 거다, 우리 전부."
그럴 리가 없다. 이렇게 추울 리가 없다. 그도 그럴게, 이 코트는 정말로 따뜻했단 말이다. 꿈을 깨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했더라.
"...마부 꼴을 보니, 너도 오면서 공격당했나 보군. 라드는 어디 있지?"
"라드씨는... 일직선로로 쭉 가면 있으실 거예요. 슬슬 싸움도 끝났을 것 같아요."
평정을 가장하며 그는 가죽으로 만든 코트가 늘어날 정도로 세게 부여잡는다. 모자까지 덮어쓰며, 그는 릴로에게 다가간다.
"릴로씨, 진짜로 무슨 일이 있던거죠? 아스타씨는 어디 계시죠? 다들 왜 여기 계시는 거죠?"
그의 눈은 혼란에 떨고 있지만, 입가는 아직 웃고 있다. 릴로는 그 얼굴을 알고 있다. 현실을 보려 하지 않는 비참한 얼굴이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칼린에게 다가간다.
"무슨-"
그리고 칼린의 멱살을 움켜 쥐었다. 모닥불을 등지고, 릴로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진다.
"배신당했고, 공격당했어. 이바노프라는 자가 주동자였고. 그래. 그 마을 대표 맞아."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며 현실만을 읊을 뿐인 덤덤한 목소리. 그에 반해 그녀의 얼굴은 고통스러운 듯 일그러지고 있었다.
"아스타는... 아스타는 죽었어. 대사관과 함께 폭발했다고..."
정적. 칼린의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생각이 멈춘다. 뭔가 파악하기 힘들다. 알 수가 없다.
"... 이 길 따라 가면 라드가 나온다고 했지. 나랑 이리하가 다시 데리러 갔다올게. 우리 둘이 그나마 가장 경상이니까... 소니아. 륑게랑 갤러한좀 부탁한다. 그만 울고."
무감각하게 말하고서 릴로는 칼린을 잡은 손을 놓았다. 그리고 그를 지나치며 말했다.
"차라리 저렇게 울어라. 현실 부정하지 말고. 대사들한테는 네가 상황 설명해."
릴로는 그렇게 말하고 이리하에게 턱짓했다. 이리하는 팔에 대충 붕대를 두르고 마차에 올라타 칼린을 바라보았다. 모닥불 때문인지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칼린은 그저 가만히 자리에 서있었다. 모닥불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서있었다. 장작이 타 들어가는 소리와 소니아, 대사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섞여 침착해지는 분위기다. 천천히 칼린은 현실을 받아들여 보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가면을 다시 쓴다. 무감각하게 숨을 쉬려 해 본다. 하지만 폐로 올라가는 공기가 막힌 것처럼 숨이 쉬어 지지 않는다. 목구멍이 얼어붙어 버린 것 같다. 코트가 너무 차갑게 그의 피부를 쓸어 댄다.
그는 마차에 다가가, 문을 연다. 어두운 마차 속에서 빅센마르크의 대사들이 마치 죄인처럼 몸을 움츠리며 칼린을 바라본다. 칼린은 그런 그들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입을 연다.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그게 임무니까. 근데 무슨 상황이었더라.
"... 칼타코에 사고가 났답니다."
겨우 입을 벌려 꺼낸 말이 그거다. 무슨 사고가 일어났더라? 큰 일은 아니었겠지? 지금 그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은 전부 질문 뿐이다. 너무 추워서 머리가 아파질 지경이다. 피, 피가 필요하다. 피냄새가 여기저기에 진동을 한다.
"무슨 사고가 났는지 직접 봐야겠습니다."
대사들은 위엄을 유지하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마차 속으로 고개를 들이민 그 자의 달빛만큼 매끄럽고 하얀 가면. 작게 뭐라고 하고 있지만, 그딴 것이 들릴 리가 없다. 그들이 접한 것은 청각정보를 무시하게 만들 정도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어둠속에서, 가면의 눈 구덩이만이 붉은 빛으로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와주세요."
생존본능이 그의 말을 따르라고 하고 있다. 대사들은 무릎으로 기어서 마차의 밖으로 나간다. 사시나무 떨 듯 떨면서 모닥불을 향해 걷는다.
그들이 나온 것을 확인하고 칼린은 대충 자리를 잡아 쭈그려 앉았다. 추운 몸을 끌어안고 웅크렸다. 모닥불만을 바라보며 가만히 생각했다.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곳곳에 피 냄새. 진하게 풍겨오는 그 냄새. 이걸 좋다고 맡아 대는 내가 역겨워. 씨발, 전부 피 때문이다. 이 빌어먹을 꿈이 깨지 않는 것도 피 때문이다. 제발, 누가 나를 좀 깨워줬으면 해.
그는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곧, 모닥불을 둘러싼 침묵과 한 몸이 되었다.
그리고 릴로와 이리하가 쓰러진 라드를 데려오고 모두가 지쳐 잠들 때까지 그렇게 멈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