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화 〉여진(餘震)
핀은 묘하게 자랑스러운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쉬지 않고 일하는 주민들과 아스타를 향해 번갈아 고개를 돌리면서 콧김을 뿜어 댔다.
"다시 한 번 말해봐요, 아스타! 지금 주민분들은 다들 어떤 모습이죠?"
"...전부 방한도구를 끼고 있네."
"누가 샀다 구요?"
"...칼린이."
"도르베씨! 우리 말이 맞았어요!"
핀은 옷깃을 여미며 웃었다. 도르베는 복잡미묘한 표정이었다.
"그럴 거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아스타는 불만이 가득한 듯한 얼굴이었다.
"쳇, 분명 제 영주가 시켜서 급하게 산 걸 껄? 애초에, 독단으로 산 거라도 그게 뭐 어때서? 우리가 포로 놈 들 한테 뭐 빚진 것도 아니고 이런 거 대주면 요구사항만 늘어날 거라고."
"뭐, 지금은 옳다 그르다 이런 건 전부 제쳐 두고... 제 말이 맞았다는 거죠!"
주민들은 각자 방한도구를 갖춘 상태였다. 일부는 착용하지 않고 있었지만, 물자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추워질 때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일 뿐이었다. 그들이 지급받은 물자는 두꺼운 장갑과 방한모였다.
"...쳇, 이런 곳 살면서 방한모나 장갑 안 갖고 있는 새끼가 있었으면 그게 더 문제지. 왜 지 돈 써서 굳이 그런 걸 대 주냐고."
"그야 노역에 징용돼서 따로 사냥도 못 가고 가죽 가공도 못하고 거친 일이니까 작업하다가 개인 용품이 망가지기라도 하면... 응. 어떻게 생각해도 이게 맞아요."
"너 잘났다."
아스타는 핀의 말에 짧게 답하고 고개를 돌렸다. 멀리에서 세라가 오고 있었다. 그녀도 지급된 장갑을 끼고 있었다.
"안녕하신가요들?"
"아, 세라씨! 어서 오세요! 장갑은 어떠세요?"
"이야, 이건 정말 좋네요. 안 그래도 점점 물자 나르는 게 힘들었거든요. 뭐든지 차가워지니까..."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장갑을 낀 손을 들어 보았다.
"감사합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름 신경은 쓰셨군요!"
"아, 뭐..."
아스타가 애매하게 넘어가려고 하자 도르베는 세라를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난 반대했었다. 착각하지 마라."
도르베가 굳이 그걸 짚고 넘어갈 것을 아스타도 알고는 있었다. 그녀는 얼굴을 감싸며 작게 말했다.
"...도르베, 그걸 굳이 말할 필요가 있었을까...?"
"피아식별은 확실히 해줬으면 좋겠어서 말이지. 난 네놈들이 추위에 얼어 죽건 말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조금 죽어주면 좋겠군."
아랑곳하지 않고서 독설을 퍼 부운 후, 그는 고개를 돌렸다.
"냄새 나서 못 있겠군. 네가 안 떠난다면 먼저 실례하지."
그는 그 말을 남기고 어딘가로 훌쩍 발걸음을 옮겼다. 굳어버린 분위기 속에서, 핀이 입을 열었다.
"진심은 아닐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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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
도르베는 인부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칼린을 불렀다. 칼린은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해 보고서 주인만난 개 마냥 웃으며 그를 환영했다.
"도르베? 무슨 일 이세요!"
반가움은 숨기지 않으면서도 미묘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자신의 지금 입지를 알고 있는 칼린 나름의 배려였다. 도르베도 그 속내를 읽고 조금 씁쓸하게 웃으며 다가갔다.
"잠깐 대화 가능할까?"
"물론이죠! 잠시만 기다리세요!"
"이렇게 둘이서 이야기하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그 때 일은 아직도 미안하다. 내가 조금만 더 말재주가 좋았었더라면..."
"도르베 잘못이 아닌 걸요. 그래서 무슨 일 이신가요?"
"일 없으면 만나면 안되나?"
"네? 그런 거예요?"
조금 놀란 칼린을 보고서 도르베는 웃었다.
"하하, 농담이야. 그냥 묻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다."
"저한테요?"
"그래. 방한도구 관련으로."
칼린의 표정이 조금 가라 앉았다. 그는 담배를 꺼내 들었다. 한 개피를 입에 물고서 도르베에게 건내자, 도르베는 사양하며 조금 생각을 정리했다.
"방한도구말이다, 사실 네가 없는 자리에서 이리하가 이야기를 꺼냈었거든."
칼린은 굳이 놀라지는 않았다. 이제야 이리하가 옥상으로 올라와 보였던 행동이 이해가 갔을 뿐이다.
"모두가 비웃었단 말이지. 무슨 말을 하냐 면서. 난 웃지도 못했었다. 오히려 화가 났었거든."
"화가나요?"
"그래. 저 돼지 놈들에게 방한용품까지 지급해야 한다는 말에 화가 났었다."
꽤 거친 말이었지만 칼린에게 화를 내려는 것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칼린, 알고 있겠지만, 난 참전용사다. 내 동료들을 죽인 자들이 저 주민들 안에 있을 지도 몰라."
"그건..."
"그래. 모르는 거지. 저들이 전부 군인 출신도 아니고 말이야. 머리로는 알고 있으니까 어떻게든 내 태도를 고치려 해도 힘들단 말이다. 쉽게 말해서..."
그는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나에게 저들은, 내 동료들을 살해한 자에게서 바뀐 게 없는데... 단 3년만에 내 조국의 국민이 되었다는 거다. 그러면 이런 저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거지. 너도 간접적으로나 봤잖니. 전쟁으로 남은 현장들을 말야. 우리가 지나친 모든 길은 전쟁의 뒷치닥거리였으니 말이다."
지나온 길을 회상하듯 도르베가 시선을 높이 올렸다.
"...우리는 뭐 때문에 싸웠었고, 무엇과 싸웠던 것인지... 알 수 없단 말이다."
칼린은 조용히 도르베를 바라보았다. 도르베는 그런 칼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네가 뭔가를 준비할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네가 한 일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말야. 어떤 상황에서도 상냥하려고 하는 네 마음을 높이 사고 있다.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었고. 하지만 이런 경우에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 게 맞는 거냐?"
회색의 세상. 이 땅은 점점 도르베의 기억속과 닮아져 간다.
"내가 새로운 방한장비를 받아 따뜻하게 일하고 있는 저들에게서 불쾌감을 느끼는 것이 그릇된 것이냐...?"
불쾌감과 두려움이 섞인 끈적한 감각. 그에게 이 땅은 언제나 겨울이었다.
칼린은 가만히 담배를 피우며, 일하는 인부들을 바라보았다. 곧 그는 이마까지 올려 두었던 가면을 완전히 벗어 도르베에게 내밀었다.
"...도르베는 제가 저 분들에게 무슨 감정으로 방한도구를 나눠 준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도르베는 그 질문에 잠깐 생각하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동정심이나, 측은지심... 이라던가?"
"전 저들에게 아무 감정도 없어요. 그저 지나칠 뿐인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꽤 차가운 목소리에 도르베는 조금 놀라 칼린을 돌아보았다. 칼린은 마치 구름을 보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다시 담배를 물고 말했다.
"제가 저들에게 방한도구를 지급한 이유는 그냥... 그게 맞다고 생각해서예요. 이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다예요. 제 동료나 지휘관님이 저들에게서 방한도구를 뺏어 내라고 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다시 빼앗을 수도 있어요. 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 일에서는 특별히 이유를 찾지 않아요. 너무 복잡해 지거든요."
그는 피식 웃으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다만 때로는, 먼저 그렇게 행동해 보고 나서야 느껴지기 시작하는 감정같은 것도 있지 않을까요. 저 사람들과 가까워 진다던가... 조금 일을 도와 본다던가... 그런 걸 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은 해 볼 수 있는 거죠. 그러고도 이해할 수 없고 증오스러운 것이라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칼린은 참 오랜만에 전생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자신의 후배도 언젠가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고민을 털어놓고는 했었다. 그는 웃으며 담배를 내려 놓았다.
"제 생각일 뿐이예요. 저는 약하니까 도르베씨와 같은 환경에 처하면 못 버틸 것 같기도 하구요. 부디 참고로만 들어주세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 가면을 다시 집어 들었다.
"도르베씨는 저보다 정신이 강하니까, 저보다 옳은 답을 찾아내실 수 있으실 거예요."
그리고 먼저 자리를 떴다. 도르베는 잠깐 그 자리에 앉아 아직 연기가 피어오르는, 칼린이 남긴 담배꽁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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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드는 정기적으로 지하 통로에 들르고 있었다. 그 날 밤도, 특별한 일 없이 그는 지하통로에 짱박혀 턱을 괴고 이빨조각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떻게든 이번 임무가 끝나기 전에는, 적어도 그가 다임 상회에서 자유로워지기 전까지는 그 조각의 정체를 파악해 둬야 했다.
"뭘 그렇게 보고 계세요? 선배님?"
옆에서 친한 척 말을 걸어온 것은 바바라였다. 라드는 눈만 굴려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가, 곧 피식 웃었다.
"선배?"
"아, 불편하셨나요?"
"그런 건 아닌데... 내가 왜 네 선배지?"
"에테롬씨가 개설한 부대의 대선배 격 아니시겠어요?"
당돌하게 말하며 그는 거리를 좁혀왔다. 그리고 라드의 옆에 서서 그가 바라보던 것을 보았다.
"옆에 앉아도 될까요?"
라드는 조금 고민했다. 상회에 이 '이빨'의 존재를 들켜도 되는가, 에 관한 문제였다. 그의 결론은 '들켜도 그에게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였다. 무슨 문제가 생겨도 그것은 다임상회와 요나 사이의 문제가 된다. 오히려 좋다.
"부디. 부탁하지."
그는 바바라가 앉을 의자를 뒤로 밀어 빼 주었다. 바바라는 그 의자에 앉아 라드가 보고 있던 이빨조각을 보았다.
"그건 뭐죠?"
"...뭐, 친구의 보물이라고만 해 두지. 그런데 도통 정체를 모르겠어서 말이야."
"오호, 저도 볼 수 있을까요?"
"사실 그걸 좀 부탁하려고 했지. '명안' 님 께서는 다른 게 보이지 않을까 싶었거든."
라드는 그 이빨을 바바라에게 건내 주었다. 바바라는 그 이빨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흥미로운 듯 말을 꺼냈다.
"이건... 뭔가, 동물의 이빨 파편같은 건가요?"
"바로 알겠어?"
"네. 딱 보니 그런 모양인 걸요. 자랑은 아니지만, 이빨을 볼 일은 많으니까요."
그는 해맑게 웃으며 그 조각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크기만 보면... 사람 이빨 같기도 한데. 사람 이빨 치고는 특이하게 생겼네요?"
"내 친구는 괴물의 이빨이라 하더군."
"이 보물의 주인 되는 친구가 그랬나요?"
"아니, 다른 친구가 말해 줬어."
"이야, 라드씨는 친구가 많구나~"
바바라는 짐짓 감탄하면서도 그 이빨에 눈을 떼지 않았다.
"괴물의 이빨이라... 흠, 이정도 크기에 윌레인 내에서 찾을 수 있는 괴물이면- 망토이의 이빨이라던가?"
"그렇게 특정 지을 수 있는 이유는?"
"이거 봐요."
바바라는 자신의 볼을 손가락으로 벌려내 이빨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이빨 조각을 자신의 윗 쪽 송곳니 쪽으로 가져다 댔다.
"하히흐하 마자하(사이즈가 맞잖아)."
그렇게 말하고서 그는 조각을 다시 내려 놓았다.
"자랑은 아니지만, 제가 딱 인간의 평균 느낌이니까요. 사람정도 크기인 괴물 이빨인 것 같은데, 그런 조건 아래에서 지금 윌레인에서 제일 조우하기 쉬운 괴물이 망토이니까. 어떻게 생각하세요?"
"...일리는 있네."
라드는 이빨조각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이것과 같은 이빨이 빽빽하게 있었다고 한다 해도 같은 반응이 나올까.
"명안씨, 내가 괴물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러는데... 괴물로 분류되는 것들은 원래 이빨 같은 게 계속 똑같이 자라나나?"
"그건 괴물마다 다를 걸요? 저도 괴물이랑 싸운 경험은 없어서 말이죠."
"하, 그런가."
다시한번 이빨조각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라드를 보고, 바바라는 조금 머리를 굴려 보았다. 그러다가 곧 다른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전혀 다른 말이기는 한데... 괴물 이빨 이야기하다 보니 떠오르네요."
"뭐가?"
"라드씨, 교단에서 믿는 '디알테스타만' 이야기 들어본 적 있으세요?"
라드는 프레데리카, 교주가 해주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에게는 별로 유쾌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뭐, 대충은 들었지."
"신기하죠? 괴물을 섬긴다니..."
"...뭐?"
라드의 의문에 바바라도 의문을 띄웠다.
"뭐가요?"
"괴물을 섬긴다니?"
"아니, 그야..."
바바라는 뒤통수를 긁다가 말이 퍼지지 않도록 몸을 앞으로 숙이고 조심스레 말했다.
"뭐, 막 전능하고 인간보다 상위적인 존재라고, 존재 자체가 다르다잖아요."
"그래서?"
"그게 괴물 말하는 거 아니예요? 전 그렇게 들었었는데."
상상도 하지 못했던 발상이었다.
미묘하게 설득력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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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이 성을 떠나간 지 3일정도가 흘렀다. 요나는 여전히 수척한 얼굴을 하고서 어딘가 불안정하게 보였다. 다만 그녀는 일상을 되찾은 상태였으며, 그녀가 하고 있는 모든 행동은 마치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연속성이 드러나 보였다.
그녀가 평소처럼, 아니, 어쩌면 평소보다도 격렬하게 훈련을 끝마친 때였다. 그녀를 향해 창백한 남성이 시종의 안내를 받으며 다가왔다. 클래프상회의 대표였다.
"... 연락을 주셨다면 좋았을 텐데요."
요나는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상회 대표는 잠깐 자신을 안내한 시종을 바라보다가, 요나를 향해 말했다.
"급한 일이 있어서 말이죠."
요나는 그의 눈을 가만히 보다가 시종을 향해 턱짓했다. 시종이 자리를 뜨고, 요나는 벗어 둔 겉옷을 향해 걸어갔다.
"말 해 보시죠."
"...둘만 있을 장소가 필요합니다."
시종을 물러나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한 안건. 요나가 겉옷을 집어 들어 대표를 쳐다보자, 대표는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했다.
"부탁하신 태양광을 담은 돌에 관한 안건입니다."
둘은 영주실에 앉았다. 요나는 담배를 꺼내 들고 몸을 낮췄다.
"안건이 안건인 이상, 시시한 것이라면 제가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직 부탁한지 3일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만, 설마 벌써 찾았다 던가..."
"네, 찾았습니다."
별 기대없이 말했던 요나는 놀라서 담배를 떨어트렸다. 잠깐의 정적 사이에서, 요나는 웃으며 담배를 주웠다. 그녀가 보인 표정은 근래 가장 밝은 그것이었다.
"빠르군요! 좋습니다! 그러면 바로 가격협상을-"
"그것보다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엄청난 이익이 걸려있는 거래가 성사될 자리 치고는, 클래프상회의 대표는 표정이 밝지 못했다. 요나는 점차 얼굴에 웃음기를 잃어가다가 곧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제가 판단할 문제는 아닙니다."
대표는 그렇게 말하고서 종이를 꺼냈다.
"...윌레인 규격 기준으로 B규격짜리 마정석을 200개까지 판매 가능하신 분이 있습니다. 제시한 가격은 이정도구요."
B규격 마정석 200개라면, 회로와 마력원이 제대로 존재한다는 전제 하에 이 성 내 전체에 태양빛이 돌게 할 수도 있는 정도의 양과 크기이다. 이 수량 자체는 상당히 듣기 좋다. 다만 너무 많다.
"...200개?"
쓸모가 한정되어 있는 그런 마정석을 200개 단위로 가진 사람. 수량의 달콤함을 거둬 보면 확실한 의문이 남는다. 심지어 가격도 그렇게 비싸게 제시하지 않았다.
"저도 이렇게 빨리 찾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만... 어떻게든 그 '태양광'이라는 것을 찾아보려고 여기저기를 전부 뒤져보고 다녔단 말이죠. 그 중에는 합법적이지 않은 루트도 있었다는 겁니다."
"...그 정도는 이해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제안한 자. 이 자는 합법적이지 않은 루트 속에서도 정말 최 중심부에 있던 자였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요나를 노려보았다. 요나는 그가 내민 종이를 보며 몇 번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들겼다.
"...계속 말하세요."
"괜찮으시겠습니까?"
"예."
계속 듣겠다는 것. 비합법적인 쪽에 손을 들이겠다는 것. 판매자의 이름 또는 조직명을 듣게 되어 변심해도, 그 이름을 들은 책임을 지며 상회를 군사로서 보호하겠다는 것. 막 8영주가 된 요나에게는 약간의 위험부담이 있는 일이었다.
"...판매자는 '프레데리카'라는 여성분이십니다."
"...프레데리카. 가명이 아닌 것은 확실합니까?"
"걱정 마시길. 그런 것은 우리 쪽에서 제대로 확인하니 말이죠. 그리고 이 분은 지금..."
상회 대표는 몸을 한 층 더 낮추고 작게 말했다.
"비나흐 열차 폭파사건의 용의자와 관계자일 수도 있는 자입니다."
정적.
즉, 이 판매자의 물품을 사는 것은, 운이 나빠 모든 것이 들통났을 시에는 최악의 경우 비나흐와 불화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된다.
"...어쩌시겠습니까?"
"전부 사죠."
그러나 요나는 그런 것 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 자가 팔 수 있는 분량만큼, 전부 사겠습니다. 부디 중계자가 되어 주시길."
그녀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 아래에, 다른 모든 요소는 전부 어찌되든 좋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