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5화 〉병(충)해 (75/164)



〈 75화 〉병(충)해

쿠탕카는 차다레마의 옆에서 일어났다. 아직 이른 아침이다. 그는 겉옷을 걸쳐 입고 텐트를 나왔다. 차갑게 깔린 대평원. 아마 그는 평소보다도 일찍 일어난 듯했다.

그는 밖에 앉아 차다레마가 건내 준 곰방대를 꺼냈다. 부적이니 뭐니, 그런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저 한번 사용해 보라고 건내 받은 곰방대와 양모 꽃의 꽃가루이다. 그는 바위에 앉아 곰방대를 들고 가루를 그 위로 뿌려 본다.


어느새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푸르른 어둠을 갈라내며 찬란하게 떠오른다. 아침은 위대하다. 주홍빛 바람이 기분 좋게 그의 수염 사이를 스쳐 지나간다.

그는 곰방대에 입을 대고 깊게 연기를 빨아들여 본다. 이윽고 크게 기침하며 연기를 뱉어냈다. 살짝 눈물이 고여 뿌옇게 보이는 아침 햇살사이로 그는 웃었다.


사랑하는 자, 대자연, 아침. 그는 아침해를 사랑한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남들보다도 빠르게 오늘 점심의 출정을 준비했다. 적에게는 하루만에 쳐들어오는 것이겠지만, 그에게는 나흘만의 출정이다. 조금 기대가 된다.



갤러한은 리쿠르트의 함을 열어 보았다. 기마부대로 결정된 자들은 수면을 허락했었기에, 갤러한은 참 오랜만에 제대로 잠을   있었다. 다만 그것 때문에 어제 저녁에 온 그녀의 편지를 받지 못했다. 함 안에는 편지가 들어 있었다.


그녀의 편지에는 레몬의 향기가 난다. 적어도 갤러한은 그렇게 느꼈다. 편지를 펼쳐 보기도 전에 그는 바로 답장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문을 어떻게 적을지나, 밤에 연락을 하지 못한 걸로 걱정하고 있을 그녀를 안심시킬 말 같은 것을 필사적으로 떠올려 보았다.

그러나 편지도 안 보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둔한 짓이다. 갤러한은 금방 정신을 차리고 편지를 열어 보았다. 별것도 없는, 평소와 같은 연애편지. 그녀의 필체에서 보이는 느긋함에서 갤러한이 이곳에 대한 일을 필사적으로 속여 말하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다만 오늘은 평소와 다르다. 그녀의 편지에 성에서 있던 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바나루크 영주의 종자가 성에 찾아왔었다고...?"
바나루크면 8도시중 하나이다. 영주의 이름이 미쉘이었나 했었다. 일이 살짝 미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영주의 종자가 왜..."
 영주가 없는 도시로 찾아 오는가. 8도시의 영주라면 요나가 현재 자신의 영지를 비운 것을 알고 있을텐데.


갤러한은 펜을 잡고 첫 운을 어떻게 띄워야 할지 고민해 보았다. 자신이 기마부대에 합류한 것도 말할지 고민하다가, 괜히 리쿠르트의 걱정을 늘릴까  그냥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 그는 조금 생각하다가 먼저 연애편지에 대한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추신에 짧게 메시지를 전했다.

'추신. 혹시 그 종자가 왜 왔는지 알아봐 줄 수 있을까?'
그는 리쿠르트의 편지를 다른 모든 편지들처럼 종이 봉투에 집어넣어 자신의 배낭 앞주머니에 소중하게 끼워 넣었다. 그리고 자신의 편지를  안에 접어 넣은 뒤 그 뚜껑을 덮었다.



칼린은 물끄러미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칼린의 옆에 이리하가 와서 앉았다.

"뭐하고 있어?"
칼린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말이 떠오르지 않아 얌전히 앉아있다가 힘들게 입을 열었다.

"...충족도 사람이겠죠?"
"사람이긴 하지."
이리하는 그렇게 대답했다. 약간의 농담이 섞인 말투. 칼린도 거기에 섞인 어떤 의미로 한 말인지는 알고 있다.


"...무섭네요, 이리하."
그는 그렇게 말하며 겉옷 속주머니를 뒤져보았지만, 꺼낸 담배 케이스에 남아있는 것은  찌꺼기 정도밖에 없었다.

"뭐가?"
이리하가 그런 칼린을 보고 자신의 담배를 꺼냈다. 그녀는 담배를 즐겨 피우는 사람은 아니다.

칼린은 감사합니다, 하고 고개를 꾸벅 숙인  그녀의 담배를 받았다. 케이스 겉에 같이 딸린 성냥으로 담배에 불을 붙인 그는, 성냥의 불을 흔들어 끄고 지평선 너머까지 던질 기세로 그것을 던져 보았다.

"그냥..."
칼린은 반정도 올려 두고 있던 가면을 그냥 벗어 던졌다. 이리하는 그런 그를 똑바로 쳐다보기 힘들어서 그의 이야기에 집중할 생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게요... 뭐가 무서운 건지도 잘 모르겠네요. 지금은 무서운 게 너무 많아요... 하지만  순간 제일 걱정되는 건... 역시 사람을 죽이게 되는 거네요."
이리하는 그 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지금  순간에도, 곧 인류  가장 기마술에 능통한 자들과 말 위에서 싸우게 될  순간 조차도 죽을 일보다 누군가를 죽이게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저, 뭔가 죽이는게 무서워서... 이 곳에 오기 전까지는 벌래도 못 죽였는데, 뭔가... 동물들도 죽여보고, 괴물들도 죽여보고 그랬죠. 전부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것뿐이예요."
이곳이라는 것은 벨카를 뜻하는 걸까. 확실히 영주는 칼린을 숲에서 찾았다고 했었다.


"뭔가, 괴물이나 동물은 살기 위해서, 모두를 구하기 위해서... 이런 감각으로 면죄부를 만들어서 정당화하며 살았던  같은데, 사람은, 사람은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요... 이리하, 사람을 죽이는 것에 면죄부를 만들어도 되는 걸까요?"
"...네크로맨서를 죽여 본 이후에도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칼린은 그제서야 짧게 탄식하듯 '아'라고 소리를 낸다. 잠시 멍하게 있던 그는 고개를 떨구며 담배연기를 빨아들인다.

"그랬네요... 이리하 말이 맞아요. 잘린 목을 들고 왔었죠. 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었는데...  때는 참 가볍게 넘어갔네요."
"칼린, 괜찮아?"
"안 괜찮아요. 저 미쳐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의 즉답에 이리하는 그를 돌아보았다. 칼린은 그저 먼 곳을 바라보며 담배나 물고 있었다. 그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다.

"어떡하죠?"
그는 그 질문을 하며 오히려 조금 웃었다. 이리하는 알 수 있다. 그의 섬세한 감성은 전장에서 독이다. 그의 몸은 전투의 천재라고  수도 있는 것이지만, 그의 정신력으로 전장은 아직 일렀던 것이다.


그래서는 안된다.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비장함이 필요하다.

"깨끗한 손으로는 이룰  없는 것도 있어. 네가 원래 누구였든 지금은 군인이야."
그녀는 칼린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와 눈을 마주하는 것은 조금 힘든 일이었지만, 중요한 상황이었기에 이리하는 조금 무리하기로 했다.

"정신차려. 너가 그러고 있으면 너와 같이 싸울 동료들까지 위험에 빠지게 돼."
잔인한 말이다. 그러나 동료들을 아끼는 칼린에게는 더없이 효과가 좋은 말이리라. 이 말은 일종의 저주처럼 그를 움직이게 하겠지. 그 효과를 알기에 이리하는 가슴이 저릿해지는 듯한 통증을 받았다.

"미안해. 하지만 이런 세계에서는 어쩔 수 없어."
멍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칼린을, 이리하는 한번 껴안아 주었다. 칼린은 그저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며 그녀의 말을 곱씹다가 눈을 감았다.





13시, 기마부대는 9시부터 협곡에 올라가 대기하고 있었다. 최종적으로 그들의 부대는 10명으로, 4명은 영지의 군인들이었다. 신병이 둘이었기에 그들은 계속해서 몸을 떨어 대고 있었다. 아니, 사실 그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진짜 협곡에서 내달리는 거요? 제기랄..."
륑게의 불평에서 그 이유를  수 있다. 영주의 작전이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불가능한 것 이였으면 네가 말렸겠지. 아닌가?"
"하, 씨팔, 그게 가능은 한 건데 말입죠..."
륑게는 불안한 눈으로 대기인원들을 보았다.

"여기서 승마를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이 있긴 합니까...?"
"네가 잘 설명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말이야 쉽지."
륑게는 그렇게 말하고서 전원을 바라보고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아, 진짜... 일단 다들  모아 주십쇼..."
요나의 호령에 기마부대원들이 륑게 앞에 모였다. 륑게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다가 자신의 말을 끌고 모두의 앞에 섰다.

"말은 똑똑하다. 눈치가 빨라. 기수(騎手)가 동요하면 같이 동요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일단, 쫄지마."
그렇게 말하고 륑게는 굴곡진 협곡을 바라보았다. 경사가 가파르지만, 확실히 침착하게 빗변으로 나아간다면 무리는 아니다.


"직진하지마. 대각선으로 간다. 너무 빠르다고 감속하지마.  다리가 꼬인다. 그냥 땅을 밟을 때까지 냅다 달려. 그렇다고 말을 재촉하지 마. 넘어진다. 그냥 말이 달리는 속도를 바꾸지 말고, 걔네가 직접 판단하게 둬."
그는 그렇게 말하고서 가만히 협곡 아래를 바라보다가,  머리를 쥐어 맸다.

"하, 씨팔... 이걸 훈련을 시킬 수도 없고... 그냥 이것들만 알아둬. 나머지는 감으로 알아서들 해. 설명 끝이다."
륑게는 그렇게 말하고서 담배를 꺼냈다. 요나는 방금 그의 설명만으로도 꽤나 만족했는지 더 사족을 붙이지 않았다.

칼린의  옆에는 불안에 떨고 있는 신병이 두  있었다. 한 명은 연신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고, 한명은 그렇게 추운 날씨가 아님에도 연신 몸을 떨어 대고 있었다. 그가 이빨을 부딪히는 소리가 조금 짜증나게 느껴지고 있었다.

"카, 칼린씨 맞으시죠?"
손톱을 물어뜯던 병사가 칼린을 돌아보며 질문했다.

"저를 아시나요?"
"소, 소금부대에서, 뛰어난 무공을 자랑하셨, 다고 들었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떨리는 손을 내밀었다. 칼린은  손이 방금 전까지 입에 대고 있던 것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그걸 뿌리칠 수는 없었다.

"부끄럽네요."
"칼린씨, 부탁 하나만 들어 주실 수 있습니까?"
맞잡은 손의 온기가 안심이었던 걸까, 그의 눈에 희망이 얼핏 보였다.

"저, 저까지 죽으면 우리 아버지 혼자 남습니다.  살아야 되요.  좀, 사, 살려 주시면 안됩니까?"
"그건..."
"말만이라도 좋으니까!"
그는 발작적으로 큰 소리를 냈다가 자신이 무례했다는 것을 깨닫고 조금 몸을 뒤로 뺐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숙이며 칼린의 손을 붙잡았다.

"말뿐이라도 좋습니다... 제발..."
칼린은 이리하의 말이 떠올랐다. 이제야 그녀의  뜻을 완전히 이해한 듯했다.

"...최대한 노력할게요. 누구도 죽지 않게 노력하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그 병사는 말만으로 충분했다. 그는 한번 웃고서 진정한 건지 지친 건지 몸을 웅크렸다.

"다들, 잡담은 그만하도록."
요나가 입을 열었다.


"방금 소니아에게 연락이 왔다. 놈들이 오고 있다."
작전이 시작될 때가 왔다.





쿠탕카는 말 위에서 느껴지는 바람이 좋았다. 모든 충족은 바람의 자식들이었기에, 그는 자신이 바람이라는 개념에 가까워질수록 고향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꼈다. 그래, 언제나  흐름은 자신들의 편이다.

충족 특유의 압도적인 시력은 저 멀리에 농성지의 병력 수가 어느정도 가늠될 정도였다. 보아하니 그들의 배치병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있었다. 쿠탕카는 거기에 잠깐 의문을 가졌다.

"병력이 너무 적다."
그의 말에 옆에 있던 그의 형제가 조금 생각하다가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놈들도 농성전을 교대형식으로 바꾼 것 같군. 우리의 출전병력이 점점 적어지는 걸 눈치챈 거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들어가자."
형제의 말에 쿠탕카는 곰곰이 생각한다. 확실히 그들이 농성인원을 교대제로 바꾸었다면 지금이 기회이다. 그들에게 함정을 깔 시간조차 주지 않았었다. 저 소수의 병력으로는 용맹한 돌풍을 막아내지 못하리라.

"차다레마에게 보고는 어떻게 할 거지?"
쿠탕카의 뒤쪽에 있던 여성이 그렇게 묻는다. 그의 여동생이다.


"승리 보고로 전하도록 한다."
쿠탕카는 짧게 대답하고 말의 속도를 올렸다. 저들의 분수에 맞지 않은 저항이 길었다. 나무 밑동까지 드러내는 돌풍으로 마을을 휩쓴 후, 최악의 선례를 남겨 둘 필요가 있었다.

마을의 병력들은 가만히 그들의 접근을 기다려 온다. 그들은 일렬로 펴져서 다가온다. 화살을 피해 낼 생각도 없어 보였다.

"쏴라!"
영주가 그렇게 외치자, 기껏해야 20발조차 되지 않을 것 같은 화살들이 애처롭게 날아간다. 화살들은 기묘한 궤적을 그리고  대도 맞추지 못한 채 바닥으로 떨어져 갔다.

쿠탕카는 그 모습에 확신했다. 저들에게 남은 함정이 없다고.

"아직 기다려요..."
소니아는 그들을 바라보며 감시탑에서 몸을 숙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지정된 지점을 지나자, 발작처럼 소리쳤다.

"영주님! 활 집중 포화! 지휘관님, 지금 내려가시면 됩니다!"
"그렇다고 한다."
요나는 그렇게 말하며 연결을 끊었다. 그리고 말을  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출격!"
요나가 선두로 내려갔다. 다음이 륑게로, 그 둘이 방향을 잡아 주는 역할이 되었다. 나머지도 그들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영주님! 충족들이 주변을 살펴보지 못하게 해요!"
"계속 쏴라! 팔이 부서질 때까지 쏴!"
정면에서는 정면대로 충족의 시선을 끌기 위한 화살을 계속 쏘아 댔다. 그 화살들을 끊임없이 밀어내며, 쿠탕카는 그제서야 이상한 것을 깨달았다.


'놈들의 화살도 무한정한 것이 아니다. 안 먹히는 수를 계속 쓸 리가 없다.'
냉정하게 그렇게 판단한 쿠탕카는 이 화살세례의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 시간이 별로 없었다.


"발 멈추지 말고! 감속도 가속도 없이!"
륑게는 계속해서 외치며 말을 달렸다. 거칠고 단단한 협곡 위를 달리는 것은 엄청난 반동이 동반되고 있었다. 갤러한은 계속해서 둔탁하게 올라오는 허리 통증에 이를 악물며 달리고 있었다. 의외로 그를 제외한 부대원들은 별 무리가 없어 보이는 것이 분했다.


칼린은 꽤나 여유롭게 성공하고 있는 자기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었다. 그의 몸은 마치 하나의 스프링처럼 유연하게 충격을 흡수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옆을 돌아볼 여유까지 생기고 있었다.

옆에는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신병이 있었다. 그는 시선을 측면 후방으로 돌리고 있었다. 자신의 전우가 방금 넘어지며 말에게 짓밟힌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칼린은 그 장면은 놓쳤지만, 그가 얼마나 패닉 상태인지는 알 수 있었다.


"아, 아아!"
"잠깐! 진정해요! 지금 감속하면-"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고삐를 잡아당겨 버렸다. 말이 협곡에서 틩겨나듯 붕 뜨는가 싶더니, 뒤로 넘어졌다. 목이 부러지는 섬뜻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젠 칼린도 뒤를 볼 수밖에 없다. 그의 잔인할 정도로 좋은 시력은 자신에게 살려 달라고 하던 병사의 말로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여기저기 뒤틀리며 공처럼 말린 꼴에, 목뼈가 완전히 부서진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머리속이 하얗게 되는 느낌이었다.


"칼린!"
옆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목소리에 칼린은 조금 정신을 차린다. 그의 상태를 보기 위해 약간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가속하여 그에게 다가온 이리하다.

"지금은 앞만 봐...!"
뚜렷하게 들린다. 그래, 지금은 앞만 봐야 한다. 아니, 그래도 되는 걸까.

쿠탕카는 계속 생각하다가, 어쩌면 이 화살이 자신의 시선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일렬로 이뤄진 협곡 사이에서 그들이 지나쳐 갈 만한 것은 없었을 터였다. 뒤를 잡힐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설마-'
아니, 방법은 있다. 그들이 실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방법이지만, 있긴 하다. 그제서야 그는 뒤의 견제를 생각한다.


"하타! 아스라이! 뒤를 확인해다오!"
그는 정면에서 날아오는 화살들을 견제해야 했기에 뒤를 볼  없었다. 슬슬 마나도 한계였다. 집중해야 한다.

"저, 저거!"
그의 여동생이 당황해서 외친다. 거기에는 협곡을 타고 내려오는 자들이 있었다. 확인해 보니 10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이미 낙마하고 죽어 있었다.

"하하! 버러지 놈들! 계획이라고 짠 것이 겨우 이 정도냐? 어이코, 방금   더 갔다."
자신의 남동생은 그런 그 꼴을 비웃으며 상황보고를 했다. 방금 전 그가 카운팅한 사망자까지 합치면 적의 후방병력은 단 일곱이다. 이쪽은 화살에  한발도 맞지 않은 온전한 25명의 병사들이 있다.


일렬로 가는 중에 후방을 잡혔지만, 이조차  문제는 되지 않는다. 말이 등 뒤로 돌 정도의 서로 간격은 충분하고, 충족의 병사들은 양각상태에서도 어느정도는 대응할 수 있다. 그래, 적의 후방부대는 단 7명이다.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그러나 쿠탕카의 전장의 감이 이번 전쟁이 그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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