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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1화 〉병(충)해 (71/164)



〈 71화 〉병(충)해

칼린은 강한 현기증을 버텨내며  현장을 똑바로 직면했다. 처음보는 강렬한 풍경. 잔인한 장면으로 승부를 보려는 저질 슬래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그것이다. 그러나 거기 있는 그 무엇보다도 견딜  없을 정도로 역겨운 것은, 그 현장의 말라붙어가는 피의 냄새가 향기롭다고 느끼고 있는 자기 자신이었다.


칼린은 결국 토했다. 옆에서는 핀도 같이 토하고 있었다. 둘 다 냄새로 인해 토하는 것이었지만, 감상은 정 반대였다.

"...이런 짓을 하는 놈들과 농성전이라니... 2주동안이나..."
소니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신병의 광기가 전염된 전장도 이 정도의 참혹함을 보이지는 않는다. 만들어진 잔혹함. 충족은 타고난 연출가들이었다.

"이번에도 화려하게 했구만..."
륑게는 그렇게 말하며 담배를 폈다. 그리고 갤러한을 돌아보았다.

"이번에는 위로나 조언같은 거  해주냐?"
갤러한은 그 풍경을 보고 칼린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요나를 보았다.


"...영주님이 있으니까. 알아서 해 주시겠지."
"? 뭔 상관인지 모르겠네. 뭐, 억지로 하라는 건 아니었어."
륑게는 그렇게 말하고 레드라인에 발을 올렸다. 그들이 가장 먼저 할 일은 방벽 준비였다.  말은 즉, 그 시체들을 치워야 한다.


"둘 다 토 다 하면 와서 도와 달라고. 먼저 작업할게."
륑게는 먼저 장갑을 고쳐 끼며 시체를 옮길 준비를 끝냈다. 그런 참사 앞에서도 그는 전혀 기죽지 않았다. 어쨌든, 그에게도 충족의 피가 흐르는 것이다.


갤러한은 현장으로 발을 옮기면서 요나쪽을 돌아보았다. 요나는 칼린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저 봐. 예상을 안 벗어나는군."
그는 눈가를 조금 찌푸렸다.


"둘  괜찮느냐."
영주는 핀과 칼린의 중간에 섰다. 핀은 곧 입가를 닦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죄송합니다, 냄새가 너무 심해서..."
"그래. 넌 방독면이라도 쓰는 것이 어떠냐."
"...그래야 할 것 같네요."
"마차에 있을 것이다. 가서 챙긴 뒤 조금 쉬었다가 모두와 합류하도록."
"네."
핀은 비척거리는 발걸음으로 마차를 향해 걸었다. 칼린은 먼저 가는 핀을 눈으로 쫓다가 다시 고개를  숙이며 올라오는 구역질을 삼켜냈다.


"칼린. 정신 차리렴."
"영주님... 시체는 괜찮습니다. 진짜로. 그런데..."
칼린은 구토속에서 같이 밀려나오는 한탄을 결국 막지 못했다.

"저, 저 시체들을 보고, '향기롭다'라고 생각해 버렸어요, 빌어먹을...!"
자괴감과 분노 그 사이의 감정. 칼린은 자신이 화낼 자격조차 없는 것을 알지만, 그 감정을 막아내는 것은 할 수 없었다.


요나는 그런 칼린을 감싸며, 뒤에서 갤러한이 보내는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칼린에게 조용히 말했다.

"네 잘못이 아니다. 태생이 '괴물'인데 어떻게 하겠느냐."
선을 긋는 듯한 그녀의 말. 칼린은 그녀와 대화할  마다 자신의 존재가 어떤 것인지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그래도 이 광경 자체는 버틸 만한 거지?"
"...네. 문제 없습니다."
"좋아, 그럼..."
요나는 칼린을 일으켜 세웠다. 칼린은 비척거리며 일어난 뒤, 입가를 소매로 닦아내고 가면을 눌러썼다.


"걱정마라. 겁먹은 것만 아니면 돼. 충족은 절대로 손해보려 하지 않아. 적당히만 견제해도 격렬한 항쟁은 일어나지 않아."
"네."
칼린은 완전히 몸을 일으켜 세우고 가만히 그 붉은 땅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발을 옮겼다.


"좋은 대답이다. 빠르게 방어벽을 만들어 두자고. 언제 놈들이 다시 들어올  모르니까 말이다."
요나는 발을 옮기는 칼린을 향해 그렇게 외치고서 그의 등을 바라보았다. 경계하는 동료들, 고뇌하는 칼린. 모든 것이 순조롭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칼린은 갈라진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서 묵묵하게 시체들을 같이 옮기기 시작했다.


"아니, 넌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륑게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며 시체를 집어 던지듯 옮긴다. 칼린은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역시 시체를 치우는 일에 효율을 따지고 싶지는 않았기에 원래 생각했던 대로 시체를 양손으로 잡아 천천히 옮겨 넣었다.

"영주와 무슨 이야기를 했지?"
갤러한은 갑작스레 질문했다. 칼린은 갤러한을 바라보았다. 평소와 비슷해 보였다.


지난번 기관차 안에서 한 대화 이후로, 갤러한은 다시 평범하게 칼린을 대했다. 때문에 칼린은 지금 그가 의심받고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

"뭐, 겁먹을 거 없다고, 적당히 견제만 해도 돌아갈 거라고 하시던걸 요..."
"그건 그렇지. 못 뚫을 것 같으면 병력 바로 빼고 대기하거든. 어쩌면 처음에 한번만 막아도 다시 안 쳐들어오게 될지도 몰라."
륑게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대답하지 않으며 계속 시체를 옮기는 칼린에게 갤러한이 추가로 물어보았다.


"넌 겁먹은  아니었잖아."
칼린은 그 말에 시체를 옮기던 발을 멈추었다. 주변에 있던 이리하와 라드, 릴로도 발을 멈추었다.

"그게 무슨..."
"넌 겁먹은 게 아니었다고. 저 광경에 겁먹은 거였으면 자리를 피했을 때 뭐가 안보이는 곳으로 빠졌겠지."
갤러한도 들고 있던 반토막난 시체를 내리며 발을 멈춘다.

"근데 넌 그냥 근처 골목에서 발을 멈췄잖아. 냄새때문에 도망쳐 나온 핀이랑 같은 곳으로 피했다고. 핀은 앞이 안 보여. 덜렁거리는 시체들의 실루엣같은 걸 느끼기는 했겠지만, 그런 걸로도 충격먹을 짬은 아니야."
갤러한은 칼린에게 다가간다. 칼린은 머릿속에서 필사적으로 대꾸할 말을 찾아본다.

"왜 피했었지? 똑바로 대답해라."
"그만."
그의 앞을 막아 선 것은 이리하였다.


"애 토하는   봤어? 지금 네가 말한 건 전부 가정의 결과잖아. 괜히 일하러  애 괴롭히는 이유는 뭔데?"
갤러한은 시선만 낮춰서 이리하를 노려본다.


"애초에 이렇게 황량한 곳이야. 갑자기 구역질이 올라오는데 저 길게 뻗은 선이 안 보이는 곳까지 도망쳐서 토하라고? 조금 억지가 있는  같다고 생각 안 해?"
갤러한은 그 말에 주변을 한번 돌아본다. 확실히 시야를 숨길 만한 곳이 별로 없다.


"갤러한, 왜 그렇게 날이 섰냐 갑자기..."
릴로도 그녀의 곱슬머리를 긁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확실히 그는 예민한 상태였다. 갤러한은 그제서야 한  물러났다.

"...확실히. 이상한 걸로 딴지를 걸었네."
그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시체를 들어 올리고 칼린을 향해 평소처럼 웃어 보였다.

"미안하다, 칼린. 조금 예민했어. 나한테도 좀 충격적이었거든."
"아, 아니요! 괜찮아요."
칼린은 그렇게 대답하며 괜찮다는 뜻을 보였다. 갤러한은 그런 칼린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서는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칼린도 잠깐 그를 보며 서있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저새끼 저거 괜찮은거냐? 불안한데..."
릴로가 그렇게 말하며 다른 목격자들에게 다가왔다.

"...괜찮지 않아?"
라드는 웃으며 릴로를 바라보았다.


"의심 가는 건 어쩔 수 없잖아? 뭘 숨기고 있는  모르니까."
그렇게 말하고서 라드는 이리하를 바라보았다.

"영주랑 같이 있는 뭔가 알아 내기에는 가장 좋은 때고... 안 그래?"
이리하는 가만히 그런 라드를 바라보다가 대답도 하지 않으며 어디론가 걸어갔다.


저녁이 되어서야 시체를 전부 치울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이제 방어벽을 설치해야 했다.

"거 해 뜨고 만들면 안되는 겁니까? 앞도 안보이는데 뭘 그렇게 만들라고..."
"놈들은 언제 들어올 지 몰라. 언제 들어와도 쉽게 뚫리지 않을 만한 방어선이 필요하다."
요나는 그렇게 말하며 그곳의 영주에게 받아온 등기(燈器)들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20보 간격으로 배치한다. 전부 부지런히 움직여라."
아직 배치하지 않은 것까지 합하면 마을 내에 등기는 총 40개였다. 많은 것이었지만, 그 영지의 경계선에 비하면 애매한 양이었다.

다섯 명이서 등기를 설치할 동안, 나머지 여섯 명은 감시탑의 복구작업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칼린도 있었다.

"솔직히 놀랐어. 영주가 널 싸고 돌아서 등기설치나 시킬 줄 알았거든. 의외로 쉽게 풀어주네?"
라드의 말에 칼린은 얼굴을 조금 찡그리며 대답한다.


"영주님은 딱히 저만 감싸고 도시는 게 아니에요. 그냥  부족한 게 많으니까..."
"아, 칼린씨! 거기서 조금만 더 오른쪽을  봐주세요!"
아래에서 감시탑의 상태를 확인하며 감독중인 핀의 말에, 칼린은 잠깐 말을 멈추고 위치를 옮겼다.


"애초에 이런 곳에서 작업하기에는 제 유연함이 도움될 테니까요."
"그런가.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말야."
라드는 빙그레 웃으며 칼린이 잡고 있는 못으로 목판을 고정시켰다. 그리고 아래에 있던 이리하를 돌아보았다.


"이리하, 넌 어떻게 생각하지?"
"네가 일하는 중에는 닥치면 좋겠다고 생각해."
이리하는 아래에서 상태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곧 그들을 향해 올라오기 시작했다.


"너무 그러지 말고.  영주가 칼린을 과보호한다는 생각을 안  본거야?"
"칼린은 영주의 종자야. 이상할 건 아니지."
부정은 하지 않았다. 그걸로 충분했기에 라드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칼린, 물 가져왔다."
 마침 도르베가 방어벽을 타고서 그들의 위치에 올라왔다. 그리고 칼린이 부탁했던 수통을 그에게 건내 주었다.

"아, 고마워요, 도르베."
"아니, 이런 잔심부름에는 좋은 능력이니 말이다."
도르베는 웃으며 다른 수통들도 꺼냈다.

"라드, 이리하. 너네도 받아라."
"뭐야, 우리꺼 까지 챙겨 왔어?"
"겸사겸사말이다."
도르베는 그렇게 말하며 이리하와 라드를 향해 수통을 하나씩 던져 주었다. 확실히 도르베는 다른 모두에게 마음을 조금 연 듯했다.

"아래에 소니아랑 아스타에게도 전해줘야 돼서. 가보겠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서 가볍게 손을 흔들고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도르베씨도 많이 부드러워졌어요."
"애들은 성장한다는 거지. 항상 뭐, 공을 세워야 한다고 쌍 심지 키고 다니던 놈이 업적 하나 세웠으니 좀 여유로워질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
"그런 걸까요?"
칼린과 도르베가 네크로맨서를 죽였다. 모두는 그렇게 알고 있다. 하지만 그가 죽었든 안 죽었든, 그 때 있었던 일이 도르베를 바꾼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칼린도 적당히 납득은 할 수 있었다.


"너도 조금 바꼈었지. 영주랑 같이 온 지금 할 말은 아니지만, 지휘관님 치마폭에서 조금 벗어난 느낌이었어."
라드는 그렇게 말하며 요나를 바라보았다.

"뭐, 영주는 다시  치마폭에 숨기려는 것 같지만."
"아니, 그런게 아니라니까요..."
라드가 계속해서 영주와 관련된 주제를 꺼내는 것은 이리하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영주의 일방적인 견제였지만, 이리하도 이제 영주를 좋게 보지는 않는 듯했다. 그녀의 머리속에서 요나라는 키워드가 계속해서 떠오를 수 있게 유지해야 했다.

"..내려간다."
"조심하세요, 이리하씨."
안색을 숨기며 다시 내려가는 이리하를 통해 라드는 예상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자존심 높은 그녀에게 미망인이라는 모욕은 분명  것이었으리라. 그리고 이리하는 칼린을 묘하게 마음에 들어 했으니까. 여기서는 요나라는 키워드로 이리하를 계속 도발하며, 그녀가 직접 칼린과 영주의 관계를 찾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은 그 관계를 파악해  뒤 이를 이용한다.

"이번 임무 중에는 얻을 게 많을 것 같아."
"에, 설마 이번 임무도 끝나면 성에서 축제같은 걸 할까요?"
천진하게 대답하는 칼린의 말에 라드가 대답했다.


"분명 축제는 있겠지. 네 영주가 계획한 게 있더라고."


"본 영지의 군인들을 포함해서 방어진이 만들어 질 것이다. 부디 물의를 일으키지 말도록."
거기에는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는 비쩍 마른 병사가 약 20명 서 있었다. 그들의 눈에 이미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얌전히 먼저 토막난 시체들을 따라가려는 눈이었다.


"부대를 2개조로 나눈다. 5명은 오전조, 5명은 오후조로 12시간마다 배치병력을 바꾼다. 교전이 벌어질 경우 대기시간에 있던 부대원들도 즉각 출동하도록 한다."
요나는 그런 분위기에 굴하지 않고 담담히 임무사항을 전달했다.


"모두들, 2주만 버티면 그들의 공격대를 절멸시킬 부대원들이 네르바에 도착한다. 이번 공격에 성공하면 8영주들은 충족과의 공식적인 조공. 책봉관계를 고려 중이다.  때부터는 그들의 습격을 걱정할 필요 없다."
사기를 조금이라도 올려 보기 위해 덧붙인 말이었겠지만, 이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동료들의 창자를 짓밟으며 달리던 것들과 친하게 지내야 된다는 거요?"
"저 새끼들과 교섭을 해보겠 다니, 말도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댁네 잘난 부대원들이 쓰레기 버리듯 치운 시체중에는 내 동생도 있었어!"
그 병사들의 죽어 있던 눈에 작게 불똥이 튀기 시작했다. 문제는  불길이 요나를 향한다는 것이었다. 그들도 자신들이 속해 있는 영지의 상황을 알고 있다. 그들에게 영웅의 부대가 온것은, 요컨데 너무 뒤늦은 '보여주기식'대응이었다.

"너네도 똑같아, 더러운 자식들!"
어딘가에서는 거친 말까지 들려왔다. 점점 웅성이기 시작하는 그 군인들을 소금부대원들은 진정시켜 보려 했다. 그러나 요나는 아무 말없이 그들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애초에 그런 반응을 원했던 것처럼, 그녀는 가만히 상황을 지켜 보기 시작했다.


"뭐라도 좀 해요, 다들 흥분했다고!"
그렇게 소리지르는 륑게를  요나는 가만히 검을 들어 올렸다. 그 모습에 단 한순간 군중이 조용해졌다.


"...무슨 기분일지 알고 있다. 나 또한 전쟁을 겪은 사람으로서 국가가 언제나 우리에게 만족스러운 답을 내지 못하는  쯤은 알고 있다. 이제서야 충족을 막아내려는 우리가 불만족스럽겠지. 전쟁이 끝나고 나니 버리려던 땅이 보이는 것이냐, 그렇게 말해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소금부대의 지휘관 요나로서가 아닌, 귀족으로서의 베일라 클로 반 요나의 이름을 걸고 감히 약속하겠다."
그녀는 검을 뽑아 들었다.

"원통함으로 얼룩진 붉은 땅을 씻어낼 때가 왔다. 지금까지 이 땅이 겪어온 모든 수모와 고통은 저들의 피로 씻겨질 것이다. 적 공격대의 단 한 명도 우리와 타협할 수 없으리라. 도망치는 자는 쫓아가서 목을 벨 것이고, 항복하는 자는 망설임없이 목을 벨 것이며, 저항하는 자는 그 의지마저 꺾어내고 목을 벨 것이다. 진정으로 증오해야 할 것은  어머니 되는 나라인가, 끊임없이 수모를 겪게 하는 충족인가!


이번 전투를 농성전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이건 우리의 축제다! 앞으로 2주일 후, 충족이라는 이름은 윌레인의 노비들에게 쓰는 멸칭이 될 것이다!"
조용해진 병사들을 내려다보며 요나는 웃었다.

"망설이지 말고 날뛰어라, 이번에는 우리가 함께하겠다!"
병사들의 웅성임이 들려온다. 곧이어  웅성임은 함성으로 이어진다. 함성은 처음에는 서로 통일되지 않고 이리저리 갈라졌다가, 점점 하나의 목소리를 띄어 간다.

"""""요나!!!!!""""""
그래 봤자 몇일을 굶어낸 병사 20명대의 목소리이다. 우레같이  소리는 나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모두들 모든 악바리를 다 쥐어 짜내며 소리치고 있었다.

연설 한번에 완전히 여론이 뒤바뀌었다. 륑게는 그 모습에 적잖이 당황해서 옆에  있던 갤러한을 돌아보았다.

"일부러 자극적인 소재를 흘려낸 거다. 그리고 그들이 보이는 반응을 살핀 거야.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감정의 근원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걸 이용한 연설을 해냈다."
륑게는 갤러한의 설명이랍시고 한 말을 들어 보았지만, 여전히 잘 이해할  없었다. 그래서 그냥 요나가 대단한 일을 해냈다, 정도로 이해하고 같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하, 이 짧은 순간에..."
갤러한의 반응은 달랐다. 고양된 분위기 속에서 그는 요나를 바라보았다.  짧은 순간에 군중을 제어할 방법을 찾아냈다. 그들의 불만이 어떤 것이 되었건, 그녀는 그 불만을 잠식시키며 사기를 올리는 말을 만들어 냈으리라. 천재의 수준이 아니다.

"괴물이냐..."
그게 자랑스럽게 검을 들어올리며 군중을 향해 웃는 요나를  그의 감상이었다. 열광하는 관중들을 앞두고 그의 머리속은 차갑게 식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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