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병(충)해
"조금 더 호흡을 정렬해라.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리듯. 마관에서 마나가 흐르는 이미지를 느껴."
칼린은 앉아서 정좌한 상태로 눈을 감고 있다.
"전신의 감각을 깨운다는 느낌으로 하도록. 마나가 전신으로 퍼져 나가는 것을 느끼면서 그게 그대로 유지되도록 집중해."
칼린이 부탁해서 시작한 마나 순환법의 연습이었다. 보통 어렸을 때부터 배우게 되는 것으로, 칼린은 조금 늦은 시작이었다. 그래서 감각을 익히는 것이 더 힘들어 지는 것이라고 했다. 마나를 펼칠 공간이 그만큼 커진 것이기에.
"전신에 마나가 퍼진 감각이 들면, 이제 숨을 크게 들이 마시며 근육을 팽창시켜라. 근육 사이사이에 공기가 들어가는 듯한, 그런 감각이 들 때까지."
감각으로 키우는 훈련이기에 그 각성법은 개개인이 달랐다. 요나의 경우에는 자신의 아버지가 사용했던 방법을 칼린에게 전수하고 있었다.
"감각이 느껴지나?"
"...네."
"그러면 이제 눈을 뜨고 일어나 보렴. 그 상태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호흡을 유지해."
칼린은 천천히 일어나며, 소리를 내면서 숨을 쉬고 있었다. 요나는 그런 칼린에게 검을 가져다주었다.
"집중해. 검을 사용할 때의 호흡은 이미 알려줬지. 몸이 부푼 그 감각을 유지하면서, 호흡법을 바꿔라."
천천히, 칼린은 한 발씩 내딛었다. 그리고 몸을 한순간 부풀리듯 크게 숨을 들어 마신 뒤, 뱉어 내며 검을 내렸다. 철퍽, 하는 소리와 함께, 눈 앞에 있던 돼지이 시체가 반 토막이 났다. 깔끔하게 양단 난 그 시체는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힘없이 쓰러졌다.
"그거다. 그런 감각으로 하면 되는 거야. 괜찮나?"
"죽, 죽을 것 같아요..."
"그걸 매 순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해. 그 상태가 통상이 되는 거지. 마나 순환이라는 것은 그걸 사용해내는 것이 아냐. 몸 안에서 순환시키면서 그 흐름을 이용하는 거지. 그러니까 이걸로 마나가 고갈될 일은 없다. 그렇다면 네가 왜 그 상태가 되었을까?"
요나는 그의 눈높이에 맞게 무릎을 굽히고 쪼그려 앉아 말했다.
"그건 네가 과잉으로 행동해서 그래. 마나를 분출한 거다. 세어 나간 거야. 양단하면서 세어 나가니, 마나로 무리한 근육은 근육대로 아프고, 퍼졌던 마나가 급격히 뭉치니 전신이 아파지는 거다. 물론 끝없이 수련하면 마나의 흐름을 자유자재로 돌리면서 신체 일 점에 갖다 박으며 싸울 수도 있지."
거칠게 숨을 내쉬는 칼린을 바라보던 요나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가, 다시 일어나며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잠, 잠깐...만요...! 더 할 수 있, 어요!"
"무리다. 오늘은 일단 감각을 깨달은 걸로 큰 성장이야. 9일만에 깨닫는 건 네 나이와 덩치를 생각하면 꽤 빨랐던 거다."
요나는 무리하려는 칼린을 잡아 누르며 말했다.
"그리고 승마도 배워야 하니까 말이다. 할 게 그것 밖에 없는 게 아니잖아?"
칼린은 곧 있을 충족의 방어전을 위한 갖가지 훈련을 하고 있었다. 마나 순환, 승마, 검술 등이 그 내용이었다. 와중에 리쿠르트와 하는 수업도 그대로 진행시켰기 때문에, 그는 참 오랜만에 부대에 합류하기 전과 비슷한 스케쥴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 말은 다른 부대원을 만날 일이 없어졌단 것 이였다. 벌써 12일째, 칼린은 갤러한을 제외한 다른 부대원은 만나보지도 못했다. 갤러한도 따로 만났던 것은 아니고, 그저 리쿠르트를 만나러 온 겸사겸사 그를 봤을 뿐이었다.
"뭐가 그렇게 바빠. 가끔 여관에 얼굴 좀 비춰라. 이리하랑 도르베가 엄청 기다리더라."
"그러는 갤러한씨도 이제는 술자리에 가지도 않으시면서..."
"난 저축 중이니까 그러는 거고 임마."
그 정도의 대화나 나누며, 그냥 지나쳐가는 정도였다. 칼린은 지금 스스로의 상향심으로 자신을 성장시키려 하는 중이었다. 그의 성장은 탄력을 받아 매우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었다.
"승마에 많이 익숙해졌구나. 넌 키가 크니 걱정 했다만, 확실히 어떤 종목이든 유능하군. 자랑스럽다."
"계속 그렇게 치켜세우지 말아줘요..."
칼린은 자신이 승마를 배우는 것이 빠른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전생에서 수업을 조금 들어본 적은 있으니까. 어느 정도의 기초는 잡힌 상태인 것이다.
"하지만 궁금한 게 있는데... 넌 지능이 낮은 동물들은 네 말을 따르도록 매료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걸로 말을 뭐, 음... 조종? 하면서 탈 수는 없나? 가능하다면 말에게 너를 맞추는 것보다 편할 텐데."
"너무 섬세한 명령은 못 내리거든요. 뭐, 넘어져라! 같은 거면 시킬 수 있겠지만요. 그리고 말은 똑똑해서 그런지 좀 오래 바라보고 있어야 돼요. 애초에 눈을 떼면 바로 풀려버리는 최면이기도 하고..."
"그런가..."
"네, 솔직히 성에서 살기 시작한 이후로는 가끔씩 동물들 피 빨아먹을 때 사용하는 거 제외하면 쓸 일이 없는 능력이네요."
"흠... 유용하게 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요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등을 돌렸다.
"그건 내가 생각할 것이 아니긴 하지. 먼저 가보겠다."
"아, 대리인은 벌써 정하셨나요?"
칼린이 말하는 대리인이라는 것은, 요나가 없을 동안 벨카의 행정을 맡을 사람을 뜻한다. 요나는 웃으며 말했다.
"이제 성에 도착하지 않았을까."
"정말 오랜만이네요, 요나씨!"
"반갑습니다, 조세핀경."
"뭘 딱딱하게, 둘 밖에 없는데 조세핀이라고 불러요!"
요나는 조세핀과 악수하며 그녀를 그대로 성으로 들였다.
"역시 제가 없는 동안 벨카를 맡긴다면, 왕도에서 일하고 계시는 조세핀씨야 말로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벨카 담당이시니 현황도 제일 잘 알고 계실 거구요."
"믿고 맡겨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요나씨가 부재상황일 때 벨카에서 왕도에 보고가 필요할 정도의 큰 사건이 일어나면 어쩌시려는 건지 대비는 하시고 부르신 거죠?"
왕도에서 도시로 인정되는 영지의 영주는, 왕에게 직결로 보고해주는 공무원이 하나씩 딸려 붙는다. 그 공무원들은 왕도에서 일하며 그 영지의 영주와 직접 대화하면서 왕도에서만 해결 가능한 일 따위를 위탁 받아 처리한다. 즉, 그녀가 벨카에 있으면 벨카는 왕도와 직통 되는 수단을 잃는다.
"제 친척을 대리인 자격으로 세우는 것으로 될까요?"
"그런 거라면 간단히 만날 자리만 주선해 주세요. 혹시 친지분 직업이?"
"그아이도 공무원이긴 합니다. 영지 관련은 처음이지만..."
"뭐, 자격 확인은 직접 한번 해보겠습니다. 어차피 대리세우려면 필요 서류를 제출해야 돼요. 최대한 빨리 부탁드려요."
"네. 아마 내일 즈음에 왕도로 직접 가게 될 겁니다. 아직은 성 밖에 있는지라..."
요나는 그렇게 말하고 누군가의 방 앞에서 발을 멈추었다.
"이 문 뒤에 있는 것이 마레 경입니다. 우리 부대의 홍보를 맡고 있죠. 조세핀경을 잘 도와주실 겁니다."
"아, 그러면 한번 인사라도-"
요나는 문을 벌컥 열려는 조세핀의 손을 잡아냈다.
"작업중일 겁니다. 괜히 건드리지 말죠."
"예? 인사는 드려야 하는게..."
"앞으로 인사는 차고 넘치게 하게 될 겁니다. 그냥 지나가죠."
"하지만 그... 듀블린 마레 씨 아닌가요? 저 팬이라서..."
"...팬인 순간을 소중히 하세요. 이외에도 조세핀님을 도와줄 사람들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요나는 그렇게 말하며 조세핀을 끌고 갔다. 약간의 의문심을 품으면서도, 조세핀은 순순히 끌려 다녔다.
"륑게. 잠깐 괜찮은가?"
릴로는 아직 잠들어 있었고 이리하는 칼린이 없는 술집에는 거의 내려오지 않는다. 갤러한은 여자친구를 만나러 갔다. 테이블에는 륑게와 소니아, 핀뿐이다. 도르베는 아스타와의 훈련이 끝나고 바로 온 건지, 앞머리를 시원하게 올리고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륑게에게 다가왔다.
"뭐야, 앉아서 말해..."
"둘이서만 이야기하고 싶었다만, 뭐. 이 멤버면 상관없으려나."
도르베는 의자를 잡아 끌며 륑게의 맞은 편에 앉았다.
"괜찮나, 륑게?"
밑도 끝도 없이 묻는 도르베를 보고, 륑게는 잠깐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핀과 소니아를 한번씩 돌아보며 그들도 자신과 같은 생각인지 얼추 파악해 보고 입을 열었다.
"갤러한 흉내?"
도르베는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가 수건을 들어올리고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최근에 갤러한은 여기에 안 오니까 말이다...! 한 명 정도는 이런 역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랬건만...!"
"뭐야, 진짜였어?"
륑게는 웃으며 피곤한 머리를 손으로 대충 받쳤다.
"그래서, 너가 걱정되는게 뭔데."
"넌...넌 충족 출신이잖느냐."
도르베는 조금 힘겹게 말을 꺼넀다.
"뭐야, 아스타가 말했냐?"
"아니, 그게..."
"뭘 흠칫하고 그러냐. 비밀로 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알고 있는 게 신기해서 물어 본거야."
륑게는 그렇게 말하고 테이블에 퍼지듯 늘어지면서 말했다.
"뭐, 괜찮냐 안 괜찮냐 라고 물어보면, 솔직히 괜찮지는 않지..."
"그래. 그래도 과거에는 전부 가족이었고 전우였을 자들인데..."
조금 우울하게 그렇게 말하는 도르베를, 륑게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부정했다.
"엥? 아냐 아냐, 그런 불편함 말고... 음... 마을에서 만난 여자한테 '나 이제 간다.'라고 간지 나게 말하고 마을을 떠났다가, 두고 온게 있어서 잠깐 여관으로 돌아갔을 때 다시 눈 마주치는 그런 쪽의 불편함...?"
"...뭐?"
"그냥, 뭐. 난 부족원들이랑 친한 편은 아니었거든. 도망치듯 나왔던 거니까. 이제 와서 적대해도 별 감흥은 없네."
그는 그렇게 말하고 도르베를 향해 웃어 보였다.
"걱정 받는 기분은 나쁘지 않네. 고맙다."
"아니... 괜찮다면 다행이다만..."
도르베는 그렇게 말하고 조금 납득이 안되는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사실, 이번일로 떠오르는 건 다른 문제지."
"무슨?"
"...라드, 그 새끼랑 있던 일이 계속 떠올라서 말야."
"...호?"
그 말에는 도르베만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 소니아와 핀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뭐, 뭐야. 왜."
"아니, 그 이야기 한번도 안 해 줬잖아. 슬슬 이야기해 줘도 될 때 아니야?"
"저도 궁금해요. 왜 륑게씨는 라드씨를 그렇게 싫어하죠?"
륑게는 괜한 이야기를 꺼냈나 싶었다. 그는 잠깐 고민하다가 담배를 꺼냈다.
"언제까지 쟁여 둘 이야기도 아니고... 그래, 슬슬 말해 줄게."
담배에 불을 붙인 그는 몸을 뒤로 빼며 회상하듯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게... 내가 충족에서 도망쳐 나온 건 이제 다들 알지. 갤러한이 브로커역할을 해줘서 윌레인의 국민으로 등록되었고. 그 전에 있던 일이야.
그 때 멤버는 나랑 갤러한이랑 아스타랑 릴로. 이렇게 넷이었는데, 당시 윌레인에는 '맑은 피' 라고 불리는 순혈주의 범죄조직이 있었거든... 갤러한이랑 만나기 전에 걔네들이랑 약간 시비가 붙었고, 충족 이민자인 나는 바로 걔들의 타겟이 되었었어.
근데 내가 할 거 없어서 범죄자나 되는 병신들한테 잡힐 리는 없잖냐. 나중에는 갤러한이니 릴로니 아스타니 만나서 모여 다니기 시작하니까, 얘네들도 지들끼리는 날 못 잡을 거라고 눈치 챈 거야. 근데 애송이 하나도 포기 못하는 게 그런 범죄조직이거든. 걔들은 가오 떨어지면 내일이 없는 거니까.
그래서 얘네가 조직의 직속 해결사를 데려왔는데, 그게 라드였어. 지금은 혼자 일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때는 그 조직에 소속돼서 일하던 놈이었지.
...진짜 집요하게 쫓아다녔거든, 걔는. 어디 갔다 오면 여관이 불타고 있고, 내 말도 죽이고, 아무튼 진짜 내 피를 말리던 놈이었어."
"...그래서?"
도르베가 몸을 낮추고 그렇게 묻자, 륑게는 담배를 크게 빨아내고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꺼냈다.
"둘 다 살아있는 거 보면 모르겠냐. 진짜 서로 꽁지 잡으면서 혈투 벌이다가, 어느 날 맑은피가 그냥 괴멸 당했어. 그런 범죄조직들은 으레 그런 법이지. 라드는 이제 날 쫓을 이유가 없다고 저리 꺼지고, 평생 못 보고 살 줄 알았는데 같은 부대로 만난 거야."
"...그런가."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소니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륑게가 라드를 받아들이는 것은 힘든 일이 될 것이다.
"그런거면... 딱히 뭐라 할 말도 없네."
"그치? 너네도 걔 조심해라. 말하는 싹바가지보면 알겠지만, 지 스스로 경계하라고 광고하고 다니는 새끼야. 그런 애랑 너무 친해져서 뭐 할건데?"
"... 일단 같은 부대잖아..."
소니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 요즘 미묘하게 라드를 옹호한다? 걔가 너 사탕 많이 주냐?"
"그런 거 아냐, 이 병신아."
그녀는 짧게 말하고 다시 잔에 손을 댄다. 도르베는 가만히 그런 륑게를 바라보다가, 대화 주제를 바꾸기로 했다.
"뭐, 그러면 다른 주제로 가서... 륑게, 아무래도 충족과 싸우려면 기마술(騎馬術)이 조금은 필요하겠지?"
"응? 뭐, 우리는 버티기만 하는 거니까... 막 전문적일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전부 말은 탈 줄 알잖아?"
확실히 부대원 중에 말을 탈 줄 모르는 것은 아마 칼린 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가 불분명한 이리하도 모르는 일이지만, 륑게는 굳이 그걸 짚고 가고 싶지 않았다.
"륑게, 네 떠돌이 별칭을 들었다.
"...야, 진짜로? 아스타가 그것도 말해줬냐?"
"응. 아스타에게 들었다."
륑게는 그제서야 화가 났다.
"반인반마, 륑게라던데..."
"...아잇 씨팔, 내가 그 별명 쪽팔리니까 비밀로 하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륑게는 머리를 감싸며 작게 욕했다. 그는 그 별명을 싫어한다. 때문에 그 별명으로 륑게를 부르는 자는 두 부류 뿐이다. 륑게를 잘 모르는 자, 라드.
"뭐, 네 별명은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나에게 기마술이나 조금 가르쳐 주지 않을텐가?"
"아니 그러니까, 말 탈일 별로 없을 거라니까?"
"설령 그렇다고 해도, 핑계가 있을 때 배워 두려는 것이다. 안 될 건 뭐지?"
"내가 귀찮아."
륑게는 그렇게 말하고 팔짱을 꼈다.
"그럼 뭐, 난 내가 내킬 때까지 네놈을 반인반마라고 불고 다닐테다. 상관없는 거겠지."
"아 씨, 성가시게 진짜!"
륑게는 결국 테이블을 내리치며 일어났다.
"야, 이제부터 임무 상시 대기상태인건 알지?"
"물론."
"임무 중에 수업을 할 수는 없으니까 언제까지 가르쳐 줄 수 있을 지 나도 모르는 것도 이해하고?"
"공짜로 배우는 것이다. 그런 걸로 트집을 잡지는 않아."
"그러면 먼저 핀한테 활 쏘는 법부터 배워. 기마술의 기본은 활이다."
"네? 저요?"
륑게는 자연스럽게 표적을 핀에게 돌렸다.
"파티때 너가 한 짓. 영주에게 까발려 지기 싫으면 잠자코 가르쳐줘."
"아니, 제가 언제 안 하겠다고 했나요..."
핀은 조용히 쭈구리며 도르베를 돌아보았다.
"그나저나 도르베씨는 왜 그렇게 갑자기 향상심이 생기셨나요?"
도르베는 그 질문에 잠깐 생각해 보다가 대답했다.
"칼린말이다. 요즘 보기 힘들지 않느냐. 아침에 갤러한에게 물어보니 이번 싸움에 대비해서 여러가지를 준비하고 있다 더군."
칼린이라는 화재. 최근 부대원들이 알게 모르게 피하는 주제이기도 했다.
"그렇게 실력이 좋은데도 말이다. 기이한 검이지. 어디로 휠 줄 모르겠고, 가끔씩 이상한 기술도 걸어 댄다. 그런데 그런 그가 또 뭔가를 준비하고 있지 않느냐."
어쩌면 그의 시선까지는 가야 보이는 것도 있지 않을까, 하고 도르베는 말을 마쳤다. 그 나름에 칼린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리고 뭐, 난 이 일이 끝나면 혼자 떠돌이를 할 생각이거든. 도망친 나의 동생들을 찾아다닐 생각이다. 그 때를 위해서 최대한 실력을 키워 둬야지."
"뭐야, 그러냐?"
"응. 멋진 새 별칭도 생겼고 말이다."
그는 눈을 번쩍이며 자랑하듯 말했다.
"무려, '공중계단' 도르베다!"
그도 아직 어쩔 수 없는 어린애였다.
"차바레다. 보아라."
수염이 가득한 거구의 남자가 달을 가리킨다. 두개의 달이 차고 있다. 이는 그들의 물자 부족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죽이고 빼앗고 겁탈할 때가 다가온다."
그들의 말은 짧고 간결하다.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는 한정되어 있고, 보통 그 단어들만 조합해도 대화가 되기 때문이다.
차바레다라고 불린 여성은, 거구에 손질조차 되지 않은 커다란 늑대의 모피를 두르고 있는 자였다. 그녀는 몇 번 턱을 긁다가, 술잔을 들어 올렸다.
"공격대를 준비하라. 150을 삼분할. 말 200필을 준비하고 50부대가 출발할 때 마다 100마리씩 데리고 출전. 병대를 바꿀 때 마다 말도 100마리씩 교체하며 사용한다."
그들의 간단한 언어체계가 그들의 전쟁이 지능적이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그들의 기마전술은 그 압도적인 기마실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상당한 것이었다.
"일주일 후 나간다. 정비를 끝내라."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끝에 털뭉치를 걸어 둔 피리를 꺼냈다. 지금 그녀가 두르고 있는 짐승의 뼈로 만든 것이다. 사실 그 정도 크기의 늑대는 돌연변이로 괴물로서 취급해야 할 것이지만, 그녀는 그걸 알 수 없었다. 그녀에게 황야의 모든 것은 바람이 하사한 수렵대상이다.
청량한 피리소리가 작은 가죽 움막을 넘어, 넓은 평야에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