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5화 〉아버지와 아들 (45/164)



〈 45화 〉아버지와 아들

기절한 도르베를 끌고 아스타는 텐트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를 눕히고 주변을 조금 둘러본 그녀는 도르베를 흔들어 깨웠다.

도르베는 천천히 일어나면서, 다리의 통증으로 눈가를 찡그렸다. 그리고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으며 물었다.

"뭐지? 언제 도착했지? 우리는 카마인에 도착한 거냐?"
아스타는 그런 그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진정해. 한 3시간 정도 기절했었을 뿐이야. 다른 부대원들은 내가 기절시킨 줄 알고 있어."
도르베는 그 말에 크게 숨을 내쉬며 감사를 전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수통에서 물을 꺼내 들이 마셨다. 약간 따뜻해진 물이 건조해진 도르베의 목을 적셨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아스타의 질문에 도르베는 무슨 말이냐는 듯 시선만 돌려 그녀를 보다가, 무슨 말인지 깨닫고 별거 아니라는  대답했다.


"별거 아니다. 그냥 무통마법이  예상보다 효과가 일찍 가셨을 뿐이야. 보정기계는 정상 작동되고 있으니까 움직이는  지장은 없다."
도르베는 그렇게 말하며 오른 다리를 흔들어 보였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오른 다리에 비해 도르베의 표정은 고통으로 일그러지고 있었다.


"지랄, 그게 움직이는데 지장이 없는 거냐? 이상한 무리하지 말고 칼린이나 소니아한테 말해서 먼저 벨카로 복귀해."
"아니, 복귀는 하지 않는다."
짧게 말하고 다시 드러누우려는 그를, 아스타는 잡아 올렸다.

"애초에 다 낫지도 않은 다리에 보정기까지 달면서 임무를 나오는 새끼가 어디 있냐? 다들 그냥 넘어가 주고 있지만, 통증으로 기절까지 할 정도면 말이 달라지지.  이번에는  싸워. 돌아가."
"자, 잠깐! 나도 준비해 둔 수단이 있다!"
도르베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가방을 뒤지더니, 돌돌 말려 있는 천을 꺼냈다. 그가 줄을 풀자, 천조각은 길게 펴지며 그 안에 있는 것을 드러냈다.


"뭐..뭐야 이건.."
아스타가 경악하는 눈으로  내용물을 하나 집어 올렸다. 투명한 액체가 들어있는 주사기였다.

"벨카에서 주술가에게 샀다.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약이라더군. 12개 있으니까, 하루에 하나씩만 사용하면 충분히 버틸  있을 정도의 분량이다."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도르베를 뒤로하며 아스타는  주사기의 액체를 한 방울 혀 위로 떨어트려 보았다. 몇번 입맛을 다시던 그녀는, 그대로 들고 있던 주사기를 쥐어서 부셔버렸다.


"무슨-"
"이거 마약이잖아."
아스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주사기가 꽂혀 있는 도르베의 천을 빼앗아 갔다.

"잠깐!"
"잠깐은 니미,  설마 이거 이미 몇개 썼냐?"
그렇게 말하며  천조각에 꽂혀 있는 주사기의 개수와 주머니 수를 대조해 본 그녀는, 아직 도르베가 그 약을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돌려줘라!"
도르베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그 천조각을 다시 빼앗아갔다. 표정을 잃은 아스타를 보며, 도르베는 그 약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듯 몸을 돌렸다.

"너 미쳤냐? 마약인 걸 알고도 사용하겠다고?"
"이건 기회다.."
"기회? 뭐, 뒷골목에서 여기저기 싸 돌아다니면서 마약값 얻을 돈 구걸할 기회?"
"아스타,  무엇을 원하고 이 부대에 들어온 거냐?"
"그 약이나 주고 말-"
"질문에 대답해라."
도르베의 단호한 말에 아스타는 일단 도르베를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그녀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뭐, 누구든 받아주는 부대니까, 좋은 기회기도 했고. 돈도 많이 준다고 하고, 모집서도 꽤 재미있었으니까."
"그런가. 넌  모집서가 재미있었구나."
"솔직히 멀쩡한 사람 뽑고 싶었으면 그렇게는 안 썼을 거 아니냐.. 정상인들은 걸러보겠다고 쓴 모집서 같던데."
"난 그 모집서를 보고 왔어. 자신을 뛰어넘으려 왔다."
도르베는 그렇게 말하고서 눈 앞에 약들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저지른 모든 실수, 내가 저지른 평생 용서받지 못할 배신, 모든 것을 다시 써 보기 위해서.  두번째 기회로 여기에 왔다. 그리고 우리의  임무는... 뭐 굳이 다시 말할 것도 없겠지."
그는 주사기를 하나 꺼냈다.


"동료들에게 협조성도 좋지 않았었고, 괴물 토벌때는 짐덩이가 되어서 보란듯이 부상당했었지. 난 여전히 건방지고 무능한 놈이었다. 모두들 미묘하게 신경 써주려는 게 불편해서 티 내지 않았었다만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그리고 주사기의 마개를 뽑아 몇  손가락으로 튕겨 보았다. 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두번째 임무 브리핑때 우리 부대가 결사대로서 분류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한동안 겁나서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그러다가 떠올랐어. 이게 바로 두번째 기회라고. 내 말은, 이게 어떻게 우연이겠어? 난 아직 부상자고 임무의 난이도는 극한이지만, 이건 나를 뛰어넘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이 임무에서 도망치지 않고 맞서 싸워서 스스로를 뛰어넘는 거야...."
그는 불안한 눈으로 주사기의 바늘 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그 주삿바늘을 팔로 향했다.


"이번에야 말로 내 모든 실수를 만회하겠다. 이번에야 말로 부끄럼 없는 자신을 마주하겠다. 이번에야 말로, 이번에야 말로 성공해서 아버지를 만나러 갈 것이다. 그래, 우리 가문의 빛을 내가 되찾을 거야!"
아스타는 그 말에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 주사기에서 손 떼."
"아스타, 너라면 인정해 주겠지. 넌 내 동료니까, 내가 스스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해 줄 거야. 지금은 그렇게 반발할지 몰라도 이 일이 끝나면 날 지지해  거야. 그러니 이 모든 일들은 내가 직접 동료들에게 말하게 해줘. 약속하지. 이번 임무가 끝나면 모두에게 직접 설명하마."
"주사기에서  떼라고 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고 반대 손으로 받쳐 들어 올렸다. 도르베는 그 아스타 특유의 자세를 확인하고 자신이 들고 있는 천을 확인해 보았다. 바깥쪽에 피가 묻어 있었다.

"거기서 터지면 너도 다칠 거야. 그거 멀리 떨어트려 놔."
"어느 순간에.."
망연자실하게 그렇게 말하던 도르베는 아스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한순간의 망설임을 보았다. 아스타도 도르베가 그걸 파악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르베는 주사기를 팔에 찍어 내렸다.  주삿바늘이 그의 팔에 꽂히기 전, 아스타는 잠깐의 망설임을 제치고 마법을 발동했다. 그가 들고 있던 천에서 작은 불꽃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

담배를 피우며 수다를 떨던 릴로와 륑게는 갑자기 들려온 폭발음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 뭐야 씨발!"
무장상태인 릴로가 앞장섰다. 륑게는 텐트에서 단검만 몇개 챙겨서 나왔다.

"마차 빼놓고 계쇼."
라드도 그렇게 말하며 마차 창문으로 빠져 나오려다가, 마차 안의 다른 손님쪽을 돌아보았다. 마레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뭐죠? 암습인가요 기습인가요 축제인가요 산불인가요 야습인가요 성난 괴물의 울음소리인가요 라무르에서 온 복수자인가요?"
라드는 들뜬 그를 보며 데리고 갈지 여기에 둘 지 조금 고민했다. 죽이거나 쫓아내야 하니 데려가는 게 좋겠지만, 아무래도 위급상황에 그를 데리고 가면 너무 속보이는 짓이 되어버린다. 일단은 라드도 소금부대의 일원이니까.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면 조심해야 한다.

"마차 안에서 대기하쇼,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제가 전부 말씀드릴테니."
라드는 그렇게 말하고 창을 넘어 뛰어나갔다. 잠깐 기다리라는 마레의 말을 무시하고 마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어디서 일어난 일이야!"
"도르베씨가 있던 쪽이에요!"
핀의 말에 소니아와 갤러한도 그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현장에는 벌써 이리하와 칼린, 도르베, 아스타를 제외한 전원이 보였다.


"무슨 일이야?"
텐트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그들을 밀쳐내며 갤러한은 눈 앞의 광경을 보았다. 텐트 안은 여기저기 유리 파편과 침이 박혀 있었고, 도르베는 팔에 부상을 입은 상태로 비틀거리며 아스타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텐트 구석에 작게 불이 붙기 시작하고 있었다.


"잠시만요! 비켜요!"
그리고 갤러한을 옆으로 밀어내며, 칼린이 양동이에 떠온 물을 가져와 불을 껐다. 불이 완벽하게 꺼지자 현장에는 무거운 긴장감만이 남게 되었다.


"아니, 요즘 사이 좋다가 또 무슨 일인데..."
그렇게 말하고 머리를 싸매는 갤러한의 옆으로 륑게가 다가 왔다. 그리고 여기저기 꽂힌 침을 확인한 뒤, 근처에 튀어 있는 액체의 흔적을 보았다. 륑게는 그 냄새를 맡아 본 후 말했다.

"뭐 주사기같은 거 터트렸냐? 이거 마약 냄새 같은데."
"니가 마약냄새를 어떻게 아냐?"
"도박장에서 친해진 친구 꺼 얻어서 해 본 적이 있었는데 이건 넘어가고... 일단 칼린, 도르베 부상 상태  확인해줘."
륑게는 그렇게 말하며 아스타에게 다가갔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도르베가 마약을 하려고 했다.  멈추면 터트리겠다고 했는데도 멈추지 않았어. 그래서 터트렸지."
"애지간하다, 진짜.."
그는 뒤통수를 긁으며 갤러한을 바라보았다. 갤러한은 머리를 쓸어 올리고 천장을 보았다. 텐트의 등불이 위태롭게 흔들거리고 있었다. 저것이 텐트로 떨어지지 않은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 륑게는 빗자루 가져오고, 소니아는 모포좀 가져와라. 텐트 구멍 뚫린 곳 매울 만한 걸로. 릴로는 마부들 다시 불러와. 라드 너는 약상자. 내 텐트에 있을 거다. 칼린, 너는 나랑 같이 무슨 일 있었는지 설명 듣고 바로 영주님에게 보고해. 그리고 핀!"
"네?!"
"...내 씹는 담배 좀 갖다 줄래? 머리가 아파질  같아서 말야..."


"도르베, 이 말이 진짜냐?"
그는 대답하지 않고 있었다. 성가신  눈을 감은 갤러한에 비해, 칼린은 '마약'이라는 처음 듣는 단어에 조금 혼동 중이었다.


"이유가 어찌되었건, 마약인 것을 알면서도 복용하려 한 것은 조금 문제가 되지. 사실 이유도 문제가 되긴 해. 변명할 말은 없나?"
도르베는 고개를 떨궜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봐, 갤러한. 원한다면 돈이라도 주겠다. 내가 죽어도 부대 안에서 죽게 해줘."
"아니, 그걸 나한테 말해도..."
"여기 부대원들끼리만  닫으면 되는 일이다. 제발..."
갤러한은  말에 곤란하다는 듯 칼린을 쳐다보았다.


"아니,  마약은 별로 신경 안 쓰거든? 그러니까 그걸로 뭐라 하려는  아닌데,  지금 부상으로 통증이 그렇게 심하면.. 죽겠다는 자식은 일단 말려야지 그래도..."
그렇게 말하고 갤러한은  참겠다는 듯 칼린에게 담배 한 개피를 빌렸다. 그리고 물고 있던 씹던 담배를 뱉었다.

"그리고 결국 보고는 칼린이 하게  거야. 나한테 말하는 건 별 의미 없다고.."
"...그런거냐, 칼린?"
"....네."
"그런가! 칼린,  이걸 눈감아 주겠지!  이해해 줄 것이다! 우린 동료니까!"
그렇게 말함 도르베는 칼린에게 다가갔다. 곤란해하는 칼린을 보고, 갤러한은 이 자리를 뜨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칼린..? 말하려는게냐?"
늘어진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도르베를 바라보던 칼린은, 그저 자리를 뜨기 전에 그를 한번 껴안았다.

"죄송해요, 도르베. 이해는 하지만, 더 이상 제 판단으로 실수를 일으킬 수는 없어요.."
그렇게 말하고 칼린이 등을 돌리려 할 때였다.


"아, 잠깐 짚을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
라드였다.


"뭐냐, 라드."
갤러한의 질문에 라드는 고개를 낮추며 아스타에게 다가갔다.

"확실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공격의 의도에 대한 것만 확실히 짚고 가자고. 그거에 따라 이번에 한 명이 빠지게 될   명이 빠지게  지 결정  것 같으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아스타의 질문에 라드는 기분 나쁜 미소를 머금으며 질문했다.

"도르베한테 마법을 쓴 의도 말이야. 그건 진짜로 도르베가 마약을 투약하려는 것을 막으려고 한 것이었나? 아니면..."
도르베는 조금 운을 띄우다가, 일그러지는 아스타의 표정을 음미하듯 물었다.


'그냥, 마약하려는 도르베에 자기 아버지를 겹쳐 봐서 저도 모르고 공격한 거냐?"
"라드!"
갤러한이 바로 멈춰 세웠지만 소용없었다. 라드는 빠르게 말을 끝내고 도르베의 뒤로 가서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주사 꽂으려는 도르베한테서 약쟁이 아빠의 모습을 봤던  아냐? 그래서 마법을 써버린 거지. 이번에는  좋게도...음, 대상이 살아남았고 말이야. 내가 틀렸나?"
"야, 라드. 이제 그만 닥쳐라."
갤러한이 검을 뽑았다. 그를 말린 것은 아스타였다.


"아스타?"
"칼 넣어, 갤러한. 직접 이야기할라니까."
아스타는 그렇게 말하고 라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도르베도 당황한 듯 아스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야, 너가 나에대해 어떻게 아는지는 뭐... 떠돌이들끼리니까 소식 전해진 걸로 알았다고 치자. 내가 이해가 안가는 건 그 싸구려 도발 쪽인데, 계속 부대원들한테 시비터는 이유가 뭐냐?"
"시비라니, 무차별적인 공격을 하는 PTSD가 있는 동료는 믿을 게 못 된단 말이지.. 경계하는 거라고 말해주지 않겠나?"
아스타는 그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지랄맞군. 축하한다, 이 씨발놈아. 도발 성공이야."
그리고 등을 돌렸다.

"나와. 함 뜨자."

#

"안 말려요, 갤러한씨?"
"일단 그냥 두자고. 일이 커졌으니까, 수습 불가능한 상태가 되기 전까지는 굳이 말리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몰라."
칼린의 말에 갤러한은 그렇게 말했다. 칼린은 급하게 전화기를 꺼냈다.

"무슨 일이야?"
"아, 이리하! 어디 갔다 오셨어요!"
"일기 쓰고 왔지. 무슨 일인데."
어느새 자연스레 칼린의 옆에 있는 이리하를 보며, 칼린은 전화를 걸고 있었다.

"아스타랑 라드가 싸우게 생겼어요! 영주님한테 실시간으로 보고하면서 조언을 구하려고-"
"이 상황을 보고할라고?"
"당연하죠!"
이리하는 그렇게 말하는 칼린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전화기를 잡아 챘다.


"아, 이리하씨! 잠깐!"
그리고 그대로 바닥에 집어 던진 뒤,  번이고 짓밟아 완전히 그것을 부셔버렸다.


"우리한테 어떤 징계를 먹일라고. 스스로 생각해, 칼린."
"무슨 짓을 하신 건지는 아세요? 맙소사! 미쳤어요?"
"보고는 소니아가 할 거야. 그 대 전달사항으로 말하던가 해. 꼴사나워서 더는 못 봐주겠다."
"야 이리하, 무슨 짓을 한 거냐.."
갤러한은 그렇게 말하며 이리하를 질책했지만, 다른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그걸 잘한 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영주의 이야기를 이리하까지 듣게 된 것은 행운이었나.'
그렇게 생각하던 갤러한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떠올렸다.

"왜 그래, 날 조지려는 거 아니었나?"
아스타와 라드는 서로를 마주보며 대치상태에 있었다. 단 서로의 실력을 알기에 어느 한쪽이 섣불리 움직이지는 않고 있었다. 먼저 도발해온 것은 라드였다.

아스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신고 있던 신발을 벗고 목에 달고 다니는 작은 검을 빼 들었다.

"야, 맨손  아니었-"
라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스타는 라드에게 덤벼들었다. 그리고 머리를 노리며 돌려차기를 날렸다. 라드는 그걸 뒤로 피해 냈다.

'이건 좀 빠른데.'
그렇게 생각하며, 뻗은 다리를 내려 찍는 아스타의 옆으로 빠졌다. 그리고 몸을 지탱하는 남은 쪽 다리를 차 넘어트렸다.

아스타는 오른쪽으로 넘어지는 몸을 팔로 지탱해내며 옆으로 굴렀다. 라드는 그대로 따라가 안면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동시에, 팔뚝에 감긴 밧줄을 아스타의 목에 감아냈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고."
그리고  밧줄을 잡아당기며 계속해서 얼굴을 가격했다. 동시에 그녀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피를 피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피를 피하기 위해 과하게 몸을 뺐던 라드의 턱을, 아스타의 발이 제대로 가격했다. 라드는 그대로 뒤로 몇 보 빠지다가, 팔을  하니 내려 아스타의 무릎을 꿇렸다.

"아스타, 그냥 항복하라고.  목에 올가미가 걸린 순간 게임 끝난거야. 언제든지 조여버릴 수 있다."
아스타는 그 말에 이빨을 보이며 웃었다.

"병신, 네 목이나 다시 봐라."
라드는 그 말에 뒤늦게 자신의 목부분을 확인했다. 피가 묻어 있었다.


"신발을 왜 벗었겠냐, 저능아 새끼야? 넌 이미 뒤진거야."
그녀는 웃으면서 한쪽 팔을 내밀고 엄지를 들어 올렸다."


'앞차기를 했을 때 묻혔는가.'
라드는 자신의 목을 한 번 만져보고서 말했다.


"올가미가 걸리자 마자 조여버렸어야 됐는데... 실수했구만."
"그래, 더 이상 후회할 필요 없어. 넌 오늘 뒤지니까."
"그건 아직 속단이지."
 말에 아스타는 주변을 보았다. 그리고  근처에 주먹 정도 크기의 돌 하나가 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게  엄지를 먼저 뭉갤 수도 있잖아?"
"재밌네."
서로가 서로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다. 양쪽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듯한 상황속에서, 둘은 웃었다. 양쪽 다 멈출 생각은 없었다.

"아, 역시 수지가 안 맞는 거래였어."
라드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조금 들어 올렸다.


"좆나 시발, 보험금  적게 넣을껄."
아스타도 나즈막히 말하고 입가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