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기분나쁘고 위험한
해롤드의 병력은 총원 48명이었다. 괴물을 잡기에는 절대 부족한 수가 아니었다. 그중에 마법 사용자가 6명이나 있었음을 감안하면, 평범한 괴물을 잡는 데에는 과도한 병력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먼저 그들이 향한 곳은 전에 그들이 발견했던 알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전에 갔었을 때 40개의 알을 가지고 가서 부셔버렸는데도 아직도 남아있던 곳이었다. 그러나 다시 간 그곳에는 알이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다른 구역들을 돌던 그들은, 알이 있을 만한 구역을 더 찾아 다녔다. 하지만 모든 곳이 알이 있던 흔적만이 동그랗게 남아있었을 뿐으로, 알 그 자체는 찾을 수 없었다. 그 괴물은 알을 어딘가로 옮긴 듯 했다.
만약 마을의 범위 밖으로 나갔다면 더이상 그들의 일이 아니다. 굳이 찾아내서 죽일 이유도 사라진다. 혹시 모르니 조금 더 주변을 찾아보던 그들은, 다음날에 전에 조사했던 곳들도 다시 찾아보고 수색작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그들은 그렇게 첫날을 보내고 복귀했었다.
그리고 둘째날에 다시 출격한 그들은, 마을과 가까운 곳에 뺵빽하게 모여서 박힌 알들을 발견했다. 이 대담한 괴물은 알의 위치가 발각되자 오히려 마을과 더 가까운 위치로 알들을 모아 옮긴 것이었다. 해롤드는 처음에는 소름이 돋았다. 주변의 나무들을 넘어뜨려 만들어낸 평지에 빽빽히 모아둔 알들을 보면, 그 괴물의 크기가 대략 감이 잡혔다.
하지만 그 후에 찾아온 감정은 분노였다. 마치 괴물의 선전포고로도, 그냥 농락으로도 보이는 행동이었다. 지금 그의 뒤에 있는 자들은 함께 마을을 지켰던 자신의 부대원들이었다. 전면전으로 싸워서 질 수가 없는 싸움이었다.
그는 거기까지 생각이 와닿자 괴물에 대한 분노로 흥분했다. 겁먹어 그 둥지에 들어가는 것을 말리려는 부대원들을 두고 그는 알에 힘차게 검을 휘둘렀다.
껍데기가 바스라지며 부서졌다. 안은 비어있었다. 해롤드가 그걸 발견한 것과 부대원 둘이 사라진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대..대장!"
부대원중 한명이 패닉에 걸려 해롤드를 불렀다. 그들은 그 괴물이 땅속을 다닌 다는 것을 알고 있다. 즉, 나왔을 때 총공격을 하면 이길 수 있었다.
"침착해! 방금 사라진 자 중에 마법사는 있었나?"
"아뇨!! 없었습니다!!"
"마법사들은 각자 공격 준비해! 부대원들은 원형으로 모여서 마법사를 보호하며 전방위를 경계한다!"
해롤드는 그렇게 지시를 내리고 둥지 안쪽을 보았다. 해롤드만 따로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주변의 알을 더 부셔 보았다. 전부 비어 있었다.
"아, 아아악!"
원형의 진 안으로 보라색 촉수가 떠 올랐다. 그건 마법사를 하나 붙잡고 부대원의 등으로 집어 던졌다. 원형 경계진의 한 부분이 무너졌다.
"이런 씨발!"
자동적으로 부대원들은 무너진 쪽으로 시선이 모였다. 원형진의 밖에서 또다른 촉수가 나오는 것은 진 바깥에 있던 해롤드밖에 보지 못했다.
"다들! 전방위 경계를 유지해!!"
해롤드가 소리지를 때는 이미 늦었었다. 뻗어나온 촉수는 그대로 휘둘러져 대략 6명정도가 한꺼번에 날아가 나무에 내다 꽂혔다.
"침착해! 다들 침착해라!!"
그런 해롤드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부대원들의 패닉은 빠르게 확산되어 갔다. 그들은 괴물을 너무 얕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것의 새끼를 너무 쉽게 잡아왔던 탓도 있었다.
"하아아아!"
절규같은 기합을 지르며 누군가가 그 촉수를 하나 잘라냈다. 그는 잘라낸 촉수를 보다가, 해롤드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보스! 한마리 처리-"
그가 말을 끝내는 일은 없었다. 서있는 자세 그대로, 옆쪽에서 날아온 촉수에 의해 그의 아래턱이 날아갔다.
마법사들은 자리를 지키지 않으며 흩어지는 병력들을 피하며 촉수를 맞출 수 없었다.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오며 기습하는 촉수들에 의해 병력들이 계속 줄어들자, 그들도 정신을 놓치기 시작했다.
"죽어라!!!!"
마법사 하나가 신경질적으로 그렇게 외치며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발사했다. 그 손가락은 느물거리는 촉수를 지나쳐 겁먹고 떨고있던 부대원 하나의 비장을 관통했다.
"다들! 진정! 진정해!!"
그렇게 말하며 그들 사이에서 같이 싸우고 있던 해롤드는 사실 가장 먼저 평정을 잃은 사람이었다. 여기저기에서 나오는 그 촉수같은 것들을 잡아내며, 그는 성체가 도대체 얼마나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부대원들을 삽시간에 잃고 있었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애초에 이 알 자체가 함정이었다. 해롤드는 뽑아든 검을 높게 올리며 소리쳤다.
"후퇴! 후퇴! 부상병을 부축하며 숲의 안쪽으로 들어가라!!"
부대원들은 혼비백산하여 현장을 도망쳐 나왔다. 모두가 안전하다고 느낄 때 까지 도망쳐 나오고 남은 인원을 세어 보니 22명이었다. 잃은 26명중 두명은 마법사였다.
벌써 해가 지고 있었지만, 그들은 마을로 돌아갈 수 없었다. 해롤드가 괴물이 마을로 유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해가 떨어지고 나서 그 괴물을 상대하게 되는 것은 자살행위일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 숲속에서 간단하게 불을 피우고 침통해할 여유도 없이 뜬눈으로 떨며 밤을 지샜다.
아침해가 뜨자, 그들은 신속하게 전에 갔던 그 길을 크게 빙 돌아서 걸어 갔다. 그 과정에서 어젯밤까지 살아있던 부대원 한명이 결국 목숨을 잃었다. 그의 시체는 해롤드가 직접 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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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까지가 그의 부대원이 지금까지 겪은 일이었다. 해롤드는 부상당해 치료를 받고있는 병사들을 붉어진 눈으로 바라 보았다.
"모두가 전우이기 전부터 나의 친구였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서 참을 수 없었는지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내 부족함이 참사를 불렀다.."
소금부대원의 그 누구도 그를 탓할 수 없었다. 묵묵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리하가 질문했다.
"성체들이 그렇게 많았나?"
이리하의 말에 해롤드는 그쪽을 돌아보지 않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끝없이 솟아나오는 것 같더군. 문어의 촉수 같았다. 그것들이 전부 마을로 오게되면, 이 마을은 끝이야."
핀은 해롤드의 말을 곱씹어 보다가 물었다.
"저기.. 그 괴물들에게서 도망쳐 나왔다고 하셨는데.."
그의 얼굴은 점점 하얗게 질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해롤드는 핀이 유쾌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땅속으로 움직이는 그 많은 괴물 성체들이.. 부상자가 딸린 부대를 놓치는 건 말이 안되지 않나요?"
해롤드는 일순간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가 사색이 되었다.
"제 생각에는 그 괴물들은.. 해롤드씨의 '둥지'를 찾기 위해 풀어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따라오지 않은 걸 보면 중간에 놓친 것 같기는 하지만, 아마 그 장소에서 계속 대기하고 있지 않을까요..?"
해롤드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는 자신의 몸을 웅크리며 태아처럼 몸을 말았다.
"맙소사... 우리는..우리는 결국 마을을 버려야 되는 거냐?"
침통한 듯이 손을 바닥에 내리치며 그는 울었다.
"전쟁도.. 전후작업도.. 모두 버텨내고 또 버텨오고서..괴물때문에 우리 마을을 버리게 되는 것이냐??"
어깨를 울리며 울고있는 그를 모두가 그저 참담한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말을 꺼낸 것은 칼린이었다.
"우리가 죽이죠, 그 괴물들."
가볍게도 들리는 그 말에 소금부대원들이 고개를 돌렸다.
"왜요? 요나가 우리에게 내린 임무중에는 괴물의 처리도 있었어요. 우리가 가서 잡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우리에게 괴물의 근원을 막는 것을 우선으로 하라고 했지.."
"모체는 다른 의미로 괴물의 근원 아니겠어요? 마을의 자치병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칼린은 그렇게 대답했다. 륑게는 그 말에 딱히 반박할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소니아, 지금 영주님에게 연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응? 아, 응!"
소니아는 그 말에 급하게 영주에게 연락을 걸었다.
'부대원이 돌아왔나?'
"아, 그.. 돌아오기는 했는데.."
소니아는 그들이 겪었던 일을 보고했다.
"그래서..지금 그 괴물을 우리 부대가 잡으려고 합니다. 뭐, 적어도 칼린은 그렇게 생각하는 중인데..."
소니아의 말에 요나는 잠깐 가만히 있다가 말했다.
'...애초에 그들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10시에 그 구역으로 통솔자를 결정해 출진하라고 말해뒀을 터이다. 하지만 그런가, 다수의 괴물이 있는가..'
그리고 요나는 다시 말했다.
'그 괴물을 그냥 둔다면 마을은 무너질 것이다. 부대원 전원, 싸운다면 이길 자신은 있는가?'
그 말에 소니아가 모두를 돌아보며 물었다.
"영주님이 우리 싸우면 이길 수 있냐는데?"
그 말에 서로를 바라보던 그들은, 한명씩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이길 수 있겠답니다."
소니아에게는 요나가 담배를 빨아내는 소리가 들렸다. 한숨같은 소리가 들리고, 요나는 말했다.
"...그렇다면, 그 괴물을 찾아내서 말살해라. 가진 모든 패를 보여서 임무를 성공하고 돌아와라. 모든 주의점은 사전 구조작전에 명령한 그대로 수행하고, 다른 사항은 두번 말하지 않겠다. 찾아내서 말살해라. 이만."
연락은 그걸로 끊어졌다.
"그..허가를 받았어요, 해롤드씨."
해롤드는 그 말에 그저 울었다.
"고맙다, 고맙다...!!"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들지 못하는 해롤드를 도르베가 일으켜 세워 성 안으로 들여 보냈다. 그는 안정이 필요한 상태였다.
"자- 그러면... 작전회의다. 임시 통솔자는 나라는데 불만 없겠지. 오늘 작전을 준비하고 내일 아침에 출발하겠다."
갤러한이 그렇게 말했다. 따로 반론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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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회의는 저녁이 되어서야 끝났다. 라드와 갤러한은 '훌루'를 보기 위해 마리를 만나러 갔다. 칼린은 내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시한번 머릿속으로 되새기고 있었다.
1시간정도 그러고 있다가 갤러한과 라드가 돌아왔다. 그들은 다시 모여서 '훌루'의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다행히도 그 어떤 변경사항도 없었다.
"이대로라면.. 내일 마을 사람들이 작업을 끝마칠 때 쯤에 우리가 괴물을 잡고 돌아와서... 음? 축제를 즐기고 다음날 벨카로 가면 되겠군. 가다가 왕도에 들러서 그 괴물을 맡기며 말이야."
아스타가 그렇게 말했다. 릴로도 웃으며
"난 내일 창관 갈꺼야."
같은 소리를 하고 있었다. 전혀 기죽지도 긴장하지도 않아 보이는 그들에게서 칼린은 그들의 길었던 경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칼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갤러한이 그를 불렀다.
"잠깐 따라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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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한이 그를 데려간 곳은 성의 옥상이었다. 그는 성벽에 기대 앉아 자신의 옆을 톡톡 쳤다.
"씹는 담배도 할 줄 알아?"
"아, 괜찮아요. 제꺼 필게요."
옆에 앉은 칼린에게 자연스럽게 씹는 담배를 권했던 갤러한은, 네 손해라고 말하며 한줌을 쥐었다.
"무슨일이시죠?"
칼린은 가면을 들어올리고 담배를 물었다. 갤러한은 그 말에 코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흐으음...이걸 어떻게 전달해야 될지 잘 모르겠단 말이야.."
그리고 그는 칼린을 돌아보았다.
"뭐, 우리가 이제 꽤 오래 아는 사이니까, 건방지게 들리겠지만 너를 좀 알게 된 것 같거든.. 예를 들어서, 쓸데없는 일에 오지랖을 부리는 점이나, 아직 세상 물정에 순진한 점이나.."
그는 손가락을 하나씩 피며 덧붙여갔다.
"음.. 담배를 좋아하는 점이나, 사람을 너무 믿는 점이나, 정이 너무 많은 점도 있지. 애늙은이 같은 점은 빼먹을 수 없군. 그얼굴로 가끔 나랑 동갑처럼 느껴져서 소름끼쳐. 또, 지 마음에 안들면 죽어도 납득 못하려 하는 것도 간간이 보여."
"갑자기 뭐예요.."
칼린이 왜 불러놓고 시비냐는 투로 답했다. 갤러한은 다시 하늘을 보다가, 칼린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내가 알았던 칼린은 그게 뭐가 되었건 '죽이자'라는 말을 절대 먼저 하지 않아."
칼린은 피던 담배에서 입을 뗐다.
"그게 괴물이어도 말이야. 성을 나오기 전에 넌 괴물과 친구는 될 수 없는 거냐고 물은 적이 있었지. 그런데 내가 같은 부대원으로서 보는 너는 좀 바뀌었더군. 여전히 뭔가를 죽이는 것에는 저항감이 큰 것 같아 보였어. 그런데 넌 어린애를 속여 그 애가 '친구'로 기르겠다고 하는 괴물을 잡아서 표본으로 넘기자는 제안을 했지. 그리고 오늘은 먼저 그것들을 죽여버리자고 하더라고."
눈을 돌리며 담뱃재를 털어내는 칼린에게 갤러한은 계속 말했다.
"또 하나 이번에 부대원으로서 알아낸 것은... 네 상냥함. 그래, 그거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네가 그 상냥함으로 일으킨 모든 일들, 난 진심으로 존경한다. 무장세력을 설득하려고 검을 버려? 대단한 용기야. 그걸로 얻어낸 성과까지 뛰어났지.
그런데, 넌 아직도 마을에 뭔가가 계속 눈에 밟혔던 거야. 이제 막 전쟁이 끝나고 여기저기로 좆창나있는 마을을 거기까지 복구하고서도, 넌 아직 거기의 고아들과 씻기지 않은 광기가 눈에 띄는거야. 그래서 더 무리하지. 네 손이 닿지 않을 범위까지 어떻게든 해보려 해."
칼린은 고개를 숙였다. 갤러한은 곁눈질로 그걸 보고서 옆에 침을 뱉었다.
"그렇다면 칼린, 굳이 손이 닿지 않는 범위까지 찾아서 어떻게 하려는 사람은 오지랖넓고 상냥한 사람인걸까? 아니면..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를 어떻게든 선행이나 해피엔딩으로 매꿔보려는 사람인 걸까?"
갤러한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에 살아달라고 말했었지만... 칼린, 너도 죽어있던거야. 너도 미친거다. 네 과거가 어땠는지, 네가 성에서 무슨일을 겪었는지 몰라. 묻지도 않겠어. 하지만.."
올려쓴 가면때문에 갤러한에게는 칼린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남을 진심으로 아끼고 싶다면 스스로를 아껴라. 괴물에게 무슨 원한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지는 마. 이렇게 두가지를 말하고 싶었다. 첫번째는 네가 내 동료로 있으니 해주는 조언이고, 두번째는 네가 좋아하지도 않는 살생을 스스로를 억지로 몰아붙이며 하려는 것 같아서 말하는거야."
그 말에 칼린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가면을 완전히 덮어썼다.
"부대에 있는 이상 살생은 피할 수 없겠죠. 위험한 괴물은 당연히 죽여야 할 것이고요."
그 말을 들은 갤러한은 가만히 칼린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 어깨를 두번정도 쳤다.
"각오한 거라면 됐고."
한번 달을 바라본 그는 등을 돌렸다.
"춥다. 어서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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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드는 새벽 일찍 일어났다. 위병에게 화장실을 간다 한 그는 화장실의 창문을 통해 로프를 타고 성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헛간을 찾아갔다.
"좋은 아침, 훌루."
그 괴물은 꽤 점잖게 똬리를 틀고 가만히 있었다. 라드가 찾아왔음에도 큰 반응 없이 자리를 지켰다.
"선물 하나 주려고 왔어."
그는 옷 주머니에서 상인에게 받은 유리병을 꺼냈다. 그리고 안에 있던 용액을 훌루의 위로 뿌렸다. 조금 끈적하면서 따뜻한 것이 훌루도 싫지는 않은 듯 얌전하게 그걸 맞아주고 있었다.
"오늘 점심은 성찬일거야."
라드는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그리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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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부대원은 평소와 같이 기상하고 준비를 끝마쳤다. 단 꼴사나운 방호복은 입지 않았다.
장기전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들은 배낭도 없이 발을 옮겼다.
"괴물을 잡아다오... 잘 부탁한다."
마중을 나온 해롤드는 그렇게 말했다.
"너네는..너네는 진짜로 우리 마을의 편이 되어 주었어. 처음에 했던 무례를 전부 사과하겠다."
그렇게 말하고 부대원을 돌아보다가, 해롤드는 칼린의 손을 붙잡았다.
"그러니까 부디, 모두 살아서 돌아와라."
그렇게 말하고 해롤드는 칼린의 손을 풀었다. 그걸 신호로 소금부대는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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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인가."
지도를 보면 얼추 이곳이 맞는 듯 했다. 갤러한은 주변을 살펴 보다가, 나무들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저기구만. 둥지한번 요란하네."
갤러한은 지도를 말아서 집어 넣으며 말했다.
"자, 다들. 작전 기억하지? 핀은 전투범위 밖에서 사령탑을 맡고, 륑게랑 라드는 중거리에서 교란용 공격을 계속 해. 핀의 엄호와 지령 전달도 부탁한다. 나머지는 각자의 재량과 핀의 지시에 맞춰서 움직이며 성체들을 사냥한다. 질문?"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무기를 꺼냈다.
"핀, 그러면 탐지 부탁해."
"넵."
짧게 대답한 핀은 그의 지팡이를 가볍게 근처의 돌에 박았다. 통,하는 맑은 소리가 근처로 울려 나갔다.
"어때? 몇마리나 있어?"
아스타가 단검을 닦으며 물었다. 핀은 대답하지 않고 있다가 다시 한 번 통, 하고 지팡이를 튕겨 보았다.
"뭐야? 설마 또 다른데로 이동했어??"
릴로가 낭패라는 듯 외치자, 핀이 대답했다.
"아, 아니에요. 분명 여기 있어요. 단.."
"단?"
갤러한의 물음에 핀이 침을 삼켰다.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자치병력분들이 틀렸어요. 성체 여러마리가 아니에요. 딱 한마리 뿐입니다."
그는 일행들을 돌아 보았다.
"모든 촉수들은 거대한 한마리에게 달려있는 거에요. 땅속에 있는 몸뚱이를 끌어내서 싸우지 않는 이상, 이 싸움 힘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