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기분나쁘고 위험한
오늘을 기준으로 소금부대원들은 괴물들의 사냥을 맡게 되었다. 구역별로 '미끼'가 있는 곳을 돌아다니며, 30분마다 다른 구역으로 이동하는 형식이었다. 그런 작업을 하면서 칼린은 한가지 사실을 눈치챘다. 미끼의 주변에는 언제나 고아들이 모여 있었다.
"왜 여기 있는거야?"
칼린이 그 중 하나를 잡고 물어 보았다. 고아는 조용히 칼린을 바라보았다. 칼린도 이게 무슨 뜻인지 안다. 그는 주머니에서 1생텀짜리 한장을 꺼내 쥐어주었다.
"...'미끼'근처에서 기다리면 괴물이 나와. 그걸 돌같은 걸로 죽여."
고아는 주머니에 1생텀 지폐를 구겨 밀어 넣으며 대답했다.
"그러면 조금 기분 좋아져. 그리고 누나 형아들이 화장실 갔다 올 동안 대신 대기해주면 돈 줘."
고아는 그렇게 말하고서 자신의 더러운 손을 아무렇게나 걸친 넝마로 한번 닦은 뒤 내밀었다.
"형아도 어디 갔다 올 일 있으면 나한테 맡기고 가. 1생텀이야."
칼린은 그 말에 주머니에서 1생텀을 더 꺼내 쥐어 주었다.
"선금이야. 믿고 맡길게."
고아는 그 지폐를 넝마로 닦은 뒤 또 주머니에 넣었다.
"형아 착하네."
"응. 난 착해."
그렇게 말하고서 칼린은 그 고아를 들여다 보았다. 두르고 있는 천쪼가리 때문에 얼굴 아래는 보이지 않았지만, 드러나있는 발목과 하얗게 반점이 뜬 입술만 보아도 그가 영양실조 상태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는 칼린이 아직 숲속에서 짐승가죽을 두르고 다녔을 때를 떠올리게 했다.
"형아가 돈 줬으니까 질문 하나만 더 대답해줄래?"
그는 쪼그려 앉아 그 고아와 눈을 마주했다.
"이 마을에 너랑 같이 다니는 친구들, 전부 몇명이야?"
"고아라고 불러도 돼. 뭘 그렇게 돌려서 말해."
신경써주는 걸 들킨 칼린은 조금 멋쩍어 져서 눈을 가렸다. 그 아이는 잠시 손가락을 쥐락펴락 하다가 대답했다.
"10명에 10명에 2명 더있어."
"? 12명이라는 거야 22명이라는 거야?"
"나 어려운 말 몰라.."
그 아이는 그제서야 조금 아이같은 얼굴을 보여 줬다. 아직 나이대에 맞는 얼굴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훨씬 아이다웠다.
"거기 앉아봐."
칼린은 주변의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서 '미끼' 근처에 앉았다. 그리고 그 꼬마에게 20이라는 숫자를 알려주었다. 30분은 금방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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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칼린은 술집에 들어가 바로 여주인을 만났다. 그리고 카운터에 지폐를 몇장 올렸다. 총 100생텀이었다.
"이 돈이면 몇끼나 만들어 주실 수 있죠?"
다짜고짜 묻는 칼린에게 여주인이 조금 당황해서 대답했다.
"내 요리는 맛 없을텐데.."
"그러면 여기에 다른 음식점이 있나요?"
"이...젠 없을껄?"
"그러면 누님요리로 괜찮아요. 몇끼가 나오죠?"
여주인은 조금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시험용 요리니까 1생텀만 받으면 되지 않을까?"
"에, 맛 없으니까 2오람(한화로 약 1000원)만 받아요."
"너 너무 솔직해지지 않았냐?"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며 돈을 받아들었다.
"뭐, 단체손님이라도 끌고 올라고? 테이블 부족한데.."
"부탁하고 싶은게 있어요."
"말을 해. 100생텀 들고온거 보면 그건 알아."
"고아들이 여기서 밥을 먹을 수 있게 해 주세요."
웃으며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여주인의 표정이 굳었다. 그녀는 조용히 100생텀을 칼린에게 밀어서 돌려주었다.
"왜죠?"
칼린이 그 돈을 받으며 물었다.
"..손님들 중에서는 고아들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어. 그냥 싫어하는 게 아니라, 잡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하고 다니는 사람들 말이야. 그 고아들이 뭘로 벌어먹는 지는 알거 아니야."
그녀는 서랍에서 담배를 한개비 꺼냈다. 그리고 등불에 가져다 댔다.
"낮에는 영주의 아들이 이끄는 자치 병력이 고아들을 지켜줘. 해롤드는 고아를 많이 신경쓰기도 하고, 그 자치병력원들도 고아들과 꽤 친하거든. 하지만.. 마을 뒷쪽에서는 고아들을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아. 그래서 고아들이 대부분의 시간동안 마을 밖 현장을 떠돌아 다니는 거고. 걔네가 마을 안쪽으로 들어오는 건 훔친 물건이나 심부름을 하러 갈 때 뿐이야."
칼린은 자신이 가진 100생텀 지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해할 수 있는 이유였다. 단 이 감정은 어쩔 수 없었다.
"칼린군, 네 부대원들이 이 마을을 바꿔주려고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너무 깊게 파고들 필요는 없어. 모두가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칼린은 일하며 만났던 아이를 떠올렸다.
"그 아이들은 어떻게 자랄까요?"
"아무도 모르겠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마리가 방에서 나왔다. 마리는 칼린에게 다가가 말했다.
"칼린오빠! 어서와! 오늘도 술?"
"응. 오늘도 꽃단장을 했네."
"히히!"
칼린은 가볍게 마리의 옷을 칭찬했다. 마리는 웃으며 칼린에게 다가왔다.
"아직 비밀 지키고 있어. 아무도 몰라."
"그래. 다른 사람들이 알면 모두들 훌루를 탐낼거야. 알지?"
"알아!"
마리는 귓속말마저 명랑했다. 그리고 근처 의자에 앉아 칼린과 잠깐의 대화를 나누다가, 곧 찾아온 아스타와 도르베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애 앞에서는 얼굴 펴라, 미간 주름에 파리가 낙사 하겠다."
"...네년이야말로 가면이 필요한 얼굴인데. 칼린에게 양보해 달라고 부탁해라."
둘은 평소처럼 신경전을 벌이며 들어왔다. 그리고 서로에게 으르렁대면서도 제대로 마리를 데리고 술집을 나왔다. 칼린은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이 시간대는 바쁘거든. 갑자기 마리랑 놀아준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마음이 읽혔나!'하고 말이지."
"하하, 사실상 우리가 마리랑 놀고 싶어서 부르는 건데요, 뭐."
여주인은 그렇게 알고 있다. 칼린이 어제 직접 그렇게 말했었다. 그 정도로만 알고 있다면 충분하다. 칼린은 다시 떠들썩해지는 술집을 보며 마르게 웃었다. 마치 자신도 웃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나온 듯한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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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끝이 보이는 것 같지 않냐?"
8개의 구역을 10명이서 돌다 보면, 2명은 1시간의 휴식시간이 생긴다. 이번은 갤러한과 소니아였다.
"그러네. 이제 3일 내로 끝 볼 수 있겠다. 예상시간보다는 좀 느려졌지만.."
소니아는 그렇게 말하며 갤러한에게 손을 내밀었다. 갤러한은 자신의 씹는 담배를 건내주었다.
"복구작업만 끝나면 바로 샘플갖고 오라고 했지?"
"응. 돌아갈 때 왕도에 표본두고 오면 된다는데."
소니아는 그 자리에서 누웠다. 그리고 하늘을 보며 말했다.
"처음 왔었을 때는 꼼짝없이 여기에 한달은 묶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갤러한은 그런 소니아를 보고 옆에 같이 누웠다.
"아, 영주가 그 괴물을 살려 두는 작전을 허가할 줄은 몰랐어. 일단 공로가 우선이라는 건가."
고개를 돌리며 말하는 소니아에게 갤러한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허가 안하면 어쩔건데, 젠장할."
갤러한은 요나에게 썩 좋은 감정이 없다. 소니아도 그걸 알기에 지뢰같은 주제를 골랐다고 생각했다.
"뭐 어쩌긴 뭘.. 그때는 명령 불복종이지.."
웅얼거리듯 말을 하고 소니아는 일어나 담배를 뱉었다.
"이건 진짜 못하겠다. 존나 맛없어."
"그게 너가 애송이라는 증거야."
그런 둘에게 복구작업을 하던 남성 하나가 달려왔다.
"뭡니까?"
소니아의 질문에 헐떡거리던 남자는 숨을 조금 고르고 침을 삼키며 말했다.
"보부상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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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이 주렁주렁 달린 2층짜리 수레 마차였다. 복구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이 마을 뒷쪽에서 사람들을 불러와서 현장에는 어느때보다 사람이 많이 모이게 되었다. 신기한 물건들을 구경해 보려고 모인 아이들도 많았다.
칼린도 보부상은 처음 보는지라, 몰려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고개를 들며 팔고 있는 것들을 보았다. 프라이팬이나 냄비같은 것도 있었지만, 용도를 알 수 없는 것들도 여기저기 있었다.
그러나 보부상 주변에 붙어있는 사람들은 물건을 사려고 모인 것은 아니었다. 그저 각자의 희망을 품고 다른 마을이나 도시의 상황을 들어보려고 모인것이다.
"우리도 외부에서 온 것은 똑같지 않나요?"
칼린이 옆에있는 아스타에게 그렇게 묻자, 아스타는 어려운 듯 대답해 주었다.
"그... 우리는 국가소속부대니까. 조직원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건 전쟁 후에는 별로 환영받지 못하지."
칼린이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자, 어느샌가 옆까지 다가온 갤러한이 그의 머리에 팔을 둘렀다.
"뭐, 하지만 우리가 처음 왔었을 때 그상황이었다면 보부상이 왔어도 이렇게 많이 몰리지는 않았을거다. 네가 상황을 바꿔낸거야. 조금은 자랑스러워 해도 좋아."
"아아, 갤러한! 가면 풀려요!"
그렇게 말하며 갤러한을 떨치면서도 칼린은 마음속에 찝찝함이 있었다. 마을은 완전히 낫지 않았으니까.
"고하지방에 들렀었나요??"
"왕도에서 필립스라는 남자를 못봤나요?"
"도마의 영주는 정말로 자살했나?"
"담배도 팔고있나?"
한명씩 모여서 질문하는 마을 주민들에게 보부상은 하나씩 대답해 주고 있었다.
"씹는 담배도 판다고?"
그런 소리를 듣고 갤러한은 몸을 인파 속으로 던졌다. 칼린은 외부인에게 묻고 싶은 것이 생겨서, 근처에 앉아 인파가 줄어들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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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시간정도 후에야 보부상은 자신의 마차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워 졌다. 그제서야 칼린과 아스타, 소니아는 마차에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칼린의 인사에, 보부상은 마차를 멈추고 말했다.
"아, 미안하지만 슬슬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사고 싶은 게 있다면 내일 다시 와 줄 수 있을까?"
"아, 아뇨.. 딱히 그런거는 아닌데.."
칼린이 머뭇거리자 아스타가 보부상에게 다가갔다.
"야, 방금 전까지 다른놈들한테는 팔아놓고서, 기다려주니까 못판다 이거냐?"
"진정해요, 아스타씨. 애초에 뭐 사러 온 것도 아니잖아요."
"? 난 술사러 온건데."
소니아는 그 말에 한번 한숨쉬고 아스타를 옆으로 조금 밀어냈다.
"죄송합니다. 그냥 간단한 질문인데, 어디서 오신 분이시죠?"
소니아의 질문에 보부상은 자신의 주민권을 꺼내며 말했다.
"도마에서 내려왔어요. 영주가 자살해서 혼란스럽더군요. 반쯤 도망치듯이 나왔어요.잠깐 지나는 길로 온거라서 금방 떠날 거예요. 군인 맞으시죠?"
소니아는 무슨소리냐고 하려다가 자신의 가슴께에 달린 브로치를 떠올리고 조금 웃었다.
"아, 네. 뭐, 구호병력같은 걸로 참여한 거긴 한데.."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그..소속하신 상회가 어떻게 되시죠? 클래프 상회나 오로아나 상회라면 할인도 가능하고 어음도 사용 가능하다고 해서.."
"아, 저는 다임 상회소속이에요...."
그 말에 소니아는 한번에 풀이 죽었다. 그리고 힘없이 감사인사를 전하고 아스타를 잡고 돌아갔다.
"야! 술 안파냐고, 씻팔!"
아스타는 그렇게 성질을 부리면서도 꽤 얌전히 소니아를 따라 갔다. 아마 핀과 만나서 술집에 갈 것이다. 오늘의 감시 담당은 소니아니까.
"거기 계신분도 질문때문에?"
혼자 남아있는 칼린에게 보부상이 그렇게 묻자, 칼린은 고개를 들며 답했다.
"아, 네. 혹시 이 마을의 고아들을 조금 데려가 주실 수 있나 하고.."
그 말에 보부상은 크게 당황해 손까지 휘저으며 말했다.
"아이고! ㄷ, ㄷ, 다임 상회는 인신매매는 절대로 취급 안해요! 다른 분을 찾으시는 것이...!"
그러다가 주변을 둘러보고 나서 덧붙였다.
"하지만 그, 상회 이름 떼고 제 개인에게 묻는 거라면.. 매입은 못하지만 좋은 판매처는 알거든요.."
칼린에게 고개를 숙여 그렇게 말하는 보부상에게서 떨어지며, 칼린은 강하게 부정했다.
"아뇨, 팔려는게 아니라! 왕도의 지원 정책으로 진행중인.."
"...아.."
칼린이 말하는 것은, 전쟁고아들에게 무료로 교육을 제공하는 정책이었다.
"..죄송하지만, 그것 때문에 데려가시라고 하는 거면 힘들겠네요. 기본적으로 그 정책은 마을안에 학교가 포함되어 있는 곳에서만 지원하거든요. 그리고 가족이나 친지중 하나는 군인이여야 신청가능해요."
"아.. 그런가요."
칼린은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였다.
"혹시 동물 피는 파나요?"
이윽고 그렇게 물어본 칼린은, 감사의 뜻을 밝히고 정보료와 비슷한 개념으로 그에게서 개의 피를 샀다. 성으로 들어가는 보부상을 바라보다가 반대편을 보니, 벌써 저 멀리에에 해가 걸쳐있었다. 칼린은 아직 해롤드 일행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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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루'는 아직까지 이상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감시한지 삼일밖에 되지 않았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서로 확인한 정보를 나눈 후, 소니아는 평소처럼 방에 들어가 요나에게 연락했다.
"보부상이 찾아왔다고?"
요나가 그렇게 물었다.
"네... 오늘 15시경에 마을에 들어왔어요."
요나는 지금 순간에, 라무르같은 마을에 보부상이 찾아오는 것이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어디에서 왔다고 했나?"
"도마에서 왔다고 하던데요?"
도마도 딱히 큰 곳은 아니다. 요나가 참전하기 전의 벨카정도의 규모를 가진 도시이다.
"도마는 왜 떠난거지?"
"영주가 자살해서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하던데요?"
요나는 이건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들은 것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상당히 바빴기에 관심이 없어 그런 것을 알아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소속상회는? 개인이 운영했었나?"
소니아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 내고 한풀 꺾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임상회출신이래요. 어음은 사용 못했네요, 결국."
다임상회면 에테롬의 상회이다. 이 시기에 에테롬 산하의 보부상이 스러져가는 마을에 찾아왔다. 과연 우연일까.
"소니아, 그자에게서 아무것도 사지 마라. 최대한 거리를 유지해. 단, 적대는 하지 마라. 그냥 있어도 없는 것처럼 행동해. 알겠나?"
"네? 네.."
요나는 그렇게 말하고 조금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그리고 그 보부상이 숨겨둔 괴물에 대해 절대로 모르게 해라. 그럼 이만."
연결이 끊어진 감각을 느낀 소니아는 오늘따라 요나가 조금 긴장한 것 같다고 느꼈다. 실제로도 그랬다. 요나는 소니아와의 연결이 끊기자 마자 바로 알레프에게 물었다.
"전화국은 몇시까지 열지?"
"10시부터 19시까지 엽니다. 지금은 조금 늦은 듯 하네요."
"내일 10시에 바로 왕도에 연락해라. 도마의 영주가 죽었는지 물어봐."
"알겠습니다."
요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근처의 무기 거치대에 다가갔다. 거기에는 칼린과 훈련했을 때 칼린이 사용했던 목검들이 걸쳐져 있었다. 칼린이 나가고 나서부터, 그 무기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칼린이 걱정되시나요?"
그 모습을 보며 알레프가 그렇게 묻자, 요나는 그 무기를 든채로 그녀의 집사를 바라보았다.
"전장은 처음 가보는 곳일 테니까 말이다. 조금은 걱정되는군."
"다칠까봐요?"
요나는 그 말에 자신이 들고있는 목검을 바라보다가 다시 자리에 걸쳤다.
"그건 걱정할 필요 없지."
당연하다는 듯 말하며, 그녀는 검에 패인 자국들을 쓸어 만졌다. 그녀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섞인 웃음이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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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상은 마을 뒷편 골목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에서 후드를 눌러쓰고 있는 남자가 다가왔다.
보부상이 미묘한 수신호를 보냈다. 후드를 뒤집어 쓴 남성은 귀찮다는 듯 후드를 벗어넘겼다. 라드였다.
"그거 굳이 필요한거야?"
불만스러운 말에 보부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라드는 한번 한숨을 내뱉고, 묘한 수신호로 답했다. 그가 손을 휘적이는 모습을 보던 보부상은 그제서야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얼굴을 바꿀 수 있는 마법도 있으니까 말이죠. 전부 확인해야 돼요."
"귀찮네~"
보부상은 빠르게 입고있는 겉옷의 안주머니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안에는 투명한 액체가 들어 있었다.
"이거야?"
"네. 돼지용 춘약 찾으신거 맞죠?"
"응, 맞아."
라드는 그걸 받고서 보부상에게 손을 흔들었다.
"고맙다구. 금방 떠나도록 해."
그런 말을 남기고 그는 다시 뒤돌았다.
"이 마을은 이제 다시는 외부인을 받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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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작업을 향해 부대원들이 출발할 때 였다. 라무르의 영주가 평소보다도 새하얘진 얼굴로 헐떡이며 달려왔다.
"정찰하러 간 부대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어!"
비명같은 목소리였다.
"구호를 나가 줄 수 있겠나! 어디로 갔는 지 위치도 알아! 제발..제발 우리 아들을 구해주게! 하나남은 나의 아들이야! 망나니지만 내 아들이다!"
주름으로 가득찬 그 얼굴은 소리를 지르고 있으니 녹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쉰듯한 목소리는 마음에 직접 닿아와서 더욱 끔찍하게 들려왔다.
"...그렇게 말하셔도.."
그러나, 소금부대원이 받은 주 임무는 마을 복구와 괴물 처리이다. 자치병력의 구제는 함부로 나가기 힘들었다. 마을 영주의 자치권을 낮추는 행위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지금 물어 볼게요."
소니아가 요나에게 연결을 걸었고, 금방 답장이 돌아왔다.
"아, 소니아. 무슨일이냐."
"그... 라무르의 영주님께서 자치병력의 구조요청을 부탁했는데 어쩌죠?"
"...어제 이후로 아직 안돌아 온건가?"
"네."
요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물었다.
"오늘 12시까지 대기하면서 그 때까지 돌아오지 않는 다면 움직여라. 모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단서를 찾아 하루 야영을 결정한 걸 수도 있으니까. 단, 구조작업이 될 경우 시간은 이틀만 사용하고. 구조 과정에서 마주치는 괴물들은 전부 죽이되, 시체는 마을에 넘겨라. 하나면 족해. 그리고 12시 전에 그들이 돌아온다면 본래 계획대로 내일 돌아와라."
요나의 말에 소니아가 라무르의 영주를 바라보았다. 그는 애처로울 정도로 떨고 있었다. 움츠러든 몸은 양 어깨가 정면에 맞닿을 듯 모여 있었다.
"..지금이 6시니까, 10시부터 수색작업을 나가는 것은 안되는 겁니까?"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소니아가 혼잣말을 하는 것을 보고 있던 라무르의 영주는 불안한 듯 이빨을 떨고 있다가, 결국 못참아내고 소니아에게 달려들어 소리치기 시작했다.
"요나경! 요나경!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제발 제 아들을 구해주십시오! 하나밖에 남지 않은 가족입니다! 지금,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소니아의 통신은 이어진 사람의 말만이 전달된다. 소니아는 자신에게 매달리고 있는 영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이라면 살릴 수도 있다고 제발 부탁한다고 합니다. 어떡합니까?"
계속해서 뭐라 소리치는 영주를 두고 가만히 무음에 집중하던 소니아는 요나의 한숨소리를 들었다.
"...어떻게든 그곳의 영주를 진정시켜라. 그게 첫 일이고,. 10시까지는 네놈들 업무에 충실해라. 10시까지도 안 올 경우, 부대 내에서 임의의 통솔자를 고르고 그 구역으로 찾아가라. 이상."
연락은 그걸로 끊어졌다. 소니아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부대원들과 자신에게 매달려 있는 영주에게 이 말을 어떻게 전할지 생각하느라 머리가 아팠다.
그러나 그들이 구조작업을 나서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다행히도 정찰부대원들은 8시경에 돌아왔다. 그러나 불행인건, 돌아온 인원은 절반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