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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화 〉기분나쁘고 위험한 (31/164)



〈 31화 〉기분나쁘고 위험한

"난 찬성."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진 것은 라드였다.


"살아있는 신종 괴물을 제출하면 보너스가 얼마나 추가될  같아? 분명 상당한 액수일거다. 이건 기회야."
그렇게 말하고서 그는 주변 부대원들을 바라 보았다.  시선을 받으며, 조금 못마땅한 듯 소니아와 아스타도 찬성표를 던졌다.

"저런 천박한 이유는 아니지만, 나도  제안은 찬성이다. 마리에게도 그게 좋을거야."
도르베도 그렇게 말했다. 갤러한은  반응에 라드를 노려보며 쏘아 붙이듯 말했다.


"어린애가 다치게 될 지도 몰라.. 진짜 보너스 때문에 그 위험을 감당하자는 거냐, 라드?"
"저 꼬맹이가 헛간을 다닌지는 벌써 6일정도 지난  아니었나? 어쩌면 괴물이 아닐수도 있어."
라드의 말에 갤러한이 다가가 말했다.


"모르는  하지마라. 저 괴물의 이빨은 잡식성 동물들의 것이야. 자연상태에서 뱀이 이빨을 가지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이거봐라? 갤러한이 지식에 자신이 있나보군. 네가 아는 게 세상의 전부인거냐?"
"지식이 아니라 상식이다. 저딴 생물은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해서도 안돼."
그는 그렇게 말하고서 등을 돌리고 다른 제안을 꺼냈다.

"마리에게  괴물을 지금 달라하고, 마리가 보지 않는 곳에서 죽인다. 그리고 우리는 시체를 가져간다. 이게 제일 이상적이다."
"하지만...우리가 떠나기 전에 덜컥 받아가 버리면 마리가 그..그걸 보여달라고 하지 않을까요?"
핀이 조심스럽게 그렇게 말하자, 륑게가 끼어들었다.

"진짜로 애 하나의 감정이 그렇게 중요하냐? 괴물을 그냥 두면 저 애가 죽을수도 있어. 난 그 괴물을 그 애가 모르는 곳에서 죽여버리면 충분히 배려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핀은 그 말에 칼린을 한번 바라보고, 륑게에게 말했다.

"하지만...하지만 저건 아직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어요.."
갤러한은 상당히 짜증이 났다. 모든게 잘 풀리고 있을 쯤에 이런 일이 생겼다. 아이를 좋아하는 갤러한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륑게에게 손을 들어주고 싶었다.  하나의 감정을 존중해 준다고 괴물을 살려두자는 것은 미친짓이었다.

"핀... 여기 부대에 들어오기 전에는 산림 안내원을 했다고 했지. 괴물을 대치해 본 적 있나?"
"아, 보통 미리 위치를 파악해서 피해서 가거나 해서 만나본 적은 없죠."
갤러한은 핀에게 숨이 닿을 거리까지 다가갔다.


"만나본 적이 없으니 그런 태평한 소리가 나오지. 괴물이 왜 괴물일것 같은데?"
"그건.."
조용해지는 핀을 두고서 갤러한은 뒤로 돌아 단검을 뽑았다. 륑게와 릴로가 뒤를 따랐다.


"잠깐만요."
괴물들을 죽이기 위해 가는 그들을 칼린이 불러 세웠다.

"제안이 하나 있어요. 들어 볼 수는 있잖아요?"
"...빨리 말 해봐."
"우리가 직접 감시할게요."
갤러한은  말에 자신의 단검을 다시 집어 넣고 칼린에게 다가왔다.


"'우리'..라니, 누가 어떻게 감시할라고."
"제 의견에 찬성표를 던져준 사람들, 마리. 여섯이서 저 괴물을 지켜보고 있을게요. 마리에게는 우리 없이 헛간에 들어가지 말라고 전해두고, 매일같이  괴물을 감시하러 가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보인다면 그 날 즉각적으로 처분할게요."
당황한 아스타와 소니아를 두고 칼린은 계속 말했다.


"살아있는 표본이면 가치가 몇배로 뛰어요. 매일마다 감시하면 문제도 생기지 않을 거예요. 맹세할게요.  괴물이 마리에게 생채기라도 낸다면 바로 제거하겠어요."
갤러한은 그 제안에 턱에 손을 갔다 대었다.

"..지금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또 누가 있지?"
"여기 있는 부대원이 전부예요."
잠깐 생각하던 갤러한은 결정을 내렸다.

"네가 말한 방법으로 간다. 마리에게는 부대원의 동행이 없으면 그 괴물을  만날 거라고 하고, 앞으로 매일마다 두번씩, 작업을 가기 전과 후로 괴물의 감시를 맡아라. 너랑, 소니아랑 아스타랑 도르베랑 라드-."
"나도 참가한다."
끼어든 것은 이리하였다.

"...이리하. 이렇게 일곱명이서 헛간을 다녀라. 단 매일 우르르 몰려다니지는 말고, 작업 전에 갈 때에는 이인조로, 작업 후에 갈 때에는 마리를 포함한 삼인조를 짜서 돌아가며 감시하는 걸로. 라드, 넌 나랑만 간다."
어깨를 으쓱하는 라드를 확인하고 갤러한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 사실이 자치병력들에게 알려지면 기껏 쌓아온 좋은 관계가 무너질 수도 있어. 이 회수 작전은 초기 계획처럼 우리끼리만의 비밀 작전으로 진행한다. 다들 이해했지?"
"턱수염이나 기르는 칠칠맞은 놈이 무슨 리더행색을 하고 있는거냐."
도르베의 말에 갤러한이 고개를 돌렸다.


"다른 의견 있어?"
"아니, 생각보다 좋은 지시여서 놀랐을 뿐이다."
갤러한은  말에 표정을 조금 풀었다. 그리고 작게 웃은  칼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럼 맡기지.  해보라고."
그렇게 말하고 칼린을 지나쳐가는 갤러한을 향해 칼린이 말했다.


"고마워요, 갤러한."
갤러한은 손을 한번 흔들어 주고 갈 길을 갔다.

"뭐, 감시까지 한다면 나라도 살려서 데려가는 쪽이  좋지.."
조금 성질부렸던 것이 부끄러워진 륑게는 고개를 숙이고 갤러한을 따라 갔다. 릴로도 얼굴에 한 가득 비웃음을 담고 그의 뒤를 따라갔다. 이제 현장에 남아있는 것은 핀을 제외하면, 괴물을 감시하는 것에 찬성한 사람들 뿐이었다.


"핀, 어떻게 하고 싶어요?"
칼린의 질문에 핀은 어물쩡댔다. 확실한 선택을 하기 힘든 문제였다.


"저는..저는 마리가 다치는 건 보고싶지 않아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핀은 입을 다물었다가 칼린의 시선에 다시 입을 열었다.


"어린 여자애가 괴물을 계속 돌보게 두는 건 분명 문제가 있어요. 갤러한씨 말이 맞아요. 괴물은 딱히 필요 의미가 없는, 인간에게 위험한 것이라 괴물이지요. 당장 죽이는 게 맞았을 지도 몰라요."
"그래서요?"
"...저도 이 작전에 찬성이에요. 어차피 죽일 괴물이라면, 마리가 가슴아프지 않을 방식으로 끝내고 싶어요.."
칼린은 핀의 손을 잡고, 반대손으로 그의 어깨를 한번  쳤다.

"그러면 한번 더 보러가죠."

#

일행들은 어두운 헛간으로 들어왔다. 칼린이 등불을 들고 앞장섰다.


"저기 있는 것이 그 괴물인가요?"
입구에서부터 핀이 말했다.

"어떻게 생겼는데요?"
"...뱀? 지렁이? 같이 생겼는데.. 그냥 짚더미 위에 가만히 똬리같은  틀고 있네요."
칼린은 새삼스레 핀의 색적능력에 감탄했다.

"맞아요. 그거예요."
"아, 네.. 저건 일단 확실한 괴물이에요. 몸 안에 마관이 있어요."
그 말에 라드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이건 갤러한에게 사과해야겠군."

그들은 그 괴물이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 그 괴물은 도망치지도 경계하지도 않고 있었다.


"맙소사, 끔찍하게도 생겼군."
도르베는 얼굴을 조금 찡그리며 그렇게 말했다.

"마리가 정말로 저걸 귀엽다고 했어?"
소니아는 조금 걱정된다는 듯한 표정으로  괴물을 뜯어보고 있었다. 칼린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 공격성이 없는  같군. 이렇게 여럿이 다가가도 가만히 있잖아?"
라드는 손을 뻗어  괴물의 더듬이를 만져 보았다. 손이 닿은 쪽의 더듬이가 톡,하고 꺼져들어가듯 안쪽으로 말렸다.

"뭐, 얌전히 있으니까 조금 귀여워 보이기는 하네."
아스타는  모습을 보며 던지듯 그렇게 말했다. 도르베와 소니아는 말도 안된다는 듯 그녀를 돌아보았다.


"뭐, 시발."
"아니.. 취향까지 그 꼬라지인거냐, 구제할길이 없다... 그런 생각을 조금 했다."
"많이 심심한가봐? 눈나가 놀아줘??"
또 싸우려고 하는 그들을 중재하고 칼린이 말했다.

"그러면.. 우리가 지금 마리를 제외하면 총원이... 7명이죠. 라드는 갤러한하고 짝일 테니까 2명씩 3조로 나뉘어서 활동하면 딱이겠어요. 하루에 한번 조를 바꾸고, 저녁마다 서로에게 보고하는 시간을 가지는 걸로. 조는 어떻게-"
"난 너랑 같은 조로 할래."


이리하가 말을 끊고 먼저 말했다.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도르베는 당황했다.

"잠깐, 그렇게 정하는 거냐?"
"방법이 어찌됐건, 난 칼린이랑 같은 조로 하겠어."
이리하가 은발을 흔들며 그렇게 말했다. 도르베는 칼린과 같은 조로 어울려 다닐 것을 내심 기대중이었다. 그렇다고 저렇게 같은 조가 되겠다며 되도 않는 생떼를 부리고 있는 이리하와 같은 수준은 되고 싶지 않았다.


"쳇, 뭐. 알아서 해라. 조원은 누구랑 다니든  상관 없으니까."
 말이 끝나자, 소니아가 말했다.

"아, 그러면  핀이랑 같은 조로 할게."
그리고 그녀는 핀을 잡고 속삭였다.

"나 아직 도르베가 좀 어색해.."
"아하..."
핀은 그 말에 웃으며 답장했다. 남은 둘은 도르베와 아스타였다.

"...잠깐. 누구랑 다니든 별 상관 없다고는 했다만-"
"그러면 조원도 정해졌으니 내일 아침부터 바로 진행할게요. 1번이 우리조, 2번이 아스타씨와 도르베씨의 조, 3번이 핀씨와 소니아씨의 조예요. 자, 마리에게도 이 말을 전해줘야 되니까 빨리 나가죠."
등불을 들고 앞으로 나선 칼린은 도르베와 아스타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 참에 두분도 좀  친해지면 좋잖아요?"
망연자실한 도르베의 어깨에 아스타가 손을 걸쳤다.


"잘부탁해, 범생이."
도르베는 지금이라도 반대파로 빠지고 싶어졌다.

#

"-, 그래서 네 친구를 우리가 돌아갈  데려가야 돼. 괜찮을까?"
칼린이 마리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마리는 조금 우물쭈물 대다가 질문했다.

"정말 여기서는 훌루에 병이 못 낫는거야?"
칼린은 그 질문에 즉답했다.

"응. 훌루는 도시에서 치료를 받아야 살 수 있어. 만약 훌루가 여기에 머문다면, 1개월도 살지 못할거야."
마리는 우울한 듯 고개를 떨궜다가 밝게 웃었다.


"칼린언니는 훌루를 아껴줄꺼지?"
칼린은 그 말에 대답이 조금 꺼려져서 잠시 한눈을 팔다가 마음을 굳게 먹고 대답했다.


"당연하지! 마리라고 생각하고 키워줄 거야. 훌루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뱀이니까!"
"헤헤! 알아봐주는 구나!"
신이난 마리를 보면서, 칼린은 자신이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순간정도는 침통함이 얼굴에 드러났으리라.

#


라드는 방에서 자신의 죽통을 꺼냈다. 그리고 비어있던 죽통에 어느샌가 들어온 흰 종이를 꺼내 펼쳐 보았다.

"나 참, 걱정이 너무 많으시네."
그렇게 혼잣말한 라드는  종이의 뒷면에 펜을 댔다.


'보부상 한명을 파견요청함, 이 마을에 들른 사유로는 옆 도시의 영주의 자살로 인한 혼란을 피해 도망쳐 나온 걸로.'
그는 이 소식을 자치병력중 한명에게 들은 것이다.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마을 사람들에게 지금 그걸 확인할 수단은 없었으니까. 거기까지 쓴 그는 잠깐 고민하다가 덧붙여 썼다.

'돼지 발정제를  챙겨올 것.'
그렇게 쓴 종이를 다시 말고 죽통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자그마하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


다음날 아침. 평소와 같은 작업이 시작되었다. 3명이 더 들어왔고, 여느때와 같은 성공적인 진척도였다. 일은 점심때 쯤에 벌어졌다.


"근원지를 찾았다!"
그렇게 소리지르면서 오고 있는 것은 해롤드와 그의 정찰대였다. 해롤드의 손에는  크게 늘어져 있는 보자기도 하나 있었다. 정찰대원들이 하나씩 챙겨온 것 같았다.

"그건 뭐예요?"
복구작업을 하던 남자 하나가 뛰어가 질문하자, 해롤드는 그 보자기를 풀었다. 안에는 꽤 큰 알이 있었다. 작업 현장에서 서리를 해가는 고아들도 어느순간  자리에 모여 있었다.

"'근원지'에서 찾았다. 괴물놈들의 알이야. 많이도 깔려 있더군."
그는 말에서 내리며 조심스럽게 그 알을 바닥에 내려 놓았다.


"들어봐."
그렇게 말하고, 그는 알에 귀를 댔다. 구경을 나온 남자는  모습을 보고 다리를 굽혀 그 알에 귀를 대보았다.

"지..진짜로 뽀그르르소리가 나네요. 어디서 다 찾았습니까?"
"서쪽  안쪽으로 진을 쳐놨더군. 샘 근처에 알이 엄청나게 깔려 있었어. 거기에서 한마리씩 부화하면서 여기저기 퍼지는 과정에서 마을에도 들어온 것 같더군."
모두가 그 알을 구경하기 위해 모였다. 고아들은 겁없이 알에 다가가 두들겨 보기도 하고, 쓰다듬어 보기도 했다.

이윽고 그를 따라서 해롤드의 뒤에 있던 모든 병력들이 알을 하나씩 내려 놓았다. 전부 모아보니 40개였다.

"전부다 가져오지는 못했다.  말은, 알이 정말 사정없이 많았거든. 앞으로 몇번씩 왕복하면서 가져올 거다."
칼린도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어쩐지 조금씩 불안함이 느껴졌다.

"알은 어떻게 처리할거예요?"
고아 하나가 그렇게 물었다. 해롤드는 그 고아를 조금 쓰다듬었다.

"간단하지, 꼬마야. 처리는 간단해."
그렇게 말하고 해롤드는 알의 근처로 다가갔다. 칼린은 자신의 예상이 빗나가기를 빌고 있었다.


그리고 해롤드는, 다리를 높게 들어올려, 알을 내리 찍었다.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작은 삐익 소리도 들렸다. 다시 들어올린 그의 다리에는 끈적한 액체가 묻어 점액질이 달려 나왔다. 투명하면서 노락색과 빨간색이 섞여있는 색이었다.

"맙소사!"
너무 자극적이었다. 평화를 다시 찾아가고 있던 마을에서 보여서는 안될 광경이다. 그리고 구경하는 사람들 중에는 어린이들도 있었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2차적인 충돌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칼린은 그를 말리려 했다. 그러나 갤러한이 칼린을 잡았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칼린!"
"광기가  전염될 꺼에요!"
갤러한은 그 광경을 보고서, 칼린에게 고개를 돌리라고 했다.

마을의 주민들이  부서진 알에 모여 짓밟고 있었다. 욕을하고, 침을 뱉고 있었다. 고아들은 그 위에서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누군가는 흥분했고, 누군가는 즐겼다. 축제같은 광경이었지만, 동시에 악몽같았다.


"칼린, 저들은 분명히 네가 다시 살려줬던 사람들이야. 과거를 떨쳐내거나 미래를 바라보기 시작한, 네가 구원했던 사람들이야."
충격을 먹은 듯한 칼린을 바라보며 갤러한이 유감이라는 듯 씹는 담배를 꺼냈다.


"근데 그래도.. 한번 고장난 정신은 고칠 수 있는 게 아니야. 부디 저 정도 장면까지는 이해해줬으면 좋겠군."
해롤드는 칼린을 발견하고 여기저기에 점액이 덧칠된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어-이! 너네도 같이 하자구! 이것도 마을 복구의 일환이야!"
그의 표정은 밝았다.  참상속에서 그는 전과 같은 광기로 가득찬 웃음이 아닌, 일반인의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칼린은 조용히 손을 좌우로 흔들어 거절했다. 해롤드는 약간 아쉬운 표정으로 다른 부대원들에게 도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허락이 떨어지자 곧바로 뛰어드는 륑게, 릴로, 아스타를 보면서 칼린은 갤러한에게 말했다.


"...갤러한, 훌루를 들켜서는 안돼요."
"그 괴물? 말했잖아."
칼린은 그 장면을 보며 그 사실을 되새겼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광기는 평범함과 극점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가끔 그 둘은 동시에 존재한다.


#


한동안 그렇게 알들을 부수고, 그 안에 있는 것을 찢거나 하며 놀던 사람들은 이 날을 기념하며 일을 일찍 끝마쳤다. 이제 그곳에 남은 것은, 알껍질이나 그 시체들을 가지고 뛰어놀고 다니는 고아들뿐이었다.

해롤드는 소금부대원들을 세워두고 성문 앞에 서있었다. 여기저기 묻어있는 점액질을 털어내던 그는 결국 자신의 상의를 완전히 벗어 던졌다.


"오늘 처음으로 괴물의 근원지를 찾았으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고 마을을 둘러 보았다.

"복구작업도 끝나가고. 알도 이렇게나 많이 치웠어. 다른 구역들도 더 찾아보겠지만, 뭐, 이제 확인할 구역도 3곳정도밖에 안남았어. 전부 너희들이 노력해 준 덕분이겠지."
그는 많이 바뀌었다. 칼린도 분명 알지만, 방금 전에 보았던 그 장면이 뇌리에서 떠나지가 않았다.

"알이 있다는 건 그만한 알들을 낳고 있는 모체가있다는 거잖아. 우린 이제 그걸 찾아다닐 거야. 그리고 알 사이즈가 이만하다면, 그 모체 사이즈는 분명 어마어마 하겠지. 지 새끼들처럼 땅을 파고 다닐거고. 사냥이 까다로울 거야."
그리고 분명 그 모체는 끔찍할 정도로 흥분해 있을 것이다. 자신의 새끼들을 나오는 족족 죽이고 알들을 가져가 터트려 버렸으니까. 칼린은 혼자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의 자치병력 전체가 사냥을 가기로 했어. 내일부터 그 모체를 찾아 죽일 때 까지 우리는 전원 정찰을 나설거야. 그 동안, 부탁할게 있다."
해롤드는 모두를 바라보고 고개를 숙였다.

"우리가 없는 동안 현장에 나오는 괴물의 처리를 맡길게. 이렇게 부탁하지. 이제 복구작업 자체는 자원자들로만 해도 충분할테니까."
그리고 그는 고개를 다시 들어 올리고, 등을 돌려 성으로 돌아갔다. 칼린은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히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그래서 칼린도 급하게 성으로 들어가 몸을 씻어냈다. 마치 묻지도 않은 점막을 닦아내듯 평소보다 강하게 닦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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