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화 〉전후(戰後)복구부대 (21/164)



〈 21화 〉전후(戰後)복구부대

아라드 베일 반 도르베는 몰락귀족이다. 그가 아직 어렸을 적 그의 아버지가 한 실수 때문이었다.


"도르베, 네가 가문을 살릴 희망이다."
그 때무터 도르베는  소리를 들으며 자라왔다. 물론,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말의 전달법은 바뀌고는 했다.


"왜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는거냐, 도르베! 왜냐!"
상냥한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도르베는 제대로 화조차 낼  없었다. 아버지에게 순종하며 갖가지 잡일을 하고는 했지만, 귀족이 자신의 자리를 찾는 일이 쉬울리가 없다. 뭔가의 기회가 필요했다. 그리고 전쟁이 터졌었다.

도르베는 아버지에게 넘기지 않고 모아두었던 돈을 끌어 모아 자신의 장비를 샀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가 술에 취해 잠들었을 때 집을 도망쳐 나왔다. 그의 실력은 나쁘지 않았고, 다방면으로 유능한 모습을 보여 몰락한 귀족임에도 시작부터 분대장을 맡을  있었다.


그의 분대는 험난한 훈련을 끝마치고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되었다. 빅센마르크의 천연요새, 눈이 쌓인 숲에서 적을 교란하기 위한 선발대로서의 작전이었다. 도르베는 동료들과 함께라면 이 임무가 실패할리 없다고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그들의 동료들은 전부 뛰어난 자들이었고, 그 지옥같은 훈련을 모두 끝마친 전우들인 것이다.

그 전우들이 전부 살해 당하는데에는 이주일이 걸렸다. 백색의 지옥에서 제대로 된 저항조차 못하던 그의 분대는 한명이 시야에서 사라지면 약 30분 후에 근처에서 시체로 찾게 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쌓인 눈은 소리조차 흡수한다. 방한을 위한 털 모자 위에 헬멧까지 쓴다면, 대부분의 대화는 독순술로 이뤄진다. 물론 그마저도 방한용 스카프에 가려지게 되어 있어서, 결국 난전이 벌어지면 최대한 크게 소리치는 수 밖에는 없었다.


 안에서 굳건한 동료들은 하나씩 미쳐갔다. 팀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던 동료가 어느날 죽은 동료들로 농담섞은 동요를 불렀었다. 그 누구도 거기에 반응해 주지 못했었고, 다음날  동료는 도르베의 침낭 위 나무에 목을 매달고 죽어있었다. 살아 있는 모든 동료들의 입가에는 그의 짓뭉개진 손가락에서 나온 피로 웃음이 그려져 있었다.


14명이었던 분대가 3명이 되었을 때, 도르베는 그제서야 작전 포기를 선언했다. 그들은 세갈래로 찢어져 도망쳤고 애석하게도 도르베가 가장 먼저 잡혔다.

당시 도르베는 16살이었다.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죽고싶지 않았다. 이런 설원에서 죽기 위해 살아온 것이 아니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으나 곧 포박당해 무릎을 꿇게 되었다.

빅센마르크의 병사들은 자신들의 언어로 이말 저말을 나누며 도르베를 비웃고 있었다. 그들은 구덩이를 파고 있었다. 도르베가 들어갈 곳이었다. 도르베는 살기 위해서 어색한 발음으로 빅센마르크의 국가를 불러보기도 하고, 그들 나라의 책 이름을 무작위로 뱉어 보기도 했다.


흘러나오는 눈물이 눈썹을 얼게 만들어서 눈을 감고 뜨는 것이 힘들었다. 과호흡때문에 폐가 얼어붙는 듯 했다. 꿇고 있는 무릎이 젖어들어가고 있었다. 쌓인  때문은 아니었다.


그 병사들은 바지를 적시고 있는 도르베를 보며 즐겁다는 듯 웃어 젖혔다. 도르베도 같이 웃었다. 어떻게든 살 길을 찾은 것 같아 그저 웃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병사가 그에게 와서 머리를 잡고 윌레인의 언어로 물었다.

"어이, 정신차려봐. 가만 있어봐."
그는 그렇게 말하고 그의 옷 안에 있는 군번줄을 꺼냈다.


"음..도르베 꼬마! 살고 싶어 보이는데, 내말 맞나?"
도르베가 목이 떨어져 나갈듯 흔들자 병사가 웃으며 말했다.

"좋아, 살려줄수도 있어. 우리 빅센마르크인은 너네 윌레인 사기꾼놈들하고 달라서 약속은 지키지. 대신에 부탁을 좀 들어줘야 겠어. 어때?"
"뭐..뭐든지 하겠습니다!"
큰소리로 나온 그 말은 빅센마르크어였다. 그들은 즐겁다는 듯 웃어댔다.

"너네 부대 시체들을 모아두고 있는 데 말이야, 정찰대는 14명이라 했는데 시체는 11개 찾았거든.. 너를 빼면 두개가 부족해. 그 두명이 사용하는 마법과 도망친 방향을 말해주면, 우리가 너를  숲 밖으로 안내해 주고 사라지도록 하지. 어때?"
그 말에, 도르베는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이 흰색의 지옥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라면 영혼조차  수 있었다. 그의 승리를 자부하는 분대원을 파는 것쯤은 일조차 아니었다.


모든 것을 들은 그 병사들은 만족스럽게 웃고 도르베의 얼굴에 천을 덮어 씌웠다. 그상태로 잠시 끌려다니던 도르베가 어느순간 그 천을 벗겼을 때, 그는 이미  백색지옥을 나와 있었다.


분대원에게 생존소식은 없었다. 도르베는 그 곳의 유일한 생존자로서 자신이 보고 느낀 것들을 전부 전달했다. 물론 동료를 팔았다는 것은 비밀로. 그리고 그는 받은 보상금을 들고 전장을 떠나 떠돌이가 되었다.

푸른빛을 띄는 눈과 머리색은 그에게 낙인같은 것이었다. 모두가 선발대의 생존자인 그를 알고 있었으며, 떠돌이인 그의 별명은 '겁쟁이'도르베로 굳혀졌다.


그런 그가 왕도의 술집으로 간 것은 단순히 의뢰 하나 때문이었다. 남편의 외도 조사라는 지극히 '겁쟁이 도르베'스러운 일이었다. 추적 대상이 다른 여성과 테이블에 앉은 장면을 다른 각도에서 보기 위해 벽보에 기댔을 때 였다.


거기에 그의 흥미를 끄는 글이 있었다.


부대원 구함. 위험한 여행, 많은 봉급, 끔찍한 작업들, 항시적인 위험, 안전복귀 장담 못함, 단 성공만 하면 명예를 얻고, 자신을 뛰어넘을 수 있음

다른 모든 문구보다 눈에 띄었던 것은, 자신을 뛰어넘는 다는 문구였다. 그는 멍하니 그걸 바라보다가 자신이 일하는 중임을 기억하고 다시 눈을 돌렸다. 그러다가 자신이 뭐하고 있었던 건지 모르게 되어 버렸다.


총원 10명을 뽑는 작은 부대이다. 언제까지 기회가 있을 지 모른다. 힘든 일이 되겠지만, 자신에게 환멸하는 아침은 그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도르베는 술집을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집까지  걸음으로 달려가 주민증을 꺼내 왔다.

#

"그래서..."
 곱슬머리가 늘어져 미역같았다. 눈은 죽어있었고, 목까지 올라와 있는 하이넥 코트는 그를 더 알수 없는 사람처럼 보이게 했다. 목소리는 사막의 바람소리같이 황량했다. 기침하면 모래도 나올  했다.


"저더러 그 부대에 들어가라구요?"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것은 에테롬이었다. 그들 사이에는 지페다발  뭉치가 있다.

"손해보는 일은 아닌  같은데요?"
에테롬이 웃으며 말한다. 그런 그에 비해 그의 사병들은 겁에 질려 과도한 경계를 하는 중이었다. 지금 그가 마주하고 있는 자는 떠돌이이면서 왕도 상인의 청부업자이기도 한 '독뱀 라드'였다.

"부대에 있으면 거기에서 받는 돈도 있을 거고, 저도 정기적으로 돈을 보낼 겁니다. 지금 이 돈은 그냥 선금이에요."
라드는 그 돈을 보고 살짝 웃었다. 에테롬의 사병들은 웃음조차 불길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전차'의 부대에, 그것도 전후복구부대에 참가를 부탁하면서 1뭉치(지폐 100장 묶음)라니, 흠..."
느리게 그 돈을 자신 쪽으로 끌고 간 라드는 그 뭉치를 톡톡 건드리며 그렇게 말했다.


"뭐, 말했다시피 그건 선금입니다. 일을 받으시고 부대에 가입을 실패하시더라도 그 돈은 라드님의 것이 됩니다. 그리고 보수는 매달 3000생텀이 계좌로 들어가실 겁니다."
에테롬이 그렇게 말하며 계약서를 내밀었다. 라드는 그 계약서를 끌고와서 조금 읽어보고 물었다.

"그 부대에서 열심히 살라고 돈쥐어주는 건 아니실텐데, 추가적인 부탁이 있으신가요?"
"역시 라드님! 이야기가 빨라지겠군요."
에테롬이 허리를 숙이고 말했다.

"그 부대 안에서 음... 약간의 실수와 교란같은 걸  수 있으면 좋겠지요. 무슨 말인지 아시리라 믿습니다."
"아.. 그렇군."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에테롬에게, 라드는 계약서를 내밀었다. 계약서는 다시 테이블 중앙에 위치하게 되었다.


"? 의뢰를 안받으신다는 건가요?"
의문을 품는 에테롬에게 라드가 양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럴리가. 그저 도장을 들고 나오지 않아서 그랬소."
"그렇다면..."
혈서나 싸인이면 충분하다고 말을 이으려 할 때였다. 라드의 오른 팔 소매에서 올가미가 마치 뱀처럼 올라와, 그의 오른쪽 뒷편에 있던 에테롬의 사병의 목을 감았다. 그는 의자를 뒤로 빼며 그대로 그 사병을 계약서가 있는 테이블에 내리 꽂아 버렸다. 테이블이 부서지며, 그 사병의 아래에 피로 젖은 계약서가 만신창이로 구겨졌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다들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사병들도 감히 그의 앞에서 검을 뽑을 수 없었다. 돈으로 고용된 사병이란 그런 것이다. 목숨을 걸지는 않는 것이다.


"이런... 혈서로 대신하려고 했더니... 피가 너무 많이 흘러 종이가 망가졌네요, 에테롬씨."
전혀 바뀌지 않은 모래바람같은 목소리로 그가 입을 열었다.

"계약서를 다시 쓰셔야 겠는걸요..? 부서진 테이블도 변상해드리고 싶은데,  액수좀 꾹꾹 눌러담아서 써주시면 도움이 되겠네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입가에서 불길함을 흘려내듯 웃었다.

#

"부대 개설까지 이주일밖에 안남았는데 아직도 인원이 부족해."
갤러한이 그렇게 말하자, 다들 한마디씩 꺼냈다.


"아, 너가 우리 몫까지 좆까고 집어넣은 그 부대말하는 거야? 10명중 칼린을 포함해서 벌써 5명이 찼는데, 왜 아직도 지원자가 없지? 흠... 이상하다, 이상해! 소니아, 왜인것 같아?"
"음...내 생각에 좆나 힘들고 고된 일이라 그런것 같아! 릴로는 어떻게 생각해?"
"숙취때문에 죽을 것 같아.."
륑게와 소니아가 갤러한을 쳐다보며 압박하자, 갤러한이 웃으며 말했다.


"야, 진짜 좋은 건수라니까? 어차피 전쟁 후에 떠돌이들한테 가장 돈이 많이 되는 게 뭐냐? 전쟁터 관련일이잖아! 그거 중간거래자 없이 직접하면 마진이 음청 생길텐데, 륑게는 몰라도 소니아 너는 내편 들어야 되는 거 아니냐?"
소니아는 머리를 감싸며 말했다.

"첫번째, 마진은 거기에 쓸 단어가 아닌  같다. 두번째, 나라도 돈준다고 똥통은 안들어가,  씨발새끼야!"
"하수도는 들어갔었으면서."
그렇게 말하며 웃는 륑게에게 소니아가 사과를 집어 던졌다.


"저기... 대화내용이 들려서 그러는데..."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술집에는 어울리지 않는, 마치 교수같은 목소리였다. 숙취때문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릴로를 제외한 셋이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혹시.. 지금 말하시고 계시는 부대가 요나님이 이끌고 계시는 전후 복구부대 말씀하시는 건가요?"
말을 하고 있는 것은, 170정도  보이는 키에 유순해 보이는 남성이었다. 전신을 덮는 로브를 입고 있었지만 벌어진 어깨는 그 너머로도 드러나 보였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그는 지팡이를 쥐고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런...데요?"
어색하지만 어떻게든 나온 소니아의 대답에 그는 해맑게 웃으며 자신의 주머니를 뒤지면서 말했다.

"아직 자리가 남아있었구나! 분명 사람이 넘쳐서 시험이라도 보게 될 줄 알았어요! 반갑습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자신의 등록증을 꺼내 갤러한일행쪽에 건내 주었다.

"핀이라고 해요. 반갑습니다. 부대에 지원하고 싶은데 어디서 신청하면 될까요?"
그 말에 간신히 머리를 들어올려 상황을 구경하고 있던 릴로까지 포함해서 잠깐 정적이 흐르다가, 다같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이, 형씨! 다른 일을 찾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뭐랄까, 내가 보기에는, 형씨한테 이일은 안맞을  같아. '앞길이 안보일 것 같은'일이거든."
륑게가 그렇게 말하자 일행들이 다같이 웃었다. 서로 신나 하이파이브를 하며 웃고 있는 일행들을 두고, 핀이 자신의 지팡이를 한  튕겼다.

"음... 제식 검 하나에 단도를 같이 쓰시고 계신 180?정도 되는 남성분은 흉갑을 바꾸실 필요가 있겠어요. 그건 더 이상 갑옷으로 쓰는 의미가 없겠네요. 충격 흡수 기능도 다 떨어졌고, 스트랩도 곧 끊어질 거예요. 그리고 숙취를 앓고 계시는 여성분은 지금 당장 한 번 토하고 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말에 갤러한과 릴로는 웃음을 멈췄다. 소니아와 륑게는 계속 웃고 있었다.


"능력 좋구만! 그걸로 영주를 '찾아' 가 '보면' 되겠어! 아하하!"
소니아가 그렇게 말하고 웃으며 갤러한의 등을 치자, 그의 흉갑의 스트랩이 끊어지며 땅으로 떨어졌다. 소니아와 륑게도 그걸 보고 웃음을 멈췄다.

마침내 다시 정적이 찾아온 그들의 자리에 핀은 자연스럽게 합석했다. 그리고 토하기 위해 뛰어 나간 릴로의 잔을 받아 들며 말했다.


"괜찮아요. 한번 '보여'드리기 전까지는 어디로 가든 전부 비슷한 반응이에요."
그리고 한번 웃어 보이고서, 그 잔을 한번에 들이 마셨다.


#

"이런 검은 어떨까?"
그런 말을 하며 요나가 가져온 것은 검날이 휘어있는 양손 검이었다.  끝이 휘영청하게 올라가 있는 것이 다루기 어려워 보였다.


"남은 기간 동안 다루기에는 무리가 있을  같은데요, 다른 검과는 사용법이 다를 것 같이 생기기도 했고.."
칼린의 말은 타당했다. 요나는 그 검을 내려놓고 무기들을 천천히 바라 보다가, 하나를 들어 올렸다.

"이게 최선의 선택이 될 것 같구나."
그녀가 들어 올린것은, 길고 얇은 도신에 외날을 가지고 있는 장검이었다. 검날의 길이도 길이지만 검의 손잡이 또한 길게 뻗어 있었다. 넓게 원형으로 퍼진 코등이는 검의 크기가 더욱 커보이게 만들었다.

"일단 간을 벌리며 싸운다면 이런 무기가 좋겠지. 반사신경이 뛰어난 네놈은 검을 피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정도로  검이라면 검을 피하며 새로운 사선을 만들어내는 리스크를 겪을 필요가 없지. 그 근밀도로 원하는 궤적에 몸을 굽히며 검을 세우고, 그걸 흘려내면서 여기, 가드(코등이)로 멈춰낸 뒤 반격하면 되는거다."
그 말을 듣고있던 칼린이 의문이 들어 질문했다.


"저는 초보라서 파고들어서 싸우게 될 일이 더 많을텐데, 초근거리에서 저런 장검은 오히려 독이 되는  아닌가요?"
그 말에 요나가 조금 웃으며 그 검 아래쪽에 있던 검을 꺼냈다.


"적이 근접거리에 들어  경우 과감하게 검을 버려라. 그리고  검을 쓰는거지."
그녀가 꺼낸 검은, 등부분에 이빨이 나있는 단검이었다. 이른바 소드브레이커라고 구분되는 류였다.


"단검은 네놈의 게임이다. 근거리에서 네놈의 반사신경과 유연성을 이용해서 몰아붙이면, 어지간한 실력자가 아닌 이상 대처는 가능하겠지."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그 검 두가지를 칼린에게 건냈다. 칼린은 동시에 쓸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한손으로 장검을 들어 보았지만, 자유롭게 휘두르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고 판단했다.

"넌 마나량도 꽤 훌륭하다. 아마 마나를 순환시키는 법을 배우면 네가 방금 하려한 양손으로 휘두르는 것도 가능은 하겠지. 뭐, 효율적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네가 마법을 사용한다면 그에 맞춘 검술을  사용할 수도 있을텐데.."
아쉽다는 듯 그렇게 말하고 요나는 검을 집어 들었다.

"어쩔  없나. 뭐, 일단 연습이다. 들어와라, 칼린."

#


강도높은 훈련을 계속 받은 칼린은 방에 들어가 바로 누웠다. 몸이 지치지는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지쳤다. 그래도 기분은 상당히 좋은 상태였다. 그는 누워서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먼저 전후 복구부대에 들어갈 것이다. 그 전까지 최소한의 실력을 키워둬야 한다. 적어도 요나의 추천인으로서 부끄럽지는 않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

벨카가 안정화되고 철도가 깔리고 나면, 그 때부터는 어떻게 일이 풀릴지 예상이 가지 않았다. 언젠가는 자신이 살던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 요나는 그런 수단에 대해서는 들어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주민증까지 생긴 지금 그가 이제와서  세계의 의문점들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 여러곳을 돌아다니고 여러사람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배워보고, 스스로가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요나에게 확인받으면 된다. 생각해보면 칼린은 요나에게 너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칼린은 샤워실로 들어갔다. 샤워실을 나오자 침대 위에 요나가 앉아있었다. 아직은 맨정신으로 하기 조금 부끄럽지만, 칼린은 얼굴을 붉히며 요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대며 생각했다.


'언젠가는 홀로서서 이 모든 것을 갚을  있기를.'
부대의 개설까지 앞으로 이주일. 칼린의 성장  안정화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