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41화 - 포탈 공략 전초전
국방부 건물에 도착하자 안내인이 미리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국가비상사태라도 되는 듯 걸음을 옮길때 마다 무장한 군인들이 하나 둘씩 따라붙었다.
국방부 장관을 만나러 가는 길은 경비가 삼엄했다. 원래 이런건지 나 때문에 이렇게 된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처음 와보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곧 나무로 만든 문 앞에 도착을 하고 안내인이 노크를 하자 문이 열렸다.
그 곳에는 의외의 인물도 있었는데, 국가안보실장이 자리에 함께 있었다.
청와대에 있어야 할 양반이 왜 여깄나 싶었지만, 나를 청와대까지 부르기엔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 한 듯 하였다. 눈 앞에 있는 두 사람은 의전서열 13위와 21위의 티비에서나 보는 초특급 고위직이었다.
군 통수권자와 신설됐지만 그 이상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권력자를 보니 손바닥에 땀이 났다.
그리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 눈 앞의 두 사람을 초살 해버릴 수 있으며, 그걸 그들 또한 알고 있다는 사실이 두려워졌다. 각성자들에 대한 스탠스를 어떻게 취할지 아직은 모르기 때문이었다.
초능력자들을 시한폭탄 같은 존재로 규정하고 국가전복을 꾀하는게 가능한 위험분자로 본다면 포탈 공략이고 뭐고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우리를 척살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최초인 내 행보가 더더욱 중요한 무게감을 가지는 것이었다.
"반갑습니다. 피차간에 소개는 필요 없겠지요?"
"네, 모를래야 모를수가 없는 분들이시니 소개는 건너 뛰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요. 지금까지는 그대가 말한 대로 이루어졌는데, 그럼 이제 어떡하면 좋겠습니까?"
안보실장은 관찰자의 역할인건지 입을 열지 않았고 대화는 국방장관 혼자서만 했다.
"꿈속에서 하얀색 방을 마주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그들만이 푸른 구체 안으로 진입 할 수 있죠. 군인이나 전투요원들 중에서 그런 일을 겪고 있는 자들을 전부 투입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부로 하얀방에서 극악의 고통을 체험하는 사람들도 나올텐데, 그들은 저와 같습니다. 평범한 인간이 아니게 되어버리죠. 그들 또한 전부 찾아내어서 관리하에 두어야 합니다."
"그쪽은 이 모든것에 대한 정보를 예의 그 꿈에서 보았다는 거군요? 그게 이런 정보에 대해 유일하게 알고 있는 이유인거고?"
"네, 제가 최초이기 때문에 저에게 주어진 자격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믿을 수 밖에 없겠군요. 그럼 지금부터 상세한 계획을 짜보도록 하죠. 숨기는것 없이 아는 바를 전부 말해주세요. 그래야 국가차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이야기는 긍정적으로 진행됐다.
지금부터 적합자라고 부르기로 한 하얀방의 꿈을 꾸는 사람들을 빠르게 선별할 것이며, 단단히 무장시켜 나와 함께 포탈에 진입하기로 했다. 나는 포탈 진입시의 무게와 부피의 제한에 대해 이야기 했고, 적합자와 각성자의 차이점도 확실하게 되짚어 줬다. 앞으로 사용할 용어들을 통일 시켜서 혼란을 줄였다.
그리고 1차 선발대가 진입한 후 시간의 차이를 두고 계속해서 지원 인원들이 들어갈 것이며, 국가차원에서 최대한의 지원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또한 내가 군대를 지휘해본 경험은 없기에, 지휘권한을 줄 순 없지만 유일한 초인이자 현 사태에 대해 가장 많은걸 알고 있는 사람인 만큼, 충분한 발언권을 약속 받았다.
그리고 군인들과 함께 작전수행을 해야 하는 만큼, 전시계급으로 대위를 부여 받았다. 원래의 복이가 예비군 병장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여자의 몸인것은 성 정체성 때문에 얼굴이랑 가슴만 성형수술을 받은거고 아래는 남자라고 구라를 쳤다. 양심이 조금 찔렸다. 실제로 이런 사람들이 꽤 있다. 그들은 본래 사용하던 신분증을 그대로 사용한다. 법적으론 문제될 게 없지만 사회적 인식 때문에 취업도 안되고 아무것도 못한다.
포탈 공략 작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전국적으로 뉴스 보도가 퍼져 나가고, 포탈이 사람을 잡아먹었다며 불안에 떠는 사람들과 그 불안을 이용해서 사회에 혼란을 야기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공권력들이 치안유지에 때 아닌 몸살을 앓았다.
다행히 원작과는 다르게 벌써부터 사고를 치는 각성자는 없었다.
내가 이미 공개적으로 각성자에 대해 세상에 알렸기 때문인 듯 했다.
몸이 두개여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발품도 많이 팔고, 전화통에도 불이 났다.
나는 포탈내부의 환경들에 대해 아는 대로 설명을 하고, 그 정보를 토대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달려들어 생존과 전투에 대한 계획을 짜내었다. 전투물자와 보급품에 대한 회의가 여러번 오가고, 전투원으로 투입 될 인원들에 대한 안건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공식적으로 전시상황이 선포된 것도 아니니 아무리 군인이어도 무작정 사지로 들어가라는 명령을 내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신 없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공략에 대한 조율을 하고, 최소한의 생존교육과 전술 교육까지 받았다. 이틀이란 시간이 쏜살같이 흐르고 어느새 블루 포탈이 열린지 3일째 되는날이 다가왔다. 결전의 시간이었다. 더 이상 계획만 세우며 미루다간 레드포탈이 되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될 수도 있었다.
강원도에 최초 등장한 포탈 인근으로 수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관련 없는 민간인들은 철저히 통제했지만, 언론에는 공개를 하기로 하였기에 촬영을 온 방송국의 인원들만해도 어마어마했다.
사상초유의 사태에 온갖 외신에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기사가 빗발치듯 올라가고 실시간 보도로 모든 채널이 뉴스로 도배됐다.
전국민의 관심이 쏠리는건 물론이요, 전세계의 이목 조차 한국으로 집중됐다.
1차 선발대는 350명 이었다. 원작에서 조사대라는 명목하에 고작 스무명 남짓한 인원들이 전투원으로 고작 몇명의 군인들만 대동하고 들어갔던 것에 비하면 실로 감격스러운 결과였다.
포탈이 푸른색을 유지한다면 정확하게 하루 간격으로 후속 지원을 계속해서 하기로 했다.
세간의 관심이 모이는 만큼 장비들은 다 신형으로 지급되었는데, 워리어플랫폼 사업으로 개발된 신형 전투복과 장비들을 착용했다.
주 무장으로는 K2C1 소총을 장비했고, 수직손잡이와 주야간조준경이자 도트사이트인 PVS-11K을 부착했다. 5.56밀리미터 나토탄, 한국에선 K100탄 이라고 부르는 총알을 개인당 540발씩 휴대하도록 했다. 기능고장이 적은 3세대 탄알집에 45발씩 들어가는데 이 탄알집 12개를 가방과 온 몸에 주렁주렁 매달은 것이다. 실전에서 꺼내 사용하도록 매달아 둔 탄환이 저만큼 이라는거지, 챙겨가는 탄환은 훨씬 더 많다.
근접전을 고려해 미 해병대의 대검인 OKC-3S을 지급 받았다.
중량 0.51킬로그램, 전장 33센치미터에 칼날길이만 20센치미터인 칼 싸움을 위해 태어난 녀석이었다.
록웰경도 55가 나오는 고탄소강 칼날로 만들어져 굉장히 튼튼한 총검이었다.
4.2킬로그램 정도가 나가는 소총에 착검하고 찔러 넣는다면 무기 중량 5킬로그램의 강격을 때릴 수 있다.
10명을 한 분대로 소총수 8명에 K15경기관총과 KM187의 계량버전인 신형 81밀리미터 박격포를 한기씩 배치했다.
그리고 개인화기의 수준으로 처치가 어려운 적이 나타났을때를 대비해 대전차 미사일인 AT-1K Raybolt 일명 빛의화살, 현궁(晛弓)도 세 대 챙겼다. 미사일 값이 한발에 1억을 넘어가는 비싼 녀석이었다.
그야말로 보병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무장을 마쳤다고 할 수 있었다.
물은 현지조달이 가능하기에 최소화 했고, 식량은 한끼에 240그램으로 1000칼로리 이상의 열량을 내는 특수작전식량으로 꽉꽉 채워넣었다. 신형 1인용 텐트까지 짊어지자 개인 군장이 완료되었다.
군장무게만 6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수준의 무게였다.
이로써 전쟁을 위한 모든 준비를 끝 마쳤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도 지원 상황이 더 좋았다.
이 정도의 지원을 업고도 공략을 하지 못하는 포탈이라면 무슨수를 써도 공략이 불가능하다.
1차 선발대만으로도 클리어가 가능할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샘 솟았다. 그 정도로 훌륭한 무장이었다.
거기다가 후속지원으로도 전투원과 보급이 계속해서 들어올 것이다.
준비를 끝마친 나는 옆을 보며 물었다.
"소희야, 정말 괜찮겠어?"
"네, 할 수 있어요."
한소희는 고민 끝에 나와 함께 포탈공략을 하기로 했다.
그녀는 이걸로 지난번의 빚을 갚겠다는 뜻을 전해 왔다. 빚 지고는 못사는 성격인가 보다.
어찌됐든 그녀를 포탈에 데려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귀중한 전력을 낭비하긴 싫었으니까.
나는 연구진에게 제공할 내부환경 촬영을 위해 바디캠까지 착용한 상태였다.
복귀에 성공한다면 국가에 제출 할테지만, 검수가 끝난 후 편집본을 내 개인채널에 올려도 된다는 허락도 받아냈다. 굳이 비밀로 할 필요 없이 어차피 전세계에 포탈이 나타날거라고 말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허락이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내게 도움이 되어준 조력자인 진기한에게만 단독인터뷰를 허락했다. 그날의 동맹이 결국 여기까지 온것에 그는 큰 자부심을 느끼는 듯한 표정이었다.
“현재 심정이 어떻습니까?”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는만큼 어깨가 무겁습니다. 그렇지만 꼭 성공해 보이겠습니다. 우리는 해답을 찾아낼 것이며 늘 그래왔듯이 이 위기를 극복할 것입니다.”
언론사에서 미리 준 대본이었지만 멋들어지게 소화해내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나는 선두에서 앞장서서 포탈로 다가갔고, 포탈의 앞에 우뚝 선채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군장의 어깨끈을 질끈 부여잡으며 앞으로 걸어가 몸을 포탈에 부딪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