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9화 〉38화 - 기부천사가 되었다 (39/74)



〈 39화 〉38화 - 기부천사가 되었다

다음날 택시에서 오전 방송을 키자 시청자들이 수 많은 질문을 쏟아 내었다.


[어떻게 된거야??]

[복아 어제 뉴스 진짜야?]

[철근 진짜로 쇳덩이인거야?? 특수효과 아니고?]


[방송 소품이 아니라고??]

"정말 한치의 거짓도 없는 진실이고, 내일이면 사실이라는 것도 증명이 될거야. 정말로 시간이 없어."


[그렇게 시간이 없는데 너는 왜 평소처럼 방송함?]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어서. 나는 내 위치에서 최선을  했고 결정은 윗분들이 하겠지."


[저새낀 왜 말을 저렇게 하냐 ㅋㅋㅋ 복이가 지금 뭘 할 수있다고]

[어제 뉴스나와서 호소할때 진심이 느껴지더라]

[근데 진짜 위험한 상태면 우리는 어떡해야함??]

[뭘 어떡해 ㅋㅋ 테러라도 일으키게? 그냥 평소대로 사는거지]


[힘센아침님이 80,000원 후원 하셨습니다!]
'근데 지금 어디가?'


"오늘 약속했던 기부도 하고 직접 봉사도 하는 방송 할거야."


[약속은 칼같이 지키는구만]

[믿겠다. 너는 예언자가 맞군ㅋㅋㅋㅋ]

[그 와중에 봉사라 마치 세상이 망해도 한그루 사과나무를 심는 느낌ㅋㅋ]


택시를 타고 차 안에서 방송을하며 이동을 하다보니 목적지인 무료급식소에 도착했다.
미리 얘기를 해 두었기에 원장을 만나 입구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30여 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도시락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처음 봽는 분이네요?"

 해야할지 몰라 쭈뼛거리고 있자 익숙한 듯한 봉사자가 말을 걸어왔다.


"이쪽으로 와서 반찬 하는것 좀 도와주시겠어요?"

경험자들에게 지시를 받으며 이곳 저곳의 일을 거들었다.
밥을 짓고, 계란말이를 말고, 콩나물 무침을 무치고, 배송 온 김치를 옮겼다.
둘이서 들어야할 커다란 국통을 번쩍 들자 주변 사람들이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어제 뉴스에서  난리를 쳤는데도 전국민이 본건 아닌 모양이다.

자원봉사자들의 나이대는 다양했는데,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어린 친구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있었다. 방송에 내보내며 인터뷰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아보니, 일주일에 한번 오는 사람부터 매일같이 오는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자원 봉사를 하고 있었다.


이런 일에 관심도 없었고 도움을 준적도 없었던 이전의 나는 전혀 모르던 세상이었다.

원장님에게 얘길 들어보니 8천여 명의 후원자 분들이 계시다고 했다.
몸으로 돕지 못한다면 금전적으로라도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저렇게나 많은 것이다.
대화를 좀 나누고 싶어서 인터뷰를 요구했다. 좋은 홍보가 될 것이라고 하자 원장님은 흔쾌히 인터뷰를 수락했다.

"매일 이렇게 식사를 준비하는건가요?"

"네, 매일 1000인분 정도를 준비하고 있어요."


"일손이야 봉사자분들이 자원으로 해준다지만, 재료비가 만만치 않아보이는데요."


"후원자분들의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자금이 다 떨어질때면 신기하게도 후원금이 들어와서 또 도시락을 만들 수 있게 되죠."


"돈이 많은 사람들만 기부금을 내는건 아닐텐데요. 기억에 남는 후원자가 있으신가요?"


"신혼여행을 취소하고  여행비를 기부한 젊은 신혼부부가 있었습니다. 제가 맡아서 하고 있는 일이지만 도무지 납득이 안되어서 물어봤었죠. 일생에 한번 있는 일인데 어째서 이런 선택을 했느냐고요."


신혼여행비로 기부를  신혼부부라니, 정말 대단한 커플이었다. 원장은 온화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이만한 금액을 기부할 형편이 되지 않아서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런 분들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고 힘을 냅니다. 내가 하는 일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들게 해주는 고마운 분들이죠."

"정말 감동적이네요. 역시 나눔은 가진것과는 별개로 행하는 일인가 봅니다. 저도 사실 개인방송에서 나오는 수익을 전액 기부하기로 시청자 분들과 약속이 되어있는데요."


내가 그냥 일하러 온 봉사자인줄 알았던 원장은 수익의 전액을 기부한다고 하자 꽤나 놀란 눈치였다.
그 금액을 듣고는 더더욱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방송을 하며 얻은 수익이랑,  사비를 보태서 2억을 기부하도록 하겠습니다."

[미쳤냐고~!~~!~!~!!]


[무냐고 복아~~~~~~~!!!!!!!!!!]

[2억킥!2억킥!2억킥!2억킥!2억킥!2억킥!2억킥!2억킥!2억킥!2억킥!2억킥!]

[방송수익 기부가 문제가 아니었네..사비로 더 큰돈을 털어넣네]


[그동안 돈 문제로 복이한테 악플 단거 죽을때까지 참회하면서 살겠습니다]

[지금까지 후원받은거만 해도 큰돈이라 그걸로 거들먹 거릴줄 알았는데...그릇이 다르구나...]

[나눔에서오는행복님이 10,000,000원 후원 하셨습니다!]
'공약이행에 저도 동참합니다. 당신같은 분을 알게되어 참 기쁩니다'

"기부천사님 천만원 고맙습니다. 방금 기부금에 천만원이 추가되었네요."

키득거리며 얘기하자 원장님은 기절할 듯이 놀랐다.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저는 마저 일하러 가보겠습니다."

밥이 다되자 도시락 포장을 하기 시작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을 푸짐하게 담는다. 공깃밥 두공기는 될 법한 양이다.
이 한끼로 하루를 버티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였다.
따뜻한 무국과 콩나물무침, 계란말이, 김치에 조미김 거기에 참치캔과 귤까지 하나 챙겨 넣었다.

 새 없이 일하며 천개의 도시락 포장을 마치자 그 양이 정말 산더미 같았다.
인근 주차장의 임시 배식소에서 나눠준다고 한다.
남는게 힘 뿐인지라, 도시락을 수십개씩 번쩍 들어 나르자 시청자들이 괴력소녀라며 놀리며 좋아했다.


배식소에 도착하자 이미 수십 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천막을 설치하고 도시락을 나눠 주기 시작하자 정성들여  도시락이 날개 돋친 듯 제공 되었다.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봉사자들의 인사에 음식을 받아가는 사람들도 고개 숙여 인사하는 훈훈한 광경이 이어졌다.


"얘들아, 나는 솔직히 나누면 기쁨이 배가 된다거나...가난해도 나눌 수 있다거나 하는 말들  믿었거든."


"근데 내가 틀렸었네. 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그럴 싸한 논리로 지껄이는 말은 다 의미 없는 메아리에 불과했던 거야."


[경건해진다...]


[맞아 노숙자 돕지 말라는 둥 그딴소리 하는놈들중에 도와주고 말하는 사람 없음]


[저게 봉사와 나눔의 순기능이지 복아 장하다 나도 담주에 거기가서 봉사할게]


[괴력소녀조아요님이 1,000,000원 후원 하셨습니다!]
'자 이제 인증까지 됐으니 불만 없제??'


[기부금 금액이 달라지기 시작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눈치보여서 짤짤이 보내겠누 ㅋㅋㅋㅋ]

[아니 만원부터 시작인데 그게 왜 짤짤이야 ㅋㅋㅋㅋㅋㅋ]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가던 그때 였다.

고급 승용차 한대가 주차장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차에선 할머니와 아줌마가 내렸는데, 도시락을 받는 줄에 끼어들었다.
다들 바빠서 못 봤는지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아까 원장님한테 들었었다. 저런 사람들이 가끔 온다고. 돌려보내야 한다고 했었다.
내가 나서야 할 것 같았다.

"저기요, 할머님. 따님도 계시고 비싼 차도 소유중이시니 도시락을 드리긴 어려워요."


"여기 공짜밥 주는곳 아니에요?  막으세요? 당신이 뭔데? 여기 주인이야?"

거부 의사를 밝히자 아줌마가 굉장한 짜증을 내며 항의를 했다.

"도시락은 노숙인들이나 한끼가 간절한 분들을 위한겁니다. 지금도 도시락이 모자라는데 두 분께는 드릴 수 없어요."


"별 것 없는 도시락 하나 가지고 유세는."

그 경솔한 말 한마디에 이마에 힘줄이 빡 돋았다.
이건 수천 명의 따뜻한 마음과 수십 명의 땀방울로 빚어낸 도시락 이었다.
선의가 모여들어 만들어진 결과물을 악의의 화신같은 저 아줌마가 농락해선 안되는 거였다.


[복이  빡쳤누]

[대가리 부숴버리는거 아님?ㅋㅋㅋㅋㅋㅋ]

[이제는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가능하기 때문에  무섭다...]

[미친넘들아 복이가 사람을 왜죽여 ㅋㅋ 돌았나]


실시간으로 화면에 송출된 뻔뻔한 모녀는 인터넷에 박제되어 버리며 온갖 쌍욕을 먹었다.

소란이 일자 결국 원장이 다가왔다.
두 사람은 한참을 실랑이를 벌인 후에야 도시락을 포기하고 돌아갔다.
원장은 내게 괜찮냐고 자길 부르지 그랬냐며 걱정하는 기색을 보였다.
겉보기에 어려보이는 내가 상처를 받았을까봐 마음에 두는 듯 했다.


"전 괜찮아요. 정리하는거 거들게요."

배달이 끝났다고 모든것이 끝난게 아니었다.
자리를 정리하고 다시 급식소로 돌아가자 산더미 처럼 쌓인 설거지가 눈에 들어왔다.


"설거지 어떡하냐. 홀리 마더..."


[ㅋㅋㅋ기부천사 복이도 욕 나오게 만드는 설거지]

[와 근데 진짜 ㅅㅂ 저거 언제 다함?ㅋㅋㅋㅋㅋ]

"무념무상...설거지가 나고 내가 설거지다..."


[해탈했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쌓인 설거지는 못참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뒷정리까지 전부 끝 마치자 오늘의 봉사가 끝이 났다.
이걸 매일 한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부금을 전달하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사진이 급식소 홈페이지에 올라가고, 수 많은 기부관련 기사에 관련자료로 함께 올라갔다.
인터넷에서 나의 팬들이 엄청난 전파 화력을 보여줬고, 생방송 시청자가 늘어나는건 물론이고 업로드 한 동영상들까지 줄줄이 인기 동영상에 오르며 하루 아침에 유명인사가 되어버렸다.


내 수식어에 기부천사가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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