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36화 - 행동개시
"이제 저도 1RM 측정을 한번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언더아머단속반님이 100,000원 후원 하셨습니다!]
'화이팅~~!!'
[ㅋㅋㅋ아니 ㅅㅂ 단속반이 뭐 저래?]
[아~남자만 단속한다고~ㅋㅋㅋㅋㅋㅋㅋ]
[저사람들 진짜 3대 500미만들 언더아머 못입게함??ㅋㅋ]
[헬스장에서 진짜로 뭐라고하는 또라이들도 있다고 들음ㅋㅋㅋㅋㅋ]
[뭘 입든 지들이 무슨 상관임??]
[꼬우면 중량 500치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벤치프레스부터 측정을 시작하려고 하자, 그녀가 보조를 해주러 다가왔다.
지금부터 내가 벌일 일에 심히 놀랄테지만 끝나고 잘 설명해 주면 될 터였다.
한송이는 자신의 최대 무게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무게로 한번만 들었지만, 나는 무게를 천천히 올려나가는 방식으로 측정을 할 것이었다.
일단 5킬로그램 원판 두개를 걸었다. 가볍게 들어올렸다
"30킬로그램을 가볍게 성공하시네요!"
[5키로 2개 걸은거아님? 10인데 왜 30이라고함??]
[봉 무게는 조상님이 들어주시냐?]
[봉무게 20 포함시키라고 ㅋㅋㅋㅋㅋㅋ]
"이상하네요. 평소보다 훨씬 더 가볍게 느껴져요."
나는 앞으로 보여줄 퍼포먼스를 대비해 밑밥을 깔기 시작했다.
원판 두개를 더 추가시켜 40킬로그램까지 가볍게 성공시키자 한송이 트레이너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너무 가볍게 느껴지는데...양쪽에 30킬로씩 매달아 보죠."
이번엔 살짝 버거워하며 들어올렸다.
이어서 양쪽에 바벨을 하나씩 더 달아 매고, 100킬로그램이 된 바벨로 자세를 잡으니
그녀는 이미 넋이 나간 표정으로 보조를 준비하고 있었다.
"흐읍!"
기합까지 내지르며 봉을 밀어올리자 육중한 무게가 힘차게 들어올려졌다.
[?????????????????????????]
[내가 지금 뭘 본거지?]
[조작아니야? 저거 원판 스펀지로 만든거 아니냐???]
[무슨 여자가 저 몸으로 벤치를 100을쳐 말이돼?]
[딱봐도 몸무게 50정도겠구만 무슨 자기 몸무게 두배를 벤치로 들어 말도안됌 그냥]
[님3대몇침님이 30,000원 후원 하셨습니다!]
'원판 가짜죠...?'
나는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바벨을 들어올리고 허리 높이에서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커다란 소음을 내며 지면을 진동시키는 무게감에 결코 조작이 아니라는 사실만 확인 될 뿐이었다.
한송이는 얼마나 놀랐는지 턱을 아래로 늘어뜨린 채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뻐금 거리고 있었다.
[트레이너님 반응 보니까 ㄹㅇ인가본데??]
[뭐야 복아 어떻게된거야 진짜 벤치 100킬로를 친다고??]
"원래 이렇게 힘이 세지 않았어. 나도 지금 뭔가 이상해..."
"일단 다른 운동도 마저 해볼게."
이어지는 바벨 스쿼트에서 180킬로그램을 들어올리고, 데드리프트 220킬로그램을 해내자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말로만 듣던 3대 500??]
[본인 체중 열배를 친다고? ㅋㅋㅋㅋㅋ]
[파워리프팅 선수들이 저렇게 하긴하는데 그 사람들도 바들바들 떨면서 드는데...]
[저거 지금 여유가 더 있는거 아님? 그냥 쑥 올리잖아]
[언더아머단속반님이 100,000원 후원 하셨습니다!]
'복아 어떻게 된거야? 평소에도 그만큼 가능했어?'
"아니, 아니야 이렇게 많이 못했어. 이상해 몸에 힘이 넘쳐흐르는 기분이야."
"생각을 좀 해봐야겠어. 일단 운동 방송은 여기까지만 하고, 집에 가서 방송 다시 킬게."
방송을 종료하고 한송이에게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송이 트레이너님, 지금 제 몸에 뭔가 비정상적인 일이 벌어진 것 같아요. 많이 놀라셨죠?"
"아, 아니에요. 조금 놀라긴 했는데. 무슨 문제가 생기신거에요?"
"얼마전부터 자꾸만 힘이 강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착각인줄 알았는데 오늘 확실하게 알게 된 거죠."
"어떻게 그런일이..."
"큰 문제는 아닐거에요. 아무튼 오늘 방송 도와주셔서 감사하구요. 영상도 예쁘게 편집해서 올리겠습니다."
"네, 네...조심히 들어가세요 회원님."
무언가 납득이 안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거리는 그녀였지만 어찌됐든 이거면 된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의 선정우에게 말했다.
"제가 방송에서 하는 꿈 얘기 아시죠?"
"네...혹시?"
"네, 맞아요. 그 꿈을 꾸고 난 후부터 몸에 변화가 생긴걸 느꼈어요. 착각일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방금전에 사실이라는걸 알게 되었네요."
"눈 앞에서 펼쳐지는 판타지에 정신을 못 차리겠네요. 나름 이런저런 일을 다 보게 되는 방송물을 먹던 사람인데도 말이죠."
"지금 이 변화가 저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닐거라고 생각해요. 벌써 저랑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꽤 되잖아요."
"음...그렇다면 정말 보통일이 아니군요."
"빠르게 언론에 이 사실을 노출 시킬 필요가 있어요. 혹시 보도국에 인맥 좀 있으세요?"
"뉴스에 출연하고 싶으신 겁니까?"
"네, 무슨일이 있을때면 전문가 타이틀 달고 인터뷰 형식으로 스튜디오에서 생방송 진행하잖아요. 저도 그런 자리 하나 마련해서 알려야 할 얘기라고 생각해요."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너무 기대하시진 마시고요."
각자 집에 도착을 하고, 나는 곧바로 진기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한 씨, 오늘 방송에서 포탈에 대한 얘기를 하려구요. 기사 좀 내주시고 생방송에도 좀 출연하고 싶은데 보도국쪽 인맥 있으시면 힘 좀 써주세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시는군요.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 해보죠."
방에서 다시 방송을 키자 기다리던 시청자들이 몰려들어왔다.
그 사이 소문이라도 난 건지 시청자 수가 평소보다도 월등히 많았다.
"여러분, 오늘 중대 발표가 있어요."
[모야모야 무슨일이야]
"지금 제가 매일 꾸고있는 꿈에 대한 얘기랑도 관련이 있는데요."
"그 꿈을 꾼 뒤로 무언가 몸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혹시 다른분들은 좀 어떠세요?"
[꿈은 꾸고있는데 바뀐건 없는것 같은데?]
[나도 매일밤 꿈속에 하얀방이 나오긴하는데 힘이 쌔지진 않았어]
나는 천천히 500원짜리 동전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화면에 멀쩡한 동전을 보여주고 엄지와 검지로 누르며 힘을 주기 시작했다.
점점 휘어지는 동전을 보며 시청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거 미리 휘어둔 동전으로 사기치는것도 아니고, 트릭용 가짜 동전도 아니에요. 저에게 믿지 못할 괴력이 생겼어요."
완전히 반으로 접혀버린 동전이 책상위로 툭 하고 떨어졌다.
[몰래카메라라고 해줘...너무 충격인데]
[무슨일이야 이게 대체?? 진짜 주작 아니라고???]
[당근 주작이지 갑자기 왜 저런다냐 ㅋㅋㅋ]
[복이가 저런걸로 주작질해서 뭐가 이득이라고 저러냐고 그니까 진짜인거야 지금]
"저랑 같은 꿈을 꾸시는 분들, 혹시 꿈에서 하얀방 말고 다른게 보인적은 없으세요?"
[하얀방만 있어요 움직여봐도 계속 거기던데]
[다 살펴봐도 다른건 없던데요]
"저는 어젯밤 꿈 속에 검은색 물체가 하나 있었어요. 지금 강원도에 있는 그 미확인 흑색구체랑 똑같이 생긴 물체였어요."
"그리고 검은색은 파랑색으로 바뀌었고 호기심에 손을 대자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어요."
"그곳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일들을 봤어요. 단순히 개꿈이라고 여기기엔 지금 저에겐 기현상이 일어나버렸죠."
[뭐야 미래를 본거야??]
[구체 안으로 들어갔다고?? 색깔이 바뀌고?]
[그거 지금 이뤄지는 온갖 실험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거잖아]
[이게 도대체 무슨일임??]
"저도 이게 그냥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저는 제 꿈이 곧 현실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러분, 방금 말씀드렸던 제가 꿈에서 본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세상에 큰 위기가 닥칠거에요. 그때가 되면 여러분들이 목소리를 내서 저를 도와주셔야 해요."
[존나 무섭네 무슨 영화에서 종말 예고하는 그런거 보는것같아]
[이럴때 어떻게 해야됌???]
[허 나도 모르겠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도 이해가 안됌]
[지금 방송 퍼다 날라서 커뮤들 다 불타고 난리남]
"일단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할게요."
서둘러 방송을 끝내고 올라온 기사를 확인했다.
<재조명 되는 검은 구체와 하얀 꿈의 관계>
<괴력을 얻은 소녀. 그녀는 대체 누구인가?>
<"꿈 속에서 미래를 보았다" 진위여부는?>
<괴력녀, 흑색 구체는 푸르게 변할거라 주장>
<21세기 예언자의 등장, 그녀는 거짓말을 치고 있는가?>
드디어 계획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이렇게 까지 주목을 받았으니 뉴스에 출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국민이 보는 뉴스와 내 개인방송의 파급력은 차원이 다르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을 점검해보며 잠자리에 누웠다.
다가올 전투의 영향 때문인지 하얀방에선 끊임 없이 수련에 매진했다.
하얀 세상이 조각조각 무너지며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오늘은 방송을 쉬겠다고 말해뒀으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택시를 타고 갈까 하다가 사람 구경도 할 겸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워낙에 눈에 띄는 외모이기에 곳곳에서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자리에 앉아 있는데 누군가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방송하시는 분 맞죠?"
150센치미터정도 되보이는 작은 키를 가진 햄스터처럼 귀엽게 생긴 여자였다.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를 노랗게 염색해두니 그 나이대 특유의 상큼함이 물씬 풍겼다.
"네, 맞아요. 저 아세요?"
"어머어머~ 대박이다. 복이언니~ 너무 멋있어요."
"실물이 훨씬 더 예쁘셔요. 사진 찍어주세요."
벌써 알아봐주는 사람이 생기다니 기분이 묘했다.
흔쾌히 같이 사진을 찍어줬다. 허리를 바짝 감싸안고 찍으니 그녀가 웃으며 콧소리를 냈다.
"어멋~ 헤헷. 언니 박력 좀 봐. 사진 올려도 되요?"
"네, 물론이죠. 제 방송 봐주셔서 고마워요."
멍하니 머리를 비우고 음악을 듣는 동안, 열차는 목적지를 향해 쉼 없이 달려나갔다.
나는 지금 집으로 가고 있었다. 지금은 내 집이 아닌 그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