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35화 - 님 3대 몇이에요?
"여러분! 복하복하~."
[여어~히사시부리~~~~]
[시간이 먹방 타이밍인줄 알았는데 헬스장??]
시청자가 더 모일때까지 일단은 얼굴만 비추고 있었다.
머리 뒤로 비치는 풍경에 시청자들이 장소를 추측했다.
[헬창은가슴이시킨다님이 100,000원 후원 하셨습니다!]
'우오오오오!!! 설마 헬스장 방송인가요!?'
"네에~ 맞습니다. 오늘은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 방송을 할거에요."
[헬창은가슴이시킨다님이 100,000원 후원 하셨습니다!]
'여태껏 참아온 숨을 깊게 들이쉰다...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다...'
[ㅋㅋㅋ헬창 소원성취하고 성불했네ㅋㅋㅋㅋㅋㅋㅋㅋ]
[크 복이 추진력보소 ㅋㅋㅋㅋ]
[원래 운동 좋아하니까 금방 할줄 알았음ㅋㅋ]
[얼굴만 보여주는거보니 복장이 심히 궁금해진다]
[두근두근!!!]
[도키도키~~!!!]
"오늘 의상은 꽤 신경 썼어요. 아까전에 구매한 따끈따끈한 신상이랍니다."
"아, 그리고 오늘 방송은 카메라 담당이 따로 있을 예정이에요."
카메라를 넘겨주자 곧 화면에 내 전신이 공개되었다.
채팅창은 과부하가 걸릴 듯 폭주를 했고 후원금이 정신없이 밀려들어왔다.
[심봉사님이 50,000원 후원 하셨습니다!]
'이걸 보고 눈이 트였습니다'
[오우야!!!!!!!! 미쳐버려!!!!!!!!]
[나 오늘 잠 못자~~~~~~~~~~~~~나주거~~!!]
[와 이거는 ㄹㅇ 와..와..와.....!!]
[감탄사밖에 뱉지 못하는 바보가 되어버린 나...]
[마지막잎새님이 200,000원 후원 하셨습니다!]
'아아 나는 오늘을 위해서 지금까지 살아온거야'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 다짐함]
[의상 뭐냐고~~~~~~~~~~~~~~!!!!!!!]
《제목 : 복이 헬스장방송 복장》
[영상] [사진]
복밴져스...어셈블...
ㄴ 씨 이 발...허......
ㄴ 몸 실화냐??
ㄴ 합성 아니고 리얼이라고 저게??
ㄴ 사람 몸매가 저럴수가 있는거였음???ㅋㅋㅋ
ㄴ 와 근육 ㅈㄴ 섹시하다 미쳤다
ㄴ 존나 물렁살이어도 몸매 자체가 육감적인데 탄탄함까지 ㄷㄷㄷ
ㄴ 건강미 올타임 넘버원 등극 ㅋㅋㅋㅋ
ㄴ 가슴이랑 골반이 문제가 아니었네ㅋㅋ 걍 신이 내린 몸매임
"그리고 오늘 방송 함께 해주실 트레이너분도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트레이너 한송이 입니다."
내가 손바닥을 뻗어 그녀를 가르키며 옆으로 살짝 빠지자,
신호를 알아챈 카메라가 단독으로 그녀를 잡았다.
군살없는 몸매에 운동으로 다져진 선명한 근육들, 태닝을 해 구릿빛으로 보기 좋게 태운 건강미 넘치는 피부색과 관리를 열심히 하는지 윤기가 흐르는 매끈한 피부결. 성난듯 울긋불긋한 근육이 강인한 여성상을 떠 올리게 했고, 깊게 파인 운동복 속으로 드러난 가슴은 살짝 단단한 질감이 느껴지는게 의젖이 분명했지만,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녀의 스타일은 충분히 매력이 있었다. 내츄럴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약물이면 뭐 어떻단 말인가. 나는 그런걸 깐깐하게 따지는 사람이 아니다.
[ㅈㄴ 꼴린다 어우.....]
[강한여성...왜곡된 성욕...]
[와 트레이너분도 몸매 지린다]
[의젖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어때 존나 섹시하구만]
[헬스 트레이너들은 왜 다 얼굴이 저렇게 생긴것 같냐?ㅋㅋㅋㅋ]
"오늘 계획은 헬스랑 요가, 그리고 폴댄스까지 할 예정이긴 한데, 시간관계상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 내가 아직 방송 초보잖아. 아무튼 일단은 헬스 먼저 해보자~."
[내가 지금 잘못 들은거 아니지?? 헬스 요가 폴댄스 맞지???]
[오늘 진심펀치 때리는거냐 복아...계획 끝내준다 정말로]
[이건 당장 온 세상에 알려야돼!!!!!!!!!!]
[안돼 나만볼거야!!!]
[운동복성애자님이 5,000,000원 후원 하셨습니다!]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 아 물론 기부를해서 행복한겁니다'
[지금도 쩌는데 폴댄스복은 허...?]
[폴댄스복이 운동복 통틀어서 젤 야하지 않음?ㅋㅋ]
[오늘 무조건 풀방송 사수 해야됌 무적권임!!]
[아프다고 하고 잔업 빠졌다 이거 못보면 자살해야됌]
[미칠것같아...하얀 탱크탑 하어어억...]
밀려드는 채팅과 후원에 대충 대답을 해주고 진행을 이어갔다.
"그럼 오늘은 선생님께 헬스의 기본으로 불리는 3대 운동을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배워봤자 어차피 안할텐데...]
[이론은 이미 마스터임ㅋㅋㅋ근데 한번도 안해봄]
[근데 이거 방구석 전문가들이나 실제 헬창들 훈수 감당됌?ㅋㅋㅋ]
실제로 운동방송은 잘못된 자세를 알려주는 전문성이 부족한 패션 트레이너들이 올린 영상들도 있는 편이다. 본인 외모만 뛰어나고 운동수행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아예 이론 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그런 사람들은 시청자들에게 집요하리만큼 공격을 당한다. 같은 트레이너들끼리 까는 경우도 있다.
"아, 이 방송은 전문적으로 운동을 가르치려는 목적이 아니라, 정말로 운동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간단히 소개를 하는거고요. 혹시 틀리는 부분이 있거나 할 수 있으니 감안하고 봐주세요. 하나의 컨텐츠로 운동을 선택한 것 뿐이니까. 괜히 시비걸거나 저격하지 말아주세요."
"제 영상을 보고 운동에 관심이 생긴다면 가까운 전문가를 찾아가 제대로 배우시거나,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의 영상을 다시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송이 씨도 물론 훌륭하신 전문가가 맞지만 제가 이렇게 말하는게 조금 부담감이 덜어지시죠?"
"네, 그럼요. 오히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하죠."
운동 교육 영상들이 워낙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만큼, 괜한 논란이 생길까 일단 미리 약을 치긴 했는데, 한송이가 자존심이 상했을까봐 미안한 표정으로 뒤늦은 동의를 구했다.
"그럼 시작 하겠습니다. 3대 운동이라 함은 스쿼트, 벤치 프레스, 데드 리프트의 세 가지를 얘기하는 건데요. 오늘 이 세 가지 운동이 어떤 것인지 배워보고 복이 씨와 함께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바벨봉을 거울 앞의 내게 가지고 왔다.
"프리웨이트로 바벨 스쿼트를 할건데요. 봉 무게는 20킬로그램 입니다. 한번 들어 보시겠어요?"
양손을 앞으로 내밀어 봉을 받아 들었다.
내가 너무 가볍게 받아들자 그녀는 약간 당황한듯 보였다.
"어떠세요? 가볍게 드시는것 처럼 보이는데..."
"들만해요."
[저거 봉무게 20킬로 무거운데 아무렇지도 않아보이네 ㄷㄷ]
[복이도 근육 선명한거봐 ㅋㅋ 저정도는 그냥 들지]
[딱봐도 운동 좀 해본 몸인데 저정도야 우습지 ㅋㅋㅋㅋ]
"봉은 등쪽 어깨 위로 올리시고요. 승모근에 가깝게 올릴게요. 이걸 하이바 라고 해요."
"봉은 어깨보다 넓게 잡으시고, 손목 과하게 꺾이지 않게~ 허리는 곧게 펴주고요. 상체 너무 숙이지말고~."
"다리는 조금 더 넓게 벌려서 와이드 스탠스로 해주시구요. 무릎이 발끝을 넘지 않게 유의하면서~ 엉덩이 뒤로 쭈욱 빼면서 아래로 내려갈게요."
실시간으로 자세를 교정 받으며 바벨 스쿼트를 수행했다.
세 번 정도 하고 멈추었다.
"잘 하셨어요~ 역시 몸은 거짓말을 안하네요. 자세가 아주 좋으세요. 평소에도 운동을 많이 하시죠?"
"네, 그런편이죠."
예전에 헬스장을 깔짝깔짝 다니긴 했지만, 전문가한테 칭찬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 운동 수행능력이 뛰어난건 순전히 다 각성빨이었다.
[크 복이 자세 좋네 ㅋㅋㅋㅋㅋㅋ]
[역시 잘하네 운동ㅋㅋㅋㅋ]
[경험자일텐데 기본을 시키니까 그렇지 ㅋㅋㅋ]
[방구석에서 살만찌우는 니들 때문에 기초 알려주는거자너~~~]
[아 나 뼈 맞았어 ㅡㅡ]
"다음은 벤치 프레스를 해볼게요."
그 이후로 많이들 줄여서 벤치와 데드라고 부르는 운동들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며 함께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올바른 자세의 설명을 듣고 실시간으로 자세 교정을 받으며 주의할 점을 꿀팁처럼 알려주니 나름 유익한 방송이 되었다.
나는 원판을 걸어 무게를 늘리지 않고 빈 봉으로 자세만 알려주었으니, 이제 그녀가 무게를 치며 본격적으로 운동을 보여줄 차례였다.
"3대 몇 치냐는 얘기를 많이들 하시죠? 한번에 들 수 있는 최대 무게를 1RM 이라고 하는데요. 지금 보여 드리겠습니다."
한송이 트레이너의 단련된 몸을 보았을 때, 몸매만 그럭저럭 보기좋게 가꿔놓고 이빨이나 털면서 회원들 돈이나 빨아먹는 패션 여자 트레이너는 아닌것 같았기에 자신만만한 말투의 그녀를 보며 얼마나 잘 할지 기대가 되었다.
최대무게에 도전 할때는 위험할 수가 있으니 꼭 보조를 해줘야 한다. 전문가가 보조해주는게 좋았지만 그녀는 내 몸을 보고 나도 준 전문가 수준이라고 생각했는지, 보조를 나에게 부탁했다.
근육질의 건강미를 뽐내는 한송이의 머리 위에 바짝 붙어 내려다보는 벤치프레스는 최고였다.
하마터면 잘 익은 구릿빛의 탄탄한 가슴골에 얼굴을 파묻어 버릴 뻔 했다.
"와~ 여러분! 벤치를 60킬로그램이나 치셨어요. 대단한거에요 이거 정말로. 이 근육들 좀 보세요. 팔뚝이랑 어깨 한번 만져봐도 되나요?"
그녀는 여자들에게 특히 힘들다는 벤치를 상당한 무게로 성공했다. 나는 시청자와 근육을 핑계삼으며 그녀의 근육질 팔뚝과 어깨를 주물렀다. 존나 행복했다.
이어지는 바벨 스쿼트의 중량을 100킬로그램을 성공했을 때 나도 깜짝 놀랐지만 채팅창 또한 난리가 났다. 한송이 트레이너는 본인의 체중을 60킬로그램이라고 말했는데, 지금까지 수행해 낸 중량이 거의 엘리트 수준에 근접한 무게였기 때문이다. 벤치와 스쿼트가 이정도인데 데드리프트를 못 할 리가 없었으므로 정말로 트레이너 중에서도 대단한 실력자임이 분명했다.
이어지는 데드리프트에서 140킬로그램을 성공하며, 3대운동 총합 300킬로그램을 완성해버린 그녀를 보며 시청자들과 함께 입을 떡 벌리고 그저 물개처럼 박수를 칠 따름이었다.
사실상 실제로는 처음보는 미모와 실력을 모두 겸비한 트레이너였다. 거기에 티칭 능력도 좋았다. 오늘 방송은 편집해서 영상으로도 올릴 것이기에 한송이에겐 오직 떡상만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친 총합 300킬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려버렸따 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대 찢어버렸다...송이누나 나죽어]
[한송이!한송이!한송이!한송이!한송이!한송이!한송이!한송이!한송이!한송이!]
[크 저게 트레이너지!!]
[저분은 ㅇㅈ이다 ㅋㅋ 나 다니는데 여트들 ㅆㅂ 개극혐인데]
[ㅋㅋㅋ우리동네도 여자강사들 3대 50도 못칠년들 수두룩함ㅋㅋㅋㅋ]
[에?? 데드도 아니고 3대 합 50요?ㅋㅋㅋ]
[진짜 ㄹㅇ임ㅋㅋㅋ트레이너는 개뿔 ㅅㅂㅋㅋ]
[근데 티칭능력만 좋으면 된거 아님?? 본인 몸도 좋아야됌?]
[본인이 수행능력이 좋아야 티칭도 잘하지 난 그렇게 생각함]
[ㅋㅋ시발 그런년들이 잘 가르칠 것 같냐?ㅋㅋ 미모 믿고 시간이나 때우지 ㅋㅋ]
[저기 등록해야겠다 스벌 남자한테 배우긴 싫고 여자들은 실력이 없는 경우가 많았는데]
[와 송이누나한테 배우면 근데 운동 제대로 못할것 같은데...ㅋㅋㅋㅋ]
[강철팬티 입고가라 임마~~ 창피당하지 말고 ㅋㅋㅋㅋㅋㅋㅋ]
[얼굴 개 빻았는데 뭘 그렇게 빨아재끼냐 ㅋㅋㅋ 근육많은 여자가 좋냐? ㅉㅉ]
[벼엉신 찐따새끼 자기 분야에서 저렇게 잘하는게 멋있는건데 쓰레기새끼라 그런것도 모르네]
"선생님, 정말 너무 멋지세요. 얼마나 열심히 하셨을지 눈에 선하네요."
감동받은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며 팔을 벌리며 다가가자 그녀는 당황한듯 카메라를 한번 의식하더니 마주 팔을 벌렸다. 나는 그녀를 꽉 안아줬다. 최선을 다한 그녀의 땀 냄새가 진하게 느껴졌다.
방송으로 인한 긴장과 고중량을 들은 탓에 단단하게 뭉쳐진 그녀의 근육과 거칠은 심장박동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건 개인적인 욕망을 채우는게 아닌 인간적인 호감에서 나오는 포옹이었다.
남자였다면 어떤 의도였든 이런 포옹을 시도하는게 큰 실례겠지만,
지금은 몸뚱이는 동성이니 만큼 큰 거부감 없이 이루어 졌다.
그리고 이젠 내 차례였다.
방송에서 자신의 노력과 가치를 증명했다는 뿌듯함이 그녀의 표정에서 흘러나왔다.
여기서 내가 500킬로그램을 들어버리면 그녀에게 안좋은 영향을 미칠까봐서,
오늘 내 계획을 바꿀것인지 잠시동안 진심으로 고민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같잖은 동정심으로 오늘 내 특별함을 알릴 기회를 날리기엔, 내가 직면할 위험이 너무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이젠 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