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5화 〉34화 - 어그로의 끝판왕, 운동복 방송 (35/74)



〈 35화 〉34화 - 어그로의 끝판왕, 운동복 방송

거대한 규모의 대형 피트니스 클럽이었다.
헬스장은 물론이고 스피닝, 요가부터 피트니스까지 온갖 운동 프로그램과 장소가 구비되어 있었고,
지하엔 수영장이 있고, 건물 뒤쪽으론 소규모 골프장까지 있었다.

로비로 들어가니 안내데스크가 보였다.

"안녕하세요."

"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회원등록을 하고싶은데요. 운동하면서 생방송 촬영을 좀 하고싶어서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아, 그건 사무실에 들어가서 얘기해 보셔야 할  같아요."

데스크 직원에게 사무실의 위치를 안내받고 그곳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아, 네. 이쪽으로 오세요."

인사를 하며 들어가자 이미 언질을 받았는지 상담을 하는 듯한 공간으로 안내를 받았다.
그녀는 잠시 내 외모에 놀란 듯 멈칫 하였지만, 이내 목청을 가다듬었다.

"크흠, 센터 운영팀장인 김미영 입니다."

명함을 내밀며 운영팀장이라고 소개하는 그녀는 전반적인 피트니스 센터의 운영에 대한 업무를 맡고 있는 듯 했다. 회원관리와 매출관리 및 트레이너 관리를 하는 직원이 따로 있다는것에 이 곳이 커다란 건물 규모만큼이나 꽤 체계적으로 돌아간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네, 김미영 팀장님 반갑습니다. 회원등록을 하고싶은데요. 촬영여부에 대해서 조율이 필요해서요."


"개인방송 말씀하시는거죠?"
"실례지만, 방송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 말씀해 주실수 있나요?"

쿠션어가 들어갔을뿐, 묻는 내용은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걸 보니,
개나 소나 찍게 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동영상 업로드 채널은 이제 막 준비중이라, 어떻다고 말씀드리기가 조금 어렵구요. 생방송 키면 수천 명의 인원이 시청해요."


"생방송에 수천 명이요?"


그녀는 생각보다도  많은 관심을 받는 방송에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네. 저녁엔 1만 명에 가깝게 보기도 해요."


"어떤 촬영이 하고싶으세요? 혹시 개인트레이너분이 동행을 하시나요?"


"아뇨, 따로 데려오는 인원은 없어요. 그냥 평범하게 운동하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촬영 할거고요.
원하시는 분이 있으면 이 곳의 트레이너분이 출연하셔서 자세를 알려주는 것도 좋을것 같아요."


내 말이 끝나자 김미영 팀장은 잠시 고민하는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건  선에서 처리하긴 어렵겠네요. 윗선에 보고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기다려 주실 수 있나요?"


개인 운동하는거 촬영 좀 하겠다는데 뭐가 이렇게 복잡하지? 나는 급히 말을 덧붙였다.

"사정이 복잡하면 트레이너분 지원은 안해주셔도 되고요. 다른분들 최대한 안 찍히게 하고, 모자이크 처리 잘 할건데. 이게 팀장님 선에서 승인이 어려울 일인가요?"

귀찮은 일이 생기는걸 꺼려하는 기색을 읽은 그녀는 뭔가 착각했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오해를 한 것 같네요. 예비회원님께서는 협찬이나 광고비를 원하시는게 아니군요?"


드디어 어긋난 퍼즐이 맞춰졌다. 거대한 시청자 규모를 가진 내가 홍보를 빌미로 광고비를 뜯어내려고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어쩐지 촬영 조금 하는게  그리 대수라고 이렇게 깐깐하게 구는가 싶었다.

"아니에요. 이제라도 오해가 풀렸으니 됐죠. 확실하게 말씀드릴게요. 방송 빌미로 금전을 요구하려고 온게 아닙니다. 내 덕에 이득을 봤다는 둥 나중에 딴 소리도 안할거구요. 그냥 방송 컨텐츠로 쓸 장소가 필요할 뿐이에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사죄의 뜻을 전했다.


"다시 한번 정말 죄송합니다. 그 동안 워낙에 그런분들이 많이 찾아와서 무의식적으로 넘겨 짚었습니다.
그런 목적이시면 당연히 촬영 가능하십니다. 방송 타고 싶은 트레이너들도 있으니 지원도 가능합니다."

"그럼 오늘 저녁에 바로 촬영 가능할까요? 트레이너분도 같이 출연하는 걸로요. 그리고 부탁하는 입장에서 죄송한 말씀이지만, 아무래도 제 방송이니 나오실분을 제가 직접 정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물론입니다. 지원할 인원들에게 전달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촬영은 저녁 6시부터 시작 할거구요. 5시에 와서 지원자분들 봴게요."


촬영에 대한 합의를  마치고나서 회원등록을 하고 센터를 나섰다.
운동복 구매를 해야했다. 여성 운동복 가게를 검색하고 걸으며 선정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전화 받았습니다."


"정우 씨. 지금 바쁘세요?"

"안 바쁩니다. 편집은 다 끝났고, 영상도 이제 차례로 업로드  겁니다."


"그럼 혹시 저 촬영 좀 도와줄 수 있어요? 오늘 운동방송 하려는데, 카메라맨이 필요해서요."


"촬영은 어깨너머로  지라..."

"전문적인 촬영감독님이 필요한게 아니니까, 부담가지지 마시구요."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네, 그러면 여섯시에 촬영 시작할 거에요. 번화가에 제일 큰 센터 아시죠? 거기로 오시면 되요."


스포츠 의류 가게에 도착해 직원에게 운동복 추천을 부탁했다.
생각보다 종류가 정말 많았다. 그러고 보니 무슨 운동을 할지 정하지를 않았다.
아까전에는 3대 운동만 생각했었는데 그것만으로 방송을 하기에 조금 부족할  같았다.

운동복들을 보니 요가, 플라잉요가, 필라테스, 폴댄스 등 운동 종류도 상당했다.
어그로를 최대한 많이 끌 수 있는 운동이 뭐가 있을까 고심하며 옷을 여러  골랐다.
오늘 다 입게 될 지, 나중에 입을 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다 샀다.
헬스와 요가때 입을 탑브라와 레깅스, 폴 댄스를 하게 되면 입을 폴 댄스복 이었다.


운동복을 하나씩 입어보며 고르다보니 어느새 약속 시간이 훌쩍 다가왔다.
 스스로도 거울을 보면서 감탄을 했으니, 시청자들은 아마도 난리가 날거다.
오늘 이 복장으로 방송하고 나면 역대 최대 시청자 수를 찍을테고,
운동 영상이 편집 되어 올라가면 알고리즘이 열심히 일해서 조회수를 수백만으로 만들어  것이다.


그때 진미령에게 전화가 왔다.

"네, 미령 씨."


"복이 씨, 다행히도 고비를 넘기고 회복이 잘 되었어요. 이제 경과만 잘 지켜보면 될 것 같아요."


"다행이네요. 오늘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선생님 없었으면 큰일날 뻔했네요."


"당연히 제가 할 일이었을 뿐인걸요. 그럼 들어가세요~ 다음에 또 연락 드릴게요."

아침에 구조한 강아지가 회복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주인 없는 강아지라 완전히 회복되고 난 후가  걱정이긴 했지만,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하면 될 일이다.

센터에 도착해서 운영팀장에게 전화를 걸자 아까전의 그 사무실로 오라고 하였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놀랍게도 열댓 명 남짓의 사람들로 가득  있었다.

"오셨어요? 여기 계신 분들이 방송 출연에 지원한 트레이너 분들이세요."


바글바글한 사람들에 조금 당황했으나, 금방 납득이 되었다.
 명에 가까운 단위의 생방송 시청자가 모여드는 개인방송이 흔한 것도 아니고, 그 영상이 편집되어 올라가는것 까지 생각하면, 기본급이 적고 인센티브가 주 수입원인 트레이너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참여하려고 하는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유명세가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실줄은 몰랐는데. 제 주제에 누굴 고른다는게 참 부끄러운 행동인데, 불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겸손을 떨며 모인 인원들과 첫 인사를 나눴다. 면접을 봐야하는데 일단 첫 번째 거름망을 작동 시켰다.

"제 방송 시청자분들이 거의 남성분들 이어서요. 죄송하지만 남성분들은 같이 못 할  같아요."


내가 냄새나는 남자새끼들이랑 몸 부대끼며 운동을 할 이유가 없었으므로 전부 돌려보냈다.
시청자는 핑계에 불과했다. 생각보다 여성시청자들도 꽤 있어서 차라리 남자 트레이너랑 같이 하는게 나을 수도 있지만,  마음이 격렬하게 싫었다.
남자들이 돌아가고 남은 인원은 여섯 명의 여자 트레이너들 이었다.
이제는 진짜 면접의 시간이었다.


아까 상담을 받았던 그 방으로 첫 번째 지원자가 문을 닫고 들어왔다.
인력이 넘쳐나서 입맛대로 골라 뽑으려고 난리를 치는 회사 면접도 아니니, 복잡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일단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질문인, 시청자들이 지속적으로 짓궂은 발언을  수 있는데 괜찮은지, 혹시 짓궂다고 돌려 말한것에  알아들을까 싶어 성적인 희롱의 대상이 될 수가 있다는 얘기라고 직설적으로 얘기하여 의견을 들었다.

의외로 여기서 두명이 떨어져 나갔다.
시청자들의 실상에 대해 듣더니, 한명은 본인의 외모에 자신감이 떨어져서 포기하였고, 한명은 멘탈이 약해서 견디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다 알고 온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가르칠 수 있는 운동으로 나뉘었는데, 일단 수영 방송은  생각이 없었으므로 한 사람은 탈락. 남은 세 사람중 유일한 폴 댄스 강사는 합격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둘은 요가와 헬스가 모두 가능했는데 한 사람을 떨어뜨리긴 미안해서 요가와 헬스로 한분 씩 맡아주기로 했다.

선정우가 촬영 장비들을 챙겨들고 도착을 했고, 나도 방송을 위해 옷을 갈아 입었다.
최종적으로 섭외  트레이너는 세 분 이었지만, 세 가지 운동을 전부  수 있을지는 일단 방송을 해봐야 알  있었다. 바쁜 시간대에 스케줄을 비워두게 하는게 조금 미안했지만, 그래도 홍보효과가 좋을테니 오늘 하루쯤은 희생 해야지  수 있나.


일단 헬스를 먼저 할거라, 탱크탑 또는 브라탑이라고 부르는 흰색 상의에 검은색 긴 레깅스를 입었다.
어깨선과 복근이 그대로 드러나는 민소매를 입으니 순식간에 뭇 사람들의 시선을 강탈했다.
잡티 하나 없는 새하얀 피부 아래로 탄탄하지만 과하지 않는 근육들이 건강미를 돋보이게 했다.


방송에서 헬스 선생님 역할을 맡아주기로 한 트레이너도 내 몸매가 의외였는지 눈이 토끼처럼 동그래져서 쳐다봤다. 하긴 평소에 펑퍼짐한 후드티를 입고 다니니 티가 잘 나지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얼굴에 이런 몸매는 말이 안된다.

방송 컨셉은 널리고 널렸고 뻔하디 뻔한 내용이었다. 3대 운동에 대해 배우고, 내가 직접 수행해보며 자세를 점검 받고 마지막으로 최대중량 측정식까지  예정이었다. 운동을 잘 할것 같은 날렵한 근육질의 몸이긴 하지만, 그래봤자 여자의 몸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 체중으로 중량을 쳐봤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프로여도 여성 운동선수라면  종목이 중량 전문이 아니면 3대운동 합산 300킬로그램이면 상당히 높은 무게를 든다고 할 수 있었다. 역도선수들 중에서는 대회에서 45킬로그램의 체중으로 본인 몸무게의 5배에 육박하는 210킬로그램의 중량 스쿼트를 성공시킨 선수도 있다. 재능과 노력이 합쳐진 대단한 성과지만, 어찌되었든 그들은 평범한 인간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 떡밥을 뿌려야 하므로 '평범'의 범주를 벗어날 예정이었다.
 여리여리한 몸으로 진정한 헬창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는 무게이자,
모든 남자들의 꿈이라는 3대 500킬로그램을 달성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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