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화 〉20화 - 롤창이 돌아왔다 (21/74)



〈 21화 〉20화 - 롤창이 돌아왔다
내가 만들었지만 참 맛있는 볶음밥 이었다.
파기름의 향긋함을 시작으로 풀이 완전히 죽지않아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는 당근,
통통한 새우의 탱글한 속살에 해산물 특유의 감칠맛이 더해졌고, 계란의 부드러움이  모든 재료들을 포근하게 감싸안으며 입안을 가득채웠다. 고슬고슬한 볶음밥은 역시 한끼로 손색이 없는 일품이었다.


"크으~ 내가 만들었지만 진짜 맛있네."


[자아도취 치사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먹고싶다 볶음밥 말구...큰거]

[매니저 머하냐?? 저새키 쳐내!!!]


[혼모노 육수충들  지켜가면서 나대라]

"이거 보건소에 신고 해야될 것 같아. 마약볶음밥이야. 중독의 위험이 있어."


진지한 표정으로 개그를 치자 채팅창은 온갖 도배와 주접으로  불타올랐다.


[제육 볶아와!!제육 볶아와!!제육 볶아와!!제육 볶아와!!제육 볶아와!!제육 볶아와!!제육 볶아와!!]

[너 인성 문제있어?너 인성 문제있어?너 인성 문제있어?너 인성 문제있어?너 인성 문제있어?]

[너 그거 복혐이야  그거 복혐이야 너 그거 복혐이야  그거 복혐이야]

[도 넘은 인터넷 방송 ㅋㅋㅋㅋㅋㅋ 마약 신고드립ㅋㅋㅋㅋ]


[신고하면 복이 미국가는거야?]

[복이가 복이 했는데 문제라도?]


[잘하긴하는데 잘난체하니까  꼴베기 싫으네? 어? 킹받네?]

[나 음식 잘하는 여자 좋아했었구나......]


[나 계란새우볶음밥 좋아했었구나...]

[폴인러브님이 100,000원 후원 하셨습니다!]
'나 복이 좋아했었구나......'

"잘 먹었습니다!"
"먹었으니 설거지를 해야겠네요."

[먹자마자 설거지 ㅋㅋㅋ 부지런함 모야모야??]


[자취생 설거지는 쌓일대로 쌓여서  그릇이 없을때 하는거 아녔음??]

[고건 ㅇㅈ ㅋㅋㅋ 그게 국룰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복이 그녀는 신인가?복이 그녀는 신인가?복이 그녀는 신인가?복이 그녀는 신인가?]


[앞으로 복이의 요리는 안전자산이다 반박은 안받는다]

설거지를 하고 디저트로 냉장고에서  콜라를 하나 꺼내왔다.
컵에 따르고 있는데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컥(cock)카콜라님이 10,000원 후원 하셨습니다!]
'지금 무슨 콜라를 마시려는거니 복아...? 설마...?'


[나락나락나락나락나락나락나락나락나락나락나락나락나락나락나락나락나락나락]
[나]
[락]
[엄준식]
[갑분싸]


[잼민아......ㅈ같은 도배 그만해라...]

[그와중에 후원 아이디 ㅋㅋㅋㅋ 영어강사 렉카 극딜ㅋㅋㅋ]


[그분 영원히 고통받는답니다 글 내려주세요]

"아, 아니. 이거 세일해서 산거야. 얘는 세일하고 그거는 안하는데 그렇다고 더 비싼거  순없잖아."

[그건 맞지이~]


[아 세일은 못참지 ㅋㅋㅋㅋㅋㅋ]


[그런거 전혀 신경 안쓸거 같은데 의외로 검소하네]


[복이는 비교 자체를 불허하는 신여성이다 성역이라고!]

[어후...-찐- 육수선비쉑들 저게 진지하게 말하는거라  역함 우욱...]

[세일한다고 팹을 사먹으면서 방송수익은 전액기부...? 그녀는...대체?]

[앗......아아.......]


[콕은 비싸...팹은 세일...메...모...]


에휴~그냥 사이다를 마시든가 해야지.
설마, 사이다도 국산이랑 외국산 두개 가지고 난리 치는건 아니겠지?

"그럼 이만 방종할게요~."

[언제와?언제와?언제와?언제와?언제와?언제와?언제와?언제와?]

"니들은 하는 일도 없냐? 무슨, 방송 끈다고만 하면 언제오냐고 물어봐."


[극찬극찬극찬극찬극찬극찬극찬극찬극찬극찬극찬극찬극찬극찬극찬극찬극찬극찬]


[업계포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업보쌓네 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이거 맞아?갑자기? 이거 맞아?갑자기? 이거 맞아?갑자기? 이거 맞아?]


[그만큼 방종하고 싶으신거지~그만큼 방종하고 싶으신거지~그만큼 방종하고 싶으신거지~]

[이걸?ㅋㅋㅋ이걸?ㅋㅋㅋ이걸?ㅋㅋㅋ이걸?ㅋㅋㅋ이걸?ㅋㅋㅋ이걸?ㅋㅋㅋ이걸?ㅋㅋㅋ]

[앗...아아......]

[어? 킹받네? 어? 킹받네? 어? 킹받네? 어? 킹받네? 어? 킹받네? 어? 킹받네? 어? 킹받네?]


[꼬우면 아시죠? 꼬우면 아시죠? 꼬우면 아시죠? 꼬우면 아시죠? 꼬우면 아시죠? ]

[어이어이 복태식이 돌아왔구나]

"진정들해. 저녁에 또 올테니까. 잠자코 기다리고들 있으라구."

[뭐지?버근가? 하루 세번 방송한다구?]


[하루세끼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루세끼 인방편ㅋㅋㅋㅋㅋㅋㅋ]

[킹갓빛엠페러제너럴충무공마제스티 복이~]

[잼민아...적당히해라 우욱 씹...]

[죽여주시옵소서님이 50,000원 후원 하셨습니다!]
'성은히 망극하옵니다~~~즈언하~~~~'

[충신 ON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왜 황공하지않고 죽여달래 ㅋㅋㅋㅋㅋㅋ]

[저놈에게 사약을 내려라~~~~]

[주리를 틀어버려라~~~]

"오냐~ 짐의 눈 밖에 나면 바로 유배를 보낼테니, 처신 똑바로 하거라!"

[소통퀸 발동ㅋㅋㅋㅋㅋㅋㅋㅋ  뜯기 on!]


[아 얼른 대답하라고 ㅋㅋㅋㅋㅋㅋ]

[죽여주시옵소서님이 50,000원 후원 하셨습니다!]
'예이~~~~즈언하~~~~견마지심으로 충성을 다 하겠나이다~~~'


[컨셉 유지하는거 보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극 빌런 등장이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그래, 아무튼 여러분 복바복바~ 이따가 봐요."


삼위일체 방송이 순조롭게 끝나고 잠시 주변 정리를 좀했다.
거실과 방 청소를 간단하게 하고 있을 무렵, 현관벨이 울렸다.

꽃병과 서류를 챙겨온 아랫집 선정우였다.
이젠 내 방송 편집자이자 채팅방 매니저 이기도 하다.


"오늘 방송도 정말 잘 봤습니다. 요리를 그렇게 잘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꽃병을 센스있게  골라오셨네요. 제가 이렇게 투박한거 좋아하는건 또 어떻게 알고."


"평소 복장이나, 자택이......"


어, 이 인간이?
지금 나 대충산다고 놀리는거야?

와락, 미간이 찌푸러지자 그는 농담이었다고 멋쩍게 웃었다.
나도 진심으로 기분이 나빴던건 아니었으니 가볍게 웃어 넘겼다.

꽃병을 받아들고 물을 채우고 받았던 꽃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 햇빛이 잘 받게 거실 테이블에 잘 놓아두었다.

연봉계약서엔 특별할게 없기 때문에 한번 쓱 읽어보고 서명했다.
사실 계약서는 내쪽에서 준비했어야 하는데 귀찮아서 그냥 짬 시켰다.
전 직장의 급여명세서를 보니 꽤 많이 받고 일을 했었는데, 개인 방송 편집자 일로 방송국에서 주는것 만큼 주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일단은 제 영상 업로드 채널을 하나 만들었음 좋겠어요. 여태껏 한 방송들 하이라이트 위주로 영상 만들어서 올려주시고, 채널명은 그냥 심플하게 복이TV로 가죠. 채널명 독창적으로 해서 시청자 이목을 끌지 않아도 충분히 유입이 될테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작업 최대한 빨리 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열심히 하실 필욘 없어요. 고급 인력을 쓰면서 돈도 많이 못 드리는데, 괜히 미안해지니까 적당히만 해주세요."

"걱정마세요. 제가 알아서  조절하겠습니다. 복이씨 연달아 방송 하시느냐고 피곤하셨을텐데, 그럼 이만 내려가 보겠습니다."


"정우씨도 채팅창 관리 하시느냐고 힘드셨잖아요. 시청자중에 괜찮게 할  같은 친구들로 저한테 귀띔해 주세요. 더 임명해서 쓰면 업무 분산되고 좋잖아요."


"예,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알아서 한다고는 했지만, 왠지 최선을 다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저 나이에 한참 어린 여성에게 깍듯하기란 쉬운게 아닐텐데, 방송물을 먹던 사람이라 그런가 여자라고 무시하거나 깔보는 느낌이 전혀 없어서 신선했다. 내가 만난 저 나이대 아저씨들은 다 저질스러운 인간들 뿐이었는데. 하긴, 중소기업이나 전전하던 나랑 메이저 방송국 다니는 저 사람이랑 같은 선상에 놓는게 실례다. 물론 또라이 보존의 법칙은 저기라고 다를건 없긴 하겠지만.
어쨌든 그가 아랫집으로 내려가고, 나는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저녁 방송에 대해 생각했다.


'즉흥적으로 계획 짜면서 맨땅에 헤딩하기가 쉬운게 아니네.'

첫 방송때처럼 채팅창만 읽어주면서 소통만 할까 하다가 그런식으로 쉽게 가는건 왠지 내가 재미가 없었다. 어느새 나도 방송 컨텐츠를 스스로 즐기면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녁 방송은 게임이나 한판 할까?'

Legend of Lost. 줄여서 LOL. 일명 롤이라고 불리우는 게임이다.
닉값을 아주 충실하게 하는 게임이라, 하다보면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리는데,
바로 인간성을 상당 부분 소실하게 된다. 정상인도 정신병자로 만드는 만악의 근원같은 게임이다.
나는 오늘 기존과는 다른 매운맛을 겸비한 채 롤을 할 예정이다.

원래의 나는 한때 시즌2의 망령으로 롤을 10년 가까이 플레이한 골수 롤창이다.
일을 하다보니 힘들어서 가끔 몇판 돌리는 수준으로 줄어들고 소설을 읽는걸로 취미를 바꿨지만,
한창 열심히 할때는 시즌당 2천판은 돌릴 정도로 미쳐있었었다.
그렇다. 많이 했다는 말은 곧, 롤 할때 만큼은 인성이 X창이 나있다는 말이다.

'내 아이디가 없네?'
약간 예상하긴 했지만 나의 역사가 깃들어 있는 계정이 없어져 있었다.
그렇다고 방송중에 계정 새로 파서 일반게임 돌릴 수도 없으니...
그때 떠오르는 인간이 하나 있었다.

누나, 안녕하세요~ 저 게임 별로 안해서...아이디가 있긴한데 언랭이라서 쓸모없을거에요.
네, 그건 되요. 랭크게임 두판정도 하고 안돌렸어요.
 방송 하시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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