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화 〉18화 - 고오급 노예 획득 (19/74)



〈 19화 〉18화 - 고오급 노예 획득

집에 돌아오니 현관에 장미꽃이 한 다발 놓여있었다.
쪽지도 하나 붙어있었는데,
'방송 잘 보고 있습니다. 화이팅 입니다.'
그 내용이 심히 당황스러웠다.

음? 진기한이 이랬을리는 없고.
아들래미인 중기도 문자 한통 없이 굳이 이렇게 할 이유가 없다.


아파트 단지에  방송을 보는 사람이 있을 순 있지만,
스토커가 아닌 이상 호수까지 특정하긴 어려울 것 같은데...

'아랫집 인가?'


아무래도 엊그제 내 가슴골을 훔쳐보던 아랫집 변태새끼가 놓고 간것 같았다.
변태라고 몰아세우긴 좀 유난스러운 감이 있기도 하다.
그 상황에 안구 근육이 주인의 통제를 벗어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일단 내려가 보고 인성에 문제있어 보이면 그대로 X알을 터뜨려 버릴 작정이었다.
뒷감당은 미래의 내가 하겠지~.

일단 집에 온 목적이 씻는거 였으니, 간단히 샤워부터 하고 내려가야 될 것 같았다.

띵동~띵동~

"누구세요?"

"윗집이요."


철커덕-

윗집이라는 한마디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문이 열렸다.
꽃다발을 그대로 들고 찾아오자 굉장히 당황했는지 연신 어쩔  몰라하는 모습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이상한 의도로 놓은건 아니구요."
"기분이 나쁘실 수도 있는데, 제가 경솔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내가 따지러 온거라고 생각했는지 첫마디부터 터져나오는 격한 사과와 변명의 언어가 나열됐다.
나는 무표정을 유지하며 말을 꺼냈다.

"딱히 기분 나쁘지는 않았고요, 그냥 이유나 들으러 왔어요."
"계속 서 있기도 힘든데,  들어가도 되죠?"


표정은 싸늘했지만―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행히 입 밖으로 나온 내용은 절망적이진 않았다.


내가 지금 이렇게 예의는 엿장수한테 바꿔먹고 건방지게 구는 이유는,
이놈이 어떤놈인지 한번 떠보기 위함이었다.

연약한 여자가 단 둘 뿐인 집에 들어왔을때 음흉함을 드러내는지 아닌지를 보기 위해서.
좋은 사람인척 연기를 하는건 불가능하다.  미모는 호감을 사는것을 넘어서서 사람을 홀리는 수준이니까. 마음 속에 음습함이 있다면 분명히 티가 난다.

"그러니까, 꽃은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그냥 준거다?"


"예, 방송 보면서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선물로 드린겁니다. 정말 그 외에 다른 의도는 없었습니다."

"제 방송은 전부 다 본거에요?"


"네, 어젯밤이랑 오늘아침 방송 다 챙겨봤습니다."

"틈틈히 본게 아니라 아예 풀방송으로 다 봤다는 얘긴가요?"

"그, 네......"

아랫집에 살면서 윗집 주민의 방송을 다 챙겨봤냐고 추궁한다고 느꼈는지,
그는 말문이 막히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를 내었다.

"채팅이나 후원도 하셨나요?"

"그건 안했습니다. 아무래도 윗집에 사시는 분인데 그런걸 하기엔 조금 기분이 그래서요."

확인해 보면 금방 다 나오는것 가지고 거짓말은 치지 않겠지?
하긴, 시청자들이랑 분위기 따라 같이 놀기엔 나랑 위치적으로 너무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이었다.

"저번엔 막바로 퇴근하신것 같더니, 오늘 연차라도 냈어요?"


갑작스레 개인적인 질문을 하자 그는 상당히 빠릿하게 대답했다.
마치 내가 본인의 호랑이 상사라도 되는 듯 깍듯하게 대했다.

"그, 그게...사실 그날이 퇴직한 날이었습니다."


"이직하시는거에요?"

"아닙니다. 현재 무직인 상태입니다."

"혹시 짤리셨어요?"


"아뇨, 자발적으로 퇴직서 내고 나온겁니다."

"그럼 실업급여는 안나오겠네요. 생활은 당분간 문제 없으시고요?"


지나치게 개인적인 문제로 넘어가는것 같았지만,
다 이유가 있었다. 열린 방문 틈으로 보이는 전자장비가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몸 담고있는 업종이 이쪽 계열인것 같았다.

"예, 뭐, 어차피 혼자 살기도하고 딱히 돈 드는 취미가 있는것도 아니라서요."
"홧김에 이직자리도 안 알아보고 관두긴 했습니다만, 다른 일자리를 얼른 찾아봐야죠."

얼추 상황파악이 끝났으니 가장 궁금한걸 물어  순간이 찾아왔다.

"하시던 일이 어떻게 되세요?"

"방송국에서 편집 감독일을 했었습니다."
"주로 예능이나 드라마 쪽을 작업했습니다."


예기치 않게 대어가 걸려들었다.
방송국 편집감독이면 편집보조부터 시작해서  바닥에서 쭉 커리어를 쌓은 사람아닌가?
밑바닥부터 올라온 진짜 실력자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다른 방송국으로 재취업 하실 생각이세요?"

"아무래도 그럴것 같습니다. 트러블 문제로 그만둔거지, 일이 안 맞는건 아니었거든요."

아무래도 첫 만남때는 그런 복장으로 있었던 내가 나빴었나보다.
평범한 차림으로 있으니 그의 시선처리는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앞으로도 제 방송 챙겨보실건가요?"


"물론입니다."


 방송에 환장하는걸 보니 예쁜여자를 밝히는것 같긴 하다만,
안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어차피 그런사람들 모이라고 하는 방송이기도 하고.


"그럼, 일자리 구하기 전까지  좀 도와주실래요?"


"에, 예?"

이어지는 내 제안에 폭탄발언이라도 들었다는 듯 그는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어떤 도움 말씀이십니까?"


"편집자 겸 매니저가 필요해요."
"무급으로 부려먹겠다는건 아니고, 업계평균정도는 챙겨드릴게요."


어차피 돈은 많다. 방송수익을 다 기부하기로 했지만 방송활동에 사용한 고용비로 문제 삼진 않겠지.
그때가서 뭐라고 하면 그냥 내 사비로 주면  일이고.
어차피 돈  수단은 앞으로 차고 넘친다. 개척시대에 폭등할 종목들과 회사들을 알고있기 때문이다.

딱히 돈이 아쉽지 않음에도, 두배의 월급을 준다거나, 상여금을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왕창 챙겨 주겠다거나, 그런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너무 많은 돈은 의심을 부르기 마련이다.

생각해보라. 본인의 능력을 높이 사주는건 참으로 고마운 일이겠다만,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수준의 파격적인 계약서를 들이밀며,
내가 존나게 잘 대우 해줄테니 같이 일하자고 하면, 아이고! 이제 내 팔자 폈다~ 하고 좋아하는건
지능에 심대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무언가 이상한걸 시키는게 아닐지 의심부터 하는게 정상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그에게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를 하였고,
이를 받아들이는건 이제 그의 몫 이었다.

"좋습니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나이스! 나는 티나지 않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런 고급인력을 이렇게 쉽게 구하다니 운이 아주 좋았다.
그러고보니, 윗집엔 기자 아랫집엔 편집자. 중간층엔 빙의자―TS된―.
 아파트 대체 뭐지?

하긴, 전부 내가 만들어낸 인연이긴 하다.
층간소음으로 올라온 아랫집, 베란다 난동으로 알게된 윗집.
이쯤 되면 사고를 쳐야 도리어 좋은 일이 생기는게 아닌가 싶다.

"그럼 급여명세서랑, 계약서 만들어서 위로 올라오세요. 앞으로 같이 한번  해봅시다."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부드럽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건네자 그는 조심스레 내 손을 쥐고 살살 흔들었다.


"참, 가장 중요한걸 안 묻고 있었네요."
"제 이름은 아실테고, 그쪽, 이름이 뭡니까?"

"선정우, 입니다."

"좋아요, 정우씨. 꽃다발 선물은 고맙게 받겠어요."
"근데 꽃만 주면 어떡해요? 올라올때 꽃병도 하나 가져다 주세요."


꽃병 얘기로 웃음꽃을 피우며 용건을 끝마친 나는,
그의 명함을 챙겨들고 집으로 올라왔다.
내 번호도 알려줘야 하니 문자를 한통 남겨뒀다.

이제 낮 방송을  시간이었다.
마트에서 직접 장을 보고 집에서 손수 요리를 해서 맛있게 밥까지 먹는,
야방, 쿡방, 먹방의 삼위일체의 방송 계획을 세웠다.

방송 장비를 챙기고 마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 정도면 방송하려고 태어난 사람 수준의 중노동 이었지만, 어쩌겠나?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것을.

"복하~복하. 저 왔어요."

[ㄹㅇ 또 켰네 ㅋㅋㅋ 방미새 ㅋㅋㅋㅋㅋ]

[복이 어서오고~]


[누나 반말 해주세요!!]

[반말단 꺼져! 너 나가]


[응~아니야 존댓말단이 꺼져~~~]

"양쪽 다 원하시니까, 섞어가면서 할게~."

[복이특) 마음씨가 예쁨]


[분쟁조정위원회 수준ㅋㅋㅋㅋㅋㅋ]


[이도저도 아닌거지 ㅋㅋㅋ 맨날 휘둘림]

[휘둘리는게 아니라 착한거지ㅡㅡ 뭐 눈엔 뭐만보인다더니]

역시나 채팅창은 혼란의 도가니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겠지, 익숙해지자.

일단 아랫집 선정우씨에게 매니저 권한을 주었다.
이젠 그가 채팅창 관리를 해줄거다. 심하게 단속 할 필요는 없다고 전해 두었다.


[나다십새갸님이 10,000원 후원 하셨습니다!]
'복태식이 돌아왔구나'

[제목 : 복이 on]


여신님 오셨다~
다들 출석해라~

ㄴ낮방도함?ㅋㅋㅋㅋ
ㄴ아침에도 했음ㅋㅋㅋ
ㄴ에?
ㄴ아침에 안봤으면 인절손 지금 안보면  인절손
ㄴ그럼 절반 두번이니 반의  손해?
ㄴ기적의 수학자 등판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쟤 무슨 하루종일 방송하냐?ㅋㅋ레게노네ㅋㅋㅋ


[복이가 방송을 키자, 멈췄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게 그사람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잖아요......]


[복이 그녀는 신인가? 복이 그녀는 신인가? 복이 그녀는 신인가? 복이 그녀는 신인가?]

[오늘도 빛이 나도록 아름다우십니다]

[육수 ON!]


주접스러운 채팅들이 마구잡이로 올라오는 가운데 방송 컨셉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낮방은 장요먹방으로 할거에요~."


[장요먹이 뭐야ㅋㅋㅋㅋㅋㅋㅋ]

[이상한 줄임말 쓰지말라고 ㅋㅋㅋㅋㅋㅋ]


[장어 요구르트 먹방?? 도전 괴식인가?!]


"장요먹 뭔지 몰라? 센스없네~."

[너 인성 문제있어? 너 인성 문제있어? 너 인성 문제있어? 너 인성 문제있어? 너 인성 문제있어? ]

[갑자기? 갑자기? 갑자기? 갑자기? 갑자기? 갑자기? 갑자기? 갑자기? 갑자기? 갑자기? ]

[그만큼 억까가 하고 싶으신거지 그만큼 억까가 하고 싶으신거지그만큼 억까가 하고 싶으신거지그만큼 억까가 하고 싶으신거지그만큼 억까가 하고 싶으신거지그만큼 억까가 하고 싶으신거지그만큼 억까가 하고 싶으신거지]


내가 시청자들을 놀린건 처음인  같아 말을 하면서도 피식 웃자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우서?우서?우서?우서?우서?우서?우서?우서?우서?우서?우서?우서?우서?우서?우서?우서?]

[웃어???웃어???웃어???웃어???웃어???웃어???웃어???웃어???웃어???웃어???웃어???]


[나락나락나락나락나락나락나락나락나락나락]
[엄]
[준]
[식]


[조금 불ㅡ편 하네요]


[아니다  악마야!]


[꼬우면 아시죠?]


[복이가 복이 했는데 문제라도?]

"농담이야~ 장요먹이 뭐냐면~."
"바로바로~ 장보고 요리하고 먹방하기 입니다아!"

[개 조지고 나락가는거 아니냐 ㅋㅋㅋㅋㅋㅋ]

[나는 우리 복이 믿어~]


[오복!오복!오복!오복!오복!오복!오복!오복!오복!오복!오복!]


[신 그녀는 복이인가?신 그녀는 복이인가?신 그녀는 복이인가?신 그녀는 복이인가?]


"잘 할테니까, 걱정들 붙들어 매시고~."

마트에 들어서자 아직 덥지 않은 날씨인데도 냉방을 해놨는지 공기가 선선했다.

"에어컨을 틀어놨나봐요. 마트 들어오니까 공기가 다르네."


카트를 빼고 식품매장으로 들어갔다.


[나 저기 어딘지 알 것 같은데?]

[현실갱 ㄱㄱㄱㄱㄱㄱㄱ]


[Wls 같이 굴지말고 방송이나 쳐 봐라]

[네이버후드님이 50,000원 후원 하셨습니다!]
'저 그 동네 사는데 가서 아는척해도 되나요?'

"물론이죠~ 저는 언제나 여러분께 열려 있습니다."


[누나 오늘 개쩔어요누나 오늘 개쩔어요누나 오늘 개쩔어요누나 오늘 개쩔어요누나 오늘 개쩔어요]


[뭐요? 열려있어? 뭐요? 열려있어?]

[혼모노 쉑들 제발 자제 좀 해 ㅡㅡ 그런쪽으로 생각안하면 대가리 터지기라도 하냐?]


[뇌절 그만 좀]

[쌀이누나 나 복거같아 ]

[자~드가자~자~드가자~자~드가자~자~드가자~자~드가자~자~드가자~자~드가자~자~드가자~]

[아아 그저 빛...사랑합니다...이 세상 끝까지...]


[하지말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욱...저새낀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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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님 실물 영접하러 간다~부럽지? 부럽지??크크루삥뽕'

[저새끼 쳐내!!!!]

[죽여!! 찢어!! 조져!!!]

[정신나갈거가테정신나갈거가테정신나갈거가테정신나갈거가테정신나갈거가테정신나갈거가테]

[점심나가서머글거가테점심나가서머글거가테점심나가서머글거가테점심나가서머글거가테]


[예쁜여자를보면짖는개 님이 30,000원 후원 하셨습니다!]
'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

[짖는개 어서오고~]


[호감 컨셉충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장을 한번  볼까요?"


힘차게 카트를 밀며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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