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화 〉16화 - 물리학 1타 강사 (17/74)



〈 17화 〉16화 - 물리학 1타 강사

"그럼 다음에 또 봽죠."

"네, 잘 좀 부탁드립니다."

진기한은 하얀방과 포탈에 대해서 최대한으로 기사를 보도해주겠다고 했다.
허접한 기사만 쓰는 기레기가 아닌 진짜 기자니까, 나 혼자 방송하는 것 보다 더 효과가 있을 거다.


삐리릭~

배웅을 끝내고 잠시 거실에 머물다가 방으로 돌아왔다.

흑구가 파랗게 변하기까지 대략 5일이 남았고
활성화된 포탈이 다시 붉게 물드는 시기는 대략 3~4일 정도가 필요하다.
조사 차원에서 진입하는 선발대들은 그곳에서 하루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을테니,
사실상 그들이 타임리미트를 늘려주는 일은 없다고 봐야할 것이고.


'길어야 열흘인가......'


열흘안에 목숨을 걸고 해야할 일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실로 끔찍했다.
시한부도 이런 시한부가 없지 않은가?


"잠이나 자야겠다."

불을 끄고 비스듬히 누워 어두운 천장을 보며 눈을 깜빡이길 여러 차례.
어느덧 수마가 찾아왔다.


"하아~ 이제 잠들때 마다 여기로 온다 생각하니 내 신세가 참 처량하구만."


하얀방에서 눈을 뜨자마자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첫 소감은 당연히 불평이었다.
그나마 저번처럼 고통이 없다는건 천만다행이었다.
매일같이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면  누구도 견뎌낼  없을테니까.

지금부터 나는 잔혹한 학살자가 될 것이다.
누군가  사실을 기록한다면 역사에 남을 희대의 대학살자로 남을테지.
학살을 위해 태어난 기계처럼, 무참하게 시간을 학살하겠다.

빰빠라바람 빰빠빰빰~


대체 제목이  '녹차' 인지 모르겠는 알람음을 들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아직 각성 초반이라 하얀방에서 시간의 흐름이 현실과 비슷했지만,
그래도 밤새도록 말짱하게 깨어있는 기분은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욕실로 들어가 간단하게 샤워를 했다.
습관처럼 뉴스를 틀어놓고 즉석밥과 즉석카레를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정부가 군을 동원해 미확인 구체에 화력투사를 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인근 지역은 봉쇄  예정이며...당국은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조사에 진척이 없이 답보상태에 빠지자 결국은 화력투사를 결정한건가?
그래 봤자 개인화기 수준이겠지.

레드 포탈이 등장하고 점점 성장하며 공간을 좀먹기 시작했을때,
군대는 이판사판으로 육군 기갑병종과 공군 전투기까지 띄워서 무차별 포격과 폭격을 해 버린다.
그러고도 저지가 안되자 미사일까지 쏴버리지만 화염과 연기가 걷히고 난 후에 나타난,
흠집 조차 나지 않은 붉은 구체를 보고는 전혀 효과가 없는 것에 망연자실하며 체념해 버린다.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과연 예정된 미래를 뒤틀수 있을까?
후아~가슴이 답답할땐 역시 뜀박질이지.


검은색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고 야외용 캠을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운동복 바지도 하나 사야겠네.'
아무래도 급한대로 몇벌만 샀으니 입을 옷이 너무 없었다.
시간을 내서 대대적 옷 쇼핑을 좀 해야할 것 같았다.


저번에 뛰었던 개천을 낀 산책로에 도착해서 행색을 한번 확인하고 방송을 켰다.

[제목 : 아침햇살 같은 복이가 왔어요~(야방,운동방송) ]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뭐지...개꿀잼 몰카인가?]

[버근가?버근가?버근가?버근가?버근가?버근가?버근가?버근가?버근가?]


[아침 방송 뭐냐고!!!!]

[복이 그녀는 신인가?복이 그녀는 신인가?복이 그녀는 신인가?복이 그녀는 신인가?]

[ㄹㅇ루다가 오바자너ㅋㅋㅋㅋ나 밤샜다고 ㅋㅋ 자야된다고...ㅋㅋ]


[분위기 곱창내지말고 졸리면 자빠져 자러가라]

[복하~복하~]

[모야모야?]


이른 아침부터 방송을 킨데다가 야외방송인걸 본 시청자들의 당황이 느껴졌다.

"여러분~안녕안녕~. 밤새 복 손실 왔죠? 여러분을 위해서 아침 야방으로 찾아뵀습니다!"

햇빛을 받으니  빛이나는것 같은 미소와 함께 경쾌한 분위기로 인사했다.

[신 그녀는 복이인가?신 그녀는 복이인가?신 그녀는 복이인가?신 그녀는 복이인가?]


[복이특) 언제봐도 예쁨]

[이른 아침부터 복이라니 이거 실화냐?]

[출근길 든~든~합니다]

[국밥개꿀ㅋㅋㅋㅋㅋㅋ]


"아침에 달리기를 해주면 참 좋아요. 하루가 기운으로 충만해지죠."

[아니다 이 악마야!]


[갑자기?ㅋㅋㅋㅋ]

[아침운동?? 이거 맞아???ㅋㅋㅋㅋㅋ]

[와 아침인데 시청자수 보소ㅋㅋㅋㅋ 머기업 수준ㅋㅋㅋㅋㅋ]


[ㄹㅇ 하루아침에 머기업 되버렸네 ㅋㅋㅋㅋ]

[여기 무슨 방송인가요??]

[복린이 어서오고~]


[얘들아 신입받아라~~~]


[건강녀 이미지 만들고 싶나보네ㅋㅋㅋㅋ딱봐도 약해보이는데 대충 껄쩍거리다 들어갈듯]


[화요일은가슴하는날 님이 30,000원 후원 하셨습니다!]
'혹시 오늘 헬스장도 가시나요?'

"아뇨, 계획은 없어요. 헬스장 방송하면 시청자분들이 좋아하려나?"


[화요일은가슴하는날 님이 30,000원 후원 하셨습니다!]
'헬스방송 할때까지 숨 참겠습니다 흡!'

"아이고, 화요일님  넘어가기전에 빨리 가야겠네요."


[헬스장가면 요가복 입는거냐??ㄷㄷㄷㄷ]

[ㅗㅜㅑ...생각만해도 갈것 같아]

[쌀이누나  복거같아 쌀이누나  복거같아 쌀이누나 나 복거같아]


[복이 헬스장 요가복...메...모.....]


[나랑같이놀래님이 20,000원 후원 하셨습니다!]
'오늘자 친구비 입금합니다'


"친구비라뇨. 여러분이랑 전 이미 친구랍니다."

[누나 오늘 개쩔어요]


[복아가는 아가야 아가는 지켜줘야해]

[마음씨가 진짜 착한것 같다]

[저거 다 연기임ㅋㅋㅋㅋ니들  빨아먹을라고 ㅋㅋㅋㅋㅋ 또 속냐?]

[아만보쉑  모르면 닥쳐라]


[유입이면 ㄹㅇㅋㅋ만 치라고 빡치니까]


[저새끼 밴해!!! 복이 수익 전액 기부하는거 모르냐?]

[그저 킹갓빛제너럴 복이]

"스트레칭은 미리 해뒀으니까 이제 좀 달려 볼까요?"

카메라를 전방으로 향하여 진행할 코스를 보여줬다.


"저쪽에  빌딩 보이죠? 저기 부근까지 길이   있어요. 거기까지 찍고 돌아오겠습니다."


[빌딩이 좀 멀어보이는데?]

[공원에서 방송 네시간 하는거 아님?ㅋㅋㅋㅋ]


"아니에요. 저 정도면 왕복 두시간안에 가능합니다."


마라톤이 취미인 잘 달리는 여자 기준으로 뛸 예정이었다.
그 정도 수준만 되도 시청자들 모두 깜짝 놀랄테니까.

[아침부터 구라라니 업보 스택 쌓이죠?ㅋㅋㅋㅋㅋㅋ]

[실패하면 벌칙 있나요?]

"너무 저를 못 믿어주시니까, 의욕이 좀 꺾이네요~."

[당신이죽였어당신이죽였어당신이죽였어당신이죽였어당신이죽였어당신이죽였어당신이죽였어]

[니가죽였어니가죽였어니가죽였어니가죽였어니가죽였어니가죽였어니가죽였어니가죽였어]

[X키를 눌러 조의를 표하십시오X키를 눌러 조의를 표하십시오X키를 눌러 조의를 표하십시오]


[뇌절 그만 좀!]


[맨발의청춘님이 50,000원 후원 하셨습니다!]
'믿습니다!믿습니다!믿습니다!믿습니다!믿습니다!믿습니다!'


[충신보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그거 복혐이야 너 그거 복혐이야 너 그거 복혐이야 너 그거 복혐이야]

"지금 집에 계신분들, 방구석에 박혀있지 말고 나와서 저랑 같이 운동해요."

[촌.철.살.인ㅋㅋㅋㅋㅋㅋ]

[도 넘은 인터넷 방송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비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구석에서  쳐 기어나와!!]

[여포보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방구석 개백수 학살해버리죠?]

"그러지말고~아침에 러닝하면 진짜 좋아요~."

[ㅔ]
[ㅖ]
[ㅔ]
[ㅔ]

[복이!복이!복이!]


[아침에 뛰면 좋다...메...모...]

"자, 그럼 갑니다~ 복이 열차 출발~."

카메라를 다시 내쪽으로 돌리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탁-탁-탁-

규칙적으로 울려퍼지는 바닥과 발바닥의 충돌음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달리면서 틈틈히 채팅창을 보았다.


[뉴턴역학권위자님이 100,000원 후원 하셨습니다!]
'오늘 물리학 수업 시간인가요?'


[눈나나죽어눈나나죽어눈나나죽어눈나나죽어눈나나죽어눈나나죽어눈나나죽어]


[자~드가자~자~드가자~자~드가자~자~드가자~자~드가자~자~드가자~자~드가자~]

[절  태  해  대 태 보 해 절 대 태  해 절 대 태 보  절    해 절 대 태 보 해]


[@==(^0^)@ @==(^0^)@ @==(^0^)@ @==(^0^)@ @==(^0^)@ @==(^0^)@ @==(^0^)@ ]


[몬가...몬가가 일어나고 있어!!!!]

[복이특) 뛸때도 예쁨]


[호우!]

[호우~]


[호무새 꺼져 좀]

[공원 찢었다]

[달리기 찢었다]

워낙에 존재감을 뽐내는 바스트이니 만큼 달리는 속도만큼 리드미컬하게 흔들렸다.
후드티를 입었음에도 감추는데는 소용이 없었다.

[복이와 중력의 콜라보레이션~~~~홀리쉣~~쏴리질러!!!!!!!]

[물리학 1타 강사 등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교수님 진도가 너무 빨라요]


[교수님 질문 있습니다!!!!!]

[오늘 야방 못본놈들 인절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목 : 혜성처럼 등장한 물리학1타 강사(feat.복이) ]

[영상] [사진]

복이 아침부터 야방켰는데
다짜고짜 달리기하는중ㅋㅋㅋㅋ
근데 ㄹㅇ  잘뜀ㅋㅋㅋㅋㅋ
그리고 '그것'도  잘 흔...흠!

ㄴㄹㅇㅋㅋㅋ 알람와서 호다닥 들어갔더니 레전드 갱신중ㅋㅋ
ㄴ실시간 레전드 갱신ㅋㅋㅋㅋ아침방송계의 이단아 ㅋㅋㅋㅋㅋ
ㄴ코스프레나 하고 치우려는줄 알았는데 뛰는 폼이 보통이 아닌데?
ㄴ초반부터 템포 빠르게 가길래 좆만큼 뛰고 헉헉대고 멈출줄 알았는데 계속 유지중ㅋㅋㅋ
ㄴㅆㅂ 무슨 마라토너냐? 나보다 더 잘뛰는거 같은데?
ㄴ눈나가슴 진짜 정신없이 요동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리학수업이라뇨~ 푸하학~."


어이가 없어서 순간 진심으로 웃음이 나왔다.

[찐텐 웃음보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보) 복이는 진짜 웃기면 저렇게 웃는다]

[성격좋은게 딱 보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 성희롱 자제해주세요 저래보여도 속으로  상처받습니다]


[니가 뭘알아! Wls새끼가]

[일리가 없는말도 아님 좀 조심하긴 해야할듯]

[그건 맞지~어제 데뷔했다구? 조심히 다뤄달라구]

[킹치만......입 다물기엔 너무나 개쩌는 누나인걸?]

[과몰입 ㄴㄴ과몰입 ㄴㄴ과몰입 ㄴㄴ과몰입 ㄴㄴ과몰입 ㄴㄴ과몰입 ㄴㄴ과몰입 ㄴㄴ]

[42.195km님이 40,000원 후원 하셨습니다!]
'진짜  뛰시네요 솔직히 감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디가 마라톤 그 자체네요?"


[소통퀸 ㅋㅋㅋㅋ 아 돈내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랑 말 섞으려면 한마디당 돈내야해!]

[???: 말을 하려면 돈을 내야지? 하등생물아 ]


[42.195km님이 40,000원 후원 하셨습니다!]
'네! 동호회 활동하고 있습니다 언제  한번 같이 뛰고싶습니다!'

"저야 좋죠~ 방송 가능한 마라톤 대회같은것도 참가하고 그래볼게요."

[예스맨이다 진짜로...우리가 해달라는거 왠만하면  콜임]

[진짜 그렇네? 안된다고 한거 하나라도 있냐?]


[그러게ㅋㅋㅋㄹㅇ로 약속은 진짜 다 해주네ㅋㅋㅋㅋ]


[응~약속만해~해주진않아~~~]

[아니거든? 우리 복이는 자기가 한말 다 지키는 애거든??]

[대가리 또 깨지고싶냐? 또 속냐?]

[뇌수가 질질 흐르죠???]


[어...뭐지...어째서 머리에서 국물이.........?]

[복아 미안해ㅜㅜ 우리도 원래부터 이러진 않았어ㅜ대가리가 하도 깨지다보니 크흑!!]

아침임에도 많이 찾아와준 시청자들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달리고 있자니,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반려견 3마리를 끌고 벤치에 앉아있는 TMI녀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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