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6화 〉길고 긴 금요일(5)
“바뀐 것도 딱히 없는데, 물질계는 언제봐도 신기하네.”
이프리트의 붉은색, 아니. 주홍빛 눈동자가 몇 번이나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갈색 끼가 머무는 하얀 피부는 돌을 깎아 만든 것처럼 맨들맨들해보였다.
“뭐, 앞으로도 종종 나올 테니까, 이쯤 할까? 마레이 드 파웬.”
“네?”
“뭐, 넉넉해 보이지만, 아직은 어리니까 무리하면 안되니까. 난 정령계로 돌아갈게. 자주 불러 달라고 어린 계약자님?”
이프리트는 윙크를 하고 씨익- 웃어 보였다. 그리고 마레이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 위로 가져다 대었다. 라벨라보다 크다. 크사크루 자매 정도 될까. 짧은 순간이었지만 크기를 바로 측정해버렸다.
“자주 불러주고, 세상 구경을 자주 시켜주면 이 누나가 좋은거 시켜줄지도 몰라~?”
더욱더 다가와 숨결이 느껴지는 거리에서 고양이처럼 나른하게 웃는 이프리트의 모습에 마레이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프리트가 마레이의 손을 슬쩍 움켜쥐자.
-물컹.
탄력적인 가슴이 손아귀에 가득 들어, 아니. 수박만 한 가슴 크기에 손아귀가 다 들어갈 리가 없었다. 손가락이 파묻히는 감각이 너무나 생생해서 마레이는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켜버렸다. 그리고 낯선 여성의 적극적인 유혹에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시선을 피해버린다.
“아~!! 정말~!! 너무 귀엽잖아!!”
마레이의 반응을 본 이프리트는 사냥에 능숙한 포식자처럼 갑작스레 달려들어 마레이를 꽉 끌어안았다.
“너, 이 누나가 즐겁게놀아줄 테니까, 하루에 한 번은 꼭 불러! 알겠지? 응?”
부드러운 가슴에 파묻혀 숨을 쉬기 어려웠지만, 이미 크사크루 자매에게 익숙해진 마레이는 능숙하게 고개를 좌우로 움직여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한 거다? 이프리트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었고, 마레이도 따라 그녀의 손가락에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이프리트는 베시시 웃다가 마레이의 이마에 키스를 하고 마레이를 꽉 끌어안은 채곧장 불타올랐다.
-화르륵!
“아, 앗!! 아….?”
뜨겁지 않았다. 온몸을 덮었던 불꽃은 거짓말처럼 사라져있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이프리트를 찾을 수 없었다. 옆에서는 샤샤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좌우로 젓고 있었다.
“아이고….. 골치 아픈 스토커에 걸렸네…?”
“이프리트요…?”
“그래, 정령왕인줄 알고 계약한 거야? 인간 중에 이런 친화도가 있는 사람이 존재할 줄이야...”
“몰랐어요….. 이프리트랑 계약한 사람이 또 있나요?”
샤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머니. 인간이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라벨라 드 파웬은 두 명의 정령왕과 계약했어. 뭐, 호기심에 계약이다 보니 계약 이후에 쓴 적도 없는 것 같지만…”
“하하….”
뭐라 대답해야 될지 몰라서 마레이는 그냥 웃으며 뺨을 긁적였다.
“일리엔 이나, 네 어머니인 라벨라. 아니면 총독. 아니, 로렌에게 말해두는 게 좋아. 정령들은 우리들이랑 달라서 뭔가 어긋난 게 있거든. 일반 정령이면 계약으로 구속이 되어 있으니까 주의하면 되지만, 정령왕들은 그것도 잘 안되거든. 거기에 제멋대로에다가속도 좁고, 이해할 수 없는 구석도 많아.”
샤샤가 정령왕, 아니. 이프리트에 대한 독설을 끊임없이 내뱉고 있었다. 이프리트를 만난 것은 오늘 처음이었기에 샤샤의 말을 부정하기에도 이상했다. 샤샤가 남기는 몇 가지 당부사항을 듣고, 소환을 피하라는 말을 몇번이나 듣고 나서야 그녀는 마레이를 놓아주었다.
샤샤의 반복되는 당부, 아니. 잔소리에 마레이는 자동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 때쯤에서야 풀려날 수있었다. 짧다고 하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동안 느끼는 피로감은 상상을 초월해서 마레이는 힘없이 광장에 있는 분수대에 주저앉아있었다.
누군가의 걱정과 관심이 싫은 건 아니었지만, 알았다고 말해도 같은 말을 다섯 번 이상 듣는 것은 고역이었다. 그게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여전히 분수대에서는 투명한 물로 된 물고기들과 물고기들이 이곳저곳으로 펄쩍펄쩍 뛰어놀고 있었다. 처음에 마법이라 생각했는데, 오늘로서야 뛰어놀고 있는 저 아이들이 정령이라는 걸 깨달았다.
분수대에 손을 슬며시 내밀자, 투명한 물고기들이 손끝 주변을 맴돌다 마레이를 향해 펄쩍 뛰어올랐다.
“앗...?!”
갑작스러운 물의 정령의 공격(?)에 깜짝 놀란 마레이가 뒤로 주저앉았다. 물고기를 닮은 정령은허공에 떠서 마레이의 주변을 빙빙 돌다 다시 물에 들어가 버렸다. 장난 친 거라 생각은 들었지만, 떨떠름한 건 어쩔 수 없었다.
~♬
저 멀리 바이올린 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운이 좋은 날 같았다. 정령과도 계약을 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 보는 것도 힘든 바이올리니스트도 광장에서 연주를 하고 있었다.
분수대에 손을 뻗자, 물의 정령들이 마레이의 손 주변을 맴돌았다. 무어라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한참 동안 무어라 재잘거리던 녀석들은 금방 흥미가 동났는지, 분수대로 들어가 버린다.
바이올린 소리도 이미 잦아들고 난 이후였다. 집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로렌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 걸음이 잘 떼어지지 않았다. 의미도 없이 광장을 하염없이 떠돌다가 악기점 주변에서 걸음이 멈춰 섰다.
주갈색 빛 바이올린이 유리창 너머에 놓여있었다. 빛을 머금은 갈색빛 자체에 넋 놓고 바라보게 된다. 너무나도 얇은 은빛 선들은 손을 가져다 대면 베일 것만 같았다. 자연스레 옆에 가격표를 보았다. 자신의 용돈을 삼, 사 년 모아도 사기 힘들 것 같은 엄청난 가격.
사회초년생들이 버는 월급에 몇 배에 해당하는 금액에 마레이는 바이올린을 살 생각을 말끔하게 포기했다. 라벨라에게 말하면 사줄지도 몰랐지만, 그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바이올린 좋아하나?”
“네? 아, 영감님...”
이제는 익숙한 얼굴의 노인의 모습에 마레이는 고개를 숙여인사를 했다.
“바이올린을 켤 줄은 아는가?”
“아뇨,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해요. 소리가 너무 아름답잖아요.”
“내가 사주면 한 번 배워볼 텐가?”
바이올린 가격에도 노인은 아무렇지 않은 듯 보고 옅게 웃고 있었다.
“영감님의호의는 감사하나,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선물이라고 하기에는 무척이나. 아니, 엄청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그런가. 실례했군.”
노인은 웃고 있었다. 주름진 눈가가 호선을 그리며 마레이를 내려보고 있었다. 직접 옆에서 보니 노인의 키는 정말 컸다. 로렌보다, 아니.이프리트보다 훨씬 커 보였다. 꼿꼿하게 선 모습에는 약간이나 위압감이 있을 정도였다.
“오늘도 혼자 시간을 보내는 노인을 위해 대화상대가 되어줄 수 있는가?”
“예, 오랜 시간은 힘들지만, 어느 정도는 괜찮습니다.”
노인은 이제 익숙하다 못해, 정이 들것 같은 카페를 가리켰다.
이 노인은 누구일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마레이는 간식에 손도 대지 않고 자신을 보고 있는 노인을 보았다. 주름진 얼굴과 다르게 여전히 타오르는 눈빛, 굳은살이 남아있는 손, 잔뜩 그을린 피부.
이하운이 살기를 내뿜었을 때와 다르게 묘하게 사람을 짓누르는 압박감. 이런 사람이 평범한 사람일 리는 없었다. 이름을 물어봐도 대답을 피하는 걸 보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싶어 하는 것같았기에 굳이 되묻지는 않았다.
“손녀와 레스토랑에 가려 하는데….”
잔뜩 긴장한 마레이에게 묻는 사소한 질문에 마레이는 터져 나올 것 같은 헛웃음을 삼켜냈다.
“이 주변에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이 없더군. 혹시 추천해줄 수 있나?”
“좋은 곳은 많은데, 가격은 어느 정도로생각하시는지요?“
“가격은 신경 쓰지 말게나, 이래 봬도 부유한 편이라네.”
“아, 그게… 어머니와 같이 간 곳이 있는데...”
야경이 보이는 레스토랑. 식사를 하러 갔다가, 극상의 여체를 나란히 유리창에 기대게 한 뒤에 번갈아 가며 박으며 즐긴 기억이 대부분이었지만 발테르에서 가본 레스토랑 중 그곳이 최고였다. 물론, 가본 레스토랑이라고 해봤자 손에 꼽을 정도로 적지만…
노인은 중요한 내용을 들은 것처럼 손바닥만 한 메모장에 마레이가 알려준 레스토랑의 위치를 적었다. 자신과 대화하며 시간을 죽이고 있기에는 범상치 않은 사람이었다. 노인은 마레이의 시선에도 여유롭게 차를 홀짝이며 마레이를 바라볼 뿐이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어째서 군인을 선택하신 건가요?”
마레이의 질문에 노인은 잠시 눈을감았다가, 뜨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군인이 되려는 생각은 없었다. 기사 가문의 장자로 태어나 기사가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자랐거든. 주변의 기대에도, 내 기준에서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는데,급속도로 바뀐 왕국은 기사가 아니라 장교를 원하더군. 기사로 자라, 장교의 길을 밟게 되었으니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겠군.”
장교. 마레이는 왜인지 모르게 눈앞의 노인이 평범한 장교는 아니라 생각이 들었다. 기사 가문, 귀족 이런 것을 넘어서 지금 눈앞의 노인은 하나의 거대한 성채 같은 사람이었으니까.
“직업을 후회한 적은 없으세요? 희생해야 되는 게 많잖아요. 군인이라는 직업은.”
마레이의 물음에 노인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기사보다는 음악가가 되고 싶었다. 검술에도 재능이 있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나는 피아노에 더 재주가 있었거든.”
노인의 고백에 마레이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후회하지는 않는다.”
노인의 눈은 주름이 새겨진 세월보다 더욱더 강렬히 타오르고 있었다. 그 불꽃은 죽음만이 잠재울 수 있을 터.
“대단하네요. 아니, 존경스럽네요.”
마레이의 대답에 노인은 인자하게 웃고 있었다. 주름 아래로 잔뜩 굳은살이 박힌 손바닥을 볼 수 있었다. 강인하다. 그런 짧은 생각도 들었다.
“더 이야기하고 싶지만, 손녀가 부르고 있군.”
노인이 품 안에서 회중시계를 꺼냈다. 마레이에게 보란 듯 부르르 떨리는 시계를 책상 위에 올려놓은 노인의 모습에 마레이는 다시금 고개를 숙여 작별 인사를 했다.
“즐거운 시간이었네, 파웬군. 더 지체하면 손녀 아이가 잔소리를 할 게 뻔해서 이만 일어나겠네. 다음에 또 봤으면 좋겠구나. 마레이 드 파웬.”
자리를 떠나는 노인의 모습에 마레이는 자신이 그에게 이름을 말해준 적이 있는가 생각했다. 여전히 테이블 위에는 간식들이 남아있었다. 부유하지 못했던 시절이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기에 마레이는 남은 간식들을 버리고 간다는 선택지를 고를 수 없었다.
“마레이 늦지 않게 왔네요, 다행이에요.”
집에 도착하자, 라벨라는 평소처럼 깔끔한 정장으로 차려입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다만 깔끔하게 묶은 포니테일에 묘하게 시선이 갔다. 하얀 목덜미가 그대로 보이자, 치솟는 음심에 애써 시선을 돌렸다.
“시간이 조금 빠듯하긴 한데, 입으로 해드릴까요?”
라벨라는 묘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허공에서 페니스를 쥐는 듯한 손놀림을 보이며 입을 벌려 혀를 쭉 내밀었다.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마레이는 벨트를 풀어, 씻지도 않은 페니스를 라벨라의 얼굴에 가져다 대었다.
“후후, 엄청난 냄새… 엄마가 잔뜩 빨아줄 테니까, 그 뒤에는 깔끔하게 씻어야 되는 거 알죠?”
페니스 끝에 코를 가져다 대어 킁킁- 냄새를 맡는 모습을 보면 지적인 감찰국장의 모습을 찾을 수 없는, 그저 발정 난 암캐의 모습이나 다름이 없었다. 귀두의 중간까지 뒤덮고 있는 껍질을 코끝으로 몇 번 긁는 감각에, 마레이는 저도 모르게 라벨라의 머리를 두 손으로 붙잡는다.
“킁킁.. 낯선 냄새.... 쯔읍…. 처음 보는 맛인데…”
붉은 빛 혀를 잔뜩 내밀어, 얌채처럼 귀두만 조심스레 핥짝이는 라벨라의 모습에 마레이는 허리를 슬그머니 내밀며. 자신의 물건을 모친에게 입안에 직접 머금으라는 듯 강요하고 있었다.
“아앙, 마레이. 엄마가 묻고 있잖아요~? 핥짝. 누구에요~? 쯔읍. 쪽.”
화를 내기는커녕 장난치는 고양이처럼 귀두 주변을 핥고, 빨고, 그리고 입을 맞추며 괴롭히는(?)라벨라의 모습에 마레이는 자연스레 란의 이름을 부른다.
“란님은 뵈었군요. 후후, 그분도 마레이의 ‘암컷’이라.. 이거 재미있게 되었네요.”
“우으.. 엄마.. 이제… 입안에 넣고 싶어...”
“잠시만요. 마레이, 순서가 있잖아요.”
아들의 재촉에도 라벨라는 가볍게 훈육한 뒤에, 손을 둥글게 말아 페니스의 끝을 잡고 천천히 뿌리 끝을 향해 움직인다.
-쯕.. 즈윽.. 쯔윽..
껍질 안에 숨겨져있던 아직 누렇게까지는 변색되지 않은 정액덩어리들이 실처럼 뒤엉키며 뒤로 밀려나는 껍질을 따라 뒤로 느릿하게 따라 움직인다. 길게 늘어지는 정액덩어리들이 라벨라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투둑- 소리를 내며 끊어지고 페니스 위로 다시 떨어진다.
“제대로 씻을 시간도 없었나 보네요?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 게 잔뜩… 후으.. 땀 냄새.. 쯔읍..”
“그, 그렇게 내, 냄새를 맡으면… 부끄러운데...”
마레이는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로, 라벨라의 숨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큰소리를 내며 소리를 내는 것도, 혀를 내밀어 남아있는 치구를 빨아내는 것도, 평소보다 진득하고 농밀한 봉사에 천천히 숨을 내쉬며 사정 욕구를 진정시킨다.
-쯔읍.. 쯥… 쯔릅.. 쯕… 쯔읍.. 쯔읍.. 쭙..
입안에 머금고 강하게 빨아내면 끝나는 일이었지만,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씨뿌리기에 열중하는 마레이의 일과 덕분에, 오랜만에 맛보는 치구에 라벨라는 기쁜 듯 콧소리를 내며 귀두 뒤편으로 잔뜩 뭉쳐있는 치구를 소리를 내며 빨아 마시고 있었다.
“냄새나고.. 금빛 털도 있네.. 후후, 정말이지...”
라벨라가 혀를 내밀자, 그곳에는 기다란 금빛 머리카락이 정액덩이리 사이에 엉켜있었다. 아마도 란의 머리카락이라고 생각이 되는 금색의 머리카락을 라벨라는 검지와 중지로 잡아 요령 좋게 정액 덩어리 사이에서 길게 뽑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