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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1화 〉교사 뒷편에서[필리아 더 블러드] (1) (161/341)



〈 161화 〉교사 뒷편에서[필리아 더 블러드] (1)

필리아가 알려준 멋진 대사가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응어리진 마음속에 있는 단어를 끝없이 나열할 뿐이었다.

“멜란, 그러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좋아요. 저는 멜란이 좋아요.”

소파에 기대어 있던 므랑데가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그리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멜란...”
“그만.”

므랑데의 목소리가 냉랭하게 울렸다. 빛이 내리쬐는 소파 위에서 싸늘한 공기가 맴돌았다.

“개인적인 일과 개인을 넘어선 일은 엄연히 다른 거야. 개인적으로 좋은 사람이 있더라도, 우리들은 언제나 개인으로 남아있을 수는 없는 거 알잖아. 마레이, 너도 가문이 있으니까. 시시껄렁한 놀이라고 깔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상은 이게 전부일 뿐이야.”

등을 보이던 므랑데가 몸을 돌려 마레이를 보았다. 붉은 눈동자에는 진득한 연민이 묻어있었다. 한 살 연하의 동생을 보는 눈이 아닌, 성인이 어린아이를 내려보는 듯한 그런 안쓰러운 시선.

“적과는 친구가  수 없어, 마레이.”
“.....저희는 적인가요?”
“글쎄…. 너희 가문과 적이겠지.”

그러니까 좋을  없다는 말이야. 므랑데는 금방이라도 아스라질 것처럼 웃었다. 창가 틈새로 새어 나오는 빛 위로 먼지가 이리저리 춤을 춘다.

“...저는 가문에 대해서 잘 아는 게 없어요. 양어머니에게 배운  예법뿐이에요.”
“파웬 가문과 사이가 좋은 가문이 몇이냐 있겠냐만은…. 특히공국과는 사이가 안 좋아. 백 년도 더 된 이야기고… 거기에 대전쟁 때에는 그런 일도 있었으니까.”

내가 왜 역사 이야기를 하는거냐며 므랑데가 앓는 소리를 냈다. 또다시 옅은 한숨과 함께 그녀는 스스로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들은  있어. 라벨라  파웬이 양자를 들였다는 이야기. 그게 너라는 걸 알아차린 것도 이번의 일이었고…..”
“그게 중요한 건가요?”

므랑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했잖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전부라고.”
“....대부분의 사람들 말고. 므랑데에게에요.”

글쎄. 말을 줄인므랑데는 스스로의 무릎을 끌어안았다. 고개를 파묻으며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고개를 들고, 무엇인가를 말하려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기에 마레이는 재촉하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므랑데는 어떤데요?”
“나? 나…. 글쎄, 어떨까...”

무릎을 끌어안은 그녀의 팔이 부르르 떨렸다. 몸을 웅크리는 므랑데는, 분명 마레이보다 한 살이나연상이었지만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어린아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므랑데는 괜찮은 거에요?”

그래. 므랑데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힘없이, 기계처럼 움직이는 모습을 괜찮다고 받아들일 사람이몇이나 있을까. 몇 번이나 되물어도, 므랑데는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다. 고장난 라디오처럼. 마레이는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말 한두 마디로 끝날 이야기였으면, 내가 이러고 있겠냐?”

이하운은 볕에 늘어진 고양이처럼 어깨를 의자에 길게 기댔다. 게으른 표정과 녹아 내릴듯한 나른한 얼굴은 어딘가 얄미워 보였다. 날씨는선선했지만, 그늘도 없는 곳에 한참 앉아있으면 땀일 날  같았다.

“이하운 선생님.”
“애새끼들의 특징이 뭔지 알아? 세상의 중심은 자신이고, 자신이 이해하는 대로, 보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싶은 대로 꿈을 꾸는거야. 현실을 너무나 닮은 지독한 꿈을 말이야.”

그러니까 어려운 거라고. 이하운은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땀으로 번들거리는 이마가 보인다.

“엄마 같은 입장에서 보자면, 네가 계속 졸졸 쫓아다녀서 그 애새끼 버르장머리를 뜯어고쳐줬으면 좋겠다만…. 현실적으로는 무리한 부탁인 것 같은 건 잘 알지....”

짐승의 노란색 눈이 자신의 얼굴을 핥듯이 이리저리 훑는 느낌에도 마레이는 이하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런 부탁을 안 해도 너는 졸졸 쫓아다닐 생각이 가득해 보이니까 다행이기도 하고. 그 녀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날 찾아. 어떤 수를 쓰더라도 데리고 나올 테니까. 포기하지 않은 왕자님에게는 그에 맞는 서포터가 필요한 법이고, 서포터는 언제나 내 전문분야지.”

붕대가 감긴 팔을 들어올리며 이하훈이 킥킥 소리를 내며 웃었다. 하얀 꼬리가 살랑거리며 바닥을 쓸어내릴 것처럼 움직인다.

이하운이 떠난 자리에서 한참 동안 앉아있던 마레이 위로 그림자가 멈춰선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조금요...”

어깨에 손을 올린 필리아는 한쪽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반짝이는 붉은 눈동자는 므랑데와 같으면서도 전혀 다르다. 그늘 아래에서 은보라빛으로 빛나는 머리카락에서는 좋은 꽃향기가 났다.

필리아는 말없이, 그리고 마레이도 말없이 한참 동안 서로의 눈을 맞추었다. 필리아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더니 마레이의 어깨를 가볍게 주물렀다.

“조금이라면서 그렇게 멍하니 앉아있던 거야? 무슨 일이길래?”

필리아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몸을 섞었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소녀였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기대고 싶게 한다. 그렇기에 므랑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아무렇지 않게 멋진 말을 하던 필리아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르고, 왜인지 모르게 자신의 고민도 아무렇지 않게 해결해줄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남에게 도움을 받아, 므랑데와의 관계를 헤쳐나가는 게 옳은 것인지 판단할  없었다. 지금 이곳에 없는 므랑데가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렸다. 금방이라도 흩어질 것 같은 뒷모습이 자꾸만 밟힌다.

“그게…. 사실은요.”

마레이는 침착하게 말을 내뱉기 위해서 노력했다. 므랑데에 대해서, 자신의 대해서, 그리고 그녀의 말에 대해서 모두. 누구인지 밝힐  없기에 친구라는 이름을 덧씌워서 필리아에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전부 토해냈다.

그게 참 죄스러웠다.


이야기 중간에 눈을 감은 그녀였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에마레이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필리아는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흐응~.”

필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네?”

답을내려줄  같았던 필리아의 입에서 나온 대답에 마레이는 저도 모르게 다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그래서. 넌 뭘 하고 싶은 건데? 그 친구랑 친해지고 싶은 거야? 아니면 그 친구가 했던 말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야? 또 아니면 다른 생각을 하는 거야?”

필리아의 붉은 눈동자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게 퍽이나 믿음이 갔다.

“...그냥 친해지고 싶어요. 내버려 둘 수 없어서요.”
그 작은 어깨를 가만히 내버려  수가 없었다.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요.”
금방이라도 부서질  같은 필리아가 자꾸만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 애가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그냥, 그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필리아는 옆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그 친구라는 애, 혹시 여자애야?”
“아, 네? 네에….”

작게 콧소리는 내는 필리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곧장 마레이의 셔츠를 붙잡아 자신 쪽으로 잡아당겼다.

“이런 상담은 말이야….”

하얀 이마가 작게 찌푸려졌다. 자신을 담아내고 있는 붉은 눈동자는 노을을 닮았다. 금방이라도 타오를  같이. 아니, 노을이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다. 일출의 붉은 하늘처럼 타오르고 있다. 이유를  수 없지만, 시선을 뗄  없었다. 다만 흐릿한 무엇인가의 형체가 보이는 듯했다.

지금 자신은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환상인 건가? 주변을 둘러보자 무엇인가 눈앞에 있었다. 어둠 속에서 형체조차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윤곽이 보일 듯,보이지 않을 듯. 그건 애매한 경계의 틈새에 존재하고 있었다. 두렵지는 않았다. 다만 눈을 뗄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감정에 마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형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니, 아니. 아냐. 잊어버려.”

필리아의 목소리가 파문이 되어 환상을 깨트렸다. 어느새 마레이의 손이 필리아의 뺨을 붙잡고있었다. 엄지손가락을 슬며시 움직여 젖살이 빠지기 시작한 볼을 쓸어내렸다. 필리아는 얼굴을 잔뜩 붉힌 채 시선을 피한다.

“필리아?”
“아우….. 됐다고. 잊어.”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다만, 화가 난 것보다는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게 참 귀여워서 참을 수 없었다. 그녀의 목을 부드럽게 쓸어내리고 작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으읍… 그, 그만…. 여기는 밖이잖아...”

필리아는 부끄러운 듯 마레이의 가슴을 두드렸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알  있었다. 누가 있더라도 상관은 없었다. 그냥 이 소녀에게 키스를 하고 싶었다. 방금전 보인 흐릿한 윤곽의 무엇인가를 떠올랐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정들이 앙금이 되어 침전되자 무엇인지 알  없었다.

“좋아해요, 필리아.”

앙금이 되어 잊어버린 감정들을 잊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품 안에 안긴  소녀에게 키스를 하고 싶다. 그런 생각에 마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움직였다. 필리아는 말없이 마레이를 보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입을 맞추고 그대로 혀를 천천히 밀어넣었다. 칼날처럼 깊숙이, 그리고 정확히. 마레이의 셔츠를 꽉 움켜쥔 필리아는 조심스레 혀를 받아들인다. 매일매일 조교 당하는 엘프와 모친과 다르게 어설프 혀 놀림과 호흡을 조절하지 못해서 중간중간 헐떡이는 모습도 사랑스러웠다.

쮸루룹… 쮸으읍.. 쯔읍…

공국 때 알려준 키스를 잊지 않았다는 듯이 어설프기 짝이 없는 움직임으로 타액을 빨아 마시고, 조심스레 타액을 슬며시 넘긴다. 치아 구석구석을 헤집는 마레이의 혀를 따라 조심스레 따라오며 부드럽게 얽히는 설육.

끈적한 침이 넘쳐 더이상 받아들일 수 없는지 필리아는 고개를 슬며시 위로 들어올려 타액을 꿀꺽꿀꺽 소리를 내며 받아마신다. 끈적한 연인의 키스에 필리아는 황홀한 듯  속해서 설육을 움직였지만, 그 한계도 곧장 찾아왔다.

“읍..우읍.. 읍…!”

더이상 숨을 참을 수 없는지, 마레이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몇 번이나 두드린 필리아는 급하게 입술을 떼어냈다. 입술 사이로 은색 실타래가 길게 이어지다 끊어져 그녀의 셔츠 위로 떨어져 자국을 남겼다.

“하아… 하아… 하아….”

잔뜩 붉어진 얼굴로 겨우겨우 숨을 쉬며 녹아내릴 듯한 표정을 짓는 공국의 공주님. 슬며시 부풀어 오른 엉덩이를 슬며시 주무르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파묻히는 크사크루의 자매의 엉덩이나, 떡처럼 손아귀에 감기는 라벨라와 에르덴의 엉덩이와는 다르게 성숙하면서도 아직은 부족한 살덩어리가 손아귀에  잡힌다.

애무에 가까운 손짓에 본능적으로 몸을 기대오는 필리아의 필리아의 허리에 팔을 걸고 자신쪽으로 끌어당겼다. 허벅지와 허벅지 사이의 공간이 조금씩 늘어진다.

숨을 쉬는 데 집중한 것인지, 필리아는 엉덩이를 매만지는 손길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잠시라고 표현하기에는 마레이에게는 덧없이 부족했지만, 일반인 기준에서는 답답할 정도로 길 키스에 필리아의 몸이 제멋대로 엑스터시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린 소녀에게 그날의 쾌락은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거대해서. 그렇기에 두려워서 절정의 경계에서 머뭇거린다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우아하게 뻗은 팔이 자신보다 어린 소년의 어깨를 둘러 안으며 다시 한번 혀를 내밀어온다.

“더어… 더어하는 거야….? 으응… 읍으… 으읍… 즈으.. 츠으읍… 흐응…”

반쯤 감긴 눈으로 몇 번이나 이어지는 키스에 젖어 드는 소녀. 그러면서 요염한 여성의 소리를 내며 다시 마레이의 혀를 빨기 시작하며. 잔뜩 섞여버려, 이제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타액을 삼킨다.

조금씩 딮키스에 익숙해지는 것인지, 간간히 숨을 들이마시며 부드러운 입술을 붙이고 떼기를 반복했다.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필리아의 행동에 마레이는 보드라운 입술을 부드럽게 핥고 더욱더 농후한 입맞춤으로 그녀를 끌어들였다.

“응… 응… 츠읍.. 츠르릅… 쯔읍… 쯥...”

먹이를 바라는 아기 새처럼 목을 길게 내밀어 혀를 더욱더 밀어 넣고, 그리고 받아들인 필리아는 걸쭉해진 타액을 마지막으로 삼켜내고, 마레이의 혀를 슬며시 빠는 것을 마지막으로 입술을 떼어냈다.

“하아…. 밖이니까… 이게 끝이야.”

핏기가 부족한 얼굴은 어느새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필리아가 여인의 모습으로활짝 피어올라 있었다. 달싹거리는 윗입술과 아랫입술 사이에는 끈적한 침이 실처럼 이어져 있었다.

이미 몇 번의 야외플레이를 모친과 선생의 몸을 통해 실습한 마레이의 손은 자연스레 습기를 머금기 시작한어린 공주님의 둔덕으로 움직였고.

“꺅…!”

둔덕 위를 매만지는 손길에 필리아는 깜짝 놀라 작게 소리를 지르고, 마레이를 밀어냈다. 그러면서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누군가 들었거나,  것은 아닌지 주변을 살핀다.

“너어… 여기는 밖이란 말이야….”

수치심일까, 아니면 부끄러움일까. 알  없는 감정으로 얼굴을 잔뜩 붉힌 필리아의 눈꼬리에는 자그만한 눈물이 매달려있었다. 당장이라도 눈앞의 공주님을 쾌락에 울부짖게 할 자신이 있었다.

넘어뜨릴까.

마레이는 황급히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털어냈다. 전날의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말도 안 되는 짓을저질렀다. 마레이는 필리아를 꼭 끌어안았다. 자신의 물건을 이 작은 입에 우겨넣고 싶다는 욕망이 자꾸만 아른거렸다. 그러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남자들은 그런 생각만 한다고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 때와 장소는 구분해줘. 나는, 네가 쓰기 편한 좆집이 아니야.”

필리아는 도망치듯 마레이에게서부터 물러섰다. 흐트러진 옷을 정리하고 입가에 묻은 침을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작게 떨리는 필리아의 몸이 보였지만 두려움 같은 감정이 아니라는 걸 마레이는 잘 알고 있었다.

한 번만 더 한다면 어떻게 될까. 괜찮다고 하지 않을까? 이끌리듯 호응해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 활짝 피어나지 못한 꽃몽우리를 매만질 때, 끈적하게 젖어있었으니까.

“죄송해요.”
“....그래.”

공국의공주님께서 고개를 끄덕였다. 작게 한숨을 내쉰 그녀는 마레이의 어깨틑 토닥이곤 시계를 흘깃 보고는 시간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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