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새로운 만남(4)
라벨라는 아쉬운 듯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묘하게 색정적인 모습에 마레이는 시선을 돌렸다. 침대 위에서는 성난 사자처럼 군림하게 교육을 했지만, 아직 침대 밖에서 행동은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라벨라는 미래의 마레이를 상상하며 짓궂게 웃어 보였다.
“으음.... 그러면 손으로 해주실래요?”
“손이요...?”
라벨라가 다시 한번 다가와 슬쩍 머리를 내밀었다. 이래도 되는 걸까 생각을 하면서도 마레이는 그녀의 머리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몇 번 정도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감촉을 느끼다가 조심스레 손을 떼어냈다.
“조금 부족한데...”
“네? 그러면....”
중얼거리는 라벨라의 모습에 다시한번 손을 뻗었지만, 그녀는 마레이의 손을 붙잡아 슬그머니 자신의 하복부로 손을 옮겼다.
“엄마의 여기.... 잔뜩 칭찬 받고 싶은데”
“바, 밖이잖아요.....”
마레이는몸을 크게 움찔거리며,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선에 들어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흔한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기에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어느새 치마 속으로 이끌려, 들어가 있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없잖아요. 엄마가 창피해요?”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 여기는 밖인데....”
마레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라벨라는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 마레이의 어깨를 붙잡아 천천히 뒤로 밀어냈다. 어깨와 머리에 딱딱한 느낌이 들었다. 라벨라의 진지한 얼굴에 마레이는 제대로 거절도 못 하고 그저 눈을 꼭 감은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한 번 불이 붙을 때까지 여린 소동물 같은 모습을 보면 이렇게 참을 수가 없는지. 아래에 깔려서 울부짖고 싶다는 마음과 이렇게 잔뜩 괴롭히면서 오싹오싹한 느낌도 좋다는 상반되는생각을 가지며 마레이의 귓가에 조심스레 바람을 불었다.
“후~.”
“히이익..!”
마레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슬쩍 시선을 돌리자, 바지 위로 잔뜩 성나서 볼록 튀어나와 있는 페니스가 보였다. 슬쩍 쥐어서 괴롭힐까 생각도 들었지만, 어디서도 유용하게쓸 수 있는 편리한 암캐 마법사가 옆에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그냥 떨어지기에는 아쉬워 마레이의 귓가를 천천히 핥아 내렸다.
“우으으.... 엄마... 여기는 밖이니까.....”
“밖이니까? 더 흥분돼요?”
모친이 잔뜩 괴롭히고 있는 혀의 감촉을 참을 수 없는지, 마레이는 고개를 완전히 돌렸다. 라벨라는 귀여운 반응에 다시 한번 몸을 찌르르 울리는 감각을 느끼며 핥아달라고 내민 반대편 귀를 입안에 넣고 천천히 굴렸다.
“하우..... 제, 제발..... 엄마... 그마아안....”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마레이의 모습에 라벨라 조심스레 마레이의 귓가에 입술을 떼어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인기척이 느껴져 아쉬움을 달래고 떨어졌다는 게 정확한 말이었다.
“에.....”
조심스레 눈을 뜬 마레이는 갑자기 멈춘 애무에 아쉬운 듯 라벨라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싫다, 싫다 말하면서도 바라고 있는 거짓말쟁이 아들의 모습에 속으로 웃음을참아내고 주머니 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침으로 범벅된 귀를 천천히 닦아냈다.
“더 하고 싶어요...?”
“우으.... 그, 그건... 그러니까.... 아, 아뇨... 역시 밖에서는...”
집 안에서 자신의 뒤에서 여선생을 마구마구농락하던 모습과는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침대 위에서 군림하도록 훌륭하게 교육한 자신 스스로에게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마레이를 제대로 교육하려면 조금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싫다면 어쩔 수 없죠...대신 이따가 엄마를 잔뜩 귀여워해 주는 거에요?”
“네, 네에....”
마레이의 수줍은 대답에, 라벨라는 진작 찾은 이드리엔의 수업교재를 책장에서 꺼냈다.
서점에서의 약간의 헤프닝이 있고 난 뒤, 두 사람은 광장의 분수대에 걸터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부분 마레이가 발테르의 오기 전 이야기였고, 한적한 시골의 이야기였지만 라벨라는 너무나도 진지하게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새벽에 가면 호숫가에서.... 기분 좋은 냄새가 나는데....”
이럴 때 보면 한없이 아이 같다. 외형을 본다면 어린아이와 청소년의 경계에 있을 것 같은 모습이니 당연한 것이었지만. 재잘재잘 떠드는 마레이와의 시간을 잔뜩 만끽하며 시간을보내는와중에, 소란스럽던 광장에 갑자기 침묵이 맴돌았다.
라벨라만 바라보고 이야기를 나누던 마레이도 갑작스레 분위기가 바뀐 것을 깨닫고 이리저리 고개를 움직였고 곧장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음을 조율하듯, 중간중간 기분 좋은 현의 떨림이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바이올린 연주인가?”
라벨라의 중얼거림에 마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의 손을 잡아 이끌어 연주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을 향해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가장 앞까지 다가간 마레이는월요일 날 보았던얼굴을 꽁꽁 가린 여성 바이올리니스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라벨라는 팔짱을 끼고 연주를 준비하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가슴 밑에 낀 팔짱이 가슴을 더 돋보이게 하고 있었지만, 익숙한 것인지 라벨라는 신경 쓰고 있지도 않았다. 지금은 마레이가 관심을 보이는 눈앞에 소녀에 집중할 뿐이었다. 가린다고 열심히 가렸지만, 전체적인 윤곽과 분위기를 보면 나이를 짐작하는 것은 무척이나 쉬웠다. 살인이나 위장에 관련된 전문적인 프로가 아니라는 조건이 붙겠지만.
‘발테르 학교 학생인가.’
대충 18살쯤 되었을까. 선글라스 너머로 미묘하게움직이는 눈동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감찰국에서 일하다 보니 생긴 나쁜 버릇 중 하나였다.
음을 조율하고 있는 소녀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을 알아본 것일까 생각이 들었지만, 시선이 자신보다 약간 앞을 향하고 있었다. 시선을 따라가니 반짝반짝 눈동자를 빛내고 있는 마레이를 향하고 있었다.
한쪽 눈을 안대로 가린 소년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놀람, 초조함, 당황 같은 복잡한 감정을 행동에 내비치고 있었다.
“.....마레이, 아는 사람이에요?”
“월요일 날 광장에서 연주하던 걸 봤긴 한데....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마레이의 대답을 듣고 나서 라벨라의 손이 왼쪽 허벅지 위에 조심스레 놓였다. 중지 손가락 끝에 닿는 차가운 금속의 감촉을 즐기며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일리엔이라도 옆에 있으면 괜찮았을까 생각을 하면서 초조하게 바이올린을 들어 올린 소녀를 바라보았다.
라벨라의 걱정과 다르게 소녀는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했고, 기분 좋은 음색이 곧장 광장을 메우기 시작했다. 한참바이올린의 소리에 집중하고 있는 마레이의 모습에 라벨라는 옆에서 같이 음악을 감상하고 있는 여성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저 연주자분.... 여기에 자주 오시나요?”
“네? 아... 네, 넷.... 주에 두세 번 정도 온다고 하던데요.”
라벨라의 얼굴을 홀린 듯 바라본 여성은 그녀의 복장을 보고 몸을 잔뜩 움츠렸다. 그리고 취조당하는것처럼 덜덜 떨며 대답했고, 라벨라는 적당히 감사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대화를 끝마쳤다. 마레이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제복을 그대로 입고 나왔지만, 이럴 때는 불편할 뿐이었다.
권총에 닿은 손이 조심스레 떨어졌다. 그러고 보니조금 낯익은 소녀였다. 꽁꽁 싸매서 쉬이 짐작할 수는 없었지만, 근시일에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는지 고개를 몇 번 끄덕이고, 괜한 걱정을 했다며 속으로 웃음을 터트리고 마레이의 손을 꼭 붙잡았다.
“바이올린 좋아해요?”
연주하던 소녀가 사라지고 말없이 그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던 마레이에게 라벨라가 말을 건넸다.
“네. 예쁜 소리가 나잖아요.”
“배워볼래요? 좋은 선생님들 많은데.”
“악기를 듣는 건 좋은데, 하는 건 잘 모르겠네요.”
손재주가 없어서요. 마레이의 대답에 라벨라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서 자신이 피아노나 조금씩 가르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백금 발이 휘날리며 누군가가 마레이를뒤에서 꼭 끌어안았다. 가슴에 파묻는 모습에 라벨라는 자신이 끌어안고 싶다는 듯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마레이가 왜 손재주가 없어요? 매일 밤 우리들을 완벽하게 연주하는데~.”
“듣고 보니 마레이에게 엄청난 소질이 있는 거 같네요. 일리엔, 왔나요?”
“네~ 주인님, 주인마님. 암캐 도착 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공공장소에서 이야기하는 둘의 모습에 마레이는 고개를 푹 숙였다. 주변에 방벽 같은 걸 만들어 이야기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고 있었지만, 마법을 배우지도 못한 마레이가 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니, 마법을 배운다고 해서 일리엔이 작정하고 펼친 마법을 눈치채는 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만.
부끄러워하는 마레이의 모습에 두 사람의 입가에는 짓궂은 미소가 어렸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이었지만, 미모의 양모에게 식사시중을 받는 것은 마레이에게 익숙한 일이 되었다.
“야채도 꼭꼭 씹어 드셔야 되요? 아~.”
바닥에 발을 길게 늘어뜨려 어린 소년의 품에 기댄 라벨라는 앞접시에 샐러드를 담아 마레이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 앞가슴에 기대는 자세와 고혹스러운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표정이 아니라면 흡사 어린아이에게 밥을 먹이는 장면을 떠올릴 수 있는 풍경이었다.
“마레이는 성장기니까 고기도 잔뜩 먹어야 된다구요. 키도 쑥쑥 커야죠.”
물론, 어제부터 가족의 일원으로 참여한 일리엔도 옆에서 마레이의 식사를 거들고 있었다. 잔뜩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것인지, 어리광을 받아주는 것인지 모를 자세를 보고, 점심시간에는 꼭 자신이 해보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레이, 입맛 없어요? 다른 음식 시킬까요?”
입구부터 다가가기 무서울 정도로 고급스러운 식당이었다. 일리엔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발테르에서도 유명한 식당이라고 했고, 이런 말을 하기 미안하지만. 일리엔과 라벨라의 음식보다 더 맛있었다.
다만....
“식당에서... 이러는 건....”
집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식사시중을 받아드리면서, 중간중간 가슴이라든지아랫배를 문지르며 조금 더 끈적한 시간을 보냈을 터. 하지만 여기는 엄연히 밖이었고, 누군가에게 두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거부감이 들기만 했다.
“왜요? 그래서 방까지 잡았잖아요?”
라벨라는 마레이의 가슴에 원을 그리며 그저 웃고만 있었다. 등 뒤를 보면 발테르의 야경이 환하게 길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소규모 축하연에서나 쓰일 법한 크기의 방. 밖으로 나가는 문의 반대편에는 작은 세면장까지 있는 신기한 장소였다.
“그래도... 밖이잖아요.”
마레이와 다르게 두 여인은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의 마법을 완벽하게 신뢰하는 일리엔과, 그녀의 마법 실력을 잘 아는 라벨라가 가지는 여유였지만. 마레이가 그런 사실을 알 리도 없었다. 거기에 마레이가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에 두 사람은 그 사실을 말하지 않고 마레이의 반응을 즐기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면서 여기는 이렇게 딱딱한데......”
“엄마.... 밖에서 이, 이러면.... 우우...”
찰싹 달라붙은 라벨라가 슬쩍 몸을 움직이자, 매끈한 하복부에 눌려있던, 바지 속 딱딱한 고기막대가 고개를 빳빳이 들어 올렸다. 길쭉한 손가락이 툭 튀어나온 바지를 슬슬 쓰다듬자, 마레이의 입에서는 기분 좋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