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자견과 주인마님 [라벨라&일리엔](2)
“어제 신청서를 바로 보낼 줄 몰랐다냥~! 므랑데가 기뻐하겠는데?”
“일리엔... 선생님이 바로 해주셨나 보네요.”
마레이의 옆에서 이하운이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 마레이의 엉덩이를 툭- 한 번 치며 따라오고 있었다.
“줄리아가 출장을 가버려서, 다음 주쯤에야 수업을 듣겠거니~ 했는데. 그 느릿느릿한 엘프가 웬일로 이렇게 일을 빨리 처리했나, 놀랐어! 므랑데에게 네가 수업을 들을 거라 미리 귀띔을 해줬다가, 다음 주에 온다고 말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행이야!!”
“저기, 이하운 선생님.”
이하운의 수업 전용으로 배정된 체육관으로 걸음을 옮기던 마레이는 갑자기 자리에 멈춰서 백발의 고양이 수인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동물 특유의 길게 찢어진 동공이 마레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이라는 말.... 습관적으로 나오시는 거예요? 아니면....”
“아~. ‘냥~’ 아니면 ‘냐~’ 이거? 이거 컨셉이다냥~.”
“커, 컨셉이요...?”
이하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양이 귀가 고개를 따라 접혔다 세워졌다 파닥파닥 움직이는 모습에 마레이는 실수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을 뻔했다.
“나야 교장이 수인과 인간의 교류 차원에서 불러들인 거라 상관은 없는데. 학생이라든지 주변 인간들이 수인 족을 무서워하기에 ‘뭔가 귀여운 컨셉을 가져야겠다~.‘ 해서 쓰는 건데?”
“아, 네.....”
여황제의 대륙 통일은 성공적이었다. 강압적으로 짓밟거나 아니면 완전히 끌어안거나 하면서 북부의 버려진 땅을 제외한 서 대륙의 통일이라는 거대한 업적 아래에는 아직도 므랑데 같은 흡혈귀종족이나, 이하운 같은 수인들. 그리고 제국의 품 안으로 들어온 몇몇 종족들에게도 여전히 끈적한 적의와공포가 사람들 속에 남아있었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냐앙~? 옆집 아이들이 참 좋아하던데 말이냐!”
“불편하지 않으세요?”
이하운이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움이 폭발한 것인지, 아니면 대화할 상대가 없는 것인지. 가벼운 수다에도 즐거운 모양인지, 꼬리가 높이 세워진 채로 가볍게 움직이고 있었다.
“당연히 불편하다냥! 냥~ 으로 끝나게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처음에 버벅거리다가 이제는 좀 익숙해졌다냥. 다~로 끝나는 말이나 이상하다 싶으면 말인데~ 같은 몇몇 말을 덧붙인다냥....”
이하운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기운이 없는 격투술 강사의 모습을 보며 마레이는 그녀를 위로해야겠다나 아니면 대화의 주제를 돌려야겠다는 생각 대신에 축 늘어진 하얀 귀를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편하게 하세요. 저는 수인들 좋아해요.”
“하핫.... 그래? 그것 고맙다냥. 하도 냥냥 붙이다 보니까. 가끔 정상적인 말을 하기도 힘들다냥.... 정신 차려보니 컨셉에 잡아먹혔다냥.....”
확실히 이하운의 말대로 고양이 수인 냥~ 냥~ 붙이는 모습은 꽤나 귀여웠다. 말은 싫은 것처럼 했지만, 은연중에 귀엽게 행동하는 걸 즐기는 것 같기도 했다.
“얜.... 마레이가온다고 했는데 또 땡땡이네..... 어차피 학교 뒷숲에 동물들에게 무어라 말을 걸면서 찐따 짓 하고 있을 테니까 금방 잡아 오겠다냥. 마레이도 땡땡이 치 지말고 좀만 기다려야해?”
이하운이라고 명패가 달려있는 문을 열자, 한 개의 반이 다 들어와도 놀 수 있을 법한 넓은 장소가 앞에 펼쳐져 있었다. 자신을 제외하면 므랑데와 이하운만 쓰는 장소일 텐데 이렇게 넓은 장소를 혼자 쓴다는 사실에 조금은 기가 질렸다.
방향제를 얼마나 뿌렸는지 코가 맹맹할 정도의 소파에 앉은 마레이가 멍하니 강의실.... 이라고 부르기에는 넓고 또 운동기구로 가득한 체육관을 훑어보았다. 그러다 문득 기분 좋은, 그리고 너무나도 익숙한 꽃향기가 나기에 고개를 돌렸다.
“에.... 마레이? 이하운 선생님은 어디 있어요?”
“같이 수업 듣는 학생이 안 왔다고 잡아 온다고 하던데요.”
“헤헤... 그러면 잠시 동안은 우리 둘 만이네요?”
행복하다는 듯이 콧소리를 내며 마레이의 옆에 앉은 일리엔은 고개를 숙여 마레이의 어깨에 몸을 기댔다.
“키스하고 싶은데.... 해주실 수 있어요? .....주인님?”
“안 돼요. 이하운 선생님이 들어올 수도 있잖아요.”
“우우.....”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자, 곧장 주인님으로 호칭을 바꾼 일리엔은 입술을 내밀고 작게 앓는 소리를 내었다. 촉촉하게 젖은 초록색 눈동자에 당장이라도 키스를 해줄 것 같아 마레이를 시선을 피한 채로, 어깨에 기대고 있는 일레엔의 무게감을 즐겼다.
“주인님, 오늘 오후 수업은 이드리엔의 수업이던데. 혹시... 따로 청강신청서 제출 안 하셨죠?”
“오후 시간은 아직 정하지 않아서 넣지 않았는데. 무슨 말이에요?”
“역시나... 그 아이가 제멋대로 청강 신청서를 제출한 모양이에요. 오늘 찾아가서 따질 테니까. 오후에는 제 연구실에서 쉬고 계세요. 아주 혼쭐을 내주고 올 테니까.... 대신... 저랑.... 후훗...”
일리엔은 마레이가 계속 주무르며 좋아했던 가슴을 들이밀며 마레이를 향해 고혹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장이라도 키스를 하고 옷을 벗으며 주인님에게 뜨거운 육봉을 조르고 싶었지만, 키스도 안 된다는 주인님의 엄포에 그저 목에 코를 박고 폐가 녹아버릴 것 같은 향을 맡았다.
“주인님의 자지 냄새.... 안 되겠죠.”
“안 돼요.”
“그러면.... 냄새만이라도 제대로 맡아.....”
사타구니를 향해 고개를 들이밀며 허락을 구했지만, 마레이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마레이의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가버릴 것 같은 몸을 가리고 있는 옷을 당장이라도 벗어던지고. 앞에서 자위하며 자지를 구걸한다면 당장이라도 찐득한 교미를 할 수 있을 자신이 있었다.
아직 주인님은 어린 학생이기도 했고 자신의 몸이 얼마나 유혹적인지 일리엔은 알고 있었기에 가진 확신이었지만. 혹여나 마레이와 자신의 비밀스러운 관계가 이하운에게 걸려, 사랑스러운 주인님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꾹 참아냈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어 조금만이라도 생생한 마레이의 냄새를 맡기 위해 고개를 파묻으려고 했지만, 갑작스레 열리는 문에 황급히 마레이의 목에 달라붙은 고개를 떼어낼 수밖에 없었다.
“마레이,좀 늦었다냥! 이 못된 왕따 흡혈귀 녀석 잽싸게 도망치는 걸 잡는데 시간이 걸렸....... 일리엔 선생님?”
이하운이 므랑데를 옆구리에 끼고 문앞에 서있었다. 마레이에게 한탄하듯 무어라 이야기를 떠내다, 운동하다 졸리면 그대로 낮잠을 자는 소파에 앉아 있는 백금 발의 엘프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 마레이가 수업을 잘 듣나 해서 찾아와봤어요. 줄리아 선생님이 출장중이기도 했고, 오늘 오후에 있는 청강 문제도 이야기해 줘야 돼서요.”
“일리엔 선생은 참 착하다냥. 이드리엔, 그 녀석도 좀 본받아야 되는데..... 아직 할 이야기가 있냥? 어차피 이 탈주자부터 설교해야 되니까 천천히 이야기 나눠도 된다냥.”
이하운은 탈주자라면서 품 안에 축 늘어져 있는 므랑데를 슬쩍 들어 올렸다.
“아, 이건... 그림자를 타고 도망가길래 조금 흥분해 버려서 말이다냥.... 가볍게 뒷목을 툭 친다는 게 하하......!”
“이하운 선생님 그래도 학생에게.....”
“아니, 나도 인간에게는 이렇게까지 안 한다냥. 이 녀석은 공국 출신이라서 말이지. 신체능력은 나보다 좋아서 조금 힘이 들어간 거라니까냥.”
일리엔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별다른 말을 꺼내지 않았다.
“마레이는인간이니까 살살이라도 안 되는 거 아시죠?”
“알았다냥~ 일리엔은 항상 걱정이 많아서 탈이다냥. 그냥 개론이랑 준비운동이랑 자세만 봐줄 거니까. 걱정하지말라냥.”
둘은 꽤나 친근해 보였다. 잔소리쟁이와 그걸 가볍게 받아넘기는 친구 같다고 해야 할까. 자신을 끌어안는 이하운의 모습에 일리엔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마주 안고 등을 토닥였다.
“마레이, 오전 수업 끝나고 저에게 와요. 이하운 선생님 수업이 오전 내내로 되어있긴 해도. 힘들면 도망쳐 와도 되요.”
“남의 학생 뺏지 마세요….!”
“네네~. 이하운 선생님 지금 고양이 말투가 아닌데요? 그리고 마레이, 추가로 시간표라든지, 줄리아 선생님이 부탁한 게 있어서. 꼭 와야 해요. 이하운 선생님이 괴롭히면 저에게 꼭 이야기해 줘야 하구요!”
방금 전에 페니스의 냄새를 맡게 해달라고 조르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절제되어있고 다정해 보이는 선생의 모습으로 일리엔은 손을 흔들고 조심스레 체육관을 떠났다. 이하운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므랑데를 소파에 눕혀 놓고 아직도 남아 있는 자리에 마레이를 앉히고 팔걸이에 걸터앉았다.
“므랑데가 흡혈귀인 거 알고 있다면서?”
고양이 말투는 어디로 갔는지, 이하운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레이의 대답을 듣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그대로 말을 이어나갔다.
“나야 이리저리 구르던 년이라 여기 와서도 별 상관은 없었는데, 아직 꼬맹이에게는 다르다는 걸 받아드리기에는 어려운가 봐. 그러면 공국으로 돌아가는 게 날 텐데. 그놈의 언니가 뭐라고.....”
이하운은 귀와 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탄식과도 같은 그녀 말에 마레이는 그저 묵묵히 므랑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하운은 기절해있는 므랑데의 금색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몇 번이나 같은 곳을 쓸어내리는 손길은 어미가 새끼를 핥는 모습 같았다.
“으음.... 이모...?”
“큼..... 므랑데, 마레이가 옆에 있다.”
“응? 마, 마레이라고??? 아니, 이건 그러니까... 그러니까...”
몸을 움찔움찔 떨던 금발의 흡혈귀 아가씨가 이하운을 보더니, 뜻밖의 말을 꺼내 들었다. 놀란 눈으로 자신을 보는 마레이의 모습에 므랑데는 아직 의식이 제대로 각성하지 못했는지 반쯤 꼬인 혀로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하아, 그냥 조카랑 비슷한 나이기도 하고. 둘뿐인 수업이기도 하고. 이 녀석 어미랑은 꽤나 친한 사이라서 말이지. 이모라 부르라고 했다냥. 마레이도 이모라 부르고 싶으면 불러도 된다냥.”
이하운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딱딱하게굳은 표정으로마레이를 보고 있었다. 부르지 말라는 무언의 경고와도 같았다.
“아니에요. 그냥... 조금 신기해서요.”
“수인과 흡혈귀라 흔한 조합은 아니다냥. 자, 그러면탈주자도 깨어났으니 간단히 스트레칭하고 몇 가지 기술만 배우고 남은 시간은 셋이서 놀자냥!”
이하운은 엉덩이를 탁탁 소리 나게 털고 일어나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고 마레이를 힐끔 보던 므랑데도 그녀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기에 마레이도 그 둘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어색한 흡혈귀 아가씨와 함께하는 강의가 어떻게 흘러갈까. 그런 당혹스러움이 떼어지는 발걸음에 진득하게 묻어있었다.
일리엔의 연구실에 들어온 것은 수업 시간을 꽉꽉 다 채우고 가봐야 한다는 사람을 억지로 붙잡아 점심을 사주는 이하운의 집요한 친구 만들어주기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였다. 주말에 시간이 있냐며 달라붙는 이하운의 모습에 고개 끄덕일 뻔했지만, 라벨라에게 에르덴을 소개해주고 셋이서 교회에서 누군가에게 설명하기에 너무나 부끄러운 짓을 저지를 예정이었기에 어떻게든 거절할 수 있었다.
“헤헤, 주인님 지치셨어요?”
“말도 마요. 이하운선생님은 그렇다 치는데.... 멜란.. 아니, 므랑데는 처음에 쭈뼛쭈뼛 있다가 뛰기 시작하니까 말도 안 되는 속도라 달려버려서 따라가다가 한 번 넘어지고....”
“이하운 선생님 수업이 즐거웠다니 다행이네요~.”
얼마나 땀을 흘린 것인지 점심을 먹고 왔는데도 아직도 젖어있는 운동복을 입은 마레이는 일리엔이 앉으라는 듯 밀어주는 그녀의 의자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일리엔은 바닥에 꿇어앉아 마레이의 젖은 체육복 하의에 얼굴을 부비었다.
“일리엔... 지금 땀 냄새나니까.... 이, 이따가요. 씻고 올 테니까...”
“킁킁.... 땀 냄새가 좀 많이 나긴 하네요.”
연구실에 딸린 화장실에 들어가려고 일어난 마레이를 다시금 힘으로 앉힌 일리엔은 마레이의 목에 코를 박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시큼하고.... 흐음.... 그래도 달콤해서.... 그리고 또 주인님 특유 체취가 나서 으음... 우으으... 손이 제멋대로... 하으읏...!“
“렌, 부끄러우니까 그만둬요.”
마레이의 명령에도 스으읍, 스으읍. 렌은 코를 벌렁거리며 마레이의 땀 냄새를 본격적으로 맡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차, 참을 수가 없어... 참을 수가 없어서어.. 하으읏...!”
일리엔의 하복부에서 음탕한 물소리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검은색 니트티 위로 생가슴이 마레이의 허벅지를 꾹꾹 누르고 있었다. 물론 얼굴은 사랑스러운 주인님의 배에 파묻혀 정신없이 냄새를 맡고 있었고.
“렌.....”
“우으... 주인님.... 자지를, 자지를 가지고 싶어.... 냄새에 미쳐버릴 것 같아... 제발요... 자지 냄새 맡게 해주세요..... 몸이, 몸이 이상해서....”
이미 색에 미쳐버린 암캐는 주인의 몸에 잔뜩 기대어 페니스를 조르고 있었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또 땀 냄새마저도 좋다며 달라붙는 완벽한 여체를 만끽하며 마레이는 그녀가 바라는 상을 주는 대신에 조금만 더 바라보기로 했다.
“아아, 주인님 허락 없이 자위하고 있어... 아우으.... 손이, 손이..... 죄송해요.... 죄송해요... 하지만... 어제 하루 종일 주인님 냄새를 맡으면서 자위를 해서.... 계속해서... 주인님 냄새를 맡으니까. 참을 수 없어서... 그래도 아까 체육관에서는 어떻게 참을 수 있었는데... 우으으... 주인님... 자지 주세요.... 암캐에게... 제발...”
“먹고 싶어요? 이걸?”
청바지와 다르게 조금 더 불룩하게 튀어나온 체육복 위를 가볍게 두드려 보았다.
“아아, 주인님 자지.... 자지....”
마레이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것처럼 천천히 벨트를 풀어냈다. 당장이라도 써달라는 듯이 입을 크게 벌리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일리엔의 모습에 잠시 움직임이 멈추고, 반쯤 벗던 체육복 바지를 다시 제 위치로 돌려놓았다.
“아아, 아아...... 주인님....”
“렌, 기다려.”
“우으으.... 우으....”
강아지처럼 낑낑 소리를 내는 일리엔의 눈에는 불룩 튀어나온 체육복 바지만 바라보고 있었다.